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오시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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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로상일
그림/삽화
천슬로상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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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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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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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환생

DUMMY

김필립은 장영길의 신경망에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고 기다렸다.

신경망 회로가 다시 작동하는 신호가 진단기에 나타났다.


만약 장영길의 신경망에 다시 의식이 돌아온다면 일단 듣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분명히 신경망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었지만 어떤 의사 표현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사람들이 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또는 매우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몰랐다.


김필립은 장영길의 신경망이 깨어나길 사무실에서 기다리는데 연락이 왔다.

퓨지티 무역부의 설명에 의하면 갈릴레이의 무역상이 김필립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이었다.


김필립으로서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역부 직원의 안내로 손님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김필립 님, 이분은 갈릴레이에서 오신 아피스 쉬라힐리 님이십니다.”

“네, 쉬라힐리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김필립이라고 합니다.”

쉬라힐리는 지구 행성의 중동 지역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름이다.

“쉬라힐리 아피스께서는 갈릴레이의 성공한 무역상이십니다.”


“이렇게 물어서 찾아온 이유는 김필립 님께서는 지구에서 오랫동안 사셨다고 해서...”

“제가 갈릴레이에서 고가의 버섯을 취급하는 사람인데, 좀 구입할 수 있을까 해서...”


김필립이 보기에 이 사람은 전형적인 장사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네, 급히 떠나오느라고 많이 갖고 오지는 못했습니다.”


“아, 저런. 쉽지 않은 여행이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까 같이 오신 다른 분도 계시다고 들었습니다만...”

쉬라힐리가 당돌하게 치고 들어왔다.


“제가 모두 사드릴 수 있습니다만...”

김필립은 맥락 없는 말 가운데에서 이 자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 친구가 지금 좀 아픕니다.”

그 순간 우주선에서 위급 신호가 들어왔다.


“아, 쉬라힐리 님, 지금 제가 좀 바쁜데 나중에 뵐 수 있을까요?”

“아, 네, 그렇게 하십시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김필립은 급하게 우주선으로 달려갔다.

장영길의 신경망에서 간격을 두고 격렬한 신호가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전기 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신경망의 전기 신호가 서서히 정상 범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필립은 신경망과 연결된 된 마이크를 잡아들었다.

“장영길 님 저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김필립의 목소리에 신경망의 전기 신호가 반응하는 것이 보였다.

“장영길 님이 지금 말을 하시면 제가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장영길 님은 자연사 직전의 상태에서 잠시 전기 에너지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장영길 님의 아드님인 장진수 박사와 상의해서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장영길 님의 생명을 연장했습니다.”

장영길의 신경망에서 작은 신호가 나타났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아, 돌아오셨군요.”


“지금 계신 곳은 장영실 아피스가 사용하던 우주선 안입니다.”

“장영길 님의 신체에 있는 생명유지 장치는 작동을 멈췄습니다.”


“우리 오시리스들은 감정적 소모가 커지면 생명이 단축되게 됩니다.”

“제가 지구를 떠나기 전 장영길 님에게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미안합니다.”


“그렇군요.”

“왜 나를 살렸습니까?”


“정확히 말한다면 아직 살았다고 하기에는 모호합니다만.”

김필립은 대답을 못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소멸의 길로 가지 못한 것이 불만스럽군요.”


‘불만스럽다’는 말이 김필립의 뇌리에 꽂혔다.

평소의 장영길이 사용하는 언어와 거리가 있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괴롭습니다.”


“아마 전원공급이 차단된 동안에 일부 기억이 소실되면서 신경망의 연결이 손상된 듯합니다.”

“시간을 갖고 서서히 치유하도록 하지요.”

김필립의 말에 장영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단지, 계측되고 있는 신경망의 신호는 활발한 모습을 이어갔으며 간혹 강력한 신호가 나타났다.

그 신호가 어떤 생각을 의미하는지 김필립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신호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저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필립은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적극적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장영길을 살려내는데 자신의 의지가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영역이다.

의료라고 하는 사회적 합의 영역에서도 정당성은 중요한 문제이다.


장영길의 아들 장진수의 동의가 있었지만, 장영길 본인의 동의 여부는 불확실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오시리스 김필립은 장영길에 대한 치유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갑자기 장진수가 보낸 양자 정보 드론이 나타났다.

‘아버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부작용은 없습니까?’


김필립은 장영길의 신경망 신호를 저장한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평소 성격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소멸의 길로 가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불만도 표현했고,”

“생각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도 했는데, 신경망의 일부가 소실되어서 그런 것도 같네.”

“내 생각에는 당분간 대화를 통한 완화 효과를 기대하는데...”


“어는 정도 안정화가 되면 장영실 우주선과의 신경망 연결 확대를 시도하려고 해.”

“아마 이때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김필립이 이 말을 마치자 양자 정보 드론이 사라졌다.


*


쉬라힐리의 우주선은 화물선이라서 용적은 큰데 착륙 면적은 작고 높이는 크다.

원기둥 형태의 우주선에는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쉬라힐리는 여행 중 우주선을 숙소로 사용한다.


쉬라힐리는 자신의 우주선으로 들어가자마자 노트북 컴퓨터를 가동했다.

오늘 그가 김필립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잡힌 신호 기록을 살폈다.


신호의 고유번호를 확인해 보니 틀림없는 장영실 아피스의 우주선이었다.

이 우주선은 오랫동안 실종 상태였는데 지구에서 발견되었다는 나세르 함대로부터의 정보를 쉬라힐리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퓨지티 행성에서 오시리스 김필립과 같이 발견됐다는 것은 오랜 미제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잡힌 것과 같았다.


장영실 아피스의 실종은 매우 애통한 일로 기억되고 있다.

장영실 아피스의 우주선이 당시에 발견되었다면 그에 걸맞은 기록으로 그의 생애가 깨끗이 정리되었을 것이다.

쉬라힐리는 아피스의 자존심을 걸고 이 일을 파헤치고 싶었다.


쉬라힐리는 다양한 자료를 검색하고 검토한 끝에 지구 인간 장영실로부터 장영실 아피스를 탄생시키는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 당시 호칭으로 김생원이라는 오시리스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장영실 아피스의 파트너는 장영길 오시리스였다.


장영실 아피스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쉬라힐리가 지금 장영실 아피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어줄지도 모를 그의 우주선을 지척에 두고 있는 것이다.


다음 날 쉬라힐리는 다시 김필립을 찾아갔다.

“쉬라힐리입니다. 다시 왔습니다.”


“친구분께서는 좀 어떠십니까? 혹시 제가 도움이 될만한 일이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저의 우주선 안에는 별 게 다 있습니다.”


“혹시 친구분께서 어디가 아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냥 오시리스로서 수명이 거의 다 된 것 같습니다.”


“아, 저런. 그럼 친구분께서는 아마 600세 정도 되시나요?”

“관심은 감사합니다만 오늘은 이만...”


쉬라힐리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생각했다.

김필립 친구의 나이가 600세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필립은 쉬라힐리를 돌려보내고 장영길의 신경망을 보러 갔다.

“장영길 님, 김필립입니다. 지금은 좀 어떠십니까?”


장영길의 신경망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신경망은 분명히 반응하고 있었다.


“네,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는 시간을 갖도록 하지요.”

“나에게 마음이 있습니까?”

장영길의 신경망이 갑자기 말을 했다.


“네, 있습니다. 장영길 님의 신경망은 매우 완결성이 높은 다중구조의 신경망입니다.”

“지금 내가 느끼기에 현재의 나에게는 많은 의문점이 있습니다.”

“완결성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습니다.”


“어떤 의문을 갖고 계십니까?”

“내가 이렇게 살아간다면 나는 무엇입니까?”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싶으신 것인가요?”

“지금 내가 느끼는 불만 중 하나입니다.”


“제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장영길 님을 환생시킨 것은...”

“장진수 박사와 협의를 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이 말에 장영길 신경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이 우주선으로 퓨지티 행성을 한번 돌아보시겠습니까?”

그러나 장영길 신경망은 계속 말을 하지 않았다.


김필립은 이 오래된 우주선을 격납고로부터 끌고 나와서 비행을 시작했다.

퓨지티 행성의 초겨울의 풍경은 겨울의 정취로 아름다웠다.


1시간 정도 퓨지티 행성을 돌아본 후 귀환 길에 장영실 아피스의 묘지 상공에 이르렀을 때,

장영길이 갑자기 말을 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죽어야 합니까?”

“사람들은 자연사하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죽어야 하나요?”


김필립은 장영길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신경망에서 가끔 나오는 거친 신호들은 그의 심각한 불만 또는 불안에 기인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의 일단을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차츰 장영길 님이 자신의 의지대로 무슨 일이든지 하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본인의 신경망이 복구되었다고 판단되실 때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장영길 님의 신경망과 이 우주선의 거대 신경망을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그 안에서 장영실 아피스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장영길 신경망은 미처 이 사실을 몰랐던 것 같았다.


비로소 김필립은 장영길의 신경망이 자의식을 확인한 신경망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우주선의 거대 신경망 안에서 장영실을 만날 수도 있다는 말에 미래에 대한 의지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김필립은 장영길과 나눈 대화의 동영상 기록을 별도로 저장했다.


쉬라힐리는 김필립의 사무실에서 멀찍이 떨어진 위치에 숨어서

우주선의 비행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그에게는 지금 아피스 특유의 거친 욕구가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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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54화 인공신경망 곤충 24.08.30 29 0 12쪽
54 제53화 지구를 향해서 24.06.08 22 1 11쪽
53 제52화 증오 24.06.07 18 0 10쪽
52 제51화 케플러 기습 작전 24.06.06 21 0 11쪽
51 제50화 미끼 24.06.05 18 0 11쪽
50 제49화 발판 24.06.04 18 0 10쪽
49 제48화 생태계 24.06.03 18 0 10쪽
48 제47화 생각하는 존재 24.06.03 18 0 10쪽
47 제46화 음모 24.06.02 18 0 10쪽
46 제45화 배신자 24.06.01 20 0 10쪽
45 제44화 사령관 해임 24.06.01 20 0 10쪽
44 제43화 먹이 상자 +2 24.05.31 20 0 10쪽
43 제42화 뛰는 자와 나는 자 24.05.30 17 0 11쪽
42 제41화 흐르는 눈물 24.05.30 21 0 11쪽
41 제40화 살인자 24.05.29 18 0 11쪽
40 제39화 숨겨진 기록 24.05.29 19 0 10쪽
» 제38화 환생 24.05.28 21 0 11쪽
38 제37화 두상 24.05.28 18 0 10쪽
37 제36화 죽음과 소멸 24.05.27 18 0 10쪽
36 제35화 연결 24.05.27 20 0 10쪽
35 제34화 회상 24.05.26 20 0 10쪽
34 제33화 분노 24.05.25 21 0 11쪽
33 제32화 프로메테우스 24.05.24 23 0 11쪽
32 제31화 장영실 24.05.24 22 0 10쪽
31 제30화 카이퍼 전투 24.05.23 24 0 10쪽
30 제29화 오르트 전투 24.05.23 21 0 11쪽
29 제28화 행성 전쟁 24.05.22 23 0 11쪽
28 제27화 죽음 다음 24.05.22 22 0 11쪽
27 제26화 무량수 24.05.21 22 0 11쪽
26 제25화 중력장 집속포 24.05.21 24 0 11쪽
25 제24화 지구 전투선 24.05.20 22 0 12쪽
24 제23화 초전 24.05.20 21 0 12쪽
23 제22화 은둔의 목적 24.05.19 24 0 11쪽
22 제21화 일출봉 우주 회담 24.05.18 24 0 10쪽
21 제20화 우주선 출현 24.05.18 23 0 10쪽
20 제19화 더듬이 24.05.17 24 0 10쪽
19 제18화 실마리 24.05.17 25 0 10쪽
18 제17화 우주 시대 24.05.16 22 0 10쪽
17 제16화 신인류 24.05.16 26 0 10쪽
16 제15화 나는 인간이다 24.05.15 29 0 11쪽
15 제14화 재회 24.05.14 25 0 10쪽
14 제13화 파도 24.05.14 24 0 10쪽
13 제12화 조우 24.05.13 24 0 10쪽
12 제11화 신에너지 24.05.13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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