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마법사인 내가 너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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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進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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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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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남쪽령(5)

DUMMY

언덕을 내려와 다시금 도심부로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다. 언덕을 내려와 도심부로 들어서고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우리는 마렐 성주와 마주쳤다.


“이거 참, 시국이 시국인데 멀리 바닷가나 보고 있다니 여유가 참으로 많으시구려?”


그의 말투는 지극히 공격적이었다. 거기에 더해 상당한 비꼼이 섞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못 할 말이야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금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사실은.


마렐 성주가 아주 지독하리만치 아흐라만을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미뤄 비춰 봤을 때, 이렇게까지 사이가 갈라졌다면.


그 관계는 그냥 파탄 난 것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회복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경험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두 사람은 말싸움을 시작했다.


“그저 전쟁을 일으키기에 혈안이 된 당신보다 과거를 떠올리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끔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겠습니까?”


“말 한번 잘하셨소. 악을 막으려는 이가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방관한다? 이건 비극이 아니라 희극이었구려. 이보다 웃긴 이야기는 내 40년 인생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이야기 아닙니까?”


“불이 뜨거운지 꼭 만져봐야 아시겠소? 정말 터무니없구려.”


말은 점점 짧아졌다. 하지만 짧아진 말은 그만큼 독기를 품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에선 내가 나서야만 할 것 같다.


“왜 이렇게들 싸우십니까. 보는 눈이 많아요. 이쯤 하시지요.”


말 그대로였다. 많은 눈이 이 의미 없는 말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싸움을 구경하고 있을까.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내 말에 마렐 성주는 주변을 살피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면에 아흐라만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딘가로 향했다.


잠깐의 소동에 지나지 않는 말싸움이 끝났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움직였다.


“성주. 이렇게까지 공격적일 필요는 없지 않으십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지만 저자는 정도가 지나쳤소.”


“하지만···.”


남쪽 대륙의 모습을 겉으로나마 보게 됐다. 온전히 그를 몰아세우기엔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심었다는 성수의 씨앗이 심어진 땅을 보러 가지 않겠소?”


“도시의 중심에 심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


분명 아흐라만과의 첫 대화에서 그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도시의 길바닥은 전부 제대로 정비된, 포장도로였다. 도시의 중심을 지나오긴 했지만.


기억을 더듬어 봐도 도시의 중심엔 씨앗을 심을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가 정녕 그리 말했소?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으로 그득하군.”


“그럼 도시의 중심이 아니라 다른 곳에 성수의 씨앗을 심었다는 겁니까?”


“그렇소. 따라오시오. 말로 설명하기보단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이오.”


마렐 성주는 앞장섰다.


***


앞장선 마렐 성주의 뒤를 따라 이동한 곳은 도시와는 멀었다. 정확히 도시의 서쪽, 아주 커다란 산맥이 줄지어 보이는 한적한 고원이었다.


그저 커다란 산맥이 보일 뿐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고원이었다. 저 앞에 보이는, 유독 새까맣게 물든 일부의 땅을 제외하면 말이다. 뭔가 위화감이 드는 그 광경에.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보셨소?”


그 모습을 본 것인지 마렐 성주 역시 나를 보며 그 자리에 멈췄다.


알 것도 같았다. 마렐 성주가 왜 아흐라만이 계획한 성수의 싹을 틔우는 일을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는지.


“예. 봤습니다. 저게 정말로 성수의 씨앗이 심어진 땅이란 말입니까?”


땅은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외에도 땅 아래에선 알 수 없는 검은 연기, 아니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 정체불명의 뭔가가 일렁이며 쉼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소. 씨앗이 심어진 몇 년 전, 그 당시엔 저렇지 않았소.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씨앗이 심어진 땅의 주변은 점점 검게 썩어들어갔고 그 위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소.”


마렐 성주가 사악한 기운이라 부르는 저 검은 뭔가. 저것에 닿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딱 봐도 위험해 보였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됐다.


“저기에 닿으면 어떻게 됩니까?”


“그건 모르오. 너도나도 모두가 불길하다며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꺼렸소. 그런 탓에 우린 저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오.”


“그렇다면 제가 한번.”


“괜찮겠소? 괜한 일로 공에게 피해가 갈까 두렵소.”


마렐 성주는 걱정스러운 듯 내 팔을 잡았다. 그는 내가 저기 검게 물든 땅 위에 서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구경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괜찮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뭐가 됐든 저는 쉽게 당하지 않습니다.”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쉽사리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에 천천히 검게 물들어버린 땅으로 다가갔다. 보이는 그대로의 광경이기 때문일까.


왠지 공기가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땅이 검게 물든 땅 위에서만 말이다. 땅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질척질척한 진흙으로 가득했다.


“이게 진짜 성수의 씨앗을 심어놓은 땅이라고?”


그리고 그 중심, 눈으로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일단 이 땅을 밟고 있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검은 기운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스멀스멀-


“손으로 잡히는 건 없어.”


그렇다고 뭔가 묻어 나온다거나 느껴지진 않았다. 이게 도대체 뭘까.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 조용하던 마렐 성주가 내게 소리쳤다.


“가빈공! 저쪽을 보시오!”


“응? 뭐야?”


시선은 바삐 움직였다. 먼저 내게 소리친 마렐 성주와 눈이 마주쳤고 이내 그가 가리킨 방향을 보게 됐다.


“아니 씨발!”


나는 좀처럼 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의 광경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내가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마족이 둘, 씩씩- 거친 숨을 내쉬며 나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뒤로 보이는 무수한 몬스터 군세를 보자니.


절로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 이쪽에서 나타났지?”


이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서쪽 땅이다. 그야말로 한참이 떨어진 위치였다. 이런 곳에 저들이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설마 이 성수의 씨앗을 노리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설마 나를 노리는 건가?”


놈들의 하나같이 기괴한 눈깔은 성수의 씨앗이 묻힌 곳이 아닌 나를 향해 있었다. 앞서 내가 저들, 그러니까 마족을 죽였다. 혹여나 그 기억이나 복수심이 그대로 계승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진짜 둘이 돼서 나타났네. 모습도 다르고.”


하나같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했지만 각기 모습은 달랐다. 한 놈은 팔이 여섯 개였다. 팔이 여섯 개라는 점이 벌레를 연상시켰다.


다른 한 놈은 머리가 두 개였다. 기괴하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문제가 있었다. 아흐라만의 말대로 죽었던 마족은 둘이 되어 돌아왔다. 만약 이 자리에서 돌아온 두 마족마저 죽여버린다면.


“다음엔 넷이 되어서 돌아오겠지.”


뒤따라올 몬스터 군세의 숫자는 말할 것도 없다. 뭔가 외통수에 놓인 느낌이었다. 이대로 도시로 후퇴한다면 필시 전투가 벌어진다. 전투가 벌어지면 인명피해는 반드시 생긴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저들을 처리한다면 다음이 문제가 된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좀처럼 판단이 서질 않았다. 왜 하필 이런 때는 퀘스트가 뜨지 않는 걸까.


“가빈공! 도시로 후퇴하시오! 여기서 싸움을 벌인다면 승산이 없소!”


마렐 성주가 다시금 소리쳤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게 옳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저 많은 군세를 이끌고 도망친다면 그만큼 사람들이 죽는다.


“아냐,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다음이 더욱 버거워진다고 한들 인명피해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오롯이 하나뿐이다.


“마렐 성주! 도시로 퇴각하세요. 제가 이곳에서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습니다.”


“혼자서 어떻게 저 많은 군세와 마족을 이긴단 말입니까? 그냥 도시로 퇴각하시오!”


그의 말은 분명히 옳은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평범한 모험가 나부랭이였다면 필히 도망치는 것이 옳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저 군세에 짓밟혀 개죽음당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다르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굳게 믿고 있다. 근거, 근거라면 있다. 나는 세상에 단 세 명뿐인 마법사 중 한 명이다.


아흐라만이 말하기를 마법사는 모두 강대한 힘을 가진 강자들이라고 했다.


그것이 내가 평범한 이들과 다르다고 믿는 근거다.


내 직업은 마법사.


내 무기는 건틀릿과 부츠.


내 마법은.


『압도적인 힘』


그런 힘을 가지고 모양 빠지게 도망친다면 그야말로 웃음거리다. 이에 퇴각하자며 거듭 소리치는 마렐 성주를 향해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패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마렐 성주, 먼저 도시로 퇴각하세요.”


“가빈공···. 당신은 도대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니 빨리 퇴각하세요. 도시가 지도자를 잃는다면 혼란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가빈공. 꼭 살아서 돌아오시오.”


마렐 성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도시를 향해 달렸다.


이제 이 고원에 남은 것은 저 마족과 그들이 이끄는 몬스터 군세, 그리고 나였다. 나는 저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질끈 쥐었다. 푸른빛의 일렁이는 불꽃이 주먹을 휘감는다.


“쉽지는 않을 거다. 망할 마족놈들아.”


나는 마족과 그들이 이끄는 몬스터의 군세를 향해 달려 나갔다.


“으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보다 빠르게 달려 나갔다.


━━━━━━━━━━━

《파이팅 어시스턴트를 시작합니다.》


《근력 증가!》


《민첩성 증가!》


《반응속도 증가!》

━━━━━━━━━━━


버프에 힘입어 놈들을 향해 빠르게 뛰어 올랐다. 주먹을 있는 힘껏 꽉 쥐었고 그대로 저 군세 사이를 파고들며···!


“엇!?”


반원의 궤적을 그리며 주먹이 휘둘러졌다. 그런데 주먹에 닿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휘두른 주먹은 그대로 허공을 가를 뿐이다. 쓰러지거나 죽어버린 몬스터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마족과 그들이 끌고 온 몬스터의 군세 사이로 뛰어들었다. 방금까지 생생하게 눈에 비쳤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상황 파악을 위해 조금 뒤로 물러섰다. 똑같았다. 조금 전까지 이 주변을 꽉 채우고 있던 몬스터의 군세와 마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돌아섰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모르겠다. 지금, 뭔가가 잘못됐다. 잘못된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지나온 고원엔 희멀건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시가 있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걸었다.


“왜 제자리를 걷는 느낌이지?”


확실히 성수의 씨앗이 묻혀있던 자리는 도시와 조금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멀게 느껴질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짙게 낀 안개 속을 그저 하염없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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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세계수 24.08.02 18 0 13쪽
13 13화 엘프의 왕국 24.08.01 25 0 13쪽
12 12화 마왕 24.07.31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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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남쪽령(6) 24.07.29 25 0 14쪽
» 9화 남쪽령(5) 24.07.28 32 0 12쪽
8 8화 남쪽령(4) 24.07.27 30 0 12쪽
7 7화 남쪽령(3) 24.07.26 31 0 12쪽
6 6화 남쪽령(2) 24.07.25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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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무대뽀 24.07.24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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