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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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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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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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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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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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분노

DUMMY

갑자기 떠나는 일은 어려웠다.

자료를 정리하고 일부는 파괴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대사관에는 잠시 갈릴레이 행성에 다녀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아들 장진수에게 친필 편지를 남겼다.

모든 가족에 대한 인사말을 쓰면서 아쉬움과 답답함이 교차했다.


솔직히 이번 여행이 몇 년이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순간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사람은 장영실 아피스였다.

자신은 결코 그렇게 허무한 죽음은 당하지 않겠다는 적개심이 불타올랐다.

그동안 자신의 헌신에 대한 결과가 이렇게 귀결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그의 신경망에서 최우선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분노였다.

자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해 오던 장영실 아피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그의 신경망에서 반복되면서 끓어올랐다.


갈릴레이 행성의 아피스에 대한 증오심이 격렬하게 끓어올랐다.

그들은 앞에서는 오시리스들을 칭송하면서도 숨어서는 비하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오시리스들은 스스로 보람이라고 느끼면서 조용히 살아왔다.


장영길의 분노가 자신을 불사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의 신경망에서 일어났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공포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것 같기도 했다.

또는 자신의 신경망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포라는 의미를 발생시키는지도 모른다.


장영길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했다.

그리고 서서히 마음을 돌려서 창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를 느껴보았다.


이제는 식물들의 조용한 호흡조차도 그의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듯했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깜빡 잠이 들었다.

장영길의 신경망은 지난 일의 회상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는 못했다.


장영실 아피스와의 첫 대면과 교감.

한소희와의 만남과 결혼.

장진수의 탄생과 환희.


장영길의 신경망은 경험의 축적과 연결로 생각이 생겼다.

연결로부터 새로운 연결이 이어지며 새로운 생각이 일어났다.


새로운 생각은 다시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고 비교가 일어났다.

자신에게 가까운 생각을 찾아내고 바라보면서, 더 먼 생각도 알아챘다.


그 순간 자신의 몸이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꿈을 꾸고 있나 하고 생각했지만,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방 안의 모든 물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장영길의 신체도 침대의 쿠션 감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느꼈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허우적거리며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

이것은 반 중력장으로 자신을 감금하려는 갈릴레이의 공격이었다.

기습에 허를 찔렸다.


지금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김필립 뿐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저만치 떠있는 휴대폰을 잡았다.


전파는 반 중력장을 통과는 데 지장이 없다.

“여보세요, 제가 지금 갈릴레이 전투선의 반중력장에 갇혔습니다.”


“네, 저도 이미 갈릴레이 전투선의 접근을 감지해서 구조하러 가기 위해 이륙 중입니다.”

그리고 길게 느껴지는 약 40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반 중력장이 사라졌다.


예상치 못한 김필립의 우주선이 공격 자세로 접근하자 갈릴레이 전투선이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장영길을 체포하려는 갈릴레이의 반 중력장 공격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급하게 휴대폰이 울렸다.

“일단 갈릴레이 전투선이 물러났으니 지금 즉시 우주선을 이륙시키십시오.”

“네.”


지구 연도 2066년 10월 30일 새벽녘, 장영길은 급하게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죽변 해변의 봉평 해수욕장 주차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직 동이 틀려면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방파제 등대로 뛰어가며 송신기를 이용해 우주선의 이륙 버튼을 눌렀다.


김필립에게 무선 전화를 걸었다.

“죽변 앞바다에서 이륙하겠습니다, 엄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우주선이 바다로부터 떠올랐다.

지금이 갈릴레이 전투선의 공격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방파제 등대에서 장영길은 무사히 그의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장영길은 일단 마음이 놓였다.

우주선을 기동시키며 김필립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사히 이륙했습니다. 지구 무선 전화로부터 갈릴레이 통신으로 전환하지요?”

“좋습니다. 즉시 퓨지티 행성으로 이동하십시오, 저는 달 궤도에서 상황을 보겠습니다.”

퓨지티 행성이라는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갈릴레이 함대의 장영길 대사 체포 작전은 예상치 못한 김필립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나세르 사령관은 분노했다.


나세르 사령관은 의문의 우주선 고유신호에 대한 보고를 듣고 더욱 놀랐다.

그것이 실종되었던 장영실 아피스의 우주선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리고 곧 나세르 사령관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갈릴레이 함대 4번 전함과 5번 전함으로부터 총 8기의 전투선이 긴급 발진을 했다.

장영길은 그들의 예상되는 추격을 피하기 위해 태양 궤도의 뒤쪽을 이용했다.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서 가속하는 효과도 이용하고자 했다.


김필립은 달 궤도에서 갈릴레이 함대의 동태를 감시했다.

이런 날이 올 것을 예측했던 김필립은 다양한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갈릴레이 함대로부터 8기의 전투선이 출격하는 것을 탐지했다.


갈릴레이 전투선의 비행 방향을 보았을 때 창의적 선택이 가능해졌다.

김필립은 엑소스켈 우주 기뢰의 궤도를 계산해 보았다.

엑소스켈의 우주 기뢰는 해킹을 시도하는 순간 폭발하게 되어 있다.


엑소스켈의 우주 기뢰는 지구 전투선의 지속적인 반중력 작용을 받아서 지구 궤도로부터 멀리 밀려나 있었다.

현재의 위치는 달의 지구 공전 궤도보다도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갈릴레이 전투선과 엑소스켈 우주 기뢰의 최근접 지점을 계산해 보았다.


앞으로 30분 정도 후면 최근접 위치로 들어갈 것이다.

엑소스켈의 우주기뢰를 폭발시킨다면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는 어려운 거리이지만 통신 등 내부 시스템에 피해를 줄 수는 있다.

장영길은 이미 태양 궤도를 향해 반대편으로 가고 있었다.


김필립의 우주선도 우주 기뢰의 폭발에 노출되기는 하지만 거리가 충분해서 문제는 없다.

엑소스켈의 우주 기뢰를 해킹해서 폭발을 유도하기 위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마침내 엑소스켈 우주 기뢰 중 1기가 폭발했다.


핵폭탄의 엄청난 섬광과 막대한 방사선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갔다.

갈릴레이 함대는 엑소스켈의 우주 기뢰가 이렇게 멀리 밀려 나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핵폭발에 갈릴레이의 전투선과 우주 함대는 대혼란에 빠졌다.


갈릴레이 전투선들은 통신이 마비되어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갈릴레이 우주 함대는 엑소스켈의 기습 공격으로 오판했다.

그 사이 김필립의 우주선은 유유히 태양의 뒤편을 지나 퓨지티 행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김필립은 목성 궤도를 벗어날 즈음 장영길의 우주선을 호출해 보았다.

장영길은 이미 해왕성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장영길은 작전 성공을 축하하며 속도를 낮춰서 김필립과 편대 비행을 하기로 했다.


“창의적인 작전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사실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무선 침묵으로 갑시다.”

“네.”


갈릴레이 함대가 상황을 파악한 것은 장영길과 김필립의 통신을 감청하고 난 후였다.

나세르 사령관은 즉시 함대로 복귀했다.

장영길과 김필립의 우주선을 추격할 기회는 이미 놓쳤다.


지구에서는 갈릴레이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의심이 불거졌다.

대사관에서는 대사의 갈릴레이 방문으로 설명했지만, 나세르 사령관까지 갑자기 돌아간 것에 대해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는 가운데 유일하게 진실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장진수 박사였다.

장진수는 장영길의 친필 편지를 보고 놀랐다.

이제 다시 아버지를 보려면 다시 최소 십여 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갈릴레이의 원로원에서는 이미 장영길 대사에 대한 소환계획이 내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구에 대해서는 미래의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세르 사령관은 현지 책임자로서의 판단을 했던 것이었다.

조용하게 장영길 대사를 체포해서 자연스러운 갈릴레이 소환을 연출하려고 했었다.


갈릴레이 원로원은 장영길의 업무 처리에 대하여 불신이 있었다.

장영길이 지구인과 결혼해서 아들을 얻었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갈릴레이 행성에서는 오래전부터 프로메테우스 출현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있었다.


갈릴레이 행성의 인구 위기 상황은 신화 출현을 고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장영길 오시리스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제 장영길은 지구를 떠났다.


갈릴레이 함대의 나세르 사령관은 장영길에 대해서 노골적인 비난을 했다.

장영길은 결코 프로메테우스가 아니고 에피메테우스라고 주장했다.

나세르가 장영길을 비난할 주제는 얼마든지 있었다.


장영길은 지구로부터 멀어지며 분노에 빠져있었다.

퓨지티 행성은 지구로부터 2광년의 거리에 있다.

단지 갈릴레이의 케플러 우주기지와는 지구로부터의 방향이 다르다.


오르트구름 대를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는 거의 1광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곳부터는 태양계가 아닌 심우주이다.

장영길은 이제 우주의 외로운 존재가 되었다.


한소희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무량수였다.

영원히 사는 무량수의 존재가 장영길 자신일 수 있다는 말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이 말은 복수에 대한 욕망과 결부되고 있었다.


복수를 생각하지 않고는 지금의 분노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분노는 장영길의 신경망을 괴롭게 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 같았다.


장영길 자신은 갈릴레이에서 자신의 직분에 누구보다 충실했다.

그리고 그의 분신인 장영실 아피스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장영길은 자신의 신경망을 강화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포토니움에 대한 채광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포토니움에 대해서도 깊은 공부를 했다.

포토니움이 막대하게 포함된 2055GX1 소행성을 발견한 것도 장영길이었다.

장영길이 채굴한 포토니움의 양은 막대했으며 갈릴레이 에너지 총량의 1/5을 담당했다.


막강한 엑소스켈과의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지구와의 협력관계 구축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장영길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명상에 매달려 보았으나 돌아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뿐이었다.

장영길은 스스로 자신이 쇠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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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제57화 공포의 정체 24.09.20 12 0 11쪽
57 제56화 테라포밍 24.09.13 16 0 10쪽
56 제55화 공포 군무 24.09.06 16 0 11쪽
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8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8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8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20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9 0 10쪽
39 제38화 환생 24.05.28 20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8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20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20 0 10쪽
» 제33화 분노 24.05.25 21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3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2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4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2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1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4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3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5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6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4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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