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마법사인 내가 너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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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進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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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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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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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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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엘프의 왕국

DUMMY

“뉘시오?”


지금 보이는 이 남자, 확실히 엘프였다. 찰랑거리는 은발에 길고 뾰족한 귀, 정갈하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느낌의 복장, 모든 것이 엘프라는 종족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엘프들이 사는 숲인 모양이다. 분명 던전에서 만났던 그 엘프도 말했었다. 대륙의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숲에 엘프들의 왕국이 있다고.


“어디서 오셨소?”


썩 경계하는 눈치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수풀이 우거진,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곳에서 대뜸 나타났다. 누구라도 경계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디서 왔냐는 말엔 쉬이 대답할 순 없었다. 나는 방금까지 바다가 보이는 남쪽령의 어느 도시에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숲이었다는 말을 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누구라도 수상하게 여길 것이다. 이에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흠···.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역시나 그는 수상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타파할 뭔가가 필요하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처음 만났던 엘프가 해줬던 말이 있다.


분명.


“언젠가 우리 숲 엘프의 왕국을 지나게 된다면 그곳의 엘프들에게 이것을 보여주시오. 「갈리아스의 대공 마르첼」을 찾아왔다고 말하면 될 것이오. 그러면 엘프들이 공을 내게로 인도할 것이오.”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 주황빛의 옥석과 함께 그의 이름을 말하면 된다고 했다. 이에 다급히 품속을 뒤졌다. 분명 어딘가에 넣어뒀을 터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뒤지기를 잠시.


“찾았다!”


“음? 아니, 그것은? 어찌 그걸 가지고 있는 것이오?”


“그래요. 저는 갈리아스의 대공 마르첼을 찾아왔습니다.”


주황빛의 옥석과 함께 대공의 이름을 말했다. 그는 이내 경계의 시선을 거뒀다. 옥석이 가짜일 수도 있지만 그는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랬소이까? 진작에 말을 하지 그랬소. 따라오시오. 대공은 지금 대왕을 알현 중이시오.”


엘프는 따라오라는 듯이 앞장섰다. 나는 수풀을 빠져나와 그를 따라 걸었다. 그보다 왕국인 만큼 당연히 대왕도 있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엘프의 이미지는 대체로 현자들이다.


이번 일에 대해 그들과 논의해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공께서는 어디서 오셨소? 평범한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소만.”


“말하자면 조금 긴 이야기입니다.”


내가 답하기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어디서 왔냐는 질문이었다. 직업에 관해서는 대충 얼버무리면 된다. 하지만 출신에 관한 물음은 어딜 가던 곤란한 질문이다.


“그렇소이까? 그래, 뭐 누구에게나 말하기 힘든 부분은 있기 마련이오. 말하기 힘들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소.”


나름의 배려일까. 그 뒤로는 아무런 말도 없이 걸을 뿐이었다. 대략 30분 정도가 지나자 보인 것은 엘프들의 도시였다. 다만 흔히 알고 있는 도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거대한 나무가 있다. 그 나무 아래엔 그보다 작은 나무들이 건물처럼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곳에 문이 달려 있었고 옆으로는 창문도 달려 있었다.


엘프들은 하나같이 그런 건물에서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인공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하나도 없네요?”


“우린 인공적으로 건물을 짓지 않소. 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곳으로 들어가 살아갈 뿐이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전방의 어느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아주 거대한 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나무 아래, 그 나무만큼 커다란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느낌상 저곳이 바로 이 갈리아스란 왕국의 대왕과 대공이 있는 곳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곳이 바로 대왕의 거처요.”


“그렇군요.”


“대공께선 지금 한창 대왕을 알현하고 계실 텐데. 조금만 기다리시구려.”


대왕의 거처, 그곳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알현실의 문 앞에 섰다. 문에는 문양이 크게 그려져 있었는데, 나무와 나무를 비추는 별 셋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뭐, 이 왕국의 국기나 상징쯤 되는 문양이겠거니 생각했다. 문 너머로는 뭔가 이런저런 큰 말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스러운 느낌이었는데 큰 언쟁이 있는 모양이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려는 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은 끼이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렸다. 문이 열리고 엘프 몇몇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잔뜩 뿔이 난 것으로 보였다. 나를 본체만체 그들은 알현실에서 빠져나갔다. 왜 저리 화가 난 것일까.


“내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바로 보이는 알현실의 내부엔 두 명의 엘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중 한 명은 당연하게도 대왕일 것이고, 나머지 한 명의 엘프,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때 던전에서 봤었던 그 엘프가 맞다. 볼 일도 끝난 것 같고 나는 조용히 알현실로 들어섰다. 날 본 건지 알현실의 중앙, 옥좌에 앉아있던 대왕과 눈이 마주쳤다.


“공은 누구시오?”


대왕의 첫 물음이었다. 이에 나는 그간 들고 있던 주황빛의 옥석을 내보이며 말했다.


“저는 가빈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갈리아스의 대공 마르첼공과 인연을 맺게 되어 이리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가빈? 상당히 특이한 이름이구려. 대공. 저자를 아시오?”


곧이어 대공과도 눈을 마주쳤다. 대공은 한껏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왕에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가빈공은 얼마 전, 던전에서 저를 구해준 은인입니다. 그 당시엔 이렇다 할 상태가 아니었던지라. 제가 「오리할콘」조각을 넘겨주며 언젠가 이곳을 찾아오라 했었지요.”


“그렇소? 다른 누구도 아닌 대공을 구해준 은인의 얼굴을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구려.”


줄곧 옥좌에 앉아있던 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그 뒤를 대공 마르첼이 따랐다. 대왕은 내 앞에 섰고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 고맙소. 왕국은 그대에게 큰 빚을 졌구려. 짐의 이름은 「샤를루스」. 이 갈리아스의 대왕이오.”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저 때에 맞춰 퀘스트가 주어졌다. 나는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던전으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대공을 만났을 뿐이다.


“아니오. 공이 해낸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오. 그것이 우연이고 필연이고는 상관이 없소.”


“그렇소. 가빈공. 너무 겸손해 하지는 마시오. 때론 영웅은 영웅답게 당당해지는 것이 좋소.”


영웅이라. 좋은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마왕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우선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


“그런데 가빈공께서 이리도 빠르게 왕국으로 찾아오실 줄은 몰랐소. 마침 근방을 지나던 참이오?”


딱 좋게 마르첼 대공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우선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그간 숨겼던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 근방을 지나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힘으로 인해 이곳으로 강제로 보내졌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지요.”


“어떤 힘이라니요?”


남쪽령에서 있었던 일, 그곳에서 마족을 조우하고 마왕이 정체를 드러낸 일. 이야기할 것은 산더미였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차례차례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혹시 마족이란 존재를 아십니까?”


“마족?”


대왕이 내뱉은 말은 의문형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잔뜩 찡그려졌다. 그리고 소리 없이 조용히 대공 마르첼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무래도 이 두 엘프는 마족에 관해 알고 있는 모양이다.


“공이 어떻게 그 저주받은 족속들을 알고 있는 것이오?”


“그 저주받은 족속들은 바다 건너 존재하는 남쪽 대륙에 모조리 봉인되었을 터.”


대왕 샤를루스는 내게 물음을 던져왔다. 대공 마르첼은 그것들이 지금 어떠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를 알고 있는 뉘앙스였다. 이에 나는 말했다.


“그 「마족」이, 그들을 이끄는 「마왕」이 중앙대륙의 남쪽령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니, 잠깐. 잠깐 기다려 보시오. 공이 뭔가 착각한 것은 아니오이까? 뭔가를 잘못봤다거나.”


대공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대왕과 마찬가지로 한껏 구겨져 있었다. 그리고 대왕은 이를 부정하듯 말했다.


“그렇소. 잘못 본 것이 틀림없소. 그대가 분명 뭔가를 잘못 본 것이오. 그것들은 이미 남쪽 대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소.”


“대왕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것들은 더 이상 남쪽 대륙을 벗어나지 못하오.”


아주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도대체 그 남쪽 대륙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보다는 내 말을 믿게 하려면 뭔가 확실한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나의 정체, 같은 것이 말이다.


앞서 나는 대공 마르첼에게 지나가던 격투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내 정체를 밝히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공은 분명 나와 처음 만났을 때, 격투가라고 하셨소. 확실히 격투가로서는 아득히 높은 경지에 오른 것은 사실로 보이나 공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마왕과 조우 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오.”


젠장, 굳이 내가 마법사란 사실을 숨긴 이유는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귀찮은 일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이대로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내 말에 신빙성은 없어진다. 할 수 없다. 정체를 밝히는 수밖에.


“제가 만약 격투가가 아니라면요?”


“아니, 그게 무슨···.”


내 직업이 마법사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상태창은 오롯이 내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말할 수밖에 없다.


“사실 대공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거짓을 말했습니다.”


“거짓이라니. 확실히 말해보시오.”


“저는 격투가 따위가 아닙니다.”


“공의 직업이 격투가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오?”


지금껏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나의 직업, 오로지 전쟁의 신 미트라만이 나의 직업을 제대로 알아봤다. 그런 나의 직업을 지금 밝힐 때다.


“저는 마법사입니다. 제가 알기로 세상에 마법사는 오로지 둘 뿐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들에 이어 세상에 나타난 세 번째 마법사입니다.”


정적-


내 말이 끝났음에도 한동안 이곳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대왕 샤를루스와 대공 마르첼은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더 말해야 할까. 아니, 더 할 말은 없다.


‘하아···. 망했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정적을 깨고서 대왕이 말했다.


“앞서 짐은 두 차례, 마법사를 만난 적이 있소. 짐은 그들과 친구가 됐고 그들은 누가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었소. 그리고 가빈공.”


대왕은 자신의 옥좌 옆에 자리하고 있던 투명한 구슬을 들어 보였다. 어디 하나 모난 곳 없고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구슬이었다.


“공이 정말로 마법사라면. 세상에 나타난 세 번째 마법사라면 이 구슬에 손을 얹어 보시오. 구슬은 빛날 것이오.”


나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당했다. 이에 대왕의 말대로 그 투명한 구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대왕의 말대로 구슬은 빛나기 시작했다. 눈이 부실 정도의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빛은 오래 지나지 않아 알현실을 가득 채울 만큼 강렬히 발했다.


이에 대왕이 말했다.


“보통의, 범인(凡人) 혹은 범부(凡夫)라면 이 구슬에 손을 올렸을 때 옅은 연둣빛으로 빛나오. 그보다 조금 재능이 있고 뛰어난 이들은 진한 초록색으로 빛나지.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천재 혹은 위대한 재능을 가진 이들은 노란색으로 빛나오. 하지만 공의 색깔은.”


『푸른빛』


티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푸른빛이었다. 언제나 내 손에 휘감기는 푸른빛의 일렁이는 불꽃처럼.


“공이 말했듯 세상엔 지금껏 마법사 둘만이 존재했소. 그들 역시도 이 구슬에 손을 얹었고 그들이 보인 빛은 각각 검은빛과 금빛이었소.”


“그 말은.”


“바다건너 신들의 도시에 살아가는 신들은 언젠가 내게 예언을 내렸소. 세상에 인간 마법사 일곱이 나타나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이니 그들이 나타나면 내게 몸소 도우라는 내용의 예언이었지.”


대왕은 구슬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조만간 새로운 마법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소. 하지만 아무런 징조도 없었소. 가빈공. 그대는 정말로 「마법사」였구려.”


다른 누구도 아닌 엘프의 대왕에게 인정받았다. 여느 때와 다른, 공식적으로 마법사인 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리고.


“대왕! 대왕! 급보입니다!”


악은 지금 순간에도 쉴 틈 없이 그 마수를 뻗어나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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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엘프의 왕국 24.08.01 25 0 13쪽
12 12화 마왕 24.07.31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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