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8 18:15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944
추천수 :
10
글자수 :
275,613

작성
24.05.21 21:05
조회
12
추천
0
글자
11쪽

28. 피(2)

DUMMY

“인간이 언제 자기 마음대로 산 적이 있습니까. 좀 견디세요.”


끊임없이 원장의 말이 떠오른다.


‘인간 것들이란 여전하다. 자신의 앞길 보기 바빠서, 과거의 선의를 무시하며 아등바등하며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것들.’


어느 순간 자신의 앞에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 주위에 아이들이 오래된 먼지 같이 덕지덕지 자신의 주변에 붙어 있다. 현준은 끓어오르는 화를 겨우 참으며 억지로 웃는다.


“하하. 애들아 갈 길 가”


“루키즈 현준이다!”

“와 현준이야.”

한 아이가 크게 소리치자, 아이들이 현준의 주위로 더욱 모인다. 진득거리는 인간들이 피곤하다.


“아닌데”

현준이 말한다.


“맞는데 여기 점 있고”

옆에서 또 다른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수군댄다.


“TV에서 바보형이네”


“역사 못 해서 틀리는 형”


“바보야 바보형이 현준이야”


어제 먹은 피가 금방이라도 동이 나는 거 같다. 오히려 아이들이 뱀파이어인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듯 겨우 피로 보충한 기운이 금방 닳는 게 느껴진다. 조금만 있어도 시끄럽게 웅성대는 소리가 떠들썩하게 괴롭힌다.


대표가 예능을 나가라고 해서 자신의 이미지만 나빠졌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이 모든 게 나가기 싫은 예능을 나가서라고, 예능에 내려가 말도 안 되는 바보형이나 들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오후에 촬영할 역사 예능이 벌써 하기 싫다.


빨리 아이들을 제치고, 현준이 걸어간다. 아이들이 짧은 다리로 자신을 뒤쫓아 온다. 피곤하다. 즐거운 위세도 오늘따라 유독 피곤하기만 하다.


자신의 무릎만 한 아이들이 걸리적거린다. 조그만 게 앞에서 시끄럽게 재잘대면서 길을 비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빨리 꺼져버렸으면 좋겠는데, 자신의 상한 기분을 건드리는 불행한 인간 것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현준이라고 하다가, 현준이 아니라고 하다가 그냥 너희들끼리 알아서 정했으면 좋겠는데. 현준이 아이들이 다투는 사이에 조용히 빠져나간다. 다시 아이들이 뒤를 졸졸 쫓아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일부러 따돌리기 위해 발걸음을 더 빨리 걷는다. 자신의 길을 또 다른 어른이 다가와 막는다. 오늘은 날인가, 현준은 생각한다.


영문도 모르는 초등학생 아이의 손을 잡고 어머님이 부끄러워하며 다가온다.


“저 아이가 팬인데···.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아이는 눈이 동그랗게 뜨며 엄마에게 말을 하려고 하자, 엄마가 빙긋이 웃으며 아이를 현준 옆에 꼭 붙여 세운다.


나이 드신 어머님들이 마치 손주를 보듯이 귀여워하며, 맛있는 것을 챙겨준다. 자신을 보며 마치 친한 동네 친구, 형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르르 사람들이 몰라오며


“현준아~아유 우리 손주랑 똑같이 생겼네”

활짝 웃는 현준의 웃음에 실금이 그어진다.


‘어디서 인간 것이랑 비교해’


“공부는 좀 더 해야 한다니까”

“얼굴만 잘생기면 못 써!어따 써!”

주위 할머니들이 현준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으며 농담 친다. 다들 예능을 본 듯하다.


‘사장이 제대로 일을 하는 게 없어’

옷 사이로 잔뜩 풍기는 짙은 화장, 향수 냄새가 여성의 주변에 진동하자 현준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는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다.


현준은 입안에 어금니를 잔뜩 깨물며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온다.


”역사 모르는 형이래요!“


아까 바보형이라고 부른 아이가 다시 자신 앞에 서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별난 관종은 뭐야. 자신의 마지막 아량에도 무참히 짓밟는 저 아이. 저 입을 꿰매버릴까보다. 마치 한밤중에 날아다니는 모기처럼 자신의 주위를 배회하며 윙 듣기 싫은 말을 끊임없이 내뱉는다. 눈치 없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불쾌함과 초조함이 깃든다. 온몸이 뻣뻣해진다.


“어쩌라고?”


“저 역사 백 점 맞았어요. 아이가 안에서 시험 교재를 펼쳐서 보여준다.”


칭찬을 받고 싶은지 기대에 부푼 표정을 보자, 현준은 입을 꽉 깨물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가 행복에 겨워 자리로 돌아가자, 또 다른 아이들이 앞다퉈 자신이 앞으로 온다.


“피닉스야?”

사람들로 둘러싸인 산 저편에서 소리가 들린다.


“루키즈.”


“나 최근에 갈아탔는데”


어디서 인간 것들이랑 비교하다니. 이곳은 도대체 어디 길래 마의 기운이 낀 것일까, 일지가 매우 재수 없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머리가 다시 아파지기 시작한다. 현준은 억지로 활짝 웃으며 남아 있는 기운을 끌어모아 포즈를 잡는다.


“애들아 사진 찍고 해산하는 거다. 형처럼 멋있게 크려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공부 잘해”


아이들의 머리를 웃으며, 마지막으로 달려나간다..



***



술이 부족한 준영은 소형 냉장고를 연다. 안에 와인 한 병만이 남아 있다. 고급 빈티지 와인에 준영은 제법 기대에 찬다.


세월의 흔적에 맞게 달라붙고 바래진 라벨들과 다르게 코르크 마개만이 뽀송뽀송하게 반짝인다. 준영은 미처 보지 못하고 부엌으로 가져와 오프너로 와인을 따른다.


와인잔에서 준영은 처음 맡아보는 이상한 향기가 나는 듯하다. 오래된 포도주의 건조하면서도 묵직한 향도 아니고, 달콤한 향이나 꽃향기가 나지도 않는다. 준영은 와인잔에 코를 가까이 대며 머뭇거리다 와인 살짝만 맛본다. 달큼하지만 쓰고 비리다. 준영은 자신이 생각하지 않은 맛에 당황하며 한 모금 더 마신다. 더 진하고 탁한 맛이 목 안으로 타고 들어간다.



이건 분명 피다.


준영은 급하게 준영은 물로 입을 헹군다. 와인병을 꽉 채우고 있는 피를 싱크대로 붓자, 숨겨져 있는 저주가 풀린 듯 검붉은 피가 싱크대 모서리까지 뒤엎는다.



갑자기 밖에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히 현준일 것이다.



준영은 싱크대 밑에 급하게 와인병과 코르크 마개를 숨기고 거실 소파에 앉는다.



현준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준영은 핸드폰을 하는 척하며 조용히 현준을 눈으로 좇는다.



현준이 현관에서 가만히 서 있다.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를 샅샅이 파악하려는 듯 조용히 주위를 둘러본다. 현준이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준영은 멀리 열린 방문 사이로 현준이 냉장고를 여는 모습을 바라본다. 냉장고 안이 텅 비어 있다. 그 모습을 현준이 한참 보다, 부엌으로 다가간다. 준영은 참지 못하고 현준의 뒤를 따른다.


현준은 와인병을 올려 두었던 식탁을 한번 훑고는, 싱크대 앞으로 간다. 현준은 가만히 서서 조용히 향을 들어 맡는다. 준영은 현준의 뒤에서 몰래 싱크대를 엿본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한 듯 확인하기 위해 싱크대 부분을 샅샅이 뒤진다.


씻겨지지 않은 붉은 핏방울이 싱크대 모서리에 묻어있다.


준영의 입이 마른다.


현준이 싱크대 밑으로 몸을 구부려 안에 숨겨둔 와인병을 꺼낸다. 텅 빈 와인병을 코에 가까이 들이대며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현준의 눈을 피하지 못한 준영은 애써 방긋이 웃다가 고개를 돌린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입술을 보며 현준에게서 살기가 느껴진 거 같다고 준영은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오한과 소름 끼치는 듯한 한기에 준영은 방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현준이 준영을 돌려세운다..


“혹시 내방 들어왔어?”


“아니”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준영이 억지로 짓는다.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병 한 개가 사라졌길래. 아끼고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고저가 없는 말투와 다르게 현준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인다.


“하 안에 와인병이 들어있었어? 전혀 몰랐네”

“저 병이잖아.”

현준이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빈 병을 가리킨다. 현준이 얼굴을 가까이 대며 입술에 묻어있는 향기를/자신의 체취를 맡는 것 같은 것 같다고 느껴진다.


“집에서 뭐 했어?”


“아 술 냄새 나? 안 그래도 오후에 스케쥴인데 낮술은 좀 심하긴 하지? 별로 안 먹었어.”


“음···. 그런데 독한 알코올 냄새보다 입술에서 되게 피 냄새가 짙게 나네”

조금씩 굳어가는 현준의 얼굴을 보며 준영은 이렇게 정색한 현준이 무섭다고 처음으로 느낀다. 도저히 준영은 떨어지지 않는 입을 벌리며, 과도하게 반응한다.


“아··· 아까 혀 깨물었는데 개 코네!”


“어디를 깨물었는데? 입 좀 한번 벌려 볼래?”

현준이 준영의 코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아 볼 안쪽이라 잘 ···.”

준영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세게 볼을 거머쥔 현준이 준영의 볼을 세게 거머쥐고 연다.


현준은 놓친 증거를 찾는 입안의 어금니 구석구석, 혀, 천장 등을 샅샅이 하나도 빠짐없이 살핀다.

‘현준이 와인병을 발견할 때 이미 알았을까?’

‘아니야. 정말 내 말을 믿을 수도 있어.’

자신을 시험해보려는 듯한. 현준의 집요하고 냉정한 시선이 부담스럽다. 준영은 가까이 다가온 현준의 얼굴에 눈을 억지로 꼭 감는다.


시간이 참을 수 없게 더디게 가자, 실눈을 떠 현준을 살핀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날것 그대로의, 짐승과 같은 살기에 준영은 말로 정의할 수 없다. 아직도 샅샅이 자신의 입 안을 쳐다보는 시선에 준영은 식은땀이 났다. 다리에 힘이 풀리기 직전이다.


”그러게 입안에 피가 많이 있네. 냄새가 진동해“


현준이 준영의 볼을 놓아준다. 준영은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참은 숨을 몰아쉰다. 현준의 손이 목까지 잔뜩 조르는 것 같았다.


”아휴 힘들어 죽을 뻔했네“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본다.



밖에서 멀리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자, 준영은 자신의 귀를 문틈에 가까이 댄다. 방문 바로 뒤에 현준이 서 있을 는 것 같이 살얼음판 같은 한기와 기척이 든다.


”곧 출발할 텐데. 준비해야지 준영아.“

방 밖에서 억지로 악마가 밝게 끌어 올린 목소리가 들린다.


준영이 방문을 열고 주위를 살피자, 현준이 잘 벼린 칼날 같은 시선으로 서슬 퍼렇게 웃는다. 준영은 얼핏 긴 송곳니를 본 것 같다는 착각이 들자, 뱀파이어를 검색한다.



<시각, 청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이 예민하며>


준영은 현준의 모습을 떠올린다. 현준은 촬영 때마다 곱게 접힌 눈웃음을 지었고, 자신을 매일 시끄럽다고 타박했고, 찌개를 먹을 때면 항상 탈취제로 소독했었다.


<특히 밝은 빛에 약하다.>


준영은 현준이 바닷가에서도 천으로 온몸을 뒤덮고 나왔던 모습이 떠오른다. 현준은 하얗게 선크림을 떡칠했는데도 계속 그늘과 UV 우산 안에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그 뒤로 피부가 검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에이. 뱀파이어가 어딨어“

현준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혼잣말한다.


”늦었어“


현준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언뜻 보이는 긴 송곳니, 백지장 같은 피부, 긴 팔다리, 그의 모든 부분이 뱀파이어라고 가리키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31 31. 피(5) 24.05.24 12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1 0 8쪽
»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1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2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3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0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8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0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0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2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7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8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9 0 11쪽
15 15. FEVER 24.05.13 7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6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2 0 11쪽
5 5. 외출(2) 24.05.08 26 0 10쪽
4 4. 외출(1) 24.05.08 36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