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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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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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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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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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무량수

DUMMY

지구 연도 2062년, 장진수는 마침내 중력장 집속포의 시작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력장 집속포의 위력은 지구보다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중력장 집속포의 제원을 적용해서 지구 전투선을 초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63년 말이 다 되어서야 가능했다.


지구방위사령부의 제임스 중장은 중력장 집속포의 개발 성공을 인정받았다.

2064년에 그는 대장으로 승진했다.


제임스 대장은 장영길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사님 오랜만에 전화를 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장영길 대사의 반응이 무덤덤했다.


“대사님, 우리가 지구 전투선 개발에 성공한 것은 갈릴레이 행성으로부터의 기술지원과 성원이 큰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렇겠지요.”


“허허, 그동안 많이 서운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구 전투선 시작기가 나왔습니다. 먼저 대사님께 보여드리고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장영길 대사는 지구 전투선 시작기를 보여주겠다는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벌써 나왔습니까?”


“네, 8월 16일 우리 연구소로 방문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토요일이긴 한데요, 대사님께 따로 드릴 말씀도 있어서요.”

“좋습니다.”


장영길은 의외의 초대를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람이 적은 토요일에 만나자는 이유가 궁금했다.

최고의 보안이 걸려 있는 지구 전투선을 보여주겠다는 것 또한 의외의 일이었다.


지구 연도 2064년 8월 16일 오전 10시 장영길 대사는

제임스 사령관의 방으로 안내되어 갔다.

“어서 오십시오, 대사님.”


“오랜만입니다.”

장영길 대사가 다소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지구 전투선을 개발하고 여기에 특수 무기까지 장착한 것은 대사님의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런데 특수 무기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우리는 이 무기를 중력장 집속포라고 부릅니다.”


“중력장 집속포요? 처음 듣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장영길 대사가 안내되어 간 곳에는 지구 전투선이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지구 전투선보다 배 이상 큰 전투선 모형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대사님, 중력장 집속포는 기존의 무기와 작용 원리가 다릅니다.”

“특히 중형급 우주 전투함의 파괴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우주 전투함의 내부에 중력장을 왜곡시킴으로써 힘의 균형을 깨고 전투함 전체가 무너지도록 하는 무기입니다.”


장영길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원리의 우주무기를 개발한 것이었다.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전투선에 타시지요.”

지구 전투선의 내부는 장영길 대사의 우주선과 비슷한 배치의 구조였다.

“자, 박 대위, 시범을 보여주게.”


지구 전투선이 차분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전방 디스플레이에 전투선 모형이 나타났다.

“발사하겠습니다.”

“발사하게.”


어떠한 빛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1초 정도 지나서 표적 전투선 모형의 외관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주에서 전투선의 외관이 변형된다는 것은 바로 파괴를 의미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투선 모형은 서서히 파괴되며 무너져 내렸다.


“정말 대단한 무기를 개발하셨군요.”

두 사람은 제임스 사령관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대사님, 이 모든 것을 개발한 사람이 장진수 박사입니다.”

“그래서 제가 갈릴레이의 대사님께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장영길 대사의 표정이 변했다.


“저희가 장진수 박사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켰던 것은 대사님과 장진수 박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네?”


“저희 개발팀 내부에서 대사님과 장진수 박사가 부자지간이라는 소문이 퍼졌었습니다.”

“저로서는 대사님과 장진수 박사가 지구 역량의 핵심 자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런 소문은 통제 불능 상태를 만들 수 있고, 그러면 개발 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랬었군요.”


“사실 저희는 이미 오래전부터 두 분의 관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았던 것입니다.”


“두 분의 관계는 지구 방위를 위해서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라고 판단했습니다.”

“저희가 대사님께 적대감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는 말씀입니다.”

“흠, 그랬었군요.”


“자, 그럼 우주 공간에서 하는 전투 시범 날짜는 언제입니까?”

장영길은 불편한 마음을 피하기 위해서 말을 돌려버렸다.


“아마 이번 달 안에는 가능할 것입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저의 우주선을 타고 참관하고 싶습니다.”


제임스 장군은 잠시 망설이더니 미소를 띠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런데 갈릴레이의 전투함은 언제쯤 지구에 당도하게 되나요?”


장영길 또한 이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약 1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렇게 토요일의 미팅은 끝이 났다.

“제임스 장군 이 자는 철저한 사람이군.”


장영길의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

장진수와 부자지간이고 모든 가족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 확인한 셈이었다.


8월 22일 장진수 박사는 오랜만에 영주의 집으로 돌아와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주어진 과업을 어느 정도 완수하고 정신적으로는 편안했지만, 몸은 몹시 지친 상태였다.


곧 있을 지구 전투선의 우주 전투 시범을 앞두고 휴가를 얻을 수 있었다.

장진수 박사에게는 최대한의 편의가 주어졌으며 경호도 수반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같은 자리에 모였다.

장영길을 비롯한 가족들은 모두 장진수의 성공을 축하했다.


이제 11세가 된 장새롬의 성장은 가족들의 큰 기쁨이었다.

장새롬은 활달한 성격으로 발군의 축구 실력을 보였다.

장진수의 성공뿐 아니라 장새롬의 초등부 국가대표 발탁을 모두가 진심으로 축복해주었다.


장영길은 그의 아내 한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보, 이제부터는 우리를 너무 숨기며 살지 맙시다.”


“우리는 이미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사는 우주 가족이라고 해야 할까...”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가족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요, 현재를 받아들이고 삽시다, 우리 모두요.”

장진수가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나는 요즘 몸이 예전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에미가 고생이 많아요.”

한소희가 약간은 불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미야, 그동안 나를 절에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저도 어머니 따라 절에 다니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가족들의 풍성한 저녁 식사가 끝나고 장영길과 장진수가 마주 앉았다.

“장 박사, 제임스 사령관이라는 사람 정말 용의주도한 사람인 것 같던데.”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미 진작에 우리 가족에 대하여 모두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혹시 과거 너에게 있었던 자동차 테러 사건과도 관련이 있을까?”

“글쎄요, 알 수 없지요.”

그러나 장진수의 팔뚝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님, 제임스 장군은 전적으로 믿으면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임무와 개인적 처지를 항상 계산하는 사람입니다.”


“그래, 누구나 명분에 기반한 이해관계를 따지니까...”

“그는 갈릴레이 전투함의 지구 방문을 어떻게 생각할까?”


“기회이자 위협으로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나에게 지구 전투선을 보여줬던 것이었구나.”


“그런데 소형 전투선 정도로는 엑소스켈 전투함에게 대적할 수 없을 텐데.”

“네, 소형 전투선을 10기를 주기 할 수 있는 중형 전투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흠, 그 정도로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장진수는 부지불식간에 비밀 사항을 말하고 있었다.


부자지간의 대화에 한소희가 끼어들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세요?”


“오늘 같은 날이 와서 정말 좋아요. 지난 몇 년간은 괴로웠어요.”

“네, 어머님께서 많이 힘드셨겠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있으니까요.”


“내 나이 이미 78세, 더 바랄 것도 없어요.”

“여보, 내일은 나와 같이 절에나 다녀오겠어요?”


“그럽시다. 그런데 갑자기 절은 왜...”

“우리가 만난 곳이 보로부두르였었지요.”

“그렇지.”

이렇게 말하는 한소희의 얼굴에 추억을 회상하는 표정이 지나갔다.


가족들과 행복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장영길과 한소희는 부석사를 향해 집을 나섰다.

“지금 이렇게 가니까, 그 옛날 당신과 이별하던 때가 생각나요.”


“허허,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잊을 수가 없지요.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광경을 보고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었으니까요...”


“그때는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나는 할머니가 돼버렸고 당신은 아직도 장년이네요.”

“역시 우주 시대의 비극이라고 할까요?”


“비극이라기보다는 시공을 초월하는 가족 아닐까? 허허.”

“그런가요? 시공을 초월하는 가족이란 말의 느낌이 좋네요.”

한소희가 위안을 느꼈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시간을 초월한 것이지 않겠오?”

그리고 장영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한소희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응시했다.


이윽고 두 사람이 탄 차는 부석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부석사의 계단은 가파르고 계단의 높이도 높다.


그래도 한소희는 굳이 계단 길을 우회하지 않고 천천히, 묵묵히 걸어 올라갔다.

장영길도 한소희를 따라 뒤에서 올라갔다.


마침내 두 사람은 무량수전 앞에 올라섰다.

두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스라이 보이는 풍경에서 지나간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듯했다.

뒤에는 무량수전, 앞에는 안개가 낀 듯이 보이는 풍경 사이에서 두 사람은 황망하게 서 있었다.


“여보, 나는 78세, 당신의 나이는 얼마이지요?”

“갑자기 무슨 말이요?”


“당신은 최소한 600세 이상이겠지요.”

“음 그 정도...”


“당신을 기다리며 나는 이곳에 자주 왔어요.”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나의 선택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의 당신을 보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무엇을 깨달았단 말이오?”

“당신은 무량수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글쎄.”

“무량수만큼 영원히 사는 부처님을 뜻하는 말이에요.”


“당신은 보로부두르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의 뜻을 깨달았다고 했지요?”

“음, 그때 나는 나의 신경망 속에서 결정적인 이해가 형성되었지.”


“그 말을 새기며 나는 기다렸어요.”

“어쩌면 당신도 무량수의 길로 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장영길의 얼굴에 또다시 알 듯 말 듯한 표정이 스쳤다.


그러나 우주 차원의 광대한 환경에서,

인간이 느끼게 되는 무량수에 대한 욕망이란 한낱 무엇이란 말인가.


장영길은 자신이 무량수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갈릴레이 행성의 고도 인공지능조차도 이런 의문을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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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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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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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0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8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1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2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2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4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5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8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4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3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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