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8 18:15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967
추천수 :
10
글자수 :
275,613

작성
24.05.13 22:05
조회
7
추천
0
글자
10쪽

15. FEVER

DUMMY

연습실 문이 열리고, 안무가가 들어온다. 안무가는 통화 중인 준영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린다. 준영은 전화기를 들지 않은 다른 속으로 인사한다.


“저번에 어디까지 했지? 연습은 많이 했지?”

안무가가 말한다.


“저기 오늘 저녁에 잠깐 들려도 될까요?”

거울 앞에 선 안무가를 바라보며, 준영이 빠르게 말한다.


“네 이따 출발할 때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마친 준영은 벌떡 일어나서 목을 뱅뱅 돌리며, 다리와 팔을 세차게 푼다. 에너지가 솟아난 듯하다.


“지금까지 배운 거 다시 한번 해볼까?”


“원투쓰리포”

1,2,3,4,5,6,7,8.


안무를 외운 준영이 힘차게 안무한다. 더블 타이틀곡인 FEVER는 제목에 걸맞게 비트가 제법 빠른 만큼, 춤이 제법 격렬하고 빡세다. 쉬는 구간이 없이 계속 움직여야 했는데, 골반을 비틀고 다리와 허리를 많이 움직이는 동작이 많다. 그동안, 서정적인 발라드를 많이 불렀던 탓에 여유로운 안무가 많았던 것과는 다르다. 메인 댄서인 준영은 이미 안무를 외워, 여유롭게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현준은 준영과 안무가가 추는 춤을 겨우 따라가며 춘다. 현준은 복잡한 안무 탓에 안무가 잘 외워지지 않는다. 비트가 쪼개지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안무가 틀리자, 안무 탓에 현준은 계속 안무를 틀린다.


“현준아 커피 안 마셨어? 조금 느리게 다시 해볼까?”

안무가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자, 현준이 느리게 따라간다. 앞 구간만 반복하고 있는데도 벌써 현준은 진땀이 나는 것 같다.


“여기서 스텝 아까처럼 다시 밟고, 준영이 앞으로 치고 나오고~”

준영은 거울을 보며 자신이 관능적으로 보이는지 본다.


“아이고 잘하네~”

안무가가 거울로 둘을 바라본다.


“아니 잠깐만!”


“이거 둘이서 춰도 돼요? 중간에 동선이 많이 안 바뀌어서 심심한 거 같은데요.”

춤에 진심인 준영이 선생님에게 따진다.


“응 괜찮아. 준영이는 할 수 있어. 준영이 킬링 파트 많이 만들어뒀어.”

안무가가 말한다.


“정말요? 여기 비트가 따, 따, 따 이거니까 저희 몸도 따. 따, 따에 맞게 관절을 더 꺾는 거 어때요. 비트 들어가고 나서 화려한 춤을 한번 하면서 강약 조절도 좀 하고요.”

준영이 말한다. 오른발을 앞으로 뻗으며 몸을 잔뜩 구부렸다가 오른발을 옆으로 움직이며 몸을 곧추세우고 팔을 잔뜩 화려하게 한 바퀴를 돌린다.


“제 파트 한번 멋있게 짜볼게요.”

현준은 조용히 옆에서 색색거리며 벅찬 숨을 마신다. 몸을 잔뜩 구부린 채로 두 손을 양다리 위에 올리고 쉰다. 둘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


“현준아 이 정도는 따라 올해 수 있지? 박자가 엄청 빠르지는 않으니까!”


준영이 말한다. 현준은 준영에게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박자가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현준은 안무가 더 어렵게 바뀌자 현준은 벌써 머리가 아프다.


“현준아 어려우면 나한테 맡겨!”

준영이 말한다.


‘그러다가 잘 못 추면 또 엄청 뭐라고 할 거잖아.’

현준은 속으로 생각한다. 저번에 콘서트 때에도 급하게 배운 안무를 직전까지 틀리자, 준영이 정색을 하며 인신공격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저 등 근육만큼이나 얼굴이 잔뜩 성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럼 혼자 짜고 있어 봐. 현준아 다시 가자.”

안무가는 준영을 뒤로하고, 현준에게 다가온다. 현준은 차오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느리게 안무가가 현준이 자주 틀리는 부분을 친절하게 가르치자, 현준도 춤을 빠르게 익힌다.


“‘며칠 밤낮을 지새워도’ 이 부분 이렇게 어때요?”

준영이 안무가에게 다가온다. 즉흥적으로 준영은 자신의 얼굴 위로 손을 올리고 크게 젖힌다. 머리를 한 바퀴 돌린 후 얼굴에 올라간 손이 좌우로 펼쳐지며, 앞을 이글이글 바라본다.


“이때 핀 조명이 저한테 떨어지면서 뮤지컬 비극 속 남주인공처럼 타!”

“브라보! 역시 멋져!”

안무가가 박수를 친다..


“‘꽃이 져도’ 이 부분에서 뛰는 건 어때?”

안무가가 말한다. 눈이 반짝이며 준영이 뛰어오르고 두 다리로 힘껏 착륙한다. 준영은 착지한 다음에 즉흥적으로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팔을 옆으로 젖히며 스텝을 밟는다. 꽤 화려한 동작들에 준영의 눈에 별이 박힌 듯이 초롱초롱 빛난다.


“느낌 있어 보이네”


제법 흡족해하는 안무가를 바라보며, 현준의 눈이 풀린다. 현준은 아까부터 춤이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다.


“현준아 봤지? 그럼 이렇게 한 번 춰볼까?”

준영이 싱긋 웃는다.


안무가 조금 바뀌어도 현준은 역시나 짬대로 보자마자 춤을 곧장 잘 따라 한다. 힘이 있는 준영은 제법 박력 넘치고 리듬을 잘 살린다. 현준은 긴 다리 덕분에 단순하고 깔끔한 춤선이 돋보인다. 춤을 힘있게 추지 않는 것도 있지만, 복잡한 춤도 현준이 추니 역시나 제법 세련되어 보인다.


“잠깐. 스톱”

준영이 현준에게 말한다.


“봐 봐 여기 열꽃이 피어나는 부분인데 힘줘서 해야 한다고.”


“그렇구나”


“선생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우리끼리 따로 안무 연습할게요.”

현준의 말을 들지 않고, 준영은 안무가에게 말한다.


“수고해~”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수업이 끝나자, 안무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습실을 나간다. 준영은 흐르는 땀에 에어컨을 약하게 킨다.


“우리 이제 7년 차야 살살해도 돼.”

현준이 말한다.


“너 지금 다이아 팬들 배신하는 거야?”

준영이 말한다.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 이따가 병원 가기로 하지 않았어?”

현준은 식은땀을 흘리며 웃는다.


“너는 바로 데뷔해서 모른다니까. 이번 앨범 망하면 네 탓이야.”

준영이 얼굴을 정색하며 현준을 쳐다본다..


“그럴 리 없잖아~”


현준은 준영의 눈치를 보며 춤을 추는 척한다. 느리고 설렁설렁 추다가 준영의 시선이 느껴지면 각을 빡세게 잡고 진지하게 춤을 춘다.


“노래 틀고 한번 해볼까?”

커다란 연습실에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둘 사이에 엇박자가 나다가도, 2시간이 지나자 군무처럼 제법 바닥에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린다.


넓은 연습실의 분위기가 후끈해진다. 준영의 몸과 얼굴이 땀범벅 되자, 에어컨 앞에서 땀에 젖은 민소매 티를 말린다. 현준은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현준은 뽀송뽀송한 피부에 미동도 없이 일자로 누워있는 모습이 시체 같다.


“현준아 일어나!! 죽지 마!!”

준영은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는 현준의 어깨를 흔든다. 잠시 일어나서 물을 먹은 현준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얼굴로 다시 드러눕는다. 준영은 현준의 옆에 앉자, 현준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돌린다.


준영은 등을 돌린 현준을 뒤로하고, 준영은 브이 앱을 켠다. 카메라 속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

“여러분 안녕~ 우리 컴백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어요.”


“여기 옆에 현준 있어요~”

준영은 현준의 얼굴 앞으로 카메라로 가져간다. 현준이 실눈을 뜨고 조용히 웃는다.


“어머 둘이 오붓한 거 봐”

“내가 이 그림 보려고 왔지!”

“역시 방송 안 할 때가 둘이 더 애틋하다니까”

현준은 손을 힘없이 흔든다.


“근데 이번에는 무슨 노래 해요?”

준영이 화면 사이로 비집어 와서 말을 끊임없이 이어나간다.


“벌써 궁금하구나? 역시 여러분밖에 없어”

“이번 노래는 안 알려줄 거야! 안 속는다구”

팬들의 아우성에 준영은 고민한다.


“힌트 하나만 줄까?” 준영은 카메라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머리를 매만진다.


“겨울에 어울리는 노래야. 어떤 느낌일까요?”


“캐럴 하기에는 조금 빠른 거 같은데”

“겨울 하면 이별 노래 아님”

“눈사람. 완전 띵곡인데.”

올라오는 댓글을 바라보며 준영은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어 지금 스포?”

“쉿”

“띵곡 각이다”

스포일러에 댓글이 난리 난다.


“어머 애들아 못 들은 거로 해~.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할 게~ 오늘도 힘내.”

당황한 준영은 바로 브이 앱을 꺼버렸다.


“후 조금만 더 있었으면 큰일날뻔 했네. 프로듀서한테 혼날뻔.”

준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FEVER 열꽃>


아름답지만 지독한 이 꽃이

피오르는 순간 알았어.

뜨거운 열병을 앓을 것이라는 걸

너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며칠 밤낮을 지새워도

끝없는 꿈속에서

네가 웃는 모습이 보여서

꿈인 걸 알면서도 깨어날 수 없어서.

네 손길이 닿은 곳에

새빨간 꽃이 피어올라도

행복했어. 그때가

차가운 손과 몸

네가 없이는 나는 살 수 없어


꽃이 져도

나는 널 잊지 못해

네가 없는 곳은

지옥과도 같아


꽃이 져도 나는 널 잊지 않아



이미 준영은 펜을 마이크처럼 붙잡고 잔뜩 얼굴에 인상을 쓰며 콧노래를 부른다. 자아도취된 준영에 현준은 조용히 손으로 귀를 막는다. 등으로 가려져 다행히 인상을 잔뜩 찌푸릴 수 있다. 현준은 송곳니로 입안을 꽉 깨문다.


준영은 일어나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자세를 취한다. 준영은 의자 위에 놓인 현준이 비니 모자를 귀까지 덮어쓴다.


“예이예이예 꽃이! 져!도!”


고요한 연습실에 준영의 발걸음과 목소리만으로 풍요로워진다. 사백 년 동안 자신이 본 인간 중에서 제일 독하다. 듣거나 말거나 고음을 삑삑 지르면서 이제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같이 춘다. 근육만큼이나 넘쳐나는 성량에 앰프를 켠 듯 너무 시끄럽다. 준영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아이돌을 때려치우지 못하는 건 준영 때문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31 31. 피(5) 24.05.24 13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1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1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3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3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1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0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7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9 0 11쪽
» 15. FEVER 24.05.13 8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6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