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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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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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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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공포의 정체

DUMMY

지구 연도 2084년 7월 18일 월요일, 장새롬 박사는 연구실에서 세계 여러 곳의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왕메뚜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곰팡이를 메뚜기 방제용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걸었지만 왕메뚜기에게는 듣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미국에서도 왕메뚜기를 구할 수 없었다.


장새롬이 메뚜기 떼 제거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왕메뚜기가 필요했다.

왕메뚜기에 대한 흔적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관련 기사가 발견되었다.


자연산 동충하초의 주요 산지인 티베트 지방에서 동충하초의 대량 출하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기사였다.

이 기사가 장새롬 박사의 눈을 붙잡았다.

기사의 내용은 메뚜기의 대량 발생으로 메뚜기 동충하초의 발생이 늘었다고 했다.


티베트의 동충하초 기생 버섯균은 미국의 방제용 곰팡이와는 다른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장새롬은 할아버지 장영길과 김필립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김필립이 이 말을 듣자마자 재촉했다.

“시간을 지체할 일이 아닙니다. 어서 떠납시다.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필립의 강력한 권유로 세 사람은 장영길 우주선을 타고 티베트로 떠났다.


우주선의 출현으로 티베트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요즘 시대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김필립과 장새롬 그리고 장영길은 곧바로 생약제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곤충으로부터 유래한 동충하초가 많았다.

그중에서 규모가 큰 약재상에게 물었다.


“왕메뚜기 유래 동충하초가 있습니까?”

김필립이 현지어로 물었다. 오시리스에게 티베트어 구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첫 번째 약재상은 자기에게는 없고 저쪽 골목 끝 집에 가보라고 알려줬다.

“왕메뚜기 유래 동충하초가 있습니까?”

주인은 그것이 매우 귀한 약재라며 가게 안쪽 방에서 목제 상자 하나를 갖고 나왔다.


상자 뚜껑을 열자 그 안에 왕메뚜기 동충하초 5개가 있었다.

장새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것들은 언제 채취한 것들입니까?”

장새롬이 김필립을 통해서 다급하게 물으니 약재상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 동충하초가 필요하신가 보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3년 전부터 왕메뚜기 동충하초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병 때문에 오셨습니까?”

“아, 저희는 연구 목적으로 왕메뚜기가 필요해서 왔습니다.”

약재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허, 연구 목적이라면 이 물건은 비쌉니다.”

“하하 사장님이 장사를 잘하십니다.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습니다. 5마리 다 주십시오.”


갑자기 약재상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 물건은 매우 희귀해서 일 년에 서너 개 밖에 안 나와요.”

“그런데 앞으로 더 필요하시다면 더 구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희귀하다면서 어떻게 더 구할 수 있습니까?”

“특정 지역에서만 나오니까요, 이 물건을 찾기 위해서 한 달에 두 번씩 산을 훑어야 일 년에 서너 마리 구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귀하지요.”


“그런데 이 물건의 약효는 대단하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그곳에 가면 왕메뚜기 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이요?”


세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새로운 실마리가 잡힐지 모르겠다는 예감을 세 사람은 동시에 느꼈다.


왕메뚜기 동충하초 가격을 넉넉히 쳐 준 덕분에 왕메뚜기 신이 있는 장소를 소개받았다.

일행은 현장에 도착해서 미리 연락받은 현지인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갔다.


나무가 거의 없는 고산지대 언덕 중간에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 밑에서 희귀하게도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의 키는 5m 정도에 불과했지만, 상당히 오래된 고목 같았다.

밑동의 직경이 족히 1m는 되어 보였다.


현지인은 그 나무 아래에 이르러서 손을 모아 연신 절을 했다.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으로 거대한 언덕이 있고, 그 언덕에 나무라고는 이 한 그루뿐이었다.

게다가 집채만 한 바위를 배경으로 분위기가 제법 신비스러웠다.


현지 안내인이 일행을 나무 뒤편으로 안내했다.

“아니?”

순간, 일행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 크기의 거무튀튀한 메뚜기가 나무 둥치에 붙어 있었다.

더욱 괴기한 것은 머리 부분을 뒤로 젖힌 상태에서

입으로 잔뿌리 같은 물체가 무수히 올라와 있었다.


장새롬은 끔찍한 광경에 눈을 외면했다.

그러나 김필립과 장영길은 그 괴기한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럴 수가.”

“장 박사 이것은 엑소스켈인이에요.”

김필립이 침착하게 말했다.


“네? 뭐라고요?”

장새롬은 다시 한번 더 놀랐다.


“엑소스켈인이 이렇게 생겼어요?”

김필립이 고개만 끄떡였다.


“이것으로 메뚜기 떼의 배후 문제가 풀렸습니다.”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장영길이 동의했다.


“이곳의 동충하초 균에 엑소스켈인들이 감염되어 사망한 것 같습니다.”

“왕메뚜기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데도 지구인에게는 해가 없는 것 같고요.”

장새롬이 조용하면서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새롬은 건조된 엑소스켈 인에 대한 사진을 꼼꼼히 찍고 균사체를 채취했다.

“왕메뚜기 뿐 아니라 엑소스켈의 침공에 대비할 수 있는 치명적 대비책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장새롬이 담담하면서도 굳은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지구 연도 2084년 9월 1일, 장새롬 박사는 티베트에서 채취한 왕메뚜기 샘플을 이용해서 다양한 연구에 몰두해 있었다.

우선은 왕메뚜기를 감염시킨 동충하초 균과 엑소스켈인을 감염시킨 균이 동일 균임은 확인했다.


그리고 이 균이 인간에게는 무해함도 확인했다.

장새롬은 일단 이 균의 이름을 T2084로 명명했다.

따라서 지금은 이 균을 대량 증식하는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신경 세포 전문가인 장새롬 박사의 이러한 연구 성과와 의견은 장진수 박사를 통해서 지구방위사령부에 전달되었다.

지구방위사령부에서는 비밀리에 장새롬 박사를 초청하여 설명을 들었으며 장새롬 박사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학문적 연구보다도 당장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가 우선이었다.

티베트 동충하초 균을 배양해서 양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메뚜기 군집에 살포해서 왕메뚜기를 잡는데 최우선으로 적용하기로 관계기관과 협의가 되어 있었다.


2084년 9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엑소스켈 우주 함대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언비어 같은 소문은 많았지만, 이번에는 관측을 했다는 식이었다.

이 모든 소문의 밑바닥에는 메뚜기 떼에 대한 공포 심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9월 15일, 금요일의 뉴스는 실제 상황이었다.

지구방위사령부에서 미상의 우주 함대가 지구 태양계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는 공식발표를 했다.


김필립이 제일 먼저 장영길에게 전화를 했다.

“장 대사님,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우리를 따라온 건지...”

“마침내 최후의 일전을 해야겠습니다.”


“전쟁이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 게 좋겠지만, 참 끈질긴 악연이군요.”

장영길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진수 박사로부터 우주 에너지 연구소에 모두 모여 회의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태양계 외곽을 순찰 중이던 지구 구축함에서 오르트 구름대 내부로 들어온 엑소스켈 함대를 발견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매우 우려스러운 점은 2기의 우주 전함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형이랍니다.”


“그렇다면, 이놈들이 중력장 집속포에 대비를 한 것 같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력장 집속포의 한계를 찾아냈군요.”

장영길의 말에 장진수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시각 엑소스켈 함대에서 니꾸세 사령관과 나세르 장군이 침공계획을 협의하고 있었다.

니꾸세의 부관이 메모를 전달했다.

“지구에 난리가 났답니다.”


“얼마 전 우리도 관측했던 지구 구축함이 엑소스켈 함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했답니다.”

“그래서 난리가 났는데 이것을 우리 지구 침투조가 정보를 수집해서 보내왔습니다.”

니꾸세가 자랑하듯이 나세르에게 말했다.


“지구 침투조가 얼마나 들어가 있습니까?”

“4개 팀이 들어갔는데 현재는 3개 팀만 운용 중입니다.”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지구의 정보 통신망을 일거에 정지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그 작업을 위해서, 자체 발전 조직을 갖고 있는 사이보그 곤충을 조직화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오시리스 곤충입니다. 하하하.”

“갈릴레이에서는 인간을 이용해서 사이보그를 만들었지만 우리 엑소스켈에서는 곤충으로 다양한 사이보그를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보그 곤충들이 우리의 지시에 따라 일거에 공격을 가할 것입니다.”

“엑소스켈에는 독특한 무기체계가 있군요.”


“그런데 지금 케플러 기지에서 활동하는 것은 감청 목적의 로봇 곤충입니다,”

이 말에 나세르는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케플러 기지에서 밤방이 하는 일이 감청과 도청이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개 팀이 연락 두절 상태라 이게 걱정입니다.”

“공격 전에 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실수가 없겠군요.”

“그렇지요.”


“어쨌든 우리의 사이보그 곤충의 개체 수를 늘리면서 공격능력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부수 효과로서 지구의 기후 온난화를 가속 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합니다. 하하, 하하.”


“나세르 장군께서는 지구 공략 수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들의 의지를 꺾어 놓는 작업을 먼저 해야겠지요.”


“그리고 이 전쟁은 행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전쟁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초기에 주요 거점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승기를 잡아야겠지요.”

“동감입니다. 나세르 장군께서 케플러 기지 점령 작전 때 하신 것처럼 대규모 전투를 회피하면서 승기를 잡아야 합니다.”


“대규모의 소모전 내지는 지구전이 된다면 우리에게 절대 불리합니다.”

“지금쯤 지구인들은 우리의 곤충 사이보그로 인해서 서서히 공포심을 느끼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러나 전쟁에서 공포는 어느 한쪽 편에게만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다.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것보다 공포를 이겨내는 능력이 전쟁에서는 더 중요할 수 있다.

화면 캡처 2024-09-21 10433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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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감사했습니다. 24.06.09 20 0 -
» 제57화 공포의 정체 24.09.20 12 0 11쪽
57 제56화 테라포밍 24.09.13 16 0 10쪽
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7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7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19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8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1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3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2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4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5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4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3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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