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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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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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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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피(3)

DUMMY


대기실에 준영은 교복을 입고 유투브를 본다. 근육질 몸매에 교복이 숨 쉴 틈 없이 딱 달라붙었지만, 준영은 익숙한 듯이 재생되는 한국사 강의를 바라본다. 오늘 나올 선생님의 높고 특이한 목소리가 자신의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계속 아까 보았던 현준의 살기 어린 눈빛과 서늘한 말투가 떠오른다. 왠지 집에서부터 느껴지는 살기가 아직도 집요하게 자신의 뒤를 따라 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셔츠 사이로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으슬으슬하다.


옆에 현준이 잔뜩 먹구름이 든 채로 대기실 소파에 드러눕는다.


“현준아 사장님이 너 이번에 역사 공부 제대로 하래. 저번 예능에서도 역사 틀렸잖아.”

매니저가 테이블 위에 있는 과자를 하나 집어 먹는다.


“안 그럼 바보형 된다고. 근데 나는 바보형이 더 좋아”


현준은 벌떡 일어나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인 과자와 음료수를 그대로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쏟아 버린다.


“잘생기면 됐지, 내가 바보로 보여?”


준영은 옆에 보이는 현준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이어폰의 볼륨을 높인다.


“아니 그건 아니고···. 이거 귀한 건데 왜 버려?”


매니저는 쓰레기통에 버린 과자들을 다시 조심스럽게 꺼낸다.

“테이블 위에 지저분하잖아”

현준이 짜증 낸다.


“정리를 잘해서 올려놓을게”


매니저가 쓰레기통에서 음료수를 다시 꺼내 테이블에 올리자, 현준이 소리친다.


“버린 걸 더럽게 왜 올려! 꺼내지도 마!”


“이따 당 떨어진다고 찾을까 봐”


“더럽다니까”


매일 투덕거리는 것에 내상이 없는 매니저는 빨대 소리를 쪽쪽 내며 음료수의 남은 한 방울까지도 다 먹는다. 소리치는 현준의 목소리가 들리자, 등을 돌린다. 현준의 얼굴은 피했지만, 매니저의 얼굴이 한눈에 보인다.


“그냥 나가라 나가”

소파 쿠션을 들고 현준이 귀를 잔뜩 막자, 매니저가 불쌍한 눈빛으로 준영을 쳐다본다.


준영은 매니저의 고달픈 눈빛을 외면한다.


‘미안한데, 오늘은 안 돼. 잘못하다간 내 목이 부러지게 생겼거든.’


매니저가 과자를 들고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가자, 맵시가꿈이가 들어와 아직도 옷걸이에 세워져 있는 교복을 바라본다..


“현준아 교복 안 갈아입어? 이번에 현준이 긴 다리에 맞게 기장도 늘렸는데”


“인간들은 교복을 왜 입는지 모르겠어. 아직 죽지 않는다고 강조하려는 건가?”


삐딱한 현준의 말투 사이로 들리는 ‘인간들’이라는 단어가 준영의 귀에 꽂힌다.


“어머 현준이도 학교 다닐 때 교복 입었을 거 아냐”


“그런 거 안 입어. 유치해. 어리숙한 인간이나 교복을 입는 거야”


준영은 인간이라는 단어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자신의 심장이 못으로 자신의 심장을 망치질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준영은 잠시 고개를 들자 빤히 바라보고 있는 현준의 시선과 마주친다. 현준이 자신을 바라보며 서늘하게 웃는다.


“왜 보냐? 재밌어?”

살기에 서린 눈, 자신이 아니고서는 7년 동안 겪어야 알 수 있는 미묘하게 차가운 말투가 준영을 숨 막히게 한다.


“스마트해 보이면 멋있잖아. 하나라도 더 말해야 분량도 더 많이 나오지.”

보통과 똑같은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 준영은 고되다.


“그래. 너나 열심히 해”

현준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입꼬리 사이로 얼핏 보이는 긴 송곳니에 현준의 간담이 서늘해진다.




세트장 안에 앉아 있는 현준은 교복을 풀어헤치며 준영의 옆에 앉는다. 동남아를 갔다 와서 얼룩진 피부를 화장으로 가렸지만, 알 수 없이 더해진 날것 그대로인 느낌과 퇴폐미가 교복과 대비되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한창 거울 안의 자기 얼굴을 보며 몸단장하는 준영을 보며 현준이 느긋하게 말했다. 교복을 입어도 긴 다리와 몸에서 풍기는 퇴폐미, 섹시한 모습은 계속 어우러져 오히려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도끼눈을 뜨고 자신을 계속 삐딱하게 바라보는 현준의 눈빛이 무섭다. 모든 것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 같은 현준의 시선에서 참고 있는 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저 새끼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저 피랑 비교도 안 되는 것들을 정말’


오늘의 일정이 꽤 험난할 것 같다고 준영은 생각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방송으로 보던 것보다 더 고음을 내지르며 역사 선생님이 등장한다. 선생님이 한마디를 할 때마다 현준의 인상이 순식간에 찌그러지는 게 눈에 보인다.


“오늘은 조선 시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해요.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선하면 많이 나오는 시기가 있을까요?”


“세종대왕, 정조, 장희빈이요”

준영이 손을 들어 대답한다.


“준영 학생 많이 보았는데요? 그리고. 이순신 장군 이야기도 많이 나오죠. 오늘은 조선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임진왜란을 설명하려고 해요”


“우선 1592년 발생한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내에서 실권을 잡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졌는데요.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에 몇몇 침략에 관해서 이야기가 있었지만, 조정 내부에서는 침략할 리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죠···.”


침을 튀기기며 열성적으로 말하는 선생은 칠판에 분필을 탁탁 힘을 주며 내리꽂는다. 분필이 힘없이 부서질 때마다, 현준이 미간이 움찔거린다.


“당시에 육로를 통해서 일본이 순식간에 한반도를 점령하였지만, 이순신 장군이 해로를 차단하는 덕분에 일본을 물리칠 수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이 전투가, 1592년에 발생한 한산도 해전인데요. 학익진 전법으로 판옥선 6척만으로 일본군을 격파했죠.”


“안 그래도 최근에 영화로 나와서 다 보았어요.”

준영은 환하게 손을 들며 말하자, 선생님은 흥겨운 채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현준 학생도 최근에 영화 봤나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현준에게도 환하게 웃으며 묻는다.


“···.”


“현준 학생?”


“으흠”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선생님이 헛기침하자,


“피가 부족한데.”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에 현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괴던 턱을 일으키고는 주변을 바라본다. 조용해진 주변에 현준은 손으로 엑스를 하며 편집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정유재란 때에는 명량해전, 노량해전을 통해 일본군을 물리쳤죠. 이 노량해전에 이순신장군님이 적에 쏜 화살을 맞아 돌아가셨는데···.”

베테랑인 선생님은 다시 흥겹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준영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연기를 하며 말한다. 현준은 준영을 보며, 억지웃음을 짓는다. 다시 교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고, 유투브 플레이리스트같이 선생님의 일방적인 말이 쏟아지다, 멈춘다. 선생님의 뜸을 들이는 말에 준영이 눈을 반짝이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현준 학생, 한번 퀴즈 내 볼 테니 맞혀볼까요?”

선생님의 말에 현준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는다.


“선생님 저도 문제 내주세요.”


“네 준영이는 이번 바로 다음에 할게요.”

준영은 아쉬운 마음을 다잡으며 현준을 바라본다.

“임진왜란 당시 이 인물을 해군을 이끌며, 한산도 해전, 명량해전, 노량해전 등 다양한 해전에서 왜군을 격파하여, 우리나라에 불리했던 전세를 바꾸었는데요.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로 유명한 장군 이름은 누구일까요?”

선생님이 묻자,


“···”

현준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선생님이 다시 묻는다.


“1번 김부식, 2번 김유신, 3번 이순신”


준영은 너무 쉬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백 원 동전에도 그려져 있고, 영화도 최근에 3개나 나왔는데 모르면 외계인이 아닌가? 이런 문제는 백 개 내도 다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2번 김유신이요”


당당하게 말하는 현준의 말에 준영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주위를 바라본다. 선생님도 거저 주는 문제를 틀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듯 말을 잠시 잇지 못한다. 앞에 앉아 있는 매니저의 얼굴도 안색이 시시각각 파리해지는 것 같다.


‘아···. 사장한테 말하지 말라고 해야겠지. 같이 역사 과외 안 받으려면.’

준영은 속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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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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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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