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구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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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안
작품등록일 :
2024.07.17 22:34
최근연재일 :
2024.08.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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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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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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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베타의 베타테스터 네오 (3)

DUMMY

EP1- 베타의 베타테스터 네오 (3)





내 생각에 나는 조금 특별한 은둔자였다.

나는 방구석에 늘 처박혀 있었지만 삶을 포기했다거나 현실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나의 현실을 게임으로 대체한 것뿐이었다.

그게 무슨 차이냐고 반문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도피가 아닌 선택’


게임이 내 삶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사는 한 외톨이의 변명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통의 은둔자들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와 다르게 꽤 규칙적으로 살았다.

매일 열여섯 시간의 게임을 했고, 여섯 시간의 잠을 잤다. 고정된 시간에 말이다.

(유니버스 월드는 플레이어의 건강을 위해 하루 최대 접속을 열여섯 시간으로 제한했다)


또한 하루에 두 끼, 건강한 식사를 했다.

한 번은 매일 배달되는 신선한 닭가슴살 샐러드와 우유를 탄 오트밀로 그리고 또 한 번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있는 밀키트를 먹었다.

가끔은 인스턴트 배달 음식으로 일탈하긴 했지만, 많아야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하루에 삼십 분 이상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한정적이었지만 나름 체계적이었다.


‘팔굽혀펴기 200개, 턱걸이 100개, 100kg 바벨 스쿼트 100개.’


처음에는 수십 세트로 나눠서 했고 숫자와 무게도 낮았지만,

몇 년을 반복한 지금은 종목당 고작 3~4세트면 모든 횟수를 채울 수 있었다.

그 결과 몸도 꽤 좋아졌다.


물론 이 모든 규칙적인 생활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건강하게 오래 살며 게임을 하는 것.

오로지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을 확보하는 것.

병원에 갈 시간 따위를 없애는 것.


그래, 그랬었다.

난 게임을 오랫동안 잘하기 위해 건강을 원했다.



그런데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

.

.

.

이 진짜 같은 게임에서 말이다.




***




[[자자, 정신들 차리십시용]]


나를 죽음에서 깨운 것은 기계음이 반쯤 섞인 중성적 목소리였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 나처럼 어리둥절한 상태의 사람이 백 명은 넘게 보였다.

그들은 나와 같은 플레이어로 보였다. 이곳에 넘어오기 전 끔찍한 경험을 한 동지들 말이다.


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기계음으로 열심히 사람들을 깨우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응시했다.

그와 동시에 아주 익숙하면서도 강렬한 단어들의 조합이 나의 잠을 완전히 깨웠다.


“이 x발 개새끼들아! 내가 게임한다고 했지 이딴 고문당한다고 했어?”


언어에는 힘이 있다. 

저 말을 듣자마자 끔찍한 오체분시의 추억이 내 전신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선택받은 존재들입니당. 약간의 고통은 선별을 위한 필수 절차였습니당]]


약 올리는듯한 말투가 더 화를 돋군다.


“약간의 고통? 이것들이 장난하나!! 닥치고 접속 종료시켜!”


휴머노이드 로봇은 꽤 인간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매우 곤란하다는 느낌으로.


[[그것은 불가능합니닷. 중도 포기는 죽음을 의미하니까용]]


“죽음?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법무팀에서 고소 할꺼야! 근데 그전에 나한테 좀 맞자. ”


클리세 문장 범벅이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공감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나는 시원시원하게 말을 내뱉는 남자를 보았다.

현실의 구세주는 할 수 없었던 그런 말을 하는 남자, 그는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이 알만한 얼굴.


배우 마광석.


판타지 속 광물 같은 이름을 가진 그는 평범한 배우가 아니었다.

사이다 액션물을 주로 찍는 하이퍼 마초적 인물로, 실제 성격이 극중캐릭터와 매우 유사한 배우였다.


특히 그의 권선징악적 신념은 작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 집단 폭행을 당하는 시민을 혈혈단신으로 구한 사건이 큰 이슈였다.

구한 것도 이슈였지만 가해자 모두에게 끔찍한 안면함몰을 선사한 것이 더 크게 보도됐다.


물론 행동에는 책임이 따랐다. 

무고한 시민을 너무 적극적으로 구한 대가는 집행유예의 선고였다.

상남자인 그에게 합의나 사과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치곤 다소 무거운 처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법의 판단과 대중들의 판단은 달랐다.


‘도덕성이 상실한 시대에 등장한 다크셀럽히어로.’


실제로 유니버스 월드를 즐겨하는 마광석의 닉네임이 ‘다크나이트’이다.

이것은 내 숨겨진 본 직업이 도둑 길드 마스터였기에 알 수 있는 특급 정보였다.


그는 그 사건 이후 현실에서 배트맨 같은 상징으로 칭송받으며 더욱 주가를 올렸다.

배우를 넘어 정의를 상징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게임에서조차 자신이 실존적 영웅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안정감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다크히어로로부터 말이다.


마광석은 기계음을 내는 안내 로봇에게 다가가 펀치를 날렸다. 그의 펀치는 킥복싱 프로출신답게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부서진 것은 로봇의 얼굴이 아닌 마광석의 주먹이었다.


“윽!”


99.999% 동화율은 디지털 세계를 현실처럼 바꿨고, 플레이어 얼굴은 실제의 것으로, 고통과 상처도 99.999% 구현한 것 같다.

근데 내 얼굴은 어째 내가 방금 전에 만든 캐릭터의 모습 같았다. 반투명한 바닥에 반사된 얼굴이···, 왜인지 너무나 잘생겼기 때문이다.


“이건···, 실제보다 더 아프잖아.”


피가 흐르는 주먹을 잡고 신음하는 마광석, 그리고 약간은 화난 듯한 표정의 안내 로봇. 

로봇은 마치 인간처럼 감정이 섞인 경고를 했다.


[[프로그램에 저항하는 행위는 페널티를 부여받습니닷!]]


그 말을 끝으로 마광석의 전신은 하얀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는 곧 사라졌다. 마치 순간 이동한 것처럼 말이다.


[[코드 534E234KR는 전 단계로 돌아갑니당]]


전 단계라면···. 설마?


마광석이 사라진 자리 위에 큰 3D 화면이 생겼다.

그 화면에서는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이 송출됐다.


마광석이 홀로 오우거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좀비처럼 사냥감을 찾던 오우거들은 때마침 하늘에서 떨어진 먹이에 신나서 달려들었다.


마광석은 일절 반항도 하지 못하고 산 채로 뜯어 먹혔다.

수십 조각이 난 채로 말이다.


“이게 무슨···.”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동반되는 죽음은 그 누구라도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말도 안 돼.”


곳곳에서 탄식의 소리가 일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항의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광석은 밝은 빛과 함께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주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말이다.

그는 완전 다른 빛깔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혹시 저항의 의지를 가지신 다른 참가자분 계실까용?]]

[[참, 99% 모드에서는 실제로 죽어도 죽지 않으니 마음 놓고 말씀하셔도 됩니당. 다들 경험해서 아실테죵?]]


마치 비꼬는 듯한 인간형 로봇의 질문. 사실 로봇이 아니라 운영자가 아닐까 싶다.

근데 그렇다면 더 문제가 된다. 

아무리 게임이지만 이런 엽기적 체험을 하게 만든다고?

그것도 현실과 거의 흡사한 상태로?

이건 마광석의 말대로 100% 고소감이다.


[[자, 그럼 분위기가 정리된 듯하니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당]]

[[여러분들은 아시다시피 새로운 게임 참여에 동의한 베타테스터들입니다. 그것도 무려 선택받은 소수의 존재이지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은 허공에 한 화면을 띄우고는 설명을 계속했다.


[[참, 저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경기도 지역을 담당하는 관리자입니다. 제 코드는 상당히 복잡하니 간단히 ‘메로빈’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당]]


관리자 메로빈이 다소 친근한 말투로 말하자 반박할 용기가 다시 생겨나는 것 같았다.


“제너틱에서 우리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잔인한 테스트에 참여할 것이라···.”


“옳소!”

“맞아요, 이건 학대 행위···.”


한 젊은 여성에 질문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도 낯이 익었다.

누구더라?


[[코드네임 232E234KR, 우선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축제의 주최자는 제너틱이 아닙니당]]


“도대체 무슨 말인지···?”


[[화면을 보십시오. 현재 전 세계에서 선택받은 수만 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했습니당]]


3D 화면은 지구를 만들었고 각 대륙, 나라마다 플레이를 하는 인원들이 표시됐다.


대한민국은 대략 천 명 정도의 플레이어가 있었다.

내가 속한 경기도는 대략 300명.


[[여러분이 계신 공간은 게임 속이 맞습니다. 앞으로 게임을 할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제너틱에서 서비스하는 유치한 게임이 아닙니다. 실제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용?]]


그 말은 사실이었다.

화면 속 수많은 나라에서 진행되는 속칭 ‘게임’은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죄송한 부분은 한국 경기지역 일부 서버에서 알 수 없는 오류가 발견돼, 시작이 지체되었다는 점입니다]]

[[아, 마침 저기 그 문제를 일으키신 분이 계시군용?]]


메로빈은 아주 당혹스럽게도 나를 지목했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 향하자 공황장애가 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 이런···, 나의 방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익숙한 얼굴의 그녀는 나를 잠시 스치듯 쳐다보고는 다시 반박했다. 


“목숨을 건 게임이라니? 누가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합니까?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세요.”


끔찍한 죽음이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는데, 누가 그 현장에 참여하길 원할까? 심지어 고통까지 100% 재현되는데 말이다.


[[아쉽게도 그런 선택권은 없습니당. 그리고 지금 나가신다 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게임을 떠난 분은 어차피 곧 죽게 될 테니까용]]


게임을 떠나면 죽는다고?

이 막장 개연성의 각본은 도대체 누가 짠 것일까?

내가 꿈을 꾸는 것일까?

아니면 제너틱에서 몰래카메라를 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내가 받은 고통이 진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런 끔찍한 고통을 타인에게 줄 권리는 없었다. 


[[시간이 늦어져서 많은 설명은 못 드리겠습니다. 대신 이 책자를 드리겠습니다. 틈틈이 읽어보시공···]]


메로빈의 말과 함께 내 앞에는 한 권의 얇은 책이 생성되었다.


[[자 이제, 첫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참참, 늦어져서 그런지 제가 자꾸 깜빡하네용]]

[[본 게임 전에 서브 퀘스트부터 하겠습니당]]


+++++++++++

##서브 퀘스트##


튜토리얼 진입 전 파티를 구성하세요.


성공조건 : 6명의 신뢰할 수 있는 파티를 만드세요.


제한 시간 : 30분.


보상 : 파티 구성원 간 신뢰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실패 : 베타의 베타 튜토리얼로 돌아갑니다.(오우거 파티^^)

++++++++++++


아직도 제대로 된 튜토리얼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일단 마광석의 꼴이 나기 싫으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감했다. 

은둔자이자 히키코모리인 나에게 사회성 테스트라니···.


그때였다. 구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당신, 아이디가 뭐였소?”


오십 대 정도로 돼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걸었다.


“어, 그게···.”


게임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자 나의 언변도 모호해졌다.

타인과의 대화를 두려워하는 구세주와 엄청난 정치력을 가진 방구석 네오의 사이에서 말이다.


“음···.”


선뜻 입이 안 떨어졌다.

동화율 99.999%는 현실이라고 볼 수도 있었기에 더더욱 타인과의 대화가 부담스러웠다.


‘지금은 게임 속이야, 침착하자.’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새로 만든 네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구세주의 얼굴이 아닌.

캐릭터의 이면에 숨을 수 있다는 것은 늘 그랬듯이 나에게 자신감을 줬다.


“제 닉네임은 방구···.”


“뭐, 방구 뭐요?”


잠시 침묵한 채 진심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했다.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경계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방, 방귀대장 뿡뿡이.”


이것은 거짓말은 아니다. 내 부캐릭터가 실제 그러했다.


“···.”


상대의 반응이 미지근했다. 그럴 만도 했다.

닉네임이 유치하다고 모두 허접은 아니지만,

모든 허접은 닉네임도 유치한 경향이 있다.

특히 초등학생이 좋아할 만한 닉네임은 더더욱 말이다.


“길드나 소속 영지는?”


초면에 대뜸 반말로 신상을 묻는 자에게 친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노 길드, 유랑인.”


“말이 짧군.”


“그쪽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게임에서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니 ‘도적 길드 마스터 네오’의 위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잠깐의 대화 후 무례한 오십 대 남자는 나에 대해 품평하기 시작했다.

언제 형성했는지 모를, 자신들의 다소 불량스러운 무리와 함께 말이다.


“별거 없네, 다른 놈을 찾자.”


새로운, 도움이 될만한 놈들을 찾는 것 같았다. 

역시 빠른 사람들은 빠르다. 

먼저 세력을 형성해야 게임이든 현실이든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폭력적인 그룹은 말이다.


나는 전설의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떠올렸다.

특히 게임 초반, 불량한 인간들이 서로에게 끌려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는 장면 말이다.

생각해보니 유니버스 월드에서 오징어 게임 세계관도 콜라보한 적이 있었다. 단발 이벤트로 말이다.


‘계정이 삭제되는 페널티를 건 서바이벌 매치’


399명의 아이디가 삭제된 만큼 보상도 엄청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400억 아덴이었나?

불법 암시장에서 1억 아덴이 현금 3천만원에 거래되니 엄청난 보상인 셈이다. 대략 현금 120억이었으니···.


어쨌든 나는 동료를 얻지는 못했지만 네오로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한 플레이어에게 먼저 말을 걸게 했다.

알 수 없는 운명에 용기로 저항했던, 당찬 그녀에게 말이다.


“저기, 저와 파티를···”


그녀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특유의 큰 눈망울로 말이다.


“죄송합니다. 불확실한 오류로 지목되신 분과는 함께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녀는 당찼다. 

그리고 매우 합리적이었다.

또한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그녀를 반드시 동료로 만들어야 한다고.


“혹시 유니버스 월드 방구ㅅㅓㄱ 윽!”


오십 대 중년 빌런이 갑자기 나를 밀치고는 나의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귀여운 아가씨, 제법 똑똑한 것 같은데 우리와 함께하는 건 어때? 이런 애송이 방귀쟁이랑 엮이지 말고.”


윽, 누구라도 거절할 것 같다. 

특히 파티 권유를 하며 쏘아지는 느끼하고 불량한 시선들.

노골적이다 못해 혐오스럽다.

그런데 그녀는 전형적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나처럼···.


“당신들이 인 게임 아이디를 공개하시고, 연동 여부도 알려주시면 생각해보겠습니다.”


두려움이 없는 것일까?

그녀는 오직 실리만을 추구하는 것 같았다.


“나를 먼저 소개하자면 트라이탄 산채의 주인 ‘산채비빔밥’ 이라고 하는데, 들어는 봤을 거야. 아덴 대륙 4대 산적 두목.”


뭐, 그의 닉네임도 썩 세련되지는 않다.

하지만 산적 두목 ‘산채비비밤’이 유니버스 월드에서 어느 정도 네임드인 것은 사실이다.


설마 그녀가 넘어가나?


“거절하겠습니다.”


다행이다.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나는 아덴 대륙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도적 길드의 마스터니까 포섭에 자신이 있었다.


“저는 방구서ㄱ”


“아니 방귀인지 똥인지는 저리 가시고, 아가씨는 나랑 좀 더 이야기를···.”


산채비비밤의 동료로 보이는 네 명의 남자가 벽을 만들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 말이다.


“우리가 이 뭔지도 모를 게임에서 지켜줄게. 응?”


비빔밥 녀석이 갑자기 끈적이는 목소리를 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화율 99.999%의 세계에선 어쩌면 모든 신체 부위의 감각과 욕구가 재현 가능한 것일까?


“꺼져!”


나의 예상이 맞았다.

비빔밥 빌런은 그녀에게 중요 부위를 걷어차이고는 꼬꾸라졌다.

아주 구슬픈, 어쩌면 동지애를 느낄만한 비명을 내며 말이다.


“으으으으."


“두목님!”

“채주님!!”

“임 채주!”


예상대로 트라이탄 산채의 부하들로 이루진 파티였다.

얼핏 삭막한 그들의 파티에 꽃을 끼워 넣고 싶다는 발상이 이해가 됐다. 


“일단 피하시죠!”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냅다 달리려 했다.

방구석 네오와 연동이 안 된, 현실 동화율 99.999%의 구세주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런데 웬걸? 내가 끌고 가기는커녕 그녀가 팔심으로 나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아주 가까이 말이다.


“저의 게임 아이디는 붉은 사슬 입니다. 연동도 아주 잘 된 상태의.”


그녀는 나지막이, 나의 귀에 속삭였다. 

.

.

.

.

그와 동시에 나는 얼어버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해됐다.

그녀의 당당함과 용기를 말이다.


그녀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 실제 이름 ‘이시은’은 한국 서버 전투력 랭킹 TOP100 든 전설의 플레이어였다.

심지어 현실 대한민국에서도 탑 배우였다.

현실과 가상현실 모두 정점을 찍은 인간 말이다.


반쪽짜리인 나, 방구석 구세주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때였다. 나의 알림창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특정 조건이 성립되어 플레이어 고유 특성 ‘나비가 된 꿈’이 발동합니다]]]

[[[능력 강화를 위해 캐릭터의 괴리율이 상승합니다. 게임 모드로 전환합니다]]]

[[[게임 스킬이 강제 활성화됩니다]]]

.

.

.

※※※[[[괴리율]]]이 설정 한계치를 벗어났습니다!!※※※


.

.

[[[상태창이 활성화됩니다]]]

[[[인벤토리가 활성화됩니다]]]


현실 같던 시야가 점차 게임 그래픽처럼 보인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홀로 게임캐릭터가 된 것 같았다.


‘나 혼자만 캐릭터’ 뭐 그런 창작물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왠지 친숙했다. 


나의 또 다른 자아이자 진정한 자아인 ‘방구석 네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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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4 오우거게임 3단계 & 다시 방구석으로 (2) 24.08.21 8 0 13쪽
18 EP-4 오우거게임 3단계 & 다시 방구석으로 (1) 24.08.20 14 0 15쪽
17 EP3- 오우거 게임 2단계 (6) 24.08.19 13 0 11쪽
16 EP3- 오우거 게임 2단계 (5) 24.08.18 13 0 15쪽
15 EP3- 오우거 게임 2단계 (4) 24.08.17 15 0 14쪽
14 EP3- 오우거 게임 2단계 (3) 24.08.16 19 1 16쪽
13 EP3- 오우거 게임 2단계 (2) 24.08.15 18 1 13쪽
12 EP3 오우거 게임 2단계 (1) 24.08.14 17 1 13쪽
11 EP2- 오우거 게임 (5) 24.08.13 20 1 13쪽
10 EP2- 오우거 게임 (4) 24.08.12 20 1 14쪽
9 EP2- 오우거 게임 (3) 24.08.11 21 1 15쪽
8 EP2- 오우거 게임 (2) 24.08.10 26 1 15쪽
7 EP2- 오우거 게임 (1) 24.08.09 30 1 14쪽
6 EP1- 베타의 베타테스터 네오 (5) 24.08.08 29 1 14쪽
5 EP1- 베타의 베타테스터 네오 (4) 24.08.07 35 2 18쪽
» EP1- 베타의 베타테스터 네오 (3) 24.08.06 44 2 18쪽
3 EP1- 베타의 베타테스터 네오 (2) 24.08.05 55 1 14쪽
2 EP1- 베타의 베타테스터 네오 (1) 24.08.05 82 1 16쪽
1 EP0 - 원룸의 남자 24.08.05 118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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