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마법사인 내가 너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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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進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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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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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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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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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남쪽령(3)

DUMMY

그 남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를 신경 쓸 여유 따윈 없었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과도한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나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시야가 흐릿하게 변했다.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저 멀리, 사람의 형상을 한 이들이 보였다. 이건 환상일까. 아니면 현실일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쉬고 싶다.


그런 생각에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몽롱했다. 마치 구름 위를 둥실둥실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줄곧 감았던 눈을 힘겹게 떠 봤다.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었다.


이에 다시 눈을 감았다.


둥실둥실. 어느 순간에 다시금 눈을 떴을 때, 누군가가 보였다.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그 모습은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가 눈을 떴어요!”


“빨리 성주를 모셔 와!”


시끌벅적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는 다시금 눈을 감았다. 몽롱한 것이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깊은 잠에 빠져들 듯 스르륵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천근만근 무거웠던 눈꺼풀은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새까맸던 시야는 그리 눈부시지 않은, 은은한 빛으로 채워져 갔다.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였다.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그리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이곳이 도대체 어딜까.


어딘가 모르게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헛!”


그러다 어느 곳, 미처 시선이 닿지 못했던 곳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원체 놀라기 쉬운 체질이라 그만 놀라고 말았다. 그는 안경을 끼고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남자로 보였는데 그럼에도 상당히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 머리는 나와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다. 그 얼굴은 상당한 미형의 얼굴이었다.


그는 상당히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를 빤히 바라보길 한참, 그는 그제야 내 모습을 확인하고선 말을 걸어왔다.


“아아. 정신을 차렸군요. 그래, 몸은 좀 괜찮습니까?”


언뜻 보면 선한 인상이었지만 그렇다고 유해 보이진 않았다. 내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자, 그는 다시금 말했다.


“혹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게 아니라면 말을 할 수 없다거나.”


“아뇨. 말은 할 수 있습니다.”


반사적으로 내뱉은 한마디에 그는 그제야 안심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누구이며 내가 어쩌다 이곳까지 왔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전, 나는 분명 도시의 근처에 있었다. 사정없이 마족을 처단한 것까진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이후는 애매하다.


일이 꼬이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도시로 옮겨진 것이겠지. 어쨌든 내 대답에 남자는 다시 말했다.


“우선은 제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제 이름은 「아흐라만」, 마술사입니다.”


“그렇군요. 제 이름은 가빈.”


잠시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 앞에 자신을 마술사라 밝힌 이가 앉아 있다. 과연 내가 마법사란 사실을 그대로 밝혀야 할까. 고민이 됐다.


이세계로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지나는 모든 인연이 아군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시점이었다. 현재 세상에 알려진 마법사는 단 두 명이다.


마법사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이에.


“왜 그러십니까?”


말을 도중에 끊었기 때문일까. 아흐라만이 물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말을 끊었기 때문인지. 그는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요. 뭐, 차마 정황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네, 뭔가 할 말이 있으신가요?”


“공을 이리로 데려오는 길에 보게 됐습니다.”


마족이란 존재를 박살 내버린 광경을 그도 본 모양이다. 필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분명이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생각보다 까다로운 상황이다.


그들은 몇 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마족이란 존재를 처리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그런 마족을 대뜸 나타난 내가 죽여버렸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이변과 다름없었다.


“마족을 죽이셨더군요.”


예상대로의 흐름이다. 어찌 됐든 그가 봤기 때문에 내가 마족을 죽였다는 그 사실 만큼은 부정하진 않겠다.


“맞아요. 제가 죽였습니다.”


“왜 그러신 겁니까?”


뭘까. 이 태도는. 마족이란 족속은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있어 골칫덩이가 아니었던 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족은 도시 사람들에게 있어서 골칫덩이가 아니었습니까?”


“물론 골칫덩이였지요. 기회만 된다면 우리 역시도 그 마족을 처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잘된 일이 아닙니까?”


“그래요. 잘된 일이죠. 때가 맞았더라면 말입니다.”


아무래도 뭔가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사연, 들어두는 것이 좋을까. 듣게 된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런 분위기에서 사연을 듣지 않고 넘기자니 영 어색했다. 뭔지 이야기는 들어보자. 이건 저들의 일이다. 내 일이 아니다. 내가 고심할 필요는 없다.


“때가 맞아야 한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그 마족이란 존재가 더 이상 침략하지 못하도록 이 도시의 중심에 제가 가져온 성수(聖樹)를 심어뒀습니다.”


“성수요? 나무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성수, 수목숭배는 내가 본래 살던 세상에서도 곧잘 있던 일이다. 더욱이 이곳은 이세계인 만큼 정말로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본래 우리는 성수가 싹을 틔우면 마족을 격퇴하기로 했었습니다. 성수가 저 사악한 것들을 다시는 다가오지 못하게끔 해줬을 테니까요.”


“그러면 제가 해선 안될 짓을 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언제가 됐든 마족은 처단해야만 하는 존재였지요.”


“그러면 뭐가 문젠가요?”


언제가 됐든 처리해야만 하는 존재다. 그런 존재를 내가 대뜸 나타나 죽여버렸다. 성수가 싹도 틔우지 못한 지금,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마족이란 존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하나를 죽이면 둘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하나를 죽이면 어디선가 두 명의 마족이 새로이 나타나죠. 그 둘을 죽이면 넷, 넷을 죽이면 여덟이 되어 나타납니다. 물론 그만큼 그 휘하에 몬스터들의 개체수도 늘어나죠.”


“그럼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모두 죽이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내 말에 아흐라만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너무 쉽게 말해버린 것일까. 어쨌든 나는 그 마족이란 족속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뭔가 잘못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쉽게 한다고 이들도 쉽게 한다는 보장은 없다. 너무 경솔했던 것 같다.


“그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마족은 웬만한 베테랑 모험가들도 쉽게 상대하기 어려운 족속들입니다.”


“확실히 그 마족이란 족속, 질기긴 했어요.”


모가지를 뜯어내고서야 겨우 놈을 죽일 수 있었다. 그런 족속들이 늘어난다면 지금의 나조차도 감당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본래 제가 살아가던 바다 건너 남쪽 대륙도 그렇게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앞서 만났던 엘프 대공이 분명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의 조국은 이 중앙대륙의 중심에 자리한 왕국이라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중앙대륙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 말고도 다른 대륙이 있다. 뭐, 굳이 따지자면 이상하다고 여길만한 사실은 아니다.


“본래 이 도시의 사람이 아니신 겁니까?”


“그래요. 저는 몇 년 전,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당도했죠. 저는 본래 바다 건너 남쪽 대륙에서 살아가던 사람입니다.”


“그렇군요. 몰랐어요.”


고향에서 겪었던 일을 다시 겪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가 마족을 죽인 사실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요.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죠. 결국 ‘우리’가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은.”


“잠깐만요. 혹시 그 ‘우리’에 저도 포함된 겁니까?”


“당연하죠.”


순간적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말려도 제대로 말려들었구나.’라고.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부탁이죠. 지금 우리에겐 인재가 필요합니다. 당신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 인재상에 부합하는 분이세요.”


강요는 아니다. 그러나 나에겐 강요로 느껴졌다. 이보다 더 확실한 강요가 어디에 있을까.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경험 해보질 못했다.


우연이건 아니건 결과적으로 나는 저들의 계획을 망쳤다. 이대로 말없이 떠나버린다면 분명 저들에게 원망을 사겠지. 귀찮은 일은 절대적으로 싫지만.


조건을 붙인다면.


“하아···. 좋아요. 그러면 그 성수의 싹이 트는 그 시점까지 이곳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당장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 것 같다. 뭔가 더 할 이야기도 없고 마무리를 지으려는 찰나였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누군가가 찾아온 모양이다. 도대체 누가 찾아왔을까. 감이 잡히질 않는 가운데 아흐라만이 말했다.


“마렐 성주가 찾아온 모양이군요.”


“마렐 성주? 누구죠?”


“이 도시를 책임지는 사제이자 지도자입니다. 몇 년간, 이 도시를 지키는데 저와 함께 힘을 써온 인물이죠.”


성주라는 직책이 붙은 것으로 봐서 그의 말대로 높으신 분 같다. 그런데 아흐라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잔뜩 인상을 쓴 것처럼 그의 눈살은 찌푸려져 있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것일까.


“심히 걱정되는군요.”


“뭐가 그렇게 걱정인가요.”


“그는 필시 당신을 부추겨 마족을 토벌하자고 대대적으로 나설지도 모릅니다.”


어디선가 봤을 법한 장면이었다. 이들에겐 지금 존재하는 것이다. 의견충돌이라 부르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끔 아흐라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던 믿지 마십시오. 그는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려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똑똑똑- 몇 차례 두드리던 문을 열고서 그 성주라는 남자, 마렐이 들어왔다. 방문이 열리고 그가 보인 표정은 아흐라만과 똑같았다.


마주친 두 사람은 겉치레식으로 한두 마디 나누고는 그대로 엇갈렸다.


***


아흐라만이 나가고 마렐 성주가 들어왔다. 분명 마렐 성주를 믿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나로서는 양쪽 모두의 말을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주는 나와 대화하고자 아흐라만이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반갑소. 내 이름은 마렐. 이곳의 성주요.”


“네. 반갑습니다.”


“도시 앞, 넓은 평원에 귀공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직접 이곳으로 데려왔소.”


“그러셨군요.”


그는 뭔가 할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역시나 마족을 처리한 건에 대해 이야기할 모양세다. 일단 지금까지는 아흐라만이 이야기했던 대로 흐름이 이어지고는 있다.


“그리고 난 직접 봤소. 귀공이 그 잔악무도한 마족을 쓰러트리는 모습을 말이오.”


“네.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오만.”


성주 마렐은 머뭇거리다 이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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