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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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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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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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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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표의 꿈(5)

DUMMY

해변가 위에 떠 있는 보트 위에 현준이 올라간다. 하늘 위에 드론이 웽웽 자신의 존재를 시끄럽게 과시하며 현준을 지켜본다.


“현준아 보트 위에 누워봐. 그림 나와”

감독이 자신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현준은 걱정 속에 보트에 엉거주춤 앉는다.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천천히 보트 위로 눕는다. 새하얀 소품들이 세상의 빛을 사방으로 반사한다. 잔뜩 달궈진 보트의 열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작열하는 빛들에 눈이 쉽게 떠지지 않았다.


“현준아 눈을 좀 더 뜨고, 활짝 웃어봐”

대표가 말한다. 간드러진 대표의 목소리가 자신을 불안하게 흔든다.


“현준아 너 송장 같아. 그냥 누워만 있지 말고 포즈 좀 취해봥”

대표가 말한다. 현준은 억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억지로 든다. 겨우 손바닥으로 해를 눈만 가린다. 눈만 겨우 가린 그늘이 보인다. 차향을 가린다.


눈이 멀 것만 같다.


눈꺼풀을 천천히 깜빡여, 아주 조금만 눈을 떠도 하늘이 너무 파랬다. 파란 하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현준아 얼굴 가리잖앙”


제법 귀에 달라붙을 거 같은 보트의 알갱이들이 느껴진다. 잔뜩 달궈진 보트의 여기가 전해져 피부를 따갑게 찌른다. 출렁이는 물, 그늘 하나 없는 햇빛, 피부에 닿는 자잘한 모래 알갱이가 거칠게 가신의 피부를 파고드는 듯하다. 드론이 태양 주위를 배회하며 죽어가는 자신을 지켜 보고 있다.


‘이번에도 다시 한국에 가면 원장을 바로 만나야 하나, 전체 다 하면 아플 텐데’


잔뜩 선크림을 발랐어도 여전히 현준은 불안하다. 달궈진 보트 위로 온몸에 붉은 개미들이 달려들기 시작한다. 발목에서 다리로 조금씩 느리게 기어오르는 개미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끊임없이 개미의 머리와 다리가 물어뜯으며, 지나간 자리가 화끈거리고 간지럽다.


“그래 좋아요! 표정이 없으니 몽환적이기도 하고 여유로우네”

감독이 화끈하게 말한다.



“현준아 인상 찡그리지 말고 웃어”

대표가 말한다.


“한번 살짝만 웃어 볼까. 그래 좀 더 더뎌”

현준이 입을 살짝 힘없이 들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린다. 아주 경쾌하게 쏟아진다.


‘뱀파이어가 동남아 피서지에서 사망하다. 참 개소리네.’

현준은 손가락이 검게 변하지 않는지 계속 쳐다본다.



“그래. 내가 이거 보려고 온 거양.”

현준의 피부가 말라갈수록 대표의 입꼬리는 활짝 휜다.



끝이 없는 촬영에 현준은 진땀이 나, 어두운 그늘 속으로 숨는다. 의자에 벌러덩 드러누워, 이미 마셔버린 지 모래인 텀블러를 자꾸 열어본다. 긁은 손가락 자국을 따라 팔다리에는 채찍과 같이 길고 거칠게 부풀어 올라 있다. 아직도 높게 떠 있는 해에 스타일리스트는 잔뜩 붉어 오른 현준의 팔다리를 화장으로 덮는다.


“몇 시간 있었다고 그새 팔다리가 다 붉어지냐. 발까지 화장하려면 파운데이션 금방 동나겠네”


스타일리스트가 붉게 얼룩진 피부 위에 피어오른 열꽃을 가린다.


현준은 아이스팩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 순식간에 얼릴 것 같은 아이스팩에도 피부는 간지럽고 열기가 넘실거린다. 뜨거운 하이라이터에 손가락을 덴 것처럼 온몸이 얼얼하다. 텀블러 가장자리에 말라 버린 핏자국을 따라 입을 축인다.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래사장 위에 준영은 서핑 보드 옆에서 포즈를 취한다.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준영은 오늘따라 더욱 활기차다. 검게 탄 피부와 잔뜩 성난 근육이 제법 잘 어울린다.


“준영아 벗지 마!!”


멀리서 대표의 함성이 들린다. 스타일리스트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준영을 바라본다. 서핑보드를 타려는 준영이 덥다고 핑계 대며 파란색 민소매 티를 벗으려고 한다.


“이럴 땐 좋은 직업이야.”

시선은 계속 준영을 바라본다. 손으로 현준의 팔다리를 찾아가며, 애꿎은 부분에 화장한다.


멀리서 다시 대표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청춘물이야! 술 광고 아냐!!”


“준영이만 혼자 촬영하면 안 되나?”

현준이 말한다.


“나야 좋지. 네 사장한테 물어봐”

스타일리스트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한다..


“물어보면 무조건 하라고 하겠지”

현준이 대꾸한다.


“그럼 매니저한테 물어봐? 에이 됐다. 없던 일도 받아 올 듯”

스타일리스트의 말이 끝나자, 매니저가 멀리서 걸어온다.


“다음에 촬영해야 해”

매니저가 말한다.


“컨디션 안 좋아서 못 하겠어.”

현준이 자신의 붉은 팔을 일부러 보여 주며, 앓는 소리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표가 찾아온다..


“현준아 촬영해야징 지금 누워서 뭐 행”


“저는 이제 그만하려고요. ”

“아까도 준영이 혼자 했잖아. 앙돼. 둘이 같이 찍은 샷이 별로 없어”

“그러게 같이 아까 태우지 그랬어요”

“내 소원이양”

입버릇 같은 대표의 말은 무적이다.



서핑 보드 옆에서 나란히 사진을 찍다, 세워둔 서핑 보트 뒤로 현준과 준영이 이온 음료를 여유롭게 먹기도 하고, 둘이서 페트병을 부딪치기도 한다. 파도 위에 서핑 보드를 둘이 타자, 대표가 다시 눈을 반짝이며 둘을 쳐다본다. 파란 바닷물이 하얗게 일렁이며 잘게 부서진다.


카메라 셔터가 몇 번 울리기도 전에 현준이 바다로 빠진다.


“컷”


“다시 찍어?”


준영이 여전히 나오지 않는 현준을 보며 묻는다. 햇볕을 피해 바닷속으로 숨은 현준은 몸에 닿는 시원한 촉감에 해방감을 느낀다. 현준은 옷이 몸에 달라 잔뜩 달라붙을 때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너희 서핑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대표가 당황해한다.


“현준이 잘해요. 엄살 그만 피우고 올라와”

준영이 인상을 찌푸린다.


수면 위로 솟아오른 현준이 젖은 머리카락을 넘긴다. 물에 젖어 투명해진 옷과 젖은 머리카락이 현준은 인어처럼 더욱 신비롭게 보인다. 예상외의 횡재에 대표는 모든 치아를 입 밖으로 드러내며 탐욕스럽게 웃는다.


“키 이익 물에 빠지니까 보기 좋네! 인어 잘 어울린다고 했잖아용”

대표가 말한다.


“현준아 너는 계속 물속에 있구, 준영아 보드 위로 다시 올라가 봥. 현준아 준영이 보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엉? 꼭 붙어 기댄 것 같이 보면 좋을 거 같은뎅”


“이거라니깡. 아직 감이 안 죽었다구.”

대표는 팔을 내 저으며, 신이 난 듯 감독에게 다가가 다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


현준은 캐리어 안에 숨겨진 온갖 연고와 약통을 밖으로 꺼낸다. 해외에 있을 때 먹는 영양 보충제, 자외선 흡수 차단제, 새봄이 건네준 피부 연고 등을 꺼내 먹기도 하고 바르기도 한다.


“마셔”

테라스에 앉아 준영, 매니저, 스타일리스트는 흘러넘치는 맥주 거품을 시원하게 들이마신다. 차갑게 쨍한 맥주가 잔에 흘러나오자, 거품이 잔 위로 손목까지 흘러넘쳐. 열기가 가시지 않은 보랏빛 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달아오르게 한다.


열꽃으로 뒤덮인 현준 만큼이나 까맣게 탄 준영은 흘러내리는 맥주 거품을 급히 입에 대면서도, 잔이 시원하지 않다며 투덜댄다.


“사장 갔다! 이제 해방이야.”

스타일리스트가 시원하게 말한다.


“아 진짜 귀 터지는 줄 알았네. 너는 좀 데려오면 전담 마크 좀 하지 어디 숨었냐”

스타일리스트의 잔소리에,

“그게 누나 일이잖아.”

매니저가 안주를 집어 먹으며 말한다.


“끝마다 꼭 스타일리스트, 나한테 뭐 맡겨 봤어.”

첫 잔은 원샷이라며 이미 잔을 다 비운 스타일리스트가 매니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한다.


“다음에는 잘할게”

매니저가 말한다.


“어련히 그러겠다”


“그래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게 어디야. 나는 좋던데.”

다시 안주를 집어 먹던 매니저에


“아주 여기서 말뚝을 박아라”

스타일리스트가 화를 낸다.


“그러려고 사장 데려왔냐?”

스타일리스트의 말한다. 슬슬 목소리가 커지는 스타일리스트와 억울해하는 매니저를 준영이 번갈아 본다.


“아~~ 술맛 떨어진다.”

준영이 맥주병에 남은 맥주를 스타일리스트의 빈 잔에 붓는다.


“그래 기대할 걸 기대 해야지.”

스타일리스트가 매니저를 보더니 소주팩 한 개를 동째로 들이마신다..



시끄럽게 요동치던 잔소리가 지나고 자정이 지나자, 하늘에 떠 있는 오리온자리가 자신의 눈앞에 크게 펼쳐진다. 맑은 공기만큼이나 하얗게 수놓은 별들이 하얀 천처럼 펼쳐진다.

“어 위를 봐! 유성우 떨어진다.”

“누나 빨리 결혼하게 해주세요!”

“내가 겨ㄹㄹ혼 이야기하기 말랬찌!”

부산스럽게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가 잔뜩 얼굴이 취한 채로 고성을 오가고 있다.

“대신 소원 빌어주는 건데 왜! 부러워서 그런다.”

“미-ㄹㄹ리 미리 잘하라고!”

“아 왜 그래요.”

화장실을 다녀온 준영이 인상 쓴다.

“불행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니까.”

“몇 년 뒤에 나 부럽다고 하지 마ㄹㄹ라. ”

매니저가 술병에 머리르 ㄹ처박으려 말한다. 현준은 매니저 앞에 있던 술병을 옆으로 치운다. 매니저는 더욱 고개를 꾸벅이고 있다.

스타일리스트가 일어나서 매니저에게 삿대질하다가 테이블에 얼굴이 찍힌다.

“고내찮아?”

이마 위쪽이 팅팅 부어 붉게 오르는 채로 스타일리스트는 헤헤 싱글벙글 웃는다.

내일이면 기억하지 못할 가벼운 다툼과, 기억나지 않을 작은 이마와 얼굴의 상흔들.

스타일리스트가 몸을 휘적휘적하면서 현준의 머리를 친다.

“누나 이제 방에 들어가서 자자”


“아직 수ㄹ이 이렇게 만이 남았는뒈 왜 들어가서 좌.”

스타일리스트는 볼이 빨간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부축을 포기한 준영은 주변에 더러운 것을 미리 치운다.



“너! 도와준 거 있냐고.”

스타일리스트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야자수잎들도 느리게 운율에 맞춰 흔들거린다. 준영이 조용히 옆에서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엉”

매니저는 꾸벅이며 답한다.

“도와준 거 있냐고”


스타일리스트는 다시 테이블에 머리를 찌으며 말한다.

“엉”

준영은 조용히 술병의 남은 술을 잔에 따라 홀짝인다. 끊잆없이 뫼비우스처럼 취하지 않은 술자리의 취기에 현준은 술자리가 제법 길게 느껴진다.


“이제 자리 파할까? 내가 형 데려다 주고 올게”

준영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매니저의 몸을 들쳐 업고 나간다.


현준은 자신이 걸치고 있던 점퍼를 스타일리스트에게 걸친다. 스타일리스트는 옷을 탁 치며 뜨이지 않는 눈을 크게 뜨려고 하자, 현준이 웃음을 머금는다.

“들어가서 잘래?”


“됐어.” 스타일리스트의 큰 목소리가 사라지자 고요히 사라졌던 고요와 어둠이 다시 현준의 곁을 찾아온다. 스타일리스트의 그르렁대는 숨소리와 쌔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저 멀리 어둠 속 비치고 있을 한국을 떠올린다.


“지금 한국은 몇 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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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31 31. 피(5) 24.05.24 13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1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1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2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3 0 10쪽
» 24. 대표의 꿈(5) 24.05.18 11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0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7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9 0 11쪽
15 15. FEVER 24.05.13 7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6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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