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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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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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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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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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표의 꿈(1)

DUMMY

대표의 책상 위에는 계약서가 잔뜩 있다. 대표는 책상 위에 잔뜩 올려진 계약서에 파묻혀 있다. 잔뜩 작은 글씨가 빼곡히 쓰여 있는 계약서에는 0이 9개가 들어가는 십억 단위의 모델료가 적혀 있다. 위약금은 계약금의 세배라는 말이 더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 있지만, 대표의 눈에는 회사명, 금액, 기간만이 눈에 보인다. 대표는 계약서 사이에 튀어나와 있는 파란색 종이를 펼친다.


대표는 파란색 제안서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져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새어 나온 침으로 입술이 번들거린다. 번들거리던 입술이 마르기도 전에 대표는 침을 튀기기며 말을 이어나간다.


“복룡아! 내가 드디어 이온 음료 광고 말이야!”


“내 이름 엘디라니까. 엘.디.”


“어 그래 엘디야. 내가 드디어 이온 음료 광고를 말이야.”


“형이 30년 전에 이은하를 이온 음료 광고에서 보고 반한 뒤로, 아이들이 이온음료 광고 찍는 게 꿈이었는데, 맨날 여자 아이돌들이 데뷔하자마자 스캔들에 엮이고 학교폭력 걸리고 탈퇴해서 죽 쒀서 한을 품었다는 이야기하려고? 누가 또 뭐라고 했어? 아니면 명품 앰버서더 이야기 들어왔는데 그거만 안 들어온다고 자랑하려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제발 자랑해. 나한테만 푸념하지 말고”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맨날 중간에 잘라 먹어서는.”

“너 말고 홍보팀에도 많이 했거든. 그래서 홍보팀이 말이야 딱하니 이온 음료 광고를 잡아 오네. 카 내가 이 맛에 한다. 내가 드디어 이온 음료 광고를 따냈어!!!”


“형이 아니라, 루키즈겠지”


“현준이가 이번에 예능 나가서 멋있게 수영장에 들어갔잖니. 그게 회장님이 감명을 받았나 모양이지. 모델료도 따블로 턱하니 주고! 하 30주년 기념으로 아이돌의 벽을 깨고! 첫 남자 모델로 루키즈를 선발했다니 기가 막히지 않아? 이 맛에 소속사 운영한다.”


“더 자랑할 거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초를 치냐”

엘디의 반응에 대표가 시무룩해지자,


“거기로 갈게. 늘 먹던 커피로 준비해 줘.”

“나 커피 안 먹는데.”


“원두 거기 있을 거야.”

“사무실에 원두가 있다고? 가루 커피 타서 주는 거 아니었어?

“비서한테 엘디 온다고 말해. 알아서 타 줄 테니까.”

“어 알았어. 내가 금방 탈 테니까. 빨리 와”

대표는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한 듯 다리를 떨며, 주위에 계약서를 엘디가 잘 보이는 쪽으로 옮겨둔다. 책사에 있는 이온 음료 제안서는 컨셉 사진을 펼쳐, 계약서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이제 비서 좀 불러 볼까?”


똑똑똑.


문소리가 들린다.


“벌써 왔어?”

기다리던 엘디 대신에 홍보팀 직원이 들어오자 자못 근엄한 표정으로 바뀐다. 급하게 핸드폰을 켜 유투브 쇼츠에 현준을 검색한다.


“에헴. 어서 들어오게나”


대표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자신의 두툼한 손에는 제법 비좁아 보이는, 핸드폰을 응시한다.

짤로 돌아다니는 현준 예능 쇼츠에 만족을 한다.



똑똑, 기대 속에


홍보팀이 들어오자, 갑자기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


“역시 명품 방송사는 다르단 말이야. 알아서 이렇게 일을 잘 해주고.”

유투브로 현준 예능짤을 찾아보는 대표가 거들먹거린다..


“풀린지 일주일도 안돼서 유투브에 엄청나게 돌아다니네. 댓글도 꽤 많고.”


가만히 서 있던 홍보팀도 서 있다가 옆에 앉아서 유투브로 현준을 검색한다. 자신이 검색하고,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자 커다란 썸네일로 “드디어 현준 매국노 인증”이라고 쓰여있는 유투브가 올라온다.


하루 전에 올라온 유투브가 벌써 조회 수 10만을 기록하고 있다. 홍보팀은 옆에 있는 대표의 표정이 시시각각 굳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흡족하게 보던 대표의 표정이 시시각각 굳어진다.

“이건 또 뭐야. 왜 이 조회 수가 더 높은 거지?“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대표가 호통을 치자, 홍보팀은 바로 영상을 튼다.


“뭘 잘했다고 틀어! 조회 수 올릴 일 있어? 가만히 두고 볼 거야?”


대표의 눈 흰자위가 드러난다. 두꺼운 안경알 사이로 작게 보이던 눈이 갑자기 커져 보인다.


“지금 컴백한지 얼마나 됐다고 당장 내리라고 해!”


“안 그래도 미리 컨택을 해봤는데요.”


“데요···?”


“이번은 아니고 대신 조금 뒤에 올리라고 했습니다.”


“야!!! 너는 왜 일을 하다 마냐. 막아야지 미루긴 왜 미뤄. 이게 무슨 알림이야? 10분 뒤에 터지면 괜찮은 거고? 돈을 줘서라고도 막았어야지···!”


“억 단위로 부르는데요···.”


“말이야 방귀야. 너 얘 채널 다 봤어?”

스크롤을 내려도 썸네일에 루키즈 얼굴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넘겨봐. 다 일부러 루키즈 까는 것만 있잖아.”


“일을 왜 하다 말고 보고하니. 증말!! 어! 아까 들어올 때 나 기분 좋았던 거 안보였어? 하 너 때문에 미친다. 증말.”


“법무팀도 같이 들어오라고 해”


갈수록 고개가 책상으로 떨거지는 홍보팀을 뒤로하고, 문이 열리고 명품 옷을 두른 임원이 한가롭게 들어온다. 24년 FW 신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세팅으로 뽑았다.


“아 뭐야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이야기나 들으려고 했더니. 커피도 없고”


“엘디야 왔어!”


“무슨 일이야?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못해”


“아 별일 아냐.”


대표가 손을 저으며 억지로 활짝 웃는다. 홍보팀의 잔뜩 주눅 든 얼굴을 보며 그녀는 손에 들린 핸드폰을 뺏어 본다. 흥미롭게 반짝이던 눈빛은 핸드폰 위에 떠 있는 썸네일을 보더니 눈빛이 탁해진다.


“이런 일 한두 번 겪는 거 아니잖아.”

영상을 재생한다.


‘또 조회 수 올라갔어!’

대표가 입을 벙긋한다.


“누가 조회 수 올리려고 하는 거겠지···.”

대표가 근엄하게 말한다.


“언론사 발이면 거기 언론사 주관 행사 없나 알아보면 되고. 그냥 유투버면 고소를 하면 되고. 뭐가 문제지?”


명품을 둘러 입은 그녀가 싱긋 홍보팀을 보며 웃는다. 차갑고 멸시가 가득한 그녀의 웃음에 홍보팀은 잔뜩 한기가 들은 듯 오금이 저리고, 바닥만을 쳐다본다..



똑똑.


“빨리 들어와!”

노크 소리에 대표는 황급히 소리 지른다. 문이 열리고, 현준이 들어온다. 대표는 열기가 덜 가라앉아 얼굴에 홍조가 생긴 채로 현준에게 웃는다.


“여기 사람이 좀 많네요. 오랜만에 상담하려고 했는데.”

현준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아, 안 그래도 네 이야기 하는 참인데.”

대표는 답한다. 현준을 보자, 대표는 매니저 시절부터 몸에 배어 있는 비굴한 웃음을 짓는다.


“오늘은 글렀나 보네~ 나 간다~.”


“그럼 저희는 다시 가볼게요.”

명품 옷을 입은 임원은 턱이 잔뜩 들려있는 현준과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대표를 번갈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다시 원래 대로 해사하게 웃으며 인원은 현준에게 손 인사를 한다. 사라지는 임원을 뒤따라 홍보팀 직원도 같이 당황해하며 빠르게 쫓아간다.


“내가 말한 거는 한번 알아봐 줘요.”

뒤따라오는 홍보팀에 명품 옷을 임원이 나긋하게 속삭인다.


“네 알겠습니다.”


참았던 숨을 내쉬던 홍보팀의 얼굴이 다시금 굳는다.




대표는 임원이 사라지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며 홍보팀 직원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문이 닫히자, 대표는 복덩어리인 현준을 싱글 생글 함박웃음을 지으며 바라본다.


“무슨 일이냐?”


“저 예능 안 한다고 했죠.”


“그랬지. 막상 했더니 대박이 나버렸네? 아니 이렇게 예능 천재였으면 진즉에 말을 했어야지.”


“매니저에게도 그렇게 말했어요? 계약서 변경하고 싶으시면 저한테 직접 말씀하세요. 애꿎은 매니저 시키지 말고.”


“변경이라니. 그냥 한번 나간 건데”


“저 야외 활동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사정 다 아시는 분이···.”


대표가 거드름을 피자, 현준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계약서들을 펼쳐 본다. 현준은 맨 위에 놓여 있던 파란색 제안서를 한 손으로 잡아 대표에게 펄럭인다.


“이건 또 뭐에요?”

제안서를 펄럭일 때마다 대표의 눈이 초조함에 휘둥그레진다.


“이번에 예능이 대박이 나서. 광고가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데. 너도 보이지?”


대표는 방금 검색한 유투브를 현준에게 보여준다. 방금 달린 댓글들이 현준에 눈에 들어온다.


‘신은 현준에게 얼굴만 줬구나’

‘운동은 왜 이렇게 못함ㅋㅋ 내가 더 잘하는데.’

‘왜케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름? 엄마 보는 줄 알았네’


“저 필요 없어요.”

현준이 짜증 낸다.


“더블 타이틀곡 알지? 너무 카랑카랑하게 센 컨셉만 하지 말고, 이번 컨셉처럼 좀 상냥해져 봐. 얼마나 보기 좋아. 가만히 있어도 애간장이 녹을 거 같고 막 그러지 않아?”


현준의 굳어있는 표정에 대표가 침묵을 참지 못하고 말한다.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회사가 적자여서 그런 건 아니죠? 레스토랑 망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아이고 많이 와전됐네. 또 박 대표가 퍼뜨렸나. 하여간 너무 시기가 많아.”


“이번에 예능 출연한 거는 PD가 사정사정하는데 어떡하냐. 고등학교 동창이고 한데 거절 한두 번 하는 것도 예의여야지. 덕분에 이번에 아기들도 출연하고 얼마나 챙겨주는데.”


궁색한 변명에 대표의 얼굴이 귀까지 붉어졌지만, 현준에게는 대표는 안색 변화 없이 여전히 차분하게 보인다.


“나 좀 그만 팔아먹으세요. 끼워팔기 좀 적당히 하고요.”


“너 맨날 삐딱하게 생각하는 것도 병이야. 내가 돈 밝혀서 그러는 줄 알아! 너 잘되라고 하는 거잖아.”


“계약 조건이랑 다르잖아요.”


“너무 정 없게 계약서 운운하지마.”


“단서 1조 갑과 을이 상호 동의하에 예능 출연 등을 결정한다. 단체 활동을 원칙으로 하며, 단독으로 활동 또는 출연하는 경우, 을과 사전에 협의하여야 한다.”


“매니저 통해서 다 동의받았는데. 너는 몰랐어? 하. 내가 잘 일러서 동의를 받으라고 했을 텐데. 이게 몇 번째야. 안 되겠다. 일 너무 못하는데 이번 기회에 매니저 바꾸자.”


“앞으로는 저한테 바로 말하세요. 매니저 통해서 하지 말고요. 나갈지 말지는 제가 결정해요.”


볼일을 마친 현준은 자리를 박차고 문으로 다가가자, 대표의 호통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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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6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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