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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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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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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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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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외출(2)

DUMMY

버려진 놀이터에서 남성이 고래고래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정돈되지 않는 긴 머리, 드문드문 보이는 흰머리, 팔자주름과 눈주름, 꼬깃꼬깃해진 옷이 거의 넉넉하지 않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끊겨버린 전화에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소리를 또 지른다. 손에 들고 있는 소주병을 벽으로 던진다.


새봄은 다시 현준의 옆으로 찰싹 달라붙는다.


***



멀찍이 떨어져 있던 둘 사이의 거리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수록, 점점 더 가까워진다. 무서움을 타는 새봄이 조금씩 현준의 옆으로 다가왔다. 새봄은 속으로 스치면 손이 닿을 거리라고 생각했다.



새봄이 현준의 뒤에 숨는다. 새봄은 제법 놀라, 콩닥거리는 심장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뒤에서 보는데 남자는 취객에 제법 심드렁하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음에도 지나가려고 한다. 새봄이 현준의 셔츠 옷깃을 잡는다.


‘아, 이거 비싼 옷인데’ 현준이 구겨진 옷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자신의 뒤에서 제법 향긋한 냄새가 등을 타고 넘어온다. 냄새에 맞춰 새근새근 가까이 그녀의 체취, 숨소리가 느껴진다. 두려운 새봄이 말한다.


“저 갈 때도 같이 가주시면 안 되나요.”

”이 정도면 택시비를 줘. 근데 나 여기 길 모르는데.“

“제가 알려드릴게요.“

현준이 걸음 소리에 맞춰, 뒤에서 풍기는 향기가 같이 따라온다. 옷에 묻은 기분 좋은 섬유유연제같이 살결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서늘해지는 밤공기와 함께 자신의 몸을 타고 퍼진다.


향기를 들이마시며, 현준이 직진하자, “좌회전이요!”

새봄이 갑자기 크게 말한다.


“안 보이는데?”

“방금 지나쳤어요!”


현준이 뒤를 돌아보며, 다시 새봄을 마주한다.


“어느 골목인데?”


“그러니까···. 여기요.”

건물 뒤편에 작게 있는 공터를 가리킨다.


“여기로 가라고?”

“네···. 지도 앱이 그렇게 이야기하네요.”

“흠···. 지도도 믿을 게 못 되네.”


비좁은 공터를 지나가자 밝은 가로등이 주변을 밝히고, 아까 걸어 왔던 익숙한 골목이 나타난다. 제법 여기는 거리도 넓고 밝아서 위험하지는 않을 거 같다.


“그거 뭐야?”

자신의 팔 옆에 있는 쇼핑백이 펄럭이자, 귀찮은 듯 현준이 새봄의 손에서 쇼핑백을 뺏는다. 안에 파란색 물건을 흥미롭게 꺼내 본다. 루키가 적힌 응원봉이 주황색 가로등 불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난다.


“뭐야 내 팬이었네?”


현준은 검은색 마스크를 벗고 새봄을 바라본다. 훤히 이마가 드러나는 짧은 금발 머리의 현준이 눈앞에 있다. 검은색으로 뒤덮인 현준은 새하얀 얼굴의 날렵한 턱선이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색과 대비되어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 어둠 사이로 드러난 마치 시린 보름달처럼 얼굴이 하얗고 투명하게 빤짝인다. 약을 올리려는 듯 나른하게 웃은 윗입술 아래로 긴 송곳니가 드러나 있다.


“어?!”

새봄이 눈을 뻐끔거린다..


“진작 말하지 그랬어.”

갑작스레 감미로워진 목소리가 새봄의 귀에 들린다.


‘아니라고.’


“내 영상 많이 봤겠구나? 내가 어디가 제일 매력 있어. 이런 거 봤나?”


긴 송곳니와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포즈를 계속한다. 검은색으로 도배된 위에 귀여운 모습을 하는 게 제법 이질적이지만 흔치 않은 것 같아서 사진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얇고 혈색이 없는 입술 때문인지 제법 차가워 보인다. 아무리 자신을 보고 미묘하게 싱글거리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잘생긴 것을 아는 표정으로, 잘생긴 애가 잘생긴 척을 하니 심장에 해롭다. 분명 저것은 직업병이라고 되뇐다. 새봄은 제법 밥맛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두근거리는 심장을 머리 속으로 부정했다.



“이거는 오늘에 대한 답례”

현준은 새봄의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한다. 방금까지도 투덜대던 현준에게 새봄은 핸드폰을 받고도 얼떨떨했다.


“다음에는 나 보면 아는 척 해”


현준은 다시 마스크를 끼고는 반대편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새봄은 방금 전의 번호를 확인했다.


“전화 안 됨”

연락처 이름이 전화 안 됨이라니. 연락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너무 쉬운 건 재미없는데.”

원룸 건물들 위로 날아오른다. 새봄이 걸어가는 곳으로 멀리서 지켜보다가 어두운 산속으로 사라진다.



**



인파를 따돌리고 현준은 종합병원 앞에 도착했다. 늦은 시각에도 여전히 불이 켜 있는 꼭대기 층의 건물을 보며 발을 옮긴다. 주위에 언덕들, 늦은 시간에 드문 인파에도 불구하고, 현준은 VIP에게만 허락된다는 비밀 엘리베이터에 탔다. 미리 등록된 카드를 타고 이동하자, 안에 경비원과 응접실이 나타난다. 고급 자재와 대리석으로 인테리어가 된 이곳. 현준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


“흠 이번에 또 리모델링을 다시 했네···.”


자연스럽게 수술방 안쪽으로 들어간, 전세 1억 원이 넘어가는 서울 5평 원룸보다 더 큰 진료실과 수술실이 나타난다.


“영감 그사이에 돈을 또 많이 벌었나 봐?”

“오늘도 늦으셨군요.”

얼굴에 짙은 주름에 하얗게 머리가 센 종합병원장이 현준에게 공손하게 말을 건넨다.


“중간에 일이 생겨서. 이제는 나보다 돈이 더 많은 거 아냐?”

현준은 다리를 꼬고는 제법 부럽다는 듯이 한숨을 잔뜩 내쉰다. 부자라고 하기에는 얼굴에 주름이 제법 있었다.


“이제는 좀 공짜로 다녀도 되려나~”


“허 참. 기분이 나쁘지 않으신가 봅니다. 그래도 일찍 오셔야 저희도 일찍 가지 않겠습니까.”


“여기 야간 진료도 하는 곳 아니었어? 많이 남을 필요 없다니까 꼭 야단해서.”


“오늘은 특별히 오랜만에 현준 님 오는 거라 많이 남았나 봅니다. 오늘은 특별히 오랜만에 현준 님 오는 거라 많이 남았나 봅니다. 아무리 낮과 밤이 바뀌셨다지만···. 저희는 낮에 활동합니다. 요즘 수당 많이 줘도 야근 하지 않는 거 아시죠? ”


“알아서 볼 때마다 잔소리가 엄청나게 느는 거 같아.”

“나이 들면 화나는 일이 더 많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도 매우 언짢습니다.”

“알았어. 알아서 잘해주는 거지?”

현준은 시트에 누워서

“네 우선 묵은 각질 같은 것도 전신으로 싹 각질 제거하겠습니다.”


쏟아지는 조명 아래 현준은 익숙한 듯이 간호사들의 손길을 받고 있다.


얼굴에 고루 마취크림을 바르자, 병원장이 익숙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간호사들이 물러난다.


“새로운 제품도 있는데 소개 좀 해드릴까요. 이 제품은 안티에이징으로 워낙 유명한 제품입니다. 보통 30대 정도 되는 피부를 탱탱하게 해주는 건데.. 현준님은 이것만으로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얼굴을 꼼꼼하게 기계가 스쳐지나가자 투명한 피부가 조금은 붓는다.


“이번에 도포되는 제품은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타지 않도록 한꺼풀 씌워주는 제품입니다. 약으로 먹는 거도 있고, 드시고 계시죠? 주사 제품도 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 차다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얇게 한 겹 씌우는 거니 샤워하실 때 빡빡 세게 문지르시면 안됩니다.”


“주사로도 하나 넣어드릴까요? 아직 임상 중이라고 하는데 한번 써보시죠. 자외선만 잘 차단되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


“요즘에 지하도 잘 되어 있고, 고층 건물도 많아서 여름에도 별로 안 힘들어. 야외 가는 것만 아니면.”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봐왔던 현준이기에, 얼굴이 아무리 젊다고 하더라도 현준을 보면 원장은 걱정을 많이 한다. 너무 안 늙는다고, 몸을 혹사하는 게 아닌 거냐고 매번 걱정하는 만큼, 현준에게 자외선에 좋다는 제품은 생길 때마다 잔뜩 처방하고 있다.


“자외선에 좋다는 약도 드시고 계시요?”


“저녁에 활동해서 괜찮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피곤하실 텐데 드시지요”


의사는 진료실 안쪽에 있는 냉장고에 혈액 팩을 뜯어, 잔 안에 쏟는다.


“밤낮 바뀐 직업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유튜버, 연예인, 택배기사, 솔가게. 프리랜서 생각보다 많아. 옛날같이 온종일 자고 산책 안 해도 되고 얼마나 세상 좋아”


“저녁에 활동하려고 연예인 된 건데 뭘.”


“그나저나 머리가 제법 아주 짧네요.”

현준은 자신의 짧은 머리가 걱정되는지, 머리 이야기에 눈을 뜨며 원장의 반응을 살핀다. 의사의 근심 걱정이 어린 처진 입술, 미묘한 무표정은 생각을 읽기가 어렵다.


“비하인드가 있지만. 겸사겸사 이번에 컨셉을 바꾸려고요.”

현준이 괜히 짧은 머리를 매만진다. 자신의 손가락에 감기지 않고 빠져나가는 것이 영 어색하다.


“너무 차가워 보이지 않으세요?”


“내가 봐도 귀여워서 탈인데?”

현준은 옆에 놓여있는 손거울을 올려다보며, 자신을 유심히 바라본다. 거울아 이 세상에 누가 제일 잘생겼니. 당연히 현준 님이시죠. 마음속으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현준에, 원장은 익숙한 듯 한숨을 크게 내쉰다.


“왜 4백 살 먹고 갑자기 귀여운 척하십니까. 저는 하나도 안 귀엽습니다. 저한테는 그냥 젊은 할아버지예요.”

현준은 볼에 한껏 바람을 집어넣기도 하고, 입술을 뾰로통하게 하고 있다.

“400살이어도 그대로인데? 인간님 부러워요?”

어머 딱해서 어쩌지라는 측은한 표정을 갑자기 짓는다. 원래 저렇게 표정이 풍부한 사람이 아닌데,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원장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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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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