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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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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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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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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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상

DUMMY

뒷마당으로 날아온 현준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두운 줄 알았던 집 주변이 환하게 밝게 빛나고 있었고, 거실 안에도 온갖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거실에는 태욱이 앉아 큰 TV 앞에서 컨트롤러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건물들 사이에 숨어 칼과 총으로 사람들을 계속 죽이고 있다. 칼이 챙 하는 소리, 온갖 피가 나는 소리가 울린다.


“아! 더 일찍 죽여야 했는데.”

태욱은 컨트롤러를 내팽개치며, 소파 뒤로 눕는다. 드러누운 태욱의 시야에 천장과 거꾸로 서 있는 현준이 눈에 보였다. 현준은 형형한 눈동자로 태욱을 바라본다..


“일찍 왔네.”


“오늘은 물량 별로 없는데 배정받았어.”

태욱은 제법 말투를 정색하며 말했다. 다시 태욱은 게임을 다시 시작하며 애꿎은 TV를 노려보고 있다. 옆에서 퍽퍽 피 소리와 칼소리가 연속으로 들린다.


현준은 거실 책상에 초록색 과자봉지를 펼쳐 놓는다. 컵라면과 소시지와 버터구이 오징어를 올리자, 태욱은 현준의 손길을 따라 흘끔흘끔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쳐다본다. 역시나, 산만해지자, 금방 퍽 소리와 함께 태욱의 캐릭터가 죽는다.


태욱은 현준을 한번 훔쳐다 보고는, 일어나 소시지와 버터구이 오징어, 그리고 컵라면을 손으로 들고, 부엌으로 옮긴다. 전자레인지에 소시지를 돌리고, 포트에 물을 끓여 컵라면에 넣고는 다시 거실에 가지고 온다.


음식 냄새가 현준에게도 지독하게 풍기자, 현준은 미묘하게 인상을 쓴다. 태욱은 컵라면을 호로록 면치기를 하면서 먹자, 부족한지 현준을 시킨다.

“냉장고에서 김치 좀 가져 와줘.”

현준은 가만히 있다가도 근처에 진동하는 냄새에 냉장고로 잠깐 피한다. 현준은 김치통을 가져와 태욱의 앞에 내려다 놓는다. 이 정도는 네가 할 수 있지? 더는 못 하겠어.

태욱이 김치통을 열자 잘 익은 김치에서 고추, 마늘, 젓갈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현준은 코를 손으로 막는다.

태욱은 잘리지 않은 김치를 돌돌 말아서 먹다가, 현준의 잔뜩 붉어진 손가락을 본다.

“이거 왜 그래?”

“오늘 촬영이었어”


태욱은 남은 컵라면 국물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약 제대로 안 챙겨 먹으니까 피부 타는 거 아냐”

“이 정도면 선방한 거 같은데. 온종일 실외 촬영했거든.”

“그럼 더더욱 잘 챙겨 먹어야지.”

“선크림 많이 발랐어. 약을 앞으로 먹긴 해야 하나 봐. 제법 쓰리네.”


컵라면을 다 먹고 태욱은 소시지를 입에 넣으며 현준의 온몸을 훑기 시작한다. 손가락과 말뚝이 알레르기처럼 심하게 올라왔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목, 귀, 얼굴에도 홍조처럼 얼굴이 붉다.

“미친 듯이 UV 차단제 바르던 애가 허술하네. 팔을 왜 그래. 잠시 헤까닥 했어?”

“음. 좀 이성을 잃긴 했지.”

현준은 마치 사막 위의 군림하는 사자같이 의기양양했던 남자를 떠올리며 말한다. 그 남성을 떠올릴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등, 어깨, 쇄골, 목 등 온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든다.


“손에 밴드는 뭐냐. 빨리 병원 가야겠는데.”

“피부에 좋은 약 발라줬어.”

“매니저가 그럴 성격은 아닌데. 무슨 성분인데?”

“몰라. 잘해야 스테로이드일 거 같은데.”

“뭐야. 빨리 병원 가.”

“실컷 발랐는데 내버려 둬. 바르니까 촉촉해지는 것 같고 좋은데?”

“원래 그렇게 당하는 거 좋아했어?”

“아니.”

“그럼 막 타오르는 듯이 쓰라린 기분이 좋은 거야?”

“미쳤나?”

“그러면 빨리 병원 가라니까.”


태욱이 현준의 빨개진 팔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물었다. 겪어보지 못한 고통에 막연히 아플 것 같다고 생각할 뿐. 아마, 자신보다 더 유난스러웠던 건강관리에 알아서 잘하겠거니 태욱은 가볍게 넘긴다. 아팠으면 진즉 엄살을 더 많이 떨었을 거라며 말이다.


몰라.


현준은 잔소리에 거실에서 도망가 2층의 자기 방으로 들어온다. 산 밑에 시커먼 어둠 속에 달빛이 얕게 창문 안으로 들어온다. 현준은 달빛에 비치는 자신의 손을 바라 요리조리 바라본다. 터무니없이 작은 네모난 밴드들이 마치 스티치가 된 것처럼 서너 개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다. 거즈로 붙였으면 훨씬 나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쳐본 적이 없는 티가 많이 나는 흔적에 제법 싱거운 웃음이 낫다.


달라붙은 밴드 밑 손, 팔에서 쓰라린 감각들이 계속 퍼진다. 진정 크림을 바른 현준은 자신의 붉은 몸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한숨 지나면 많이 나아지겠지. 뭐.’

말도 안 되는 실낱같은 기적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피곤했던, 억만년 같은 하루를 잊어버리려고 한다. 다시 생각조차 하지 싫을 정도로, 벌써 먼 과거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하고 싶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쏟아지는 햇볕, 우악스럽게 붙잡던 손, 새파란 수영장의 물결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불쾌인지 분노일지 모를, 헛헛한 기분이 가슴 속에 솟구친다. 손에서 식은땀이 차오른다.


끊임없는 그 순간들이 반복되자, 현준은 여전히 기억을 지워버리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한다.



***




주변이 활활 불타오른다. 하늘을 빼곡히 가릴 정도로 드높은 나무들이 불에 타자, 하늘이 시뻘겋게 변한다. 새카맣고 메케한 연기가 숲 안에 진동하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뱀파이어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이미 생명을 빼앗긴 숲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뱀파이어들이 차례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으악!!”


강 근처에 비쩍 말라 죽은 뱀파이어들의 시체가 눈에 보인다.


“조심해! 강에 독약을 뿌렸다!”


강으로 날아가던 뱀파이어들이 일순간 비행을 멈추었다.


“우선은 도망쳐야지!”


“어디까지 독을 뿌린지 모르잖아!”


“여기서 타죽을 거야?”


다시 제각각 불타는 숲으로 돌아가려는 자들과 우선은 불을 피하려는 뱀파이어들이 뒤엉켜 서로 부딪혀 땅으로 떨어진다. 강한 충격에 떨어진 뱀파이어들은 부딪힌 어깨를 부여잡으며 다시 절뚝이며 강가로 걸어간다. 강가에 반짝이는 찬란한 달빛 아래 호랑이, 늑대들의 울음소리와 같은 절규들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피하지 못해 불길이 하늘 위로 솟구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간들이 무서워한다는 지옥은 불에 휩싸여 있다는 어른들의 말은 사실이구나. 바라보며 뜨거운 열기에 땀이 쏟아지고 숨이 가빠진다. 위에서 투두둑 검은색 숯덩어리들이 차곡차곡 떨어지기 시작한다. 뱀파이어의 시체인지, 나무인지 모를 검은색 숯덩이들이 한 개, 두 개, 도미노처럼 두둑 쏟아진다.


온몸이 쓰라리다. 장작더미가 스쳐 지나가 빨개져 버린 팔과 손을 간지러운지 벅벅 긁던 아이는 주위를 살핀다.


“뜨거워···. 아빠, 어디 갔어. 뜨거워 ···.”

주위에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비명이 들린다. 죽지 않기 위해 도망가는 뱀파이어들 사이에, 현준은 덩그러니 남아 있다. 눈물이 눈가에 차오른다. 이글거리는 불 소리가 모든 것을 뒤덮고, 짙은 검은색 메케한 뭉게구름 같은 연기가 폐 안까지 파고든다. 이대로, 뜨거운 저 열기는 자신을 뒤덮어 또 다른 숯덩이로 바스락거려질 것이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세차게 찢는다.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며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맑은 공기와 함께 느껴지는 짙은 땀이 향기롭게 느껴졌다. 뱀파이어라고는 믿기지 않은 거친 피부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시야에는 각지고 단단한 턱선이 눈에 보인다. 펄럭이는 망토들이 현준의 시야를 가렸다. 주변의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위로 솟구치는 휭휭 우는 원혼 소리와 같은 바람 소리가 펄럭이는 망토 소리만큼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저 계곡들 사이에 몰아치는 거친 바람을 타고 급하게 뛰어내린다.


“죽는 거 아니에요!”

어린아이였던 현준이 눈을 꼭 감으며 묻는다. 자신이 날아갈 정도로 세찬 바람에 또 다른 겁을 먹는다. 다시금 알 수 없는 세계에 다시 멎었던 심장이 불안하게 뛴다.


“떨어지면. 우리는 비로소 사는 거야.”

끝없는 추락에도 남자의 목소리를 평온해 보였다. 그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에 마법이 실린 것인지 그 목소리만 듣고 있으면 콩닥거리는 심장이 잦아든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저주에 휩싸이는 것같이 무기력했지만 몸으로 전해지는 든든한 가슴팍이 마치 커다란 성벽같이 단단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깊은 계곡을 지나 숲의 끄트머리로 날아간다. 숲으로 우거지지도 않고, 얕은 개울의 아래의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지형에 또 다른 구불구불한 길들이 뻗어져 있다.


“여기는 어디예요?”

현준은 뒤따라 가던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핀다. 자신의 목을 젖혀서도 보이지 않는 울창한 나무들이 하늘을 보이고, 주위에는 동그란 돌들이 보인다.

“우리 집”

“아빠는요? 아빠는 안 보여요.”

“지금 멀리 왕진하러 가셨잖아. 곧 돌아올 거야. 걱정하지 마.”


이마에 길게 흉터가 있던 남성은 보석같이 반짝이고 투명한 하늘 같은 파란색을 눈을 지녔다. 눈썹부분이 튀어나온 이마와 체구가 꼭 태욱을 닮았다. 잦은 흉터가 있는 거친 손길이 자주 놀던 숲에 있던 나무껍질과 같다고 느껴졌다.


꿈을 꾸는 현준은, 아이를 대신해서 묻는다.


“근데 아저씨는 왜 죽었어요?”


이미 다 커버린 현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아저씨는 웃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간 곳에 병약한 인간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검은 머리의 남자아이가 옹알거린다. 생김새가 너무 낯선 둘의 모습에 아이는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주춤 뒤로 물러선다.


“들어오지 않으련?”


현준은 다시 눈을 뜬다. 열어둔 창문을 타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얇은 리넨 커튼은 바람에 나부껴 창 안으로 일렁인다. 아직 꿈에서 다시 돌아 오지 않은 듯, 주위에 펼쳐진 풍경이 생경하다. 이불에 쓸린 피부가 쓰라린 감각에 팔을 들어서 쳐다본다. 더 진하게 붉고 갈라진 피부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팔을 따라 올라간 손에도 밴드 밑이 여전히 울긋불긋 빨갛다. 현준은 손에 붙은 밴드들을 멍하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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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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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구내식당 24.05.11 13 0 12쪽
» 10. 회상 24.05.1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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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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