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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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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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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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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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닭 대신 꿩(2)

DUMMY

“땡”


카메라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현준은 자신이 왜 틀리는지도 모르는 듯 태연하게 같이 호탕하게 웃고 있다. 효민은 옆에서 뾰로통한 얼굴을 내밀며, 현준에게 억울하다는 듯 표정을 짓고 있다.



인적이 없는 공터에 도착한 현준은 역사 퀴즈를 뽑았다.


“저 이거 약한데···.”

“저도요”

서로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사이 퀴즈가 나온다.


“거란을 물리친 고려 장군은?”

“···”

효민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김소종!!”

현준이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대답을 한다.


“땡”

카메라 너머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김소종은 배우 이름이잖아요.”

효민이 현준에게 뭐라고 하자, 현준은 어차피 답을 못 맞혔는데 뭐 어떻냐는 표정을 짓는다. 사실 자신이 왜 틀리는지도 전혀 모르는 듯하여지자, 효민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한다. 주위의 웃음에도 현준은 그저 머쓱하지만, 부끄럽다는 미소를 살짝 짓는다. 눈가는 여전히 서늘한 채로.


“대조영, 왕건, 강감찬, 장보고, 등 거의 모든 역사적 주인공은 혼자 도맡아 했는데, 이번에 나온 드라마 주인공 이름만 생각이 안 나는 거 있죠. 요즘 워낙 일정이 바빠서 드라마를 안 봤더니 후···. 어쩔 수 없네요”

효민은 현준과 카메라를 고루 아이컨택을 하면서 아까워하는 듯한 과장된 표정을 짓는다.




“우리 그냥 가요? 뭐 먹을 거 안 줘요?”

효민이 카메라 감독에게 배가 계속 고픈지 끊임없이 차를 타지 않고 질문을 하자, 옆에서 늦게 도착한 매니저가 감독에게 말한다.


“상식 퀴즈 부분 편집해주시는 거죠? 아이 재미가 너무 없잖아요.”


“현준이 역사에 유독 약하더라고요. 다른 퀴즈 냈으면 다 맞췄을 텐데 이것만 나가면 현준이 스마트한 것도 다 안 보이고···. 사실 저희 회사 이번에 잘 돼야 하는 거 아시죠? 다음에 다른 아이돌로 빵빵하게 출연한다고 말해볼게요. 아셨죠?”



**



마지막 도착지인 인피니트 수영장에 도착하자, 수영장의 쨍한 햇볕이 주위에 쏟아진다. 세파한 물결이 가을의 따스한 햇볕을 반짝인다. 수영장 위에 풍선으로 떠다니는 기구들을 보며, 주위에 많은 사람이 기대에 부풀어 오른다.


제법 건조하고 샛노란 햇빛이 그늘 하나 없는 수영장에 내리쬔다. 까딱하면 통닭구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제법 물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현준의 마음이 가라앉는다. 여기서 중간에 도망갈 수 있을까.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친다.

‘중간에 쓰러질까? 과로로 핑계를 댈 수도 없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매니저의 모습을 보며, 생각을 접는다.


시원한 이온 음료를 들고 온 매니저에게 현준이 방긋이 미소를 짓는다.

“형 나 놓고 온 거 있어서 밴 안에 잠깐 들어갈게.”

“어 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다줄게.”

“아니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잠깐 찾아볼게.”


현준은 재빠르게 밴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나무 그늘 사이에 주차된 밴 안은 그나마 서늘하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현준은 문을 재빨리 닫는다. 아침 일찍 왔는데 아직도 한낮이라니 구름 없이 화창한 하늘이 원망스럽다. 마른세수한 현준은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목, 얼굴, 팔 등 아직은 여전히 자신의 피부는 하얗고 투명하고 부드럽다.


‘영감이 오지랖 부린 게 도움 될 때가 인근 있단 말이야.’

가방 안에 들어있는 약통들을 꺼낸다. 여기 자외선 전용 영양제 약통을 손에 들이붓는다. 있는 한껏 영양제를 입안으로 털어 넣고, 물을 마신다. 손과 팔에 스포츠용 UV 차단제를 하얗게 뒤덮일 정도로 강박적으로 덧바른다.



가빠진 숨을 들이켜며 현준이 정신을 어지러이 하다가,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벌써, 쉬는 시간이 끝났나.

짙은 선탠의 창문을 내리자, 매니저가 아니라 여배우가 서 있었다.

“시원한 커피 가져 왔어요.”

그사이에 화장을 새로 고친 듯 한 점의 잡티도 없이 피부가 뽀얀 효민이 차 앞에 서 있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며 광고에서 많이 보았을 법한 필살기 미소를 짓는다. 짙은 머스크 향의 향수 냄새가 창문을 타고 넘어와 다시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저희 오늘 1등 해봐요.”


효민의 손에 이끌려 나온 수영장 벤치에 미리 누워 서로를 쳐다본다. 마치 연인처럼 사람들 가운데에 선베드에 누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훔칠 정도로 선남선녀다. 수영장 물에 반사되는 햇빛이 따갑다.



현준은 하얀색 점퍼를 목 위까지 단단하게 고정한다. 현준이 자신의 눈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손으로 가린다. 그늘은 만든다. 선글라스라도 쓰고 왔어야 했다. 효민은 선베드에 활짝 누워 고개만을 현준에게로 돌린다. 옆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현준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건다.

“양산이나 모자 같은 거 없어요? 여기 햇볕이 너무 뜨거운데”

“양산 저번에 집에 두고 왔는데. 머리 스타일 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좀 참으면 안 돼?”

“짧아서 별로 안 눌리지 않아요?”

“그래도 잘 나오면 좋지. 이게 마지막이니까 좀 참아봐.”


못마땅한 표정으로 선베드 위에 몸을 올려 앉는다. 자신에게 마이크를 고쳐 주기 위해 스태프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온다. 활짝 웃자, 스태프가 엉거주춤 돌아가지 않고 있다.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리라. 짜증을 속으로 삭이며 카메라 앞에 활짝 웃는다.


“자 수영장에 설치된 에어튜브 보이시죠? 빠지라고 부르는데요. 여러 가지 장애물을 딛고, 깃발을 뽑고 먼저 돌아오시는 분이 승리하시는 겁니다. 이번에는 남자, 여자 각각 대결하고요. 팀별 토너먼트로 승자를 결정하겠습니다.”


효민은 출발하기 전에 현준을 바라보며 윙크를 휘날린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마자, 멀리 뛰쳐나간 효민은 압도적으로 빠르게 깃발을 쟁취한다. 천천히 걸어서 돌아오자, 달려가던 상대편이 깃발을 뺏으려고 달려들자, 효민은 여유롭게 천천히 상대편을 따돌리며 들어온다. 뽑은 깃발을 들으며 현준에게 하이파이브하려고 두 손을 내민다. 현준은 웃음기를 머금은 채로 하얀빛으로 반짝이는 물결에 시선을 빼앗겨, 효민을 바라보지 못한다. 효민은 두 손을 주먹으로 쥐고 다시 현준 옆에 다소곳이 서 있으며, 현준의 얼굴 가까이 눈 맞춤을 한다.


“현준 씨 저 깃발 뽑았어요~”

효민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은 현준이 싱긋 웃는다.

“수고하셨어요.”

“현준 씨도 1등 하실 거죠?”




호루라기 소리에 현준은 에어 튜브 위로 서 있다. 의욕이 없이 축 늘어져 있는 자신과 달리 울긋불긋 근육이 솟은 정민은 벌써 파이팅이 넘친다. 주위의 응원 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오며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된다.


“우와 세기의 대결 아냐!”

“현준 씨 파이팅!”

“정민아 본때를 보여줘!”


아무리 힘 싸움에서 그나마 길러진 잔 근육들이 자랑하자, 주위에서는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주위의 환호성이 들리자, 정민의 근육이 더 성나게 꿈틀거린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용수철처럼 뛰어오른 정민은 재빠르게 앞을 치고 나간다. 육중한 덩치에도 정민은 우사인 볼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총알 같이 달린다. 현준은 이미 한참 앞으로 질러 버린 효민을 긴 다리로 뒤따른다. 입술 가장자리에서 피가 스며 나온다. 긴 송곳니가 입술 사이에 살며시 보인다.


‘인간치고는 제법 잘 뛰는데.’


현준은 가장자리 튜브에 올라가 있는 공을 남자에게 던진다. 정민의 뒤통수에 공을 맞은 남성은 퍽 소리에도 아무렇지 않게 앞을 달린다. 깃발 앞에서 갑자기 멈춰, 뒤를 바라본다. 승자의 여유처럼 두 팔을 가득 벌리고 달려오는 현준을 향해 손을 까딱인다.


어서 와봐. 두꺼운 그의 몸만큼이나 자신감이 넘치는 그는, 떡 벌어진 어깨와 함께, 깃발을 가리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현준과 먼 거리에 깍지를 끼고 팔을 늘리기도 하고, 다리를 벌리고 트위스트를 한다.


현준이 달리기를 멈추고, 느긋하게 걸어오자, 정민은 수영장에 앉아 있는 연예인들과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미 승리는 자신의 것이라는 듯 승리의 세레 모니를 취한다. 손바닥에 키스하고 카메라를 향해 내보이는데, 현준이 봐도 재수가 없다.


“기다리는 것도 지겹네”

정민이 현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한다.


“아직 안 끝났는데”

현준이 싱긋 웃으며 조용하게 말하자, 정민은 몸을 곧바로 편다. 두꺼운 가슴 근육이 자신을 맞이한다. 긴 민소매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근육들에 현준이 예민해진다.


정민이 현준의 손을 잡고, 밀어붙인다. 현준이 깃발을 향해 몸을 틀려고 할 때마다, 뒤로 한발 물러, 손과 다리에 힘을 잔뜩 준다.


“형 쉬엄쉬엄 해!”

“현준의 팬분들이 보고 있어”


괴력의 정민에게 장난기 많은 패널의 말에 현준이 뒤를 돌아본다. 현준의 숨겨 뒀던 등, 팔뚝 아래 잔 근육들이 드러난다. 잔뜩 마른 몸에도 이두박근은 제대로 자리가 잡은 듯 팔에 있는 힘줄이 팽팽해진다.


튜브 위에 젖어진 물기에 정민이 살짝 미끄러지려고 하자, 현준은 수영장 물 안에서 파도를 일으킨다. 자신도 흠뻑 젖어, 넘어지려고 하고, 튜브 위에 웅덩이가 만들어진다.

이판사판이다.


현준이 물기를 머금어 질척해진 옷을 벗어 정민에게 던진다. 지퍼형 후드를 피하자, 미끄러운 바닥 위에 떨어진다. 정민은 떨어진 옷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비튼다.

“너무 승리에 목숨 거는 거 아냐? 반칙인데···. 봐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어.”


정민의 계속되는 반말에 현준이 씩 웃는다.

“뭘 봐줘.”

“그럼 시원하게 적셔 줄까?”

현준이 현준을 깍지 낀 채 손으로 현준을 밀자, 현준은 한쪽 다리를 굽힌 채 그대로 가장자리까지 밀린다. 현준의 발뒤꿈치로 수영장 물이 찰랑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깃발 주위에서 멀어진다.



효민은 현준의 날것, 짐승 같은 모습에 침을 꼴깍 삼킨다. 어두운 밤에 자신을 위해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마 기절할 정도의 희열을 느낄 것이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노출이 정말 없는 것으로 현준의 달라붙은 옷들, 저 하얀 팔들을 보고만 있어도 호르몬이 샘 솟는 것 같다. 정말 핸드폰으로 촬영을 해서 소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으면서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런 모습 처음이야.”

효민은 두 손을 모은다.



현준은 손가락이 터질 듯하고, 손목을 꺾일 것 같다. 괴력의 손아귀 힘에 현준의 손은 창백해진다. 그대로 드러난 새뽀얀 팔이 조금씩 빨갛게 변하고 있다. 뙤약볕 같은 건조한 햇볕으로 피부가 아리기 시작한다. 정민이 잡은 손가락 부근에서 손등으로, 팔뚝, 옷이 부대끼는 부분까지 화하게 아리는 부분이 넓어진다.


현준이 넘어진 틈을 타, 깃발을 채간다. 정민이 현준의 허리를 잡고, 움직이지 못할 듯이 꼭 껴안는다. 현준이 틈 안에서 버둥거리는 인형에 불과하다. 현준이 긴 팔을 이용해 깃발을 빼앗으려고 했으나, 정민의 나머지 한 손으로 손쉽게 제압을 당한다.


현준이 수영장의 물을 정민을 향해 첨벙첨벙 튀기자, 정민이 웅덩이에 미끄러워 넘어진다. 넘어진 틈을 타 현준은 깃발을 뺏으려고 한쪽 무릎을 구부린다. 넘어진 정민이 현준을 붙잡고 패대기친다. 현준이 다리 한쪽이 물 안에 빠진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현준은 튜브를 잡지만, 미끈거리는 튜브로 손이 계속 미끈거린다.



“시원할 거야”


바닥에 납작 붙어 있는 현준을 정민은 쳐다보며, 한 손을 마치 공기 접착제에서 떼어 내듯이 하나씩 밀어 물 안으로 빠트린다. 꼬르륵 빠지는 현준을 위에서 쳐다보던 정민은 출연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유유히 걸어간다.


새파란 물살 아래에 현준이 침잠한다. 파란 어둠 속은 오히려 잠잠하다. 부글부글 자신의 숨을 따라 공기들이 수면 위로 솟아오른다. 현준이 다시 물 위로 오른다. 수면 위 떠 있는 현준의 얼굴과 어깨, 그리고 양팔 위로 뙤약볕 같은 햇살이 작열한다. 긴 팔로 허우적댄다.


“1위를 꺾은 사나이!”

“역시 형이야.”

느리게 느린 동작으로 정민에게 환호하는 연예인들이 눈에 보인다. 정민의 등을 출연진들이 한 번씩 토닥이고, 정민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X 같은 곳에서 도망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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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피닉스(2) 24.05.26 11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31 31. 피(5) 24.05.24 12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1 0 8쪽
28 28. 피(2) 24.05.21 12 0 11쪽
27 27. 피(1) 24.05.20 11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2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3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0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8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0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0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2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7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8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9 0 11쪽
15 15. FEVER 24.05.13 7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6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10 10. 회상 24.05.11 8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3 0 11쪽
6 6. 틈 24.05.09 22 0 11쪽
5 5. 외출(2) 24.05.08 26 0 10쪽
4 4. 외출(1) 24.05.08 3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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