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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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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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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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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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서프라이즈(2)

DUMMY

“저기···. 요즘에 잘 나가긴 하나 보네요···. 주가가 30%나 뛰었어요.”


“지금 우리 애들 죽 쑤고 있는 상황에 30%나 뛰었다고! 내가 세대교체기라고 했지! 까딱 잘못하면 훅 간다고!!”

대표의 입에서 침이 튀어나온다.


“아···. 근데···. 저희 컴백하고 일주일 뒤에 컴백하네요. 별로 영향은 없겠습니다만···.”


명품을 두른 임원이 말을 한다.


일순간 엄숙한 표정이 감돈다. 초동 100만 장을 한 피닉스의 컴백.

아직까지는 우위지만, 벌써 4세대 남돌이라는 타이틀을 달 정도로, 센세이션함을 달고 왔다. 경쟁상대로 이야기할 수 없어 서로 쉬쉬하는 말이지만,


“하···. 뭐 루키즈 상대가 되겠습니까”


서로 적막 속에 말은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은 한 그룹을 가리키고 있다.


피닉스


최근, 10대 초반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분명 이것일 것이다. 대표의 다리가 덜덜 떨리는 소리가 크게 회의실에 울려 퍼진다.


같은 또래에 상큼함을 무기로 한, 그룹. 스타일리스트가 무리하게 욕을 고수해가며 청자켓을 밀었건만, 결국 상큼함보다는 간지와 빡셈이 기본인 루키즈다. 덕분에, 루키즈는 카리스마, 고급화된 아이돌의 이미지가 유지되는 듯 하다.


“옷 좀 상큼하게 입혀봐!”


“이미 컨셉 다 정했는데 이제 와서요?”


“거 말이 많어! 아직 의상 다 안 만들었을 거 아냐.”


스타일리스트가 눈만 빙긋 웃고 테이블 밑에서 오른손으로 뻐큐를 날린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능을 조금 많이 나갈까?”


스타일리스트가 열심히 받아 적는 직원을 쳐다 본다. 별말이 없어도 다들 무슨 말을 하는 줄 아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한 임원만 의자를 비틀어 한강을 쳐다보고 있다.


“그래. 그동안 너무 신비주의여서 다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

명품 옷을 두른 임원이 말한다.


“화력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옆에서 디렉터가 거든다. 매니저가 문을 열고 몸을 잔뜩 숙이며 걸어온다. 스타일리스트가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치고, 매니저는 그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불려온 매니저는 다운된 분위기에 자세가 더 뻣뻣해진다.


“근데 7년 차가 다시 상큼하기 쉽지 않은데요. 피부 뽀송뽀송한 것부터 다르다고요. 젖살도 다 빠지고, 그냥 지금 컨셉으로 가죠. 명품 엠버서더가 몇 개인데요. 가딱 잘못하면 바로 나락이에요.”


“그래서 예능은 안 나가?”


“루키즈 둘 다 비는 날이 다음 주부터 해서···.”


“아니 그러지 말고. 저번에 현준이 혼자 나가니까 반응 좋던데.”

“준영이가 감이 좋으니까 같이 나가요”


“현준이 혼자 나가야 감도 살고 더 자연스럽게 나오지!”


“예능은 무조건 그룹으로 나가는 거 아니었나? 준영이가 서운해하겠네”

명품을 둘러 입은 임원이 느긋하게 말한다.


“내가 너를 안 자른 이유가 뭔지 알지?”

소속사 대표가 건너편 테이블 구석에 있는 매니저를 조용히 쳐다 본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매니저에게 집중되자, 매니저는 어리둥절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소 같은 눈망울로 주위를 쳐다 본다. 긴장감에 딸꾹질이 날 것 같다.



**



매니저는 안절부절못하고, 주위에서 선크림을 잔뜩 챙겨서 현준의 몸에 발라주려고 하자, 현준이 기겁을 하며 선크림을 뺏는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낯설게 손에 닿는 인간의 감촉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지 눈을 활짝 뜬다.


“내가 알아서 바를게”

“아냐. 오랫동안 있으면 해 많이 뜬다더라. 여기 UV 잘 된다는 두꺼운 재질의 팔토시도 가져왔어. 어제 새벽 배송으로 시켰어.”


스타일리스트가 작은 선캡을 들고 오자, 매니저가 큰 소리로,

“현준이랑 하나도 안 어울리잖아.”

“오빠 참견 그만”


“아니 누가 봐도 현준이 미모가 가려지잖아. 시커먼 게 뭐야. 저저, 있는 밀짚모자 가져와”

“오빠가 팔다리 기니까 가져오면 되겠네. 나는 팔이 짧아서 하나도 안 닿네···.”

심드렁한 스타일리스트와 달리 매니저는 또 후딱 가서 밀짚모자를 가져와 주위에 있는 먼지를 호호 턴다.


“이야. 이게 K라탄 아냐? 크기도 햇빛 다 가려 주고 라탄보다 부드럽고 가볍고 얼마나 좋아. 나도 하나 집에다 사둬야겠다.”

스타일리스트와 현준은 옷에 관심이 없어 매일 검은 색 옷만 입는 매니저를 바라보며 의아해한다..


“웬일로 아부를···.”

매니저가 퍽 소리를 내며 스타일리스트의 손을 꼬집는다,


“하고 싶어질 만큼 잘 어울리네. 역시 현준이 잘생겼어. 한번 고풍스러운 프린트에 시원한 바지 있는데 입어 볼래?”

스타일리스트는 황급히 웃으며 말을 바꾼다. 스타일리스트는 캐리어의 가장 안쪽에 잇는 몸빼바지를 꺼낸다. 돌돌 말려 구김 없이 얇아서, 손에 달라붙듯이 짜르르 떨어진다. 현준이 옷을 갈아입고 오자, 스타일리스트는 엄지를 들고, 매니저는 박수를 친다..


“현준아 이런 옷이 어울리는 사람이 쉽지 않아서. 너만 입을 수 있는 거야. 우리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덩굴 문양 골라서 넣은 거 알지? 되게 제일 고급진 재질이야···. 이번에 명품에서도 비슷하게 콜라보 냈대.”



현준의 구겨진 얼굴이 미묘하게 풀어진다.


“이게 멋있다며”


현준이 한없이 늘어나는 헐렁한 몸빼바지가 어색한 듯, 옷을 매만진다.


“지금까지 스타일 한 옷 들 중에서 손가락 안에 든다.”


“몇 번째인데?”


“스무 번째? 아무튼, 정말 멋있어.”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지? 근데 이 옷 누가 골랐어?”


“어···. 대표의 추천을 받았지만 내가 골랐어.”


“어휴 그러면 그렇지”

현준은 누워서 자리를 잡는다.


“나 다음에도 예능 나와야 하면 실내로 보내줘.”

손거울로 바라보며 현준이 말한다.


“아 예능은 절대 안 되지. 내가 온몸으로 막을게.”


“믿을 사람을 믿어라. 실내가 더 시원하고 간지나는 옷도 입을 수 있고.”현준이 혀를 찬다.


“간지 중요하지! 나는 분윳값만 벌면 되지만 아무튼, 중요해!”

매니저가 말한다.


**



“총각 여기 와서 나머지 좀 거들어봐!”


커다란 그늘 밑에 쉬고 있던 현준이 주위를 살펴본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밖에 없자, 의아하다는 듯 다시 현준은 부채질한다.


할머니가 현준을 바라보며 멀리서 쩌렁쩌렁하게 말한다.


“저 피부 하얀 총각 오라니까!”


담당 카메라맨과 눈이 서로 마주친다.


“PD님도 피부 하야시죠.?”

현준이 담당 카메라맨에게 묻는다.


“현준 씨 부르는 거 같은데요···.”


서로 고도의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그새 자신 쪽으로 다가온 할머니가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현준의 어깨를 잡는다.


“젊은 애가 벌써 귀가 안 들려?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



넓고 울퉁불퉁한 논 위에서 현준이 낫으로 황금색이 된 벼를 벤다. 허리를 굽히며 계속 피는 게 너무 허리가 아프다. 현준은 몇 시간 째 구부러진 허리를 편다. 카메라맨이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현준은 푸념한다.


“고상하지 않아. 사백 년 전에도 안 하던 허드렛일을 하다니. 인간 것들 취향 고약한 거 알아줘야 해. 가만히만 있어도 시청률 나오는데. 대박 터뜨리려는 PD나 불안해하는 대표나.”


다시 허리를 굽히고, 현준은 모서리 부분에 있는 벼를 베기 시작한다.


“대표는 하여간 멍청해서 예능이라고 덥석 받고, 일 똑바로 안 해···. 미리 컨셉은 조율 해줬어야지. 대표 말이면 찍소리도 못하는 매니저나. 이상한 옷을 명품에서 콜라보 한다고 입히는 스타일리스트나···.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하지”


콘서트에서 수만 명의 팬이 자신을 보고 눈물을 흘리던 광경이 떠오른다.


“그때가 좋았지. 해외 투어 언제더라.”


현준이 허리를 오른쪽으로 틀자, 뼈 소리가 들리며, 허리에서 머리로 통증이 올라온다.


“아···.”


현준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낫을 바닥으로 내팽개친다..


“확 정체를 밝혀. 한 번 따끔하게 주사 좀 놓아줘.”


잠시 현준은 뱀파이어라고 커밍 아웃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자신의 긴 송곳니로 피를 가감 없이 마시는 모습이 방송에 나간다면, 상상만으로 현준은 짜릿하다.


자신의 송곳니를 매우 흥미로워하는 대표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너밖에 없다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오히려 예능에 잔뜩 내보내고도 남을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게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뱀파이어라고 밝혀 봤자···. 좋은 거 하나도 없고···.”


코끝으로 마늘 향이 잔뜩 들어온다. 돼지고기 비린내와 온갖 수풀의 냄새가 뒤섞여져서 가까워진다. 현준은 냄새가 나는 곳으로 돌아보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할머니가 때마침 나타난다..


“저 할머니는 그게 뭐야 귀신보다 돌아간 친척이 더 무섭다고 할 거 같은데···.”


덩치가 작은 할머니가 자기 머리보다 더 큰 한 상을 들고 있다. 할머니가 환한 미소로 손짓을 한다.


“밥 먹고 일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목이 마르고 배가 허기진 와중에 잔뜩 익힌 수육에 밥, 김치가 한 보따리 온다. 생마늘, 고추도 한가득하다. 마늘의 향이 밥상에 풀풀 풍긴다.


“예쁜 총각 이거 먹고 기운 내”


“이따가도 일 해야지”


이빨이 빠진 잇몸을 빙긋 드러내는 할머니, 꼭 하회탈 같아 보인 할머니가 웬만한 악마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이 뒤로 물러서서, 매니저를 눈으로 찾자, 매니저가 바로 달려온다.


“매니저, 차 속에 영양제 없어?”


“내가 맨날 먹는 약 있잖아.”


옆에 밥을 먹으러 온 매니저에게 현준이 묻는다.


“음···. 잠시만···. 다 떨어졌어.”

매니저는 주변의 가방에서 주섬주섬 찾는다. 현준은 조용히 한숨을 쉰다. 목이 빠지게 현준이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자신의 옆으로 오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현준은 할머니를 살피며 밥을 겨우 먹는다. 할머니는 갓 담근 김치라며 김치를 돌돌 말아 권한다. 김치 안에 마늘, 젓갈, 고추 향이 역하게 올라온다.


점점 자신의 얼굴에 가까워지는 할머니의 손을 모두가 쳐다보고 있다. 담당 카메라맨은 다시 카메라를 들어, 그 모습을 찍고 있다. 현준은 열리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자, 입으로 김치 한 포기가 가득 들어온다. 목이 너무 메고 맛이 없어 눈물이 나온다. 억지로 목을 꿀꺽 삼킨다. 신이 난 할머니는 다시 깻잎 위에 생마늘과 고기와 밥을 차례로 넣어 야무지게 쌈을 싸 현준에게 권한다.


“할미 손 떨어지겠다.”


“아”

현준이 입을 꼭 다물자, 할머니가 다시 상추쌈을 현준이 앞에 흔든다. 쌈을 손으로 집어 들고, 현준이 느리게 조금씩 씹어 먹는다. 가까이 오는 깻잎 향에 한번, 터져 오는 생마늘 향에 한 번 질식한다. 입안에 드는 마늘 향에 현준은 미쳐 버릴 것 같다.


쭈글거리는, 할머니의 손이 현준의 앞으로 다가온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탁 친다.

‘너무 냄새가 심하잖아.’

현준의 눈에 눈물 찔끔 고인다.


‘당장 먹으라고!’

매니저는 흰 눈알을 부라리며, 현준에게 눈짓하다.


‘아직 안 풀렸어. 이따 두고 봐’

현준이 눈짓으로 말한다.


“할머니 무겁게 들고 있으면 어떡해요. 제가 직접 먹을게요. 제가 직접 쌈도 싸드릴까요?”

현준은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의 입에 쌈을 싼다. 덜덜덜 느리게 손이 간다.


“입 떨어지겄다.”


“할머니 아-”

한번은 서럽다고 두세 번이나 오가며 서로 쌈을 싸주는 모습이 정겹다.


“흐미 귀여운 것~”

현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꼭꼭 삼켜 먹는 모습을 꿀 떨어지게 보던 할머니가, 상추의 물기가 남은 손으로 현준의 볼을 쓰다듬는다.


음식 타령 없이 잘 먹는 태욱이 존경스럽다. 나 말고 태욱이 와야 했는데···. 아니 준영이 왔으면 정말 딱 맞았을 텐데 그사이를 못 기다려서 내가 왔어야 했나 싶다.



과하게 한식을 먹은 탓에 입이 잔뜩 텁텁하다. 입안에서 풍기는 고약한 마늘, 젓갈 냄새가 코와 온몸으로 퍼져, 현준의 몸이 마비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피를 주세요.’

원장이 유독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PD님 저희 언제 퇴근하나요?”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는 PD에게 현준이 다가가, 불쌍한 눈초리로 말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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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4 0 9쪽
31 31. 피(5) 24.05.24 13 0 11쪽
30 30. 피(4) 24.05.23 11 0 9쪽
29 29. 피(3) 24.05.22 12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2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3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4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1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8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0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8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9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10 0 11쪽
15 15. FEVER 24.05.13 8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7 0 10쪽
13 13. 촬영 24.05.12 7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7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9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7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4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4 4. 외출(1) 24.05.08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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