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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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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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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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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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촬영

DUMMY


짧은 금발 머리의 현준이 카메라를 쳐다본다. 흰색 민소매 티가 반쯤 흘러내린 운동용 점퍼 사이로 드러난다. 탄탄한 어깨와 이두박근이 점퍼 밑으로 보일 듯 말 듯하다. 머리에 스웻 밴드를 착용하고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는 사진도 같이 찍는다. 제법 대학생 같아 보인다.



카메라 플래시, 쏟아지는 숨결과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환호성. 그 모든 것들이 하얗게 바래져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현준은 눈앞에 쏟아지는 플래시에 눈이 저절로 감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활동 전부터 이러면 큰일인데···.’

현준은 익숙한 포즈들을 취하며, 셔터 소리가 나는 쪽을 반사적으로 바라본다. 식은땀이 얼굴에 나는 듯하다. 눈앞에 계속 플래시가 터지자, 현준의 눈이 반사적으로 귀엽게 실눈 같이 닫힌다.


“한 번 더!”


트레이드 마크인 함박웃음에 하하 호호 촬영장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의 잔뜩 올라간 어깨도 같이 풀어진다.


‘후 정말 다행이네’


원하지 않았던 컨셉에 더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현준이 좋아하는 핏이 딱 맞는 옷, 준영이 좋아하는 노출이 많은 옷이 즐비해 있다. 무늬가 화려한 것부터, 민무늬까지 미리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던 컨셉 탓에 이민용 캐리어를 몇 개나 들고 와야만 했다.


“느낌 좋아!”

감독이 소리친다.


“한번 이렇게 자세 오므려 보는 거 어때!”

원래 과묵하기로 소문난 감독이 사진을 찍는 맛에 들린 듯 이리저리 파파라치처럼 종횡무진으로 움직인다. 벌러덩 드러누워서 무거운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가, 가운데 다시 고정해서 찍었다가. 덥수룩한 턱수염과 흰 티에 주름이 계속 늘어난다. 플래시가 쉼 없이 터져, 현준이 하얗게 휘발되는 것 같았다. 하얗게 휘발된 현준은 그사이에 모니터에 박제된 듯하다.


눈앞에 보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인형 같다. 보정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투명한 모습이 눈앞에서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생명이라면 늘 흠이 있어야 하니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현준을 보고 있으면 꿈을 꾸는 듯했다. 실제로 마주치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워 직원들은 현준을 모니터만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자칫하다. 현준과 눈이 마주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갑작스레 숨이 막히고 온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잠시 감독이 사진을 확인하는 사이, 스타일리스트가 현준에게 다가간다.


“어머 오늘따라 피부 뽀송뽀송한 거 봐. 화장 잘 먹는다. 진짜 연예인은 정말 다른가 봐~”

스타일리스트가 무너진 화장을 수정하며, 현준의 기분을 살핀다. 말없이 현준이 앞만을 바라보는 현준이 카고바지의 허리춤을 계속 들어 올린다. 헐렁한 품이 익숙하지 않은 듯, 바지를 이리저리 손으로 만지다, 주머니 안에 양손을 넣는다.


“윗옷 너무 헐렁해.”

촬영을 기다리는 준영이 말한다. 상큼함을 강조하려는 듯 파란색 권투 바지 위에 팔에 무늬가 들어간 운동복을 입고 있다. 부드러운 재질이 오히려 근육으로 다져진 준영의 체격을 돋보여 준다. 스웻 밴드를 찬 모습이 제법 귀여워, 살아있는 골든리트리버같아 보인다.


“종아리랑 팔뚝만 나오겠네. 사진에 다 잘리겠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준영이 말한다.


“민소매로 다시 가져올까?”


“민소매가 있었단 말이야? 누나 내 취향 알면서 참. 그럼 옷 바꿔 입을 때까지 안 찍으면 안 돼?”

준영은 울상이었다가 금방 얼굴이 화사해진다.


“이것도 귀여워.”

스타일리스트는 준영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 손이 간질거린다.


“가죽자켓은 안 입어? 안에 있는 거 같던데.”

현준이 묻는다.


“어 그러게? 가죽 자켓 어디 갔어요? 일부러 운동 많이 했는데”

준영이 말한다.


“어 이따 찍을 거야. 아 진짜 이 컨셉도 상큼하고 예쁘네 ”

스타일리스트가 현준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준영이 옷을 갈아입고 사진을 찍는다. 징이 잔뜩 박히고 가죽 장갑을 걸쳐 입은 준영이 보잉 선글라스를 그윽하게 내린다. 한 손으로 머리를 잔뜩 쥐어뜯으며, 다리를 구부린 채로 앞을 잔뜩 노려본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남자다운 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간다.


“컷 좋았어!”

“감독님 아까 컷 다시 갈게요. 어깨가 너무 올라갔어요.”

“괜찮은데.”

“한 컷만요! 아니 두 컷만!”


다시 자세를 잔은 준영이 선글라스를 이번에는 티셔츠 위에 꽂고는 턱을 괴는 모습을 취한다. 무릎을 한 번 들어 올리며, 카메라 쪽을 바라봤다가, 반대편을 바라보았다가, 스스로 취한 듯 신의 경지에 오른 포즈에 계속해서 플래시가 터진다.


“역시 준영이는 프로페셔널 하다니까.”

“어느 하나 버릴 사진이 없다. 각이 딱 살아있어.”

감독은 한쪽 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말한다.

“감독님 알아봐 주시다니 정말 감사하잖아요.”


감독 옆에 딱 붙은 준영이 모니터를 바라본다.

“다음에도 저희 찍어주시면 안 돼요?”

“그래 재계약하고 불러 줘. 현준아 찍어 볼까?”


현준이 아까 입었던 민소매 티를 그대로 입고 카메라 앞으로 나온다. 스모키 화장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강렬한 검붉은 색 배경과 잘 어우러져, 서늘해 보이는 시선이 오히려 퇴폐적으로 느껴진다..


현준에게서 풍기는 매력에 모두가 숨이 막힌 듯이 바라보고 있다. 짙고 어두운 화장이 새로워 다들 현준의 입매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여리한 체격에 절대 뿜어져 나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창백한 피부가 짙은 화장과 어우러지니 경국지색이 따로 없다.


자연스럽게 침이 고이고 딸꾹질이 나올 것 같다. 일분일초가 영겁처럼 느껴질 만큼 모든 것이 현준의 주위에 정지된 듯하다. 수많은 빛과 시간마저도 현준의 주위를 맴돈다. 한쪽 팔에 걸쳐진 가죽 자켓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토바이 준비하자고!”

감독은 카메라를 가만히 들고 멍하니 바라보다, 소리친다..


“우선은 입지 말라는 거죠?”


“엉 운동한 거 아깝잖아!”


가죽 자켓을 입자 새하얗게 창백한 얼굴이 돋보인다. 가만히 있으면 세련되고, 여러 보이고, 오토바이를 타며 그 순간 치명적으로 보이는 묘한 피지컬이다. 짙고 농후한, 남성적인 매력이 현준에게 감돈다, 감독과 스타일리스트, 매니저가 다들 깜짝 놀란다.


‘이제 왕자 컨셉 좀 그만하고 뱀파이어 컨셉, 좀비 컨셉 좀 갈까.’

‘잘 꾸미면 아주 요염해지겠어. 못된 것 요놈요놈.’

스타일리스트가 현준은 보며 침을 흘린다.


참 매번 옆에서 보는 것이지만, 촬영장에서 만큼의 모습은 계속 보고 있어도 심장이 떨린다.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크가 손을 뻗자, 현준이 손에 맞춰 다리를 구부린다. 머리를 쓰다듬자, 마치 인형처럼 다소곳하게 가만히 서 있다.


“이제 끝나요?”


슬며시 웃으며 현준이 묻는다. 스타일리스트는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손가락에 땀이 나는 것 같다. 회색 컬러렌즈에 스모키 화장은 너무 심장에 해롭다.


‘짜증 나게 잘생겼네. 나만 보고 싶은데.’



촬영장에서 다들 우와 하는 감탄사만이 나온다. 한 번에 오케이가 계속될 정도로 사진을 고르지 못하고, 계속 여러 사진을 번갈아 클릭하기만 한다.


‘이거 먼저 찍을걸···. 자켓 입은 사진들이 훨씬 낫잖아?’


“감독님이 봐도 역시 자켓입은 게 멋있죠?”

준영이 스타일리스트를 바라 보며 웃는다.


“대표님이랑 이야기를 해봐”

스타일리스트가 웃으며 준영의 어깨를 세게 두드린다.



감독은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현준이 모자를 쓰고 벽에 기대고 있는 사진과 비딱하게 다리를 짚고 있는 사진들을 고른다.


“으하하. 잘생겨도 큰일이네. 현준은 뭐가 제일 잘 나온 거 같아?”

감독은 침을 잔뜩 삼킨다.


“실물의 반도 안 나왔어요!”

“감독님 진심을 다해서 제대로 찍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열심히 찍었다고”

“하긴 감독님 여자 아이돌 예쁘게 찍기로 유명하긴 하지.”


주위에서 불만이 쏟아진다.


현준이 말한다.

“음···. 이거는 약간 너무 볼살이 있게 나온 것 같고”

감독이 보기에 똑같아 보이는 사진이다.


“이거는 음 피부가 너무 어둡게 나왔고···.”


“너무 활짝 웃은 거 같지 않아요?”

감독은 사진을 지우다가, 마지막에 멈춘다.


“이거는 정말 잘 나왔어. 정말 보고 있으면 나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거 같다니까. B컷으로 쓰자. 안되면 내가 간직하지 뭐.”

“이 사진은 내가 소장해도 되지?”

“원래는 안되는데···. 감독님이면 제가 양보해야죠.”

“그래 역시 현준이밖에 없다.”


현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감독의 핸드폰이 세차게 울리기 시작한다. 스타일리스트도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낸다.


‘감독님~ 저도 공유해주실 거죠?’


스타일리스트는 당분간 배경화면으로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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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피(4) 24.05.23 1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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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피(1) 24.05.20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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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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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FEVER 24.05.13 8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7 0 10쪽
» 13. 촬영 24.05.12 8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8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9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4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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