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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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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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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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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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대표의 꿈(2)

DUMMY

대표가 갑작스레 목소리를 키운다.


“네가 예능도 출연하고 하니까 이온 음료 광고도 따잖아! 맨날 무대에서 진하게 회장 했으면 택도 없어.”


“광고계에서 이온 음료 광고 포 지 숀 알지! 전통의 청순 마케팅이잖아. 내가 청순 컨셉 미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이런 광고도 들어오는 것 봐. 이미지도 다양해져서 너도 나중에 재계약하고 나서 활동하기 좋은데 맨날 편식하듯이 이거 안돼요. 저거 안돼요. 그러면 나중에 서른 넘으면 할 거 없어!”


현준이 소파에 앉아, 대표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제안서와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또 실외 컨셉이다. 다들 겨울이 되었다고 바다를 가고 싶어 하는 건가, 7년 차가 되어서 갑자기 위기가 많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골치가 아팠다.


“솔직히 노래 쪽은 아니잖아! 연기든 예능이든 미리 노후는 대비해야 할 거 아냐. 그러니까 이 건은 아무튼 잘 해봐! 내 소원이기도 하고, 그거 따블로 받았다.”


“예능도 막상 나가면 그렇게 기가 막히게 잘하면서, 몸을 사려요. 너는 예능으로도 클 수 있다니까! 동창이 아주 얼마나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는데. 너 때문에 분량이랑 시청률 걱정은 없다면서 한 번 더 나와 달라고 하는 걸 내가 겨우 막았는지 몰라”


“소원도 많아. 지났으니까 추억이지. 다시는 안 해요 이 광고 언제 촬영해요?”

현준이 제안서를 흔들며 묻는다.


“너도 관심 있지? 최대한 빨리 땡기자. 말 나온 김에 콘서트 가기 전에 가자고.”


“밖에 값비싼 커피 타고 있던데, 대표님 취향 고급스러워졌어.”

현준은 바깥에서 풍기는 고소한 커피 냄새를 맡는다. 기대에 부푼 대표를 뒤로하고, 현준이 방문을 열고 나간다.


‘금목걸이 두꺼운 거로 바꿀 때가 됐나.’

여름철 시큼해진 과일에 얼씬거리며 신경을 돋우는 초파리가 생기기 전에, 미리 썩어버릴 쓰레기는 미리 치우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



스테인리스 냄비에 뜨거운 물이 보글보글 끓으며, 수증기를 잔뜩 내뿜어, 집 안에 더운 열기로 가득하다. 태욱은 라면의 봉지와 계란 한판을 꺼낸다. 한밤의 야식이 그러하듯,


끊임없이, 먹고 또 먹고, 항상 허기진 것인지 태욱의 탄탄한 몸은 많은 원료와 제물을 원한다. 탄탈로스처럼 그의 입은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먹어도 또 다른 음식을 원한다.


검은 방에서 내려온 현준은 냉장고를 열자, 코를 찌르는 마늘 냄새에 코를 막는다. 안에 있던 와인병을 잔뜩 꺼내서, 바닥에 놓인 상자에 조심스럽게 넣는다. 냉장실 맨 안쪽에 있는 신선 채소실을 열어 가득 채워진 검은색 비닐봉지를 꺼내, 그대로 캐리어에 던진다. 현준의 맨팔에 둘린 붕대가 꽤 때가 탄 듯 펄럭거린다. 주름 하나 없는 그의 옷과 동떨어진 그 붕대는 곱상한 얼굴에 있는 갈색 얼룩과도 비슷하다. 얼룩진 그의 팔과 얼굴은 곱상한 그의 미모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요란하게 하네. 이민 가?”

태욱이 총각김치를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묻는다. 태욱은 끓어오르는 라면의 면발을 흡입하면서도, 근처에 있는 약통을 잔뜩 현준에게 건넨다. 현준은 약통을 다시 식탁 위에 올려둔다.


“안 질려? 라면 며칠째 먹는 거야”


“평생 먹어도 돼”


“ 시간 있을 때 미리 다 챙겨야지. 대표가 선을 자꾸 넘는데, 마지막이니까 참는다.”

현준은 캐리어 안을 정리하면서 말한다.


“의외네. 어디 살아?”


“거머리 같은 놈이지. 나 만나서 인생 풀렸다고 골수까지 빨아 먹을 거 같은데. 내 팔자에다 동남아라니. 어휴 가기 싫어.”

현준이 투덜댄다.


“나 예전에 있던 동네 가면 좋은데”


“바다로 가. 이온 음료 광고 찍는다는데.”


“와 형 그거 찍어? 흰색 모래밭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하늘 보겠네. 이야 많이 떴는데.”

태욱이 감탄한다.


“나랑도 좋은 데 가자, 삼촌. 집에만 있지 말고. ”


“삼촌이면 삼촌, 형이면 형이라고 불러.”


“맨날 몇 시간 웨이팅하는 데만 가잖아.”


“어차피 둘밖에 안 남았는데. 그리고 원래 웨이팅하는 데가 맛집이야. 형 아직도 몰라?”

태욱이 투덜댄다.


“옷에 냄새 배잖아. 너나 실컷 먹어. 근데 너 요즘 혈액 팩 먹어 안 먹어.”

볼살이 제법 통통해진 태욱을 쳐다보며 현준이 말한다.


“먹어”


“얼마나”


“가. 끔. 생각나면”

태욱은 말하자마자, 숨기려는 듯 갑자기 일어나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물소리에도 현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그러니까 얼마나”


“악몽 꾸거나···. 그럴 때”


“완전 인간이 다 됐네! 이거. 극기 훈련 한번 가?”


“됐네요. 거길 왜 가. 인터넷 안돼. 배달 안 돼. 짐승 목이나 물고 사냥하고. 으 파닥거리면서 비듬 떨어지고. 동물이 죽기 직전에 눈물 글썽거리는 거 보면”


“너 인간 아니다. 마지막 뱀파이어라고 했지.”


“저는 반이 인간인데요. 나는 형처럼 햇빛에 많이 다치지도 않고 색약도 없고, 그럼 인간 아냐? 어차피 우리 지나면 대가 끊길 텐데. 왜 그렇게 핏줄에 집착해. ”


“인간은 10년이라도 더 살려고 돈을 얼마나 쓰는 데 축복받은 줄 몰라”

현준이 한숨을 지며 가르친다.


“친해지면 금방 죽어서 너무 슬퍼. 근데 형 오늘도 밤에 나갈 거야? 집에 자주 없더라”

태욱이 화제를 바꾼다.


“스트레스받아서 달빛 산책이라도 해야 해”


“밖에 나갈 기운이 어딨어.”


“호랑이 트레이너가 괜히 인기 있는 게 아닌가 봐. 잠 안 자도 쌩쌩해.”


“거기 안 간 지 꽤 됐잖아.”

현준의 활기 넘치는 모습에 태욱은 낯선 듯 현준을 다시 쳐다본다..


“네 방 창문에 달 제대로 보이잖아.”


“인간들한테 치여 사는 게 불행해서 그런다”


현준이 입꼬리가 올라가자, 미묘하게 활기와 생기가 피어오른다. 저 귀찮음을 걷어내는 원인을 찾고 싶다. 익숙했던 냄새가 어딘가 달라진 듯하다.


“그럼 오늘 같이 날까? 오랜만에 나무에 앉아서 달빛 바라보자.”


“아냐 괜찮아”

현준이 때가 탄 붕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태욱의 시선도 붕대에 머문다. 현준의 의뭉스러운 태도에 태욱이 눈을 게슴츠레 뜬다.


“아쉽네. 그 붕대는 패션이야?”

태욱은 미끼를 던진다.


“아직 덜 나아서.”

여전히 현준은 붕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답한다.


“너무 더러운데”


태욱이 현준의 팔에 달린 붕대를 떼어내 쓰레기통에 버린다. 약간의 갈색 얼룩이 남아있는 팔이 보인다. 무뚝뚝하게 보이던 태욱이 빙긋 웃는다.


“때려치우고, 나랑 놀자니까.”


“바쁘다고.”


“그렇구나. 체력이 좋은데 나랑은 놀 시간이 없구나.”

태욱이 현준의 곁으로 바짝 다가간다.


“형 있잖아. 어떤 강아지가 산책하면 꼭 분식집 아주머니가 좋아한다고 쓰다듬어 줬대. 그랬더니, 자기 예뻐하는 줄 알고 분식집을 꼭 들른다고 하더라고, 너무 귀엽지 않아?”


“엉 귀엽네. 강아지도 사람 같나 보네.”

“네 이야기야.”


“엉?”

현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태욱을 바라본다.


“아무리 내가 코가 무뎌도 인간 냄새는 맡아.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계속 나서 설마 했는데 인간 냄새더라? 어딜 그렇게 쏘다니고,”


“허접한 붕대를 하고 다녀.”


“너 웬만한 건 치료 잘하잖아.”

뚜렷한 턱선과 짙은 눈썹, 팔에 있는 자잘한 칼 흉터들이 어우러져 살인마와 같이 잔인해 보인다.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 우리 애기도 뱀파이어였네. 극기 훈련 진짜 준비해볼까.”

현준이 태욱의 볼을 잔뜩 꼬집는다. 태욱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익숙한 듯이 가만히 묵묵히 바라본다.


“보고 싶어서 어떡해~ 삼촌 없어도 잘 있구. 이상한 거 먹지 말고. 집 깨끗이 치우고.”


현준이 태욱의 어깨에 팔을 걸치자, 태욱이 귀찮은 표정을 역력하다. 똑같이 시린 표정으로 현준은 잠시 태욱의 팔에 새겨진 흉터를 본다. 자신보다 더 냉혹하고 잔인한 뱀파이어의 피가 흐르는 것을 잠시 깜빡했다고 생각하며, 현준은 태욱의 볼을 다시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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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31 31. 피(5) 24.05.24 13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2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2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3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4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1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 21. 대표의 꿈(2) 24.05.16 11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8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10 0 11쪽
15 15. FEVER 24.05.13 8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7 0 10쪽
13 13. 촬영 24.05.12 8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8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9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4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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