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마법사인 내가 너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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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進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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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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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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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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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마왕

DUMMY

이미 죽어버린 마렐 성주의 시체는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에게 수습을 맡겼다.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도시로 진입했다. 그, 아흐라만에게 들을 이야기가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확실히 알아야겠어.”


도시로 진입하고 곧장 성벽을 올랐다. 성벽 위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자신들이 쏘아낸 화살에 죽은 이가 마족이 아니었다. 지금껏 자신들을 이끌어온 성주였다.


그런 사실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아흐라만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그만큼 당당하다는 말이었다. 어디에도 증거는 없으니까.


그가 마렐 성주를 저 꼴로 만든 범이란 증거가 말이다.


“아흐라만!”


그 이름을 부르며 다급히 성벽 위로 올랐다. 그는 내 모습을 확인하고는 뭔가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저 멀리 어딘가로 날려 보냈을 텐데.”


“뭐요?”


중얼거림이었지만 분명 그 말이 온전히 다 들렸다. 그는 방금 나를 어딘가로 날려 보냈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워 차마 따지지 못하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능글맞은 태도로 내게 아는 척을 하며 말을 걸어왔다. 더 따지지는 않겠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마렐 성주가 어쩌다 저렇게 된 건지다.


“아아. 가빈공. 지금까지 어디에 계시다 이리 나타나신 겁니까?”


왜일까. 저 모습, 저 말투, 저 표정, 전부 가증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놈의 심증이란 것이 참으로 고약하다. 결국 “저놈이 범인일 거야.”라고 생각해 버리니 모든 것이 좋지 않게 비추어진다.


“어쩌다 보니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는 당신은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괜찮습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도시의 지도자가 죽었다. 오해 아닌 오해로 빚어진 일이다. 지도자, 아니 성주와 함께 몇 년의 세월을 함께 해왔을 터인데.


이렇게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다니. 나로선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니, 이해 못 할 일은 없다. 그가 범인이라면 이런 태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 저는 이 도시를 이끌어 가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순 없습니다.”


“좋아요. 그럼 하나만 물어봅시다. 저 아래, 저 참상을 당신이 만들어낸 겁니까?”


이렇게 물어본다고 순순히 대답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게 사람이란 생물이다. 이렇게 순순히 대답할 리는 없을···.


“그래요. 내가 했습니다.”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그가 대놓고 저리 말할 리가 없다. 아무래도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제가 잘못 들은 거죠? 그렇죠?”


“아뇨.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그는 제대로 못 박았다. 아무래도 그는 더 숨길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왜 그랬습니까? 왜 마렐 성주를 죽인 겁니까?”


“몇 년 전, 저는 바다 건너 남쪽 대륙에서 이곳 중앙대륙으로 넘어왔죠.”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죽였는지 말을 해보란···.”


아흐라만은 검지로 윗입술을 가리며 “쉿”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란 뜻이겠지. 이에 나는 말을 하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남쪽 대륙은 멸망했고 그 멸망의 중심엔 마족과 무수한 몬스터, 그리고 「마왕」이란 존재가 있었죠,”


“마왕?”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마왕은 어느 순간, 갑작스레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신들에 의해 창조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들고 있던, 이상하리만치 흉한 느낌이 드는 외관의 책을 펼쳤다. 조심스레 책을 펼치자, 사각사각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손끝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긴다.


그럴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알게 모르게 기분이 좋았을 그 소리가. 지금은 어째선가 기분이 나빴다.


“그는 태생부터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마술에 통달한 존재였습니다.”


그의 말과 동시에 아흐라만의 다른 손엔 책과 같이 새까만 외관의 지팡이가 하나, 돌연 생겨났다. 그 생김새가 흉하기로는 책과 똑같다고 볼 수 있었다.


“마왕은 그 강대한 힘으로 스스로 왕임을 칭했고 그 휘하에 마족이란 존재를 만들어내 몬스터와 함께 부리기 시작했죠.”


“그게 지금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마왕은 그렇게 마족과 몬스터들을 부려 남쪽 대륙을 서서히 좀먹어 갔습니다. 남쪽 대륙은 마땅한 저항조차 하질 못하고 그대로 멸망하고 말았지요.”


내 물음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만 해나갔다. 이내 그는 바다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필시 남쪽 대륙이 있던 방향이 틀림없다.


“하지만 마왕은 좀처럼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거대한 대륙 하나를 차지했음에도 그의 눈길은 자꾸만 바다 건너 존재하는 다른 땅을 향했죠.”


그는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남쪽이 아닌 북쪽, 드넓은 땅이 보이는 어딘가를 바라봤다.


“설마.”


처음 이야기를 꺼내던 그 순간엔 ‘도대체 이게 무슨 상관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의심을 가지게 됐다.


“뒤늦게 신들이 남쪽 대륙에 일어난 참사를 알고는 남쪽 대륙을 통째로 봉인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마왕은 이미 바다로 빠져나간 후였죠.”


“당신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바다를 건너 중앙대륙에 도착한 마왕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앙대륙을 집어삼킬 계획을 말이죠.”


“「마왕」인가?”


확신으로 변한 그 순간, 그는 사실을 말했다.


그의 머리는 이전과 다르게 길게 늘어졌다. 보랏빛의 머리는 길게 늘어져 찰랑거렸다.


그의 피부는 검게 물들어갔다. 일전에 봤었던 마족의 피부와 똑같았다. 하지만 그의 피부는 전혀 거칠지 않았다.


그의 어깨엔 이전엔 없었던 로브가 꼿꼿이 깃을 세운 채 걸쳐져 있었다. 로브는 마찬가지로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렸다.


그, 아흐라만은 한껏 길어진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고, 그의 눈동자는 시뻘겋게, 흰자위는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마족이었다.


하지만 그 마족과는 달랐다. 제대로 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작정하고 기괴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요. 제가 바로 「마왕」입니다. 남쪽 대륙을 정복하고 이 중앙대륙까지 잠식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죠.”


일순간에 변해버린 그의 모습에 그 주변에, 아니 도시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술렁였다.


“마렐은 참으로 성가신 인간이었습니다. 사사건건 제 일을 방해하며 견제해 왔기에 언젠가 반드시 쳐 죽이고 싶었거든요. 크흐흐흐.”


그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이대로 저 마왕을 척살하겠다. 어쩌면 내가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도 이 마왕을 저지하라는 큰 뜻이 아니었을까.


그, 마왕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잘도 정체를 드러냈구나. 네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네놈의 야망은 그리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 거다. 아흐라만!”


“아아. 그렇죠. 제 소개를 다시 해야겠군요. 사실 제 이름은 아흐라만이 아닙니다. 제 진짜 이름은.”


『앙그라 마이뉴』


“「세상 모든 악」은 바로 저를 통합니다.”


아무래도 좋다. 지금 여기서 이 마왕을 끝장낸다. 단지 그뿐이다.


“아무래도 좋아. 너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

《파이팅 어시스턴트를 시작합니다.》


《근력 증가!》


《민첩성 증가!》


《반응속도 증가!》

━━━━━━━━━━━


버프에 힘입어 주먹을 있는 힘껏 꽉 쥐었다. 스스로를 마왕이라 칭하는 자는 곧장 주먹이 닿을 거리에 있었다.


이내 푸른빛의 일렁이는 불꽃이 주먹을 휘감는다.


더는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재빨리 주먹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받아랏!”


전쟁의 신조차 무릎을 꿇게 만든 주먹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단 한 번, 마왕을 단번에 끝장낼 수 있는.


「압도적인 힘」


이 한방, 그게 아니더라도 반드시 이 존재를 멸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상상했다. 생각했다.


주먹의 불꽃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타올랐다. 이 주먹에 닿는다면 필시 신이라고 하더라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하물며 마왕이라고 한들 다를 것이 있을까.


주먹은 반원의 궤적을 그렸고, 빠르게 마왕을 향해 내질러졌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서 싸움을 쉽게 끝낼 생각 따윈.”


『없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마왕은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아주 작은 움직임을 보였을 뿐이다. 그가 들고 있던 지팡이, 그 지팡이를 아주 조금, 움직였다.


툭- 전력을 다해 내질러진 주먹은 아주 간단하게 튕겨 나갔다. 갈 곳을 잃어버린 주먹은 허공을 떠돌았고, 뒤이어 이어진 공격, 아니 그냥 툭- 가벼운 터치는.


“어?”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성벽 아래, 어느 건물의 안쪽에 처박혀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리 강한 공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비록 건물이 반파될 정도로 강하게 튕겨 나왔지만, 어디가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왕은 마왕이란 이야긴가.”


잔해를 치워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파된 건물 밖으로 나가보니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내 시선 또한 이들이 보는 곳을 향했다.


“저게 뭐야? 마술?”


그곳엔 마왕, 앙그라 마이뉴가 들고 있던 책을 펼치고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 머리 위로 보랏빛으로 빛나는, 동그란 문양의 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왕은 스스로를 마술사라고 밝혔다. 더욱이 그 힘이 강대하다고 말했다. 저건 필시 뭔가 마술을 사용하려는 것이 틀림없다.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저 드는 생각은 저들을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이었다.


“마왕!”


이에 다시금 뛰어올랐다. 마왕의 마술을 저지해야만 한다.


“으아아아아!”


마왕과의 거리는 단숨에 가까워졌다.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이번엔 그 잘나 보이는 면상에 힘껏 주먹을 꽂아 넣어줄 것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아무래도 당신과는 잠시 이별을 고해야 할 것 같군요.”


마왕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선 빛이 발했다. 불쾌함이 느껴질 정도의 빛이었다. 이내 빛은 사방을 뒤덮고 말았다.


강렬한 빛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고 말았다.


삐━━━━───


이윽고 그 강렬한 빛에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삼켜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째서인가 귀가 먹먹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일까. 나는 처음 이세계로 왔을 때처럼 숲속에 홀로 서 있었다. 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마왕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어? 여긴 어디야!”


그곳에 내 물음을 받아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어딘지 모를 숲속에 홀로 있을 뿐이었다.


***


정확히 내 위치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걸었다. 걸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마왕이 나타났다. 마왕이 나타나고 이 중앙대륙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남쪽 대륙처럼 멸망할 것인가. 그곳과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누구라도 좋으니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전쟁의 신을 찾아가고 싶지만 그건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한창인 가운데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시선을 내리깐 채 발걸음을 옮겼고 어느 순간, 줄곧 이어지던 숲과 다른 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뉘시오?”


“어?”


누군가 말을 걸어왔고, 줄곧 내리깔았던 시선이 위로 올라갔다.


시선이 올라간 그곳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아니 엘프가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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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세계수 24.08.02 18 0 13쪽
13 13화 엘프의 왕국 24.08.01 25 0 13쪽
» 12화 마왕 24.07.31 29 0 12쪽
11 11화 남쪽령(7) 24.07.30 27 0 12쪽
10 10화 남쪽령(6) 24.07.29 25 0 14쪽
9 9화 남쪽령(5) 24.07.28 32 0 12쪽
8 8화 남쪽령(4) 24.07.27 30 0 12쪽
7 7화 남쪽령(3) 24.07.26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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