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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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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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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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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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달빛 산책

DUMMY

현준은 조명을 켜지 않고, 소파에 눕는다. 태욱이 없어 유독 소파는 드넓어 보인다. 칠흑 같은 거실 속 어둠이 밖과 뒤섞인다. 현준은 유난히 하얬던 낮이 떠오른다. 소파에 누워있는 지금도 눈이 시린 것 같다고 느껴졌다. 눈이 멀 것 같이 터지던 플래시들이 계속 반복된다. 보이지 않던 낮을 떠오른다. 오늘 어떤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잔상처럼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앞을 맴돈다. 소파에 누워있어도 몸이 저절로 긴장된다. 기력을 다 빼앗겨 적막만이 감도는 공간에, 잔잔히 울리는 귀뚜라미의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다. 바래진 기억을 송두리째 지운다.



모든 것이 감춰진 어둠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어둠만큼은 인간의 질투, 갈등, 선망, 그 선명하고 나날이 솟아오르는 감정들을 다 감출 수 있다. 짙은 어둠 속 아주 작게 보이는 불빛들, 인간의 흔적들이 멀리 있어 안심되었다.


밖에서 멀리 반짝이는 빛을 바라본다. 산 중턱의 집에서는 아파트도 마치 작은 레고 조각보다도 작은 건물처럼 보인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고층 건물들도 마치 장난감 나라의 일부인 것처럼 앙증맞다. 냄새,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땀 냄새, 음식 냄새, 하수구 오물 냄새, 경적, 타이어 급정거 소리, 건널목 켜지는 소리,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걸으며 나는 발걸음 소리.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그 모든 것이 소거된 지금이 좋다.



다시 밝고 밝은 시린 조명들,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명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시끄럽게 고막에 울리는 고함과 부산하게 부딪히며 나는 우당탕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맴돈다. 고막이 너무 아프다. 불안정하게 활기찬 것들이 괴롭힌다.


산속으로 숨어들어 간 달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짙은 어둠이 익숙해질 때쯤, 저 멀리서부터 은은하게 하늘이 밝아져 오겠지···. 밝아진 하늘의 그림자를 보며 생각했다. 밝아진 손 밑에는 아직 갈색으로 덮인 손과 팔이 있다. 서툴게 감긴 붕대가 풀려 이불 안에 뒹굴고 있다. 기다란 붕대를 손으로 집어, 현준이 자연스럽게 동여매고, 입어 본 적 없는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는다.


현준은 크림으로도 낫지 않는 붉어진 손을 보며, 밖을 나선다. 모든 것이 잠든 곳에 비밀을 머금은 비행은 늘 아름답다. 어둠에 더 선명해지는 식물들과 밤공기들이 느껴진다. 새로운 생명이 비로소 태어나는 듯하다. 나무에서 뿜어내는 짙은 향기가 오롯하게 현준의 폐에 들이마신다. 청명한 달 하늘에 맞춰, 산과 강을 건너, 고층 아파트 사이로 날아오른다. 창문 사이로 비치는 점점이 켜진 불빛 들을 벗 삼아, 어둠만이 자리한 옥상에 내려앉는다.


찬 바람이 불어 일으키는 가운데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 밝은 조명 속에 어두운 밤은 오히려 더 볼 수 없는 밤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디밝은 밤이었다. 현준은 106동 옥상 꼭대기에 앉아 있다. 현준은 전화를 걸었다.


“옥상으로 올라와.”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

이윽고, 새봄이 멀리 나타났다.


“있어”

현준이 말했다.


“여기 경비 되게 삼엄한데”

새봄이 주위를 둘러본다.


“무적의 당근 거래 몰라?”

퉁명스러운 표정과 달리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현준이 말한다.


“몰라요”

“당근 했다고 하면 다 열어줘”

“그렇구나. 근데 왜 옥상까지 왔어요.”


“너랑 더 오래 있으려고”

현준이 얼굴을 새봄 앞에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어두워서 하나도 안 보이는데”

새봄이 플래시를 켜자, 현준은 핸드폰을 손으로 가린다.


눈이 부신 듯 인상을 잔뜩 찡그린다.


“다른 데로 돌리면 안 돼?”



“자 치료 해줘.”

현준이 아직도 검게 흉진 팔을 들이민다.


“여기 계속 덧나는 거 같은데, 수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새봄이 말했다.


“답 없으니까 계속 덧나는 거지. 네가 안 발라줘서 그런 거 아냐.”

현준이 새봄이 준 연고와 붕대를 꺼낸다. 새봄의 손에 쥐여주려고 하자, 새봄이 손을 뺀다..


“제가 안 발라주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새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투정- 계속 만나고 싶다는 의미 같아서 –을 부리는 것 같아서 새봄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새봄이 건네받은 붕대를 푼다.


“스무 살이면 딱 좋은데.”

현준이 새봄을 바라본다..


“네? 경찰서 구경하고 싶어요?”

새봄은 붕대를 풀다가 말고, 현준을 노려본다.


“아니. 20살 먹으면 술도 같이 먹고 좋잖아. 나 포도주 좋아하거든.”


“아하. 아직 다 멀쩡한 것 같네요.”

새봄이 다시 현준에게 연고를 쥐여주고, 손을 턴다.


“조금만 더 놀아줘!”


“저 가야 해요.”

새봄은 손목에 있는 워치를 톡톡 가리킨다. 1초가 흐를 때마가 눈에 띄게 초조해한다..


“아직 자려면 멀었잖아.”


“수험생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요. 지금 일분일초가 금인 거 몰라요!”


“나도 복귀 얼마 남지 않아서 잠 못 잔다고!”


“저도 수능 두 달도 남지 않았다고요! 인생이 수능에 달린 거 몰···.”


“우리 지금 만난 지 20분밖에 안 됐는데”

현준의 입이 뾰로통해진다..


“그래서요?”


“더 놓자. 너 유튜브 보고 인스타 할 거 아냐.”


“스트레스 해소하려는 거죠.”


“그럼 한시간 정도 시간 더 있는거지? 내가 재밌게 해줄게”


“어떻게요?”

구미가 당긴 새봄이 묻는다.


“지우가 키우던 개의 이름은?”

고민을 하던 현준이 말한다.


“억. 언제적 개그야.”

“재미없어? 한창 유행했던 건데.”


“아저씨 액면가보다 나이가 좀 많나봐요?”


새봄이 현준의 얼룩진 팔을 손으로 어루만진다. 오점 하나 없을 것같은 팔에 얼룩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새봄은 연고를 손가락으로 덜어내 검지속으로 조금씩 팔을 감싸자, 현준은 손가락을 굽히며 간지러워한다.


“참아봐요”

“바쁘다며 빨리 해줘”

“기다려봐요.”

새봄은 얼룩된 부분을 여러번 덧바를 때마다, 현준은 구름 속에 가려진 달을 바라 본다.


“다 됐어?”

붕대가 전보다 더 엉성하게 감긴다. 울퉁불퉁한 모습에 현준은 속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참는다.

“왜요?”

“아니 숨겨진 달이 예쁜 거 같아서”

“뭐래”

새봄은 짧은 붕대 끝을 마무리하려고, 혼자서 씨름하느라 현준의 웃음을 보지 못했다.



**



현준이 연습실에 들어서자, 준영이 벽 전체에 걸린 거울에 자신을 살피고 있다. 쪽잠으로 피곤한 현준과 다르게 준영은 벌써 온갖 자세를 궁리한다.



“이야~게이가 좋아하는 남자 1위 왔어?”

운동으로 얻어진 탄탄한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현준은 문 쪽에 썼던 모자를 벗어 던지고 점퍼를 벗는다.


“소감 어때?”

준영은 벽 전체에 걸린 거울로 현준을 흘끗 바라본다.


“뭐?”


“이런 아직도 안 봤단 말이야. 승자의 여유는 달라도 한참 달라.”



컨셉이미지가 공개된 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게이가 뽑은 잘생긴 남자 1위가 되기 위해서는 노출이 필수적이라고 하는데. 현준의 저 꽁꽁 싸맨 자켓 사진만으로도 모든 포털 사이트가 도배 되었다. 촬영장에서 찍힌 사진이라며 B컷 사진들이 돌아다녔다.


“벌써 인터넷이 다 뒤집혔는데. 혼자만 태평한 거 봐.”


조용히 앉아 있는 현준의 눈치를 살살 살피더니 옆으로 준영이 다가온다.


“나도 이번에 드디어 10위 건 안에 들어갔어.”


“몇 위게”


“그걸 맞춰야 하냐.”

현준은 앞으로 몸을 숙이며 스트레칭을 잠시 한다.


“하여간 매정하기는”


“2위.”

현준이 심드렁하게 답한다.


“어머~ 애가 역시 보는 눈은 있어서. 이번에 9위에 진입했지 뭐야. 컨셉 이미지가 잘 나와서 버블이랑 카페에 난리 난 거 몰라? 너도 저번에 잠깐 2위였다가 다시 1위 된 것 봐. 흐.”


“그런데, 이번에 내 근육이 좀 인기 있나 봐? 팔뚝이랑 좀 더 키울까? 아니면 현준아 우리 같이 운동해서 다음에는 자켓 하나만 입고 나오자.”


“솔로곡 하나 내면 되지. 누구랑 다르게 운동에 재능이 없어서.”


“솔로곡 안 된대잖아.”

준영의 하소연에도, 현준은 연습실 바닥에 눕는다. 팔목에 걸쳐 있던 안대를 눈에 쓴다.


“근데 포아르가 누구야? 이번에 5위던데.”

준영은 핸드폰을 본다.


“나도 몰라”


“아 피닉스 센터구나. 볼살 통통한 거 봐. 요즘에는 볼살이 다시 유행인건가?”


“봐 봐”

준영이 현준의 안대를 벗기고 핸드폰을 눈앞에 내민다. 현준이 인상을 찌푸리고 준영을 바라본다.


“무슨 매력이 있는 거 같아? 예쁘게 생기긴 했네”


“아 속상해. 저 볼살에 밀리다니. 아직 중3이래.”


“아니 게이들은 어른미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준영은 끝없이 말한다. 준영은 포아르 사진을 보더니 갑자기 예쁘장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사나운 근육의 갈색 피부와 표정이 제법 어울리지 않았다.


“어때?”


“찍어줄게”

현준이 말했다.

“아니 귀엽냐고. 좀 어려 보여?”

준영은 괜히 볼 안에 공기를 빵빵하게 집어넣고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다소곳하게 모은다. 앙증맞은 포즈라고 하기에는 덩치가 쌀 포대에 넣어도 들어가지 않을 거 같다.


“그냥 볼에 필러를 맞아. 맨날 하면 입 아프겠다.”


“이참에 피부도 한 번 더 할까? 너무 약했던 거 같아.”

준영이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핀다.


“원장님 오늘 출근 하시는 거지?”


“회사에서 가는 데 가.”


“지인 찬스가 뭐 따로 있니? 거기 비싼데 할인도 좀 받고, 일정 좀 빼주겠지.”

준영이 말을 하더니, 급하게 전화를 건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저 현준이 친구 준영이인데요. 저 기억하시죠? 아하하.”

마치 원장을 만난 듯 준영이 일어서서 공손한 자세로 전화한다. 준영은 고개를 젖히며 아하하 웃는다. 현준에게 잘 되어 간다는 듯 윙크를 날린다.


“원장님 그럼요 제가 현준이한테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요.”

고개를 돌리며 연습실을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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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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