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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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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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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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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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표의 꿈(3)

DUMMY

현준은 유난히 저기압인 듯 진행되는 회의실에 앉아 원래도 많지 않던 말을 아낀다. 현준은 끊임없는 회의와 연습과 일정의 연속 속에도 새벽에 잠을 안 자려니 죽을 맛이다. 회의 테이블에는 며칠 만에 이온 음료 광고의 컨셉 자료가 올려져 있다. 대표와 이야기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말이다. 마치 지니가 요술을 부린 것처럼 인간들이 야근했겠지만, 자신도 이것 때문에 쪽잠 잘 시간도 방해받았다는 사실에 심기가 거슬린다.



“이번에 음악방송 해외 투어 일정 맞추어서 잡아 봤어. 컨셉이야기 할까?”

직원이 말한다.


“알아서 해줘도 될 거 같은데.”

현준이 삐딱하게 턱을 괴며 말한다.


“관심 많은 거 알잖아. 안 그래도 청순 쪽 컨셉 고민했는데, 이번에 광고 잘되면 더 좋잖아.”


“이제 겨우 센 컨셉 가나 했더니···. 해외 투어가 이번 주인데 광고를 어떻게 해. 난장판인 데에서 촬영 못 해”

현준이 토를 단다.


“그래 우리도 청순 컨셉 좀 제대로 하자. 요즘에 대세라는 데 나도 포즈 연구 많이 한다구.”

준영이 직원에 윙크한다.


“현준아 센 컨셉 하면 몸 만들어야 해!”

옆에서 조용히 매니저가 속삭이자, 현준이 눈을 흘긴다.


“야근하면 다 되더라고···? 음료 회사랑은 조율이 다 됐어.”

피로에 찌든 직원이 답한다.


“나간 김에 바다도 보고 좋지. 자유 시간 얼마나 있어? 액티버티 할 수 있지?”

준영이 흥미롭다는 듯 묻는다.


“안 그래도, 서핑하고 비치 발리볼 하는 컨셉으로 짰어. 둘 간의 브로맨스도 강조할 겸”


“나는 완전 찬성. 그래서 바닷가를 어디로 가는데? 거북이 나오는데 가고 싶어”


“자카르타에서 방송하니까, 인도네시아로 갈 거야. 종이 넘기면 설명 있어.”

직원이 샷을 잔뜩 추가한 커피를 내리 마시며 말한다.


“근처 세트장에서도 찍어도 될 거 같은데 바다 나오는 장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농구나 달리기로 바꾸면 얼마 움직이지도 않고.”

현준이 말한다.


“아 싫어. 이왕 하는 거 바다로 가자. 지금 가면 날도 화창하고 따뜻해서 정말 좋다니까.”

준영이 반박한다.


“준영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던 직원이 준영을 보며 지친 웃음을 짓는다.


“당연하지. 현준이는 원래 오래 차 타는 거 싫어하니까.”

준영이 현준의 어깨를 손으로 화통하게 치자, 현준이 준영의 손을 세게 잡고 누른다.


“아파. 어제는 체력이 안 좋더니.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 내 아이디어도 한번 검토는 해 줘요.”


“나는 항상 일에 진심인데?”

준영이 큰 목소리로 말한다.


“안 돼. 새하얀 모래사장 보고 싶다고. 배고픈데 이제 밥 먹으러 가면 안 돼요?”


“그러면. 원래 말한 대로 간다. 그럼 회의는 여기서 끝!”

직원은 부리나케 자료를 정리하고 퇴장하자, 준영은 기지개를 켜며 묻는다.


“우리 오늘은 선지해장국 먹을까?”


“너나 먹어.”

현준이 답한다.





하루 앞 겨 공항으로 가는 밴 안에서 현준이 매니저에게 묻는다.


“매니저~ 우리 매니저 맞지~ 사장 매니저 아니지?”

현준은 매니저에게 묻는다.


“당연한데 왜 그래”



“음악방송 돌면서 같이 광고하려니 힘들어”


“이 일정은 누가 짠 거야?”


애교와 달리 현준의 눈초리는 제법이나 날카롭다.


“내가 그런 게 아니고···.”

매니저가 운전하며 말을 흐린다.


“그러니까 사장 매니저 같아. 우리는 그냥 인형처럼 움직이는 거야?”

눈이 빨갛게 충혈된 현준이 말을 잇는다.


“야 너 아직도 그 이야기냐! 하여간 뒤끝 있어서 며칠째 그 소리야”


준영은 귀에 걸린 헤드셋을 벗고 현준을 야단친다.


“아니. 요즘 예능도 그렇고 너무 빡세게 일정을 돌리잖아.”


“배부른 소리네. 그 일정 나 줘라.”


“언제든지 가지세요. 시작부터 안 좋아. 벌써 일정 꼬이면 어떻게 버티냐. 심란하다 심란해.”

댄디룩의 상징인 현준이 옷을 단정하게 입고, 밴 안에서 한숨을 쉰다.


“이거 지나가면 또 안 온다?”

준영이 답한다. 옆에 협찬을 받은 옷들을 체크하며 손거울을 바라본다.


공항 게이트에 가까워지자 하늘에 비행기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횡단보도에도 선글라스와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나타나고, 제법 차들이 한산하다.


“너는 체력 좋아서 좋겠다? 아 근처로 가지. 네가 대표 말 좋다고 해서 그래.”

현준이 짜증 섞여 투덜대자,


“내가 언제?”

준영이 답한다.


“미팅 때 앵무새처럼 대표가 하던 말 똑같이 하더라. 한 번씩 보면 대표랑 엄청 친해”


“이왕 찍는 거 제대로 나와야지”


“네가 그래서 해외로 가냐고 콕 집어서 물었잖아.”


“그래도 인어 안 하게 막았는데. 사장님이 그림 나온다고 엄청나게 강조하던데.”


“자료에도 없었거든.”


현준은 자신이 입수하는 생각에 치를 떤다. 공항 게이트에 도착하고, 차 문이 열리자, 멀리서 기자들의 플래시가 쏟아진다. 현준과 준영은 카메라에 손 인사를 하며 제법 자연스럽게 걷는다. 기자와 대포 카메라를 든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조금씩 옷이 두꺼워지는 만큼 땀 냄새 대신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진한 고추장 냄새들이 뒤섞여 공항 안을 둥둥 떠다닌다.


“너 인어 했으면 거기서 잠수해야 해.”

시끄러운 환호성과 셔터 소리에도 옆에서 귀에 속삭이는 준영의 목소리만큼은 선명하게 들린다. 현준은 준영의 조발에도 보이는 팬들에게 환하게 웃어 보인다. 바로 앞에 양복은 입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수속하러 간다. 라운지에 들어간 현준과 준영의 귀에 며칠 전에도 들었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애들아 늦게 왔네?”

대표가 라운지 안에서 손을 멀리서 흔든다. 제법 신경 쓴 듯 그라데이션 선글라스를 쓰고,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다.


“설레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있어야지. 같이 가도 괜찮지?”


“사장님, 여기서 만날 줄을 몰랐어요.”

준영이 환하게 웃는다.


이미 체크인을 다 한 상황에서 현준은 속에 없는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현준은 준영을 손으로 조용히 앞으로 민다.


“매니저님”

현준이 조용히 매니저 옆으로 간다.


“어떻게 된 거예요?”

현준이 속삭인다.


“아 며칠 전에 전화 하셨어. 몇 시 비행기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그럼 같이 이동해야 하는 거야?”


준영이 화통하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불편하게 안 할게. 그냥 빈자리에 앉을게”

대표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이 무슨 불편이에요. 대표님이 이렇게 챙겨주시는데 이번에도 열심히 찍어 볼게요.”


“준영이는 내가 늘 믿지!”



이따금 자신을 찾는 듯 두리번대며 활짝 웃는 시선에 현준은 조금씩 체할 것 같다. 그의 시선은 이동하는 내내 이어져서, 현준은 늘 대표의 뒤통수를 보고 있는데도 그는 뒤를 돌아보며 현준에게 말을 건다. 비즈니스석에 누워있어도, 공항에 내려서 차에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표는 한 번씩 흔들리는 사이드미러로 흘끔흘끔 쳐다보자, 현준은 억지로 눈을 감으며 자는 척을 한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습하고 뜨거운 열기가 현준의 피부에 닿아, 제법 불쾌하다. 쏟아지는 햇빛에 차로 갈아타는 순간에도 현준은 피부가 따갑게 느껴진다.


숙소 근처의 바닷가는 유독 새하얗게 반짝였다. 새하얀 모래 아래 바다는 사파이어를 온갖 보석을 물속에 녹인 듯이 푸른 물감을 쏟아낸 듯이 새파랬다. 첨벙첨벙 귀속으로 쏟아질 것 같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물거품이 세차게 부딪히고 사라지며,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하게 햇빛을 반사한다.


현준은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파도 소리가 철썩거리며 방안을 세차게 두드린다, 짠 냄새가 강하게 섞여, 신선하지만 꽤 비린 향이 방안을 점령한다. 밖을 나가지 않아도 방금 밖에 펼쳐진 바다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현준은 방안에 도착 하마자, 급하게 문을 닫고 캐리어을 활짝 펼친다.


캐리어 안에는 새카만 긴 팔 래쉬가드와 발목까지 다 뒤덮는 하의, 산악 라이딩을 할 때 얼굴을 타지 않게 두른다는, 목부터 눈 밑까지 얼굴을 다 뒤덮는 안면 마스크 검은색 흰색 회색, 왕잠자리 선글라스, 긴 챙을 가진 모자, 자외선 차단 우산, 자외선 모자, 자외선 자단 점퍼, 자외선 차단과 쿨링이 된다는 팔토시, 아주 얇고 부드러운 자외선 차단 장갑, 발목까지 뒤덮는 양말, 사막에서도 효과가 좋다던 SPF 100 선크림, 선스프레이, 선스틱, 자외선 차단 스킨로션, 쿨링 크림, 쿨링 마스크, 붉은색 액체가 담겨 있는 작은 공병 등으로 가득 차 있다.


현준은 자신의 옷차림을 본다. 하얀색 린넨 바지에 하얀색 테니스 운동화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현준은 그 위에 하얀색 안면 마스크를 뒤집어쓴다. 연하늘색 셔츠와는 잘 어울리지만, 올 화이트가 하얀 피부와 어울려 피부가 더 창백해 보인다. 현준은 마스크를 다시 머리 위로 벗고, 회색 안면 마스크를 뒤집어쓴다. 아까보다는 마스크가 눈에 더 튀지만 피부가 적당히 혈색이 있어 보인다.


“현준아 짐 다 풀었어? 빨리 나와”

매니저가 문을 열자, 마스크로 눈만 겨우 보이는 현준을 알아보지 못한다.


“금방 해”

현준의 목소리에 매니저는 다시 안심하며 문을 닫는다. 현준은 SPF100 선크림을 손바닥에 잔뜩 짜, 얼굴, 뒷목, 손, 발목 등 밖에 보이는 부위가 다시 새하얗게 뜰 때까지 바른다. 마스크로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정돈하고, 왕잠자리 선글라스와 긴 챙을 지닌 밀짚모자를 쓰고 다시 작열하는 태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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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피(5) 24.05.24 12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1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1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2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3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0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0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7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9 0 11쪽
15 15. FEVER 24.05.13 7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6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6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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