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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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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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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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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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더듬이

DUMMY

2055년 8월 18일 천문대에서는 내부 발표회가 열렸다.

장진수의 포토니움에 대한 발표는 천문대 내부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대호평을 받았다.

모두가 놀랍고, 수학적 접근이 매우 창의적이며 아름답다는 평까지 나왔다.


한편으로는 내부적인 검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소백산 천문대에 대한 자부심을 높인다는 대세에는 영향이 없었다.


김필립 부장 또한 속으로 훌륭한 성과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장진수의 수학 능력이 갑자기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누구든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렇게까지 이론을 전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표회 다음 날 김필립은 장진수에게 내부망을 통해 전화를 걸었다.

“장 박사, 이번 주말에 약속 없으면 내 집에서 점심이나 같이 합시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이 너무 좋아서 내가 맛있는 점심 한번 대접할게.”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토요일 8월 21일 12시경 우리 집으로 오세요. 주소는 문자로 보내지요.”


장진수는 갑작스런 초대가 의아스러웠지만, 직장상사의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김필립 부장에 대한 의심과 최근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저녁 식사 후에 한소희는 장진수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아범아, 오늘 TV를 보니까 8월 30일에 유엔 본부에 우주선이 오기로 했다며?”

“그 우주선에 아버님이 타고 가시는 것이니?”


“네, 한국 TV에서는 이제야 다루기 시작했군요.”

“너는 벌써 알았다는 말이구나.”


한소희는 이미 장영길이 갈릴레이 행성의 대사로 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아들이 이 일에 관련되어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8월 21일 세상은 서서히 뉴욕 유엔 본부에 우주선이 과연 나타날 것인가에 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


장진수는 시간에 맞춰 영주 집을 나섰다.

듣던 대로 김필립의 집은 현대적인 디자인의 4층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옥상에는 천체 관측이 가능한 구조물이 있었고 3층과 4층은 통으로 열린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웬만한 스포츠는 건물 내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높은 층고에, 남쪽으로는 외부로 개방한 시원한 공간이 있었다.


장진수는 건물 외관 구경을 마치고 대문에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김필립 부장이 맞아주었다.


“어서 오시게.”

“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초현대적인 실내 분위기에 장진수는 약간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저, 이건 저의 집사람이 준비한 영주 사과입니다.”

“아, 뭘 이런 걸, 사과는 단양도 좋은데 오늘은 영주 사과를 먹어볼까? 하하하.”


“집이 정말 좋습니다.”

“음, 내가 혼자 살다 보니 이런저런 취미 활동을 하려다 좀 커졌어. 조상님 덕도 좀 보태서 말이지.”


장진수는 거실에 앉아서 집안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거실 장식대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혼천의가 보였다.


“이 부장님께서는 천문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거실에다가 혼천의를 두신 걸 보니까요.”

“아, 그런가? 사실 내가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사실 이 혼천의 때문이기는 하지.”


“혼천의와 어떤 사연이 있으신가요?”

“하하 아니야, 그냥 개인적인 관심사일세.”


두 사람은 거실에서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간단한 채소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자, 여기 앉아요. 내가 혼자 살아서 음식이 변변치는 않아요.”

“우선 샐러드부터 먹어봅시다.”

“이 버섯이 아주 귀한 것인데 향이 아주 좋지. 자, 들어봐요.”


장진수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버섯이었다.

귀한 버섯이라니 조심스럽게 먹어보았다.


“아, 정말 독특하고 귀한 것 같은 느낌이 나는 향기와 식감입니다.”

“이 버섯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그게 좀 멀리서 와서 여기서는 이름이 없는데, 채취를 잘해서 모양이 좋지?”

김필립은 이어서 소고기 냉채와 불고기를 내놓았다.


“나는 술을 안 하는데, 우리 장 박사도 운전을 해야 하니 술은 권하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덕담을 나누며 다양한 요리와 유쾌한 기분을 이어갔다.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김필립 부장이 장진수에게 업무 이야기를 꺼냈다.

“장 박사가 발표한 포토니움에 관한 내용은 시기적으로 봐서, 바로 외부에 보도자료를 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장 박사는 어떻게 생각해요?”


“감사합니다만 좀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논란이 될지도 모르겠고요.”

“학문적 논란이야 피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데 나는 장 박사가 이렇게 수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줄은 몰랐어요.”


“내가 보기에 연구 스타일이 좀 바뀐 것 같은데 무슨 계기가 있었나?”

김필립 부장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의외의 순간에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필요는 없었다.


김필립 부장 또한 예리한 감각으로 말을 돌렸다.

“자, 우리 자리를 옮겨서 차나 한잔 합시다.”


두 사람은 거실로 자리를 옮겨서 창밖의 경치를 보며 차를 마셨다.

“이곳은 참 아늑하면서도 앞이 탁 트여서 경관이 훌륭합니다.”

“민가와도 떨어져서 한적하기도 하고요.”


“고맙네. 여기에 자리 잡기까지 아주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

“그리고 마침내 이곳을 발견하셨군요.”


“하하, 그렇지.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괴비행체를 보았다는 소문이 돌아다니던데 장 박사도 들었어?”


“그런가요? 저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음, 그렇군. 밖에서는 시끄럽던데. 정말로 연구에만 집중하는가 보군.”

김필립 부장의 표정에는 장진수의 안색을 살피면서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오늘 음식은 입에 맞으셨나 모르겠네.”

“아주 맛있었습니다. 버섯 향은 오랫동안 기억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날의 점심 초대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장진수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며 끊임없는 의심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이날의 대화 내용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토막, 토막 숨겨진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


김필립 부장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 포토니움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었느냐는 것과

우주선 즉 괴비행체에 대한 정보를 탐문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김필립 부장이라는 사람 또한 이번 일에 대하여 깊이 관련된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영주시의 집에 도착하도록 장진수에게 뚜렷한 결론이 떠오르지 않았다.


장진수는 집에 도착해서 자신의 서재에 앉아 포토니움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가라앉혀야 했다.


장진수는 장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어쩐 일이니?”


“네, 오늘 김필립 부장의 집에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그래? 매우 특이한 일이구나. 혼자 갔다는 말이지?”

“네.”


“김 부장은 마치 제가 하는 일과 맥락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어떤 일과 대화가 있었기에 그런 느낌을 받은 거니?”

장진수는 오늘의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장영길에게 말했다.


“흠, 의심이 갈 만 하구나.”

“그렇지만 네가 잘 대처를 한 것 같다.”


“사실 나도 저번에 나의 우주선에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식별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구에 나 말고도 다른 우주선과 우주인이 암약 중이라는 말이 되는데...”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점심 식사 중에 이름도 모르는 귀한 버섯을 먹었다고 했지?”

“네, 처음 먹어보는 버섯이었는데 맛과 향이 정말 좋았습니다.”


“우연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한 느낌이 든다.”

“갈릴레이 행성의 사람들은 원래 향기 좋은 버섯을 매우 귀중하게 여긴단다.”


“그럼 아주 오래전부터 갈릴레이 사람이 지구인을 가장해서 살고 있었다는 말이네요.”

“그럴 이유가 있었나요?”


“아버님은 그동안 포토니움을 채굴하셨고, 지금은 갈릴레이 행성을 대표해서 대사로서의 업무를 준비하고 계시지만.”

“그 외에 다른 목적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다른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지.”


전화를 끊고 장영길은 아주 오래전 인도네시아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나이가 많아 보였던 승려의 말은 우주선을 보았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장영길 말고도 다른 우주인이 오래전부터 지구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는 게 된다.


김필립이라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데, 포토니움에 관련된 연구에 관심이 많을까.

그리고 우주선의 존재에 대하여도 관심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면 김필립은 이미 포토니움과 우주선에 대하여 알고 있고, 또 다른 목적을 갖고 활약을 하는 중이며, 어떤 형태로든지 장영길이 하는 일에 관련된 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갑자기 장영길은 장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모르니까 너의 차에 가서 위치추적기가 부착되어있는지 검사해야겠다.”

“아, 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장진수는 급히 자신의 차로 가서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트렁크 아래쪽의 구석에서 조그만 위치추적기를 발견했다.


그러나 추적기를 떼어내지는 않았다.

이미 추적기를 확인한 이상, 이 사실을 모르는 상대방을 역으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진수는 다시 장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위치 추적기가 트렁크 안쪽에 있었어요.”

“그랬구나. 일이 점점 복잡해지는데.”


“위치 추적기를 떼어내지는 않았고요, 역으로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다.”


“너는 김필립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 것으로 생각하니?”

“잘은 모르겠는데요, 하여간 유능하지만, 여러모로 수상합니다.”


8월의 무더위가 작렬하고 있었다.

8월은 무더위 가운데 온갖 벌레들이 더듬이를 세우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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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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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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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5화 배신자 24.06.01 20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9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21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8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20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21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21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3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2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4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2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1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4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4 0 10쪽
» 제19화 더듬이 24.05.17 25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5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6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4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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