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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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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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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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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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프로메테우스

DUMMY

김필립은 차를 한 모금 머금고 창밖의 가을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나간 세월의 그림자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감회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는 듯이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 생원이라는 사람을 기억하십니까?”

“아니요.”


“전해 들은 이야기가 없으시군요, 그렇겠지요.”

“흠, 장영실 아피스라는 사람은 그럴 사람이었습니다. 원칙주의자랄까요.”


“제가 조선의 세종대왕 때 장영실을 갈릴레이 행성으로 데리고 간 김 생원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저의 임무는 지구에서 우수한 인간을 갈릴레이 행성으로 데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네?”

“그 당시 갈릴레이에서 장영실 아피스와 장영길 오시리스는 촉망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장영길 오시리스는 지금처럼 갈릴레이를 대표하는 대사가 되었습니다.”


장영길은 칭찬에 다소 불편한 느낌이었지만 조용히 그다음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장영실의 기억은 장영실 아피스에게로 이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오시리스인 당신은 그 이후부터의 기억과 정보를 축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우선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장영길 대사님, 지금이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장영실 아피스도 그렇게 당했습니다.”

“지금 장영길 대사님의 상황은 당시의 장영실 아피스와 매우 유사한 상황입니다.”


“나세르 함대 사령관은 목표달성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아피스입니다.”

“즉, 장영길 대사께서는 납치 내지는 암살의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장영길 대사는 새로운 과거 사실을 접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결코, 이럴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장영길 대사님이나 장진수 박사를 함대로 초청한다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만, 김 생원이라는 분은 어떤 사람입니까?”


“저는 장영실 아피스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갈릴레이를 탈출했습니다.”

“제가 지금 타는 우주선은 당시에 장영실 아피스가 타던 우주선입니다.”


“자, 제가 직접 보여드리지요.”

그러면서 김필립은 장영길을 3층으로 안내했다.


3층과 4층이 터져서 층고가 높으며 남쪽 벽은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갈릴레이의 구식 우주선이 주기되어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그렇군요, 저의 우주선에 가끔씩 포착되던 우주선이 바로 이것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저 또한 당시 장영길 대사님의 우주선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우주선을 타고 퓨지티 행성으로 숨어들었지요,”

“그렇지만 아피스들의 추적을 따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지구로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포토니움의 확보를 위해서 인도네시아를 자주 방문했고,”

“거기서 바로 오늘의 대사님, 장영길 오시리스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퓨지티 행성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그것은 그들이 대출력의 포토니움 엔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장영길 오시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영실 아피스도 훌륭했지만, 장영길 오시리스 또한 전문성이 뛰어난 능력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포토니움 엔진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은 당신의 고도 신경망을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그 어떤 오시리스보다 탁월합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의 자의식을 완성했습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끊임없이 인식하면서 마침내 자아를 완성했습니다.”

“당신은 사랑을 느끼고 지구의 여인과 결혼을 했고, 아들 장진수를 낳았습니다.”


“당신은 이미 완성된 인간이며 어떤 면에서는 아피스보다 우월합니다.”

김필립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장영길은 혼란스러웠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미래에 대한 욕망, 그리고 아피스에 대한 열등감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제 퓨지티의 오시리스들은 장영길 당신을 능력자로 받아들이고자 할 것입니다.”

이 말에 장영길은 김필립을 응시했다.


“그 말씀은 좀 위험한 말씀입니다.”

“과한 표현이었다면 죄송합니다.”


김필립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을 맞아 숨겨왔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장영길 또한 그의 짝 장영실 아피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인식의 공백을 메웠다.

이 순간 장영길이 느끼는 감정은 놀라움과 분노였다.


장영길의 신경망에서 아피스에 대한 열등감이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장영실 아피스에 대한 상실감이 분노로 변하고 있었으며

그의 아들 장진수에 대한 위협은 더 큰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제 장영길은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필립 부장님 오늘 말씀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더 빨리 만났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라도 만났으니, 이제부터는 아피스에게 더이상 당하지 말아야지요.”


“네, 유의하겠습니다.”

“조만간 또 만날 일이 생길 것으로 생각합니다.”


“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휴대전화의 번호를 교환했다.


죽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영길은 장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진수는 이미 모처에서 보호를 받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진수야, 우리 가족의 일이 세상에 공개돼서 힘들지 않니?”

“네, 좀 그렇지만 충분히 각오하고 하고 있던 일이니까요.”


“오늘 김필립 부장을 만났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인연이 닿아 있던 사람이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음 할 말은 많은데, 차츰 이야기하도록 하고, 앞으로도 갈릴레이 함대의 나세르 사령관의 말을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네, 그런데 왜 그런가요?”


“납치 같은 좋지 못한 의도를 갖고 있다.”

“그렇군요, 저 역시도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장영길은 김필립과의 만남 이후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많아졌다.

갈릴레이 대사로서의 업무에도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즐거운 일보다는 괴로운 일이 더 많았다.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내일 나세르 장군의 대사관 방문 일정에 관한 보고가 들어왔다.

피할 일이 아니었다.

또는 새로운 돌파구가 나올 수도 있었다.


다음 날 나세르 장군이 대사관을 방문할 때는 부관이 먼저 와서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들어왔다.

“장영길 대사님 오랜만입니다.”

“네, 여기 앉으시지요.”


“오늘은 내가 대사께 중요한 말을 하겠습니다.”

“지난 얼마간 지구의 여러 나라를 돌아보았습니다.”


“갈릴레이와 지구의 관계가 이만큼 발전한 데에는 대사의 공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장영길 대사가 이 지구에 포토니움 엔진에 관한 기술을 전파한 것은 우려스러운 면도 있지만 어쨌든 신의 한 수였습니다.”


“지구에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 성과의 대표 사례가 중력장 집속포의 개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 성과를 갈릴레이 행성에 그대로 보고할 것입니다.”


“장 대사께서도 아시겠지만, 우리 갈릴레이에는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갈릴레이 사람 가운데 프로메테우스가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지요.”

“혹시 장영길 대사와 장진수 박사가 우리 갈릴레이 행성의 프로메테우스일지도 모르지요.”


“지나치신 말씀입니다.”

장영길은 이 말이 회유책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장진수는 절대 갈릴레이 사람이라는 말뜻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두 분을 갈릴레이 행성으로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만 급히 서두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영길은 외교관다운 유연성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곤란한 일은 장진수는 지구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장진수는 이미 지구방위사령부에서 보호하고 있어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장진수의 아버지인 장영길 대사님도 만날 수 없지는 않겠지요.”

“아닙니다. 저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어허, 곤란한 일이 발생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남기고 나세르 장군은 대사관을 나갔다.

그의 마지막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장영길로서도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토끼굴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


2066년 10월 29일 금요일 오후 3시, 장영길은 서둘러 사무실 책상을 정리했다.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가 지금 바라는 것은 죽변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것이었다.

죽변까지 가는데 그의 우주선이라면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이번에는 장영길이 김필립을 죽변의 집으로 초대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의 집은 누추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어제 나세르 장군이 대사관에 다녀갔습니다.”

“그랬군요.”


“집요하게 저와 장진수 박사를 데리고 갈릴레이로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뭐라 하던가요?”

“곤란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경고성 발언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겠습니다.”


“장 대사님,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피스의 행동 패턴입니다.”


“결국, 지구에는 숨을 곳이 없습니다.”

“저와 함께 일단 퓨지티 행성으로 가시지요.”


“당장 오늘 저녁에라도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해두십시오.”

“장진수 박사에게는 당분간 못 볼 수 있다는 말을 남기시고요.”


“저도 이 길로 떠날 준비를 하겠습니다.”

“저들은 벌써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필립이 떠나고, 저녁 무렵 장영길은 장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 녹음을 남겼다.


“진수야 몇 년간 지구를 떠나 있어야겠다.”

“신상에 위험이 닥칠 것 같구나. 부디 몸조심하고 건강하게 만나자.”


“그리고 김필립 부장은 퓨지티 행성에서 온 오시리스였고 현재는 나를 돕고 있다.”

“나, 즉 장영길 오시리스와 장영실 아피스에 관한 탄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김필립 부장의 도움을 받아 퓨지티로 간다.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저녁 뉴스에 긴급 속보가 떴다.

갈릴레이의 전투선이 지구 궤도에 대한 순찰 비행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시작되는 모양이군.”


김필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밤 새벽 1시에 출발해서 달 궤도에서 만나지요.”

“어쩔 수 없군요. 그렇게 하지요.”


두 사람은 위험을 동시에 감지했다.

오시리스와 아피스 사이의 메울 수 없는 불신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이제는 당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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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9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8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8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9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20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1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20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21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8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21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21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21 0 11쪽
»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4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2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5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2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1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4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5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4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5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5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7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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