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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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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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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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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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DUMMY

아버지 장영길이 말했다.

“너를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꿈만 같구나.”

장영길의 얼굴에는 감격스러움이 역력했다.


“길은 잘 찾아왔니?”

“네, 어렵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실 같은 분위기의 거실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사뭇 젊어 보여서 장진수는 어색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장영길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천문대에 근무한다니 참, 훌륭한 사람이 되었구나.”

“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아주 멀리 여행을 다녀오셨다고요?”

“음, 미처 너에게는 설명하지 못했구나.”


“그럼 어떤 별에 다녀오시기라도 하신 것인가요?”

“음, 우선 차나 한잔하며 차근차근 이야기 하자구나.”


긴장한 장진수의 목소리에는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장영길은 생각보다 경직된 장진수에게 온화한 자세로 천천히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준비하는 동작 사이사이에 장영길이 말을 이어갔다.

“갈릴레이 행성은 지구에서 10광년 떨어져 있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케플러 우주 기지이고 지구에서 거리는 2 광년이다.”

“네?”

장영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체물리학자인 자신이 광년 단위의 거리가 얼마나 머나먼 거리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거리를 오고 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조차 의문스러웠다.


“케플러 우주기지는 갈릴레이 행성에서 건설한 기지이고.”

장진수는 지금의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면 2광년 거리를 18년 만에 다녀오셨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나의 우주선의 최고속도가 그 정도라서.”

장진수는 이 말을 지금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시간에 비해서 나의 모습이 어머니보다 안 늙어 보일지도 모르겠구나. 허허.”

장진수는 충격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장진수 자신이 어린 나이에 겪었던 미루나무 가지 끝과 파란 하늘이 대비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득히 먼 곳으로 자신이 소멸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장진수는 무슨 말인가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지구인이세요? 아니면 갈릴레이 행성인이세요?”

이번에는 장영길의 손끝이 잠시 흔들리는 것 같았다.


“제일 어려운 질문을 하는구나.”

“네가 천체물리학 전공을 했으니 내가 하는 설명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장영길은 이렇게 말하고 잠시 깊게 숨을 내뱉었다.


“나는 원래 지구인이다.”

장영길이 결론적인 설명을 먼저 했다.


“그 당시에도 갈릴레이 행성에는 시간 비행이 가능한 우주선이 있었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 연도 1442년에 나는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지구에서 갈릴레이 행성으로 가게 되었던 것이란다.”

장진수는 아버지 장영길이 지구인이라는 말에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장영길의 믿기지 않는 말에 저항감을 느끼면서도 강한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에 있던 분노가 호기심으로 덮이고 있었다.


“우리도 아직까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갈릴레이 행성의 기술은 포토니움을 이용해서 물질과 반물질의 반응을 발생시키고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포토니움이라면 제가 얼마 전에 관측한 그 물질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그래, 아마도 네가 관측한 불빛이 어쩌면 나의 우주선에서 나온 빛일지도 모른다.”


“네? 이럴 수가? 아니 그럼, 그 내용은 또 어떻게 알고 계신 것이지요?”

장진수가 놀라면서도 논리적 충돌 점을 물었다.

“내가 너의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미안하다. 너의 계정을 해킹했구나.”


“그럼, 그날 밤 천문대에 침입한 괴한이...”

“맞다.”

장진수는 이해하기 힘든 일에 빨려드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아버지는 지금 몇 세이신 것이죠?”

장진수가 어렵게 물었다.


“우리에게 나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단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글쎄다, 어차피 알아야 할 일이니 포토니움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나에 관한 설명부터 하도록 해야겠다.”


“사실 나는 지구인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결합형 인간이다.”

“갈릴레이 행성의 현재 상황이 이렇게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장영길이 하기 힘든 말이지만 어렵사리 털어놓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상황인가요?”

“결합형 인간이라니요? 무엇을 뜻하는 것이지요?”

장진수는 놀라움과 호기심이 가득해서 물었다.


“갈릴레이 행성은 엑소스켈 행성과 오랫동안 전쟁을 치루고 있어서 현재 갈릴레이 행성의 인구수는 약 500만 명밖에 남지 않았다.”

“엑소스켈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단의 방법이 필요했다.”


“최소한의 전투 병력을 확보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인구 증가를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체 방안으로 여러 형태의 사이보그적 삶이 생기게 되었구나.”


“나는 의사결정 구조는 현재의 지구에서 말하는 강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인공 지능이 작동하는 신경망은 지구로부터 유래된 나의 신체 기관 및 조직과 완벽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인간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후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나는 너의 어머니를 사랑했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가족을 이루게 된 것이다.”


장진수는 말을 잊은 사람처럼 장영길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말은 장진수의 마음속에 큰 위안을 주고 있었다.


장영길은 하기 힘든 말을 하느라고 다시 크게 숨을 몰아쉬면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진수야, 내 얘기 듣느라고 힘들지 않니?”

“지금의 너에게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 설명일지도 모르겠다만 엄연한 사실이다.”


“네, 너무 놀랍고, 긴장되기는 합니다.”

장진수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사이보그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결합형 인간이란 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개념이었다.


장진수로서는 묻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인 장영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저기, 그럼,”

“인공 지능과 인간의 의식의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갈릴레이 행성의 과학 기술 수준은 지구보다 높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장진수는 인공 지능에 의식이 있느냐는 말을 돌려서 물었다.


장진수는 더듬거리며 힘든 말을 꺼냈다.

이것은 장진수 자신의 정체성과도 관련되는 결정적인 부분이었다.


“흐음, 그래, 나의 인공 지능은 계속해서 스스로 발전한단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는 이미 지구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부분이 많다.”

장영길도 그의 아들이 이 부분에 관해서 관심이 크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인공 지능은 기본적으로 나의 신체와의 연결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 것을 의식이라고 할 수 있나요?”

장영길은 그의 아들이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음, 그래. 나에게는 신체와 연결된 두뇌 신경망이 있고 이 신경망을 다시 관리하는 별도의 관리 신경망이 있어서 두뇌 신경망과 신체 전체를 관장하는 다중 구조이다.”

“마치 인체에 교감신경망과 부교감신경망이 있는 구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신경망을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능력은 계속 순환적으로 발현되고 신체로부터의 신호와 결합해서 나의 최종적인 의식을 결정하고 있지.”

“아마 이런 다중 구조가 나의 의식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의 생체 뇌에는 별도로 의식을 만드는 기관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하등 생물들과 다르게 의식을 갖고 있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갈릴레이 행성은 과학기술이 지구보다 더 발전되어 있어서 더 개선된 의식체계의 발현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구조적으로는 인간 두뇌의 작용과 비슷한 것도 같군요.”


“계속 질문드리기 죄송하기는 합니다만.”

“아니다. 무엇이든지 더 질문해도 좋다. 특히 오늘은.”

“그러면, 아버님의 인공 두뇌의 파라메타는 어느 정도 규모에서 사용하시나요?”


“좋은 질문이다.”

“우리의 두뇌가 사용하는 파라메타는 대략 10조 단위인데 우리가 혁신적인 점은 이런 규모의 파라메타를 사용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서 보통 인간들의 식사량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이란다.”


“네? 정말이요? 와 그 정도라면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필요했을 텐데요, 그 정도면 이미 인간의 레벨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인데요.”

“그렇다고 우리가 신은 아니란다. 그냥 인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나 할까.”

장진수는 지금 장영길의 설명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단지 개념적으로 이해는 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나 자신도 기묘한 구조라고 생각은 하는데 엑소스켈 행성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갈릴레이 행성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존재들이 필요했다.”


“엑소스켈인들은 강력한 신체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갈릴레이인들도 신체 일부분을 로보틱스화 해야 했고 여기에 순간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인간의 뇌가 필요했고, 우리는 우리의 뇌를 기꺼이 제공했다.”


“이런 사이보그를 갈릴레이 행성에서는 아피스라고 부른다.”

“아피스는 순간적인 판단이 빠르고 놀라운 신체 능력을 갖고 있는 슈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

장진수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요즘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아피스로 전환하는 갈릴레이인들도 많아졌다.”

“그러면 아피스로 전환하고 남은 신체 부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장진수의 질문이 날카로웠다.

이제는 장영길 스스로 자신이 결합형 인간임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의 아들인 장진수가 장영길의 도전적 시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화면 캡처 2024-09-21 190058.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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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8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7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7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7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7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7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19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19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0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8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19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7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19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19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19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2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1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1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3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1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0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2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3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2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3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4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4 0 10쪽
»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8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4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3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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