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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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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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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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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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서프라이즈(1)

DUMMY

어두운 새벽녘, 쪽잠을 자고 일어난 매니저가 하품을 하며 짙게 선팅된 밴 안에서 기다린다.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 일상이 된 지도 오래지만, 눈꺼풀에 쏟아지는 잠은 이기기 어렵다. 조수석에 있는 달달한 카라멜 마끼야토 캔커피 더미 중에서 하나를 꺼내 마신다. 문이 열리고 머리부터 옷까지 반듯하게 입은 현준이 차 안으로 들어온다.



“오늘 우리 어디 가는 거더라?”


현준이 거울로 자신의 매무새를 정리하며 묻는다.


“광고를 새벽부터 찍는 데가 어딨어.”

매니저는 초조한 마음에 계속 핸들 위에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뒤를 힐끔 훔쳐본다.


“앗. 저번에 광고 모델로 선정된 거. 회장님이 만나자고 하시네”


“그래도 너무 이른데. 삼십 분이면 금방 도착할걸.”

현준이 핸드폰 시계를 바라며 말한다.

“하- 하루를 꼭 좋은 기운 받으셔야 한다고 해서 경기도 리조트로 부르셨어.”

매니저는 자신을 바라보는 현준을 향해 활짝 웃으며 말한다.


“끝나고 다른 일정이 있으시겠는데. 회장님 만나는 거면, 메이크업샵 잠깐이라도 들리면 안 될까?”

현준이 매니저를 바라보면 말한다.


“피곤할 텐데. 현장에서 메이크업하자.”

매니저가 답한다. 감기는 눈을 뜨기 위해 캔커피를 홀짝인다.


“리조트에 메이크업 팀이 있는 거야?”

현준이 묻자,


“아. 피곤해서 헷갈렸···. 네···. 현준아 피곤한데 얼른 자. 두 시간은 눈 붙일 수 있을 거야”

매니저가 백미러를 보며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한다.



여명 속에서도 주위에 건물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인적이 드문 듯 자연 속 비닐하우스와 낮은 1층 주택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교류가 없는 곳에 잘 닦여 있는 고속도로들이 그러하듯. 아스팔트 도로 위 페인트가 정갈하고 하얗게 적혀 있다.


“여기가 어디 봐서, 리조트야?”

주위가 사람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텅 비어있다. 자본의 맛이 아니라 자연의 참 맛이란 이런 것인가. 처음 보는 흙과 모든 것이 뒤섞인 냄새에 현준은 당황해한다.


“아 여기만 그렇고 이따가 촬영지 가면 펜션 있어. 거기에 개인 수영장도 있고 완전 리조트 뺨친다니까.”

매니저가 말했다.


“회장님 만나는 거 아니었어?”

현준이 매니저에게 묻자,


“내가 그렇게 말했나?”

매니저가 답했다. 매니저는 침을 삼키며 목울대가 크게 움직인다..


“여기 지금 경기도 이천이라고 뜨는데”


“아 그럴 리가 없는데···.”


“저기 표지판에도 이천이라고 쓰여 있네”


“아 그러네!”


매니저가 억지로 크게 웃자, 현준이 매니저의 귀를 잡아당긴다.


“내가 내비게이션을 잘못 찍었는 줄 몰랐네.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봐 아하하”


“아침에 네가 커피 안 먹을 확률은?”

“뭐라고?”


“네가 커피 안 먹을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고.”

“무조건 먹지”

“그러면 제정신이 멀쩡했겠네?”

“새벽이었잖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실수로 찍을 확률은?”

“0”

“아주 잠깐 생각해봤는데. 한번 들어 봐. 어떻게든 예능을 내보내고 싶은 대표가 스케줄은 잡았는데, 매니저가 거절을 못 하고 우선 받아 와서, 상의도 없이 서프라이즈로 촬영장에 데려왔다···. 어때?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아주 센스도 없고 저질인데, 꽤 말이 되지 않아?”


“형이니까 한 번만 봐줘라.”

매니저가 애원했다.


“대표 당장 전화해서 바꿔.”

현준이 정색한다.


“내가 전화할까?”

현준은 위에서 매니저를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야 그냥 나 한 번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라. 우리 이번에 많이 해야 한대. 회사가 적자라서.”

현준은 입안의 송곳니가 길어져, 입안을 길게 파고든다. 인간 것들을 바라보니 입안의 피 맛이 잔뜩 느껴진다.


대표에게 현준이 전화를 걸자, 매니저가 무릎 꿇는다.

“현준아 네가 나 먹여 살리고 있는 거 알지?


“현준~ 예능 잘하고 있졔?”

대표가 전화를 받는다.


“네 대표님”


“아직 아이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됐는데, 제발 부탁할게. 한 번만 살려줘라.”

매니저가 현준의 바지를 잡으며 애원한다.


“내가 아는 피디라서 잘 해줄 거야~ 안부 좀 대신 전해줘”

대표의 생글거리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아 대표님이 아는 분이었구나. 몰랐네.”

현준의 말에, 매니저의 다리가 오들오들 떤다.


“엉 내 불알친구지. 하하.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구야.”


“대표님 아직도 이러시면 곤란하죠···.”


“어? 뭐라고? 하 안 들리네! 핸드폰을 바꿀 때가 됐나.”

갑작스럽게 전화가 끊기자, 현준은 가라앉지 않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화가 쉽게 눌러지지 않는다.


“뻔히 내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애꿎은 매니저에게 현준이 화를 낸다.


“그야···.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지···. 내 목숨만큼이나 너 챙기는 거 알지?”

큰 캡 모자를 뒤집어쓴 매니저는 영업용인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는데 왜 그래? 미리 동의는 구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대표님이 미리 PD님이랑 이야기 끝냈다잖아···. 아니 다른 아이돌들은 여기 나오려고 난리인데 너는 왜 그러냐.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자존심 좀 굽혀.”


“싫어하는 거 배려해달라는 게 자존심 부리는 거야?”

다리를 잔뜩 꼬고는 현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진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꼭 그렇다는 거는 아니고···.”

자신의 말실수에 매니저는 주위를 둘러본다. 자신을 여기서 꺼내줄 수 있는 구원자가 있을 수도 있다.


“형 나 바라봐.”

현준이 손을 뻗어 매니저의 턱을 든다. 현준의 너무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비친다. 자신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드는 눈동자를 피해 다시 매니저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다. 시무룩한 강아지처럼 머리 위에 숨겨진 귀가 축 내려가는 거 같아.


“나 사랑하지?”


“응 당연하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매니저가 놀란다.


“중간에 끼지 마. 대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매니저는 안도와 환희가 뒤섞여 올라가려고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주일 전




한강이 보이는 고층 회의실에 스타일리스트가 혼자 앉아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스트일리스트는 끝나고 있을 저녁 약속에 스타일리스트는 휘파람을 보며 핸드폰을 본다. 국내 차트에 앨범이 1~5위까지 루키즈가 랭크인이 되어 있자, 기지개를 켠다, 오지 않은 사람들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유투브를 킨다.


“찾았다, JIB 주가의 이유”


쇼츠에 하얀 피부의 예쁘장한 미소년이 나타난다. 왜소한 체구만큼이나 통통한 볼살에 예쁘면서도 어디 한 구석은 퇴폐적인 느낌이 맴돈다. 심장에 나비가 나는 것 같이 파르르 떨린다.


“오 이거 누구지”


일주일도 안 되어, 댓글이 천 개가 넘게 달려있다.

“포이르 비중 좀 늘려주라”

“피닉스 2번째 앨범도 성공하자”


소속사 대표가 들어와 스타일리스트를 쳐다본다. 스타일리스트는 포이르의 영상을 계속 틀어 고, 노래를 흥얼거리자, 대표는 옆에 앉아 핸드폰 속 미소년의 얼굴을 계속 쳐다본다..


“누구야?”

“대표님 오셨어요”

“어디 그룹이야.”

“JIB 피닉스라는데요.”

“아 그 데뷔하자마자 앨범 100만 장 넘게 팔렸다던데.”

갑자기 소속사 대표가 눈에 불을 켜고, 화면이 뚫어질 듯 쳐다본다.

“아 볼살에, 저 상큼한 미소···. 너무 치명적이잖아. 우리 애들이 없는데”


멀리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는 회계팀이 맞은 편에 앉아있자, 대표가 회계팀을 부른다.


“당장 JIB 주가 확인해봐!”

회계팀의 노트북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횡보하던 JIB의 주가가 앨범 발매일 이후로 6개월간 불을 뿜으며 올라간다 리서치에는 포이르의 인기가 벌써 나오고 있고, 광고에도 제법 포이르의 얼굴이 보인다.


“데뷔 후에 30% 오른 거 같습니다. 포이르가 유명한 것 같고요.”


“얘지? 흠···. 요즘 트렌드인가”


대표가 심각한 얼굴로 스타일리스트의 핸드폰을 응시한다. 자신의 핸드폰에 포이르의 영상이 계속 떠오르는 게 불편한 스타일리스트는 핸드폰을 두고 자리를 비운다. 다라 들어온 임원에게 묻는다.


“포이르 알아?”

“내가 조금만 어렸어도 한번 들이대는 건데”

임원이 제일 잘생긴 사람에게 하는 말이 나오자, 대표는 충격을 받는다. 문 옆을 떠나지 못한다. 회의시간보다 늦었지만, 여유를 부리고 명품을 둘러 입은 임원이 들어온다..


“너 얘 알아?”

대표가 묻는다.


“포이르잖아요. 이 바닥에서 이렇게 느리면 어떡해요. 피닉스 센터, 중3, 막내이자 댄서.”

구부정해지는 대표의 어깨를 툭툭 치고 명품 옷을 두른 임원이 자리에 앉는다. 한강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의자를 잔뜩 뒤로 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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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31 31. 피(5) 24.05.24 12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1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1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2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3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0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8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0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7 1 12쪽
»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9 0 11쪽
15 15. FEVER 24.05.13 7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6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6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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