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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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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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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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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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피(1)

DUMMY

여자는 주위의 인적이 한산해지자, 병원의 뒤편으로 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기 시작한다. 한데 폐기해야 하는 의료용 폐기물들도 한데 열어 유난히 살핀다. 두꺼운 가방 안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꺼낸 여성은 이 현장을 여러 번 사진으로 찍는다. 정리하려던 폐기물들이 다시 어지럽게 흩어지자, 여성은 정리를 포기하고 이내 일어선다.


다시 카메라를 두꺼운 가방 안으로 넣으며, 병원으로 향한다. 입구에 있던 정문과 달리 마스크와 모자를 둘러쓴 사람들이 후문에서 나온다.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꽁꽁 동여맨 사람들에 여성은 사람들이 나오던 입구 쪽으로 들어간다. 계단에 크게 로비로 향하는 문을 들어와, 왼쪽 구석으로 살짝 꺾으니 숨겨진 엘리베이터가 등장한다. 엘리베이터의 외관은 유독 반짝인다.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또 다른 얼굴을 동여맨 사람과 후드티와 모자를 대충 둘러매 사람이 같이 나온다. 여성은 황급히 로비로 발걸음을 향하다, 사람들이 시야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숨겨진 엘리베이터로 돌아온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로비와 꼭대기로 향하는 버튼만이 있다. 위에 있는 꼭대기로 향하는 버튼을 따라 문이 열린다. 고급 대리석이 즐비한 로비가 보이며, 카운터 너머의 직원이 환하게 웃는다.


“예약하셨나요?”


“상담받으려고 왔는데요.”


“저희는 추천제라서요. 아시는 지인분 통해서 미리 이야기 듣고 오세요.”


말을 마친 직원이 엘리베이터 주변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한다.


“여기는 오시면 안 됩니다.”


삼엄한 경비에 여자는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원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멀리서 안에서 남자가 쭈그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잔뜩 쇠어진 머리카락에 구부정한 표정, 권태로운 표정과 다른 부티 나는 듯한 살과 푸석한 살들. 자신이 찾아 헤매던 그 원장이다.


여자는 한참 거리를 두고 원장을 조용히 뒤쫓기 시작한다.





현준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방 안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본다. 오직 2병의 와인이 남아 있다.


”언제 다 이렇게 마셨지“

현준은 아쉬워하며 자신이 제일 아끼는 와인 한 병을 꺼낸다.

와인 ㄹ빈티지 로고가 그려져 있다. 예전에 먹던 피와 비슷한 피를 찾기 위해 많은 원장을 얼마나 구워삶았던가. 혈액 팩으로 한번 접하고 나서 잊을 수 없어, 원장에게 꼭 이 사람은 해야 한다며. 불법적이라고 만류하는 사람에 결국 여러 사람을 붙여주고, 꽤 많은 돈을 지급하고 나서 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시 그 와인은 소중하게 흐트러지지 않게 냉장고에 고이 두고, 다른 와인병 한 개를 꺼내 부엌으로 간다. 곁들임으로 레어 스테이크를 만든다. 익지 않아 피가 흥건한 스테이크를 고급 접시 위에 플레이팅을 하고 자리로 앉는다.


와인잔을 열자 풀을 비롯한 복합적인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와인잔이 넘실거리도록 피를 잔뜩 따르자, 피의 향이 진동한다. 현준은 오랫동안 참았던 갈증에 피를 잔뜩 마신다. 목으로 타고 흐르는 진득하고 액체에 비로소 몸에 있던 활기가 생길 거 같다. 부족한 갈증이 해소되자, 현준은 다시 와인잔에 넘칠 듯이 따른다.


와인잔을 흔들자, 과실 향기도 얼핏 흐른다. 와인잔에 대고 조금씩 마시니 깊은 맛이 혀에 맴돌자, 현준은 만족스러운 듯이 천천히 와인잔은 계속 흔든다. 현준은 빈 잔에서 느껴지는 잔향을 기분 좋게 코로 들이마신다.


익히지 않아 피가 잔뜩 흐르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고기의 피 향과 와인의 향이 뒤섞여 입안을 파고들어, 현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현준은 원장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이 길어지며 전화를 받지 않자, 시계를 살핀다. 이미 한밤을 가리키자, 현준은 하얗게 세어버린 원장의 투덜이 생각나 핸드폰을 다시 닫는다.


“그래 원장 오래 살아야지”


마지막에 남아 있는 와인병에 얼마 남지 않아 가벼워지자, 한번 병을 흔든다. 투명한 와인병이 반 넘게 투명해졌다. 아쉬운 듯 현준은 나머지를 따르지 않고, 남은 고기를 마저 먹는다.




씻고 나온 준영이 부엌으로 다가와, 위에 올려진 와인병을 살핀다. 포장이나 프린트가 제법 값비싸 보인다. 까다로운 현준이기에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준영은 생각한다.


“비싼 술 먹을 때 같이 부르지”

준영이 말한다.


“몰랐네”


준영이 서랍 안에서 오징어구이와 간단한 과자를 꺼내 자리에 앉는다. 본격적으로 자리에 앉아 현준을 관찰한다.


“에이 혼자 술 먹으면 재미없지. ”

준영이 자연스럽게 와인잔을 들고 와, 현준의 와인병에 손을 뻗는다. 현준은 와인병을 채가며, 와인병에 남아 있던 붉은 액체를 남김없이 턴다. 그 사이에 향기가 많이 날아간 듯하다.


“도수가 낮은가. 알코올 향이 하나도 안 나네”

취기 하나 없는 모습에 준영이 의아해한다..


“하나도 안 취했네? 비싼 술은 역시 다른 가봐”

준영은 기대에 찬 듯 벌써 함박웃음을 지으며, 안주를 세팅한다.


현준이 붉게 물든 입술을 적시며 흡족하게 웃으며 말한다.

“너도 술 가져와”


“너 다 마신 거 아냐?”


“에이 됐어. 밀린 운동이나 해야겠다.”

준영은 인터넷으로 가격을 검색한다. 백만 원이 넘는 와인병을 아쉬운 듯이 들고는 계속 살핀다.


“나중에 와인 구해다 줄게”

“정말이지?”

준영이 활짝 웃는다.


“응”

현준은 제법이나 나른해진 표정으로 답한다.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제법이나 긴 송곳니가 가려진다.



***



그동한 부족했던 피를 한번에 보충한 현준은 아침에 느리게 일어나 바깥의 하늘을 바라본다. 집 안에서 쉬려던 그는 한적한 풍경에 집 밖으로 걸음을 나선다. 구름이 드리워져 햇볕도 딱 적당한 날씨가 제법이나 인상 깊기도 하고, 아직 이른 시기에 걸어 다니는 사람도 적고 쾌적해서 현준은 이 순간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주변의 바람들이 제법 상쾌해 보인다. 동남아보다. 서늘한 바람도 제법 시원하고, 이제 겨울이 다가와 사라지는 연해지는 햇볕도 매우 행복했다. 온몸에 스며드는 서늘함이 좋다. 슬슬 한낮만 아니면 견딜 수 있을 수준이 되는 듯하다. 충동적으로 편의점에 들러 구매한 육포를 잘근잘근 씹으며, 전화를 건다.


보통과 다르게 한창이나 받지 않던 전화에도 현준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다린다. 긴 통화음 끝에 원장이 쥐죽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네 여보세요”


“원장 어제는 전화 안 받더라. 원장 오래 살라고 이번에는 안 찾아갔어. 나 잘했지? 지금 바로 갈 거니까 준비해”


현준은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며 말한다. 지금 출발하면 삼십 분이면 도착하니, 오후 일정 전에 넉넉하게 끝낼 수 있다고, 현준은 생각한다.


“저희···. 지금 영업정지에요”

원장이 마지못한 말을 하듯 뜸을 들이며 한다.


“뭐라고? 하하. 영감 요즘 농담이 늘었어. 나를 놀라게 하려고 했다면 아주 성공이야.”

현준이 헛웃음을 짓는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진짜인데요. 누가 신고했는지 식약처에 조사받았습니다.”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럴 리가 없잖아. 원장.”


“제가 어찌 압니까. 알았으면 안 당했죠.”


“원장 나 진지해. 지금 피가 없어.”


“아 그렇겠네요···. 죄송하지만, 약으로 좀 버티셔야 할 거 같습니다.”

현준은 답답한 원장의 대답에 현준의 옷이 갑갑하게 느껴진다. 손과 팔에 잔뜩 생긴 얼룩들이 새삼 눈에 거슬린다.


“컨디션 안 좋은데 약이라니.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동남아 가서 땡볕 쐬고, 폭우 속에도 춤 다 추고 왔단 말이야. 오자마자 바로 뛰어야 하는데, 피가 없으면 어떡해”

현준이 말한다. 현준의 목과 귀가 솟구치는 화에 붉어지고,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송곳니가 길어진다.


“견디셔야 합니다. 몇 달만 참으세요.”


“어떻게든 찾아와 보라고!”

현준이 소리친다.


“약을 넉넉히 드려서 참 다행입니다. 신약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일이 이렇게 될 거 같으면 미리 전화를 해줬어야 할 거 아냐!”

현준이 핸드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바깥의 세찬 빗소리와 바람 소리가 뒤섞여 더 날카롭게 들린다.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안일하게 사는 거야. 영감 돈 많이 버니까 배가 불렀어? 아니면 죽을 때 얼마 안 남아서 이판사판이야?”

현준이 말한다.


“인간이 언제 자기 마음대로 산 적이 있습니까. 좀 견디세요.”


“저도 이제 변호사 알아봐야 해서 머리가 많이 아픕니다. 환갑이 곧인데 여전히 세상에 쉬운 게 없습니다. ”


“여기서 더 일 크게 키우긴 싫습니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몸조심하세요.”


원장은 자신의 할 말을 전한 채,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현준은 다시 원장에게 전화를 걸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겠다는 멘트만 나온다. 자신의 전화를 피하는 원장에 현준은 무작정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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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피(5) 24.05.24 13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1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 27. 피(1) 24.05.20 12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3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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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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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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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7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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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달빛 산책 24.05.13 6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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