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마법사인 내가 너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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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進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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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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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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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남쪽령(4)

DUMMY

“부디 우릴 도와주시오.”


단도직입적이었다. 마렐은 손을 내밀었다. 필시 그가 말했던 대로 마족을 토벌하는데 힘을 보태달라는 이야기겠지. 그 의도를 알고 있었으나 선뜻 손을 잡을 순 없었다.


이에 아흐라만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해주었다.


“저는 이미 아흐라만이라고 했던가요? 이 도시의 마술사에게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마술사가 귀공에게 도움을 요청했소?”


그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이들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이런 반응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점은 절대로 좋은 관계는 아닐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일 수는 없다.


“그렇습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저에게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성수의 싹이 틀 때까지만이라도.”


“성수의 싹이 틀 때까지?”


그의 얼굴이 더욱더 구겨진다. 고개를 돌리고는 한숨을 연거푸 내쉰다. 도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 걸까. 마렐 성주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했다.


“그 마술사가 성수가 싹의 틔우고 자라나면 마족이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할 거라고 말하던가요?”


“맞아요. 그렇게 말했습니다.”


“후우···.”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가 한 말이 틀리기라도 한 겁니까?”


내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담뱃잎을 태우기 위한 파이프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는 몇 차례.


후우- 후우-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저음의 목소리를 더 내리깔며 내게 말했다.


“귀공이 어디서 뭘 하다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는지는 모르겠소.”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성수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아흐라만이 지금 싹을 틔우려는 그 나무가 성수가 아니란 말입니까?”


“그렇소. 세상엔 오롯이 하나만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수, 즉 세계수를 뜻하오.”


세계수,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있다. 그 크기가 가늠되지 않는 아주 거대한 나무를. 그건 분명 세계수였을 것이다. 그걸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의 말이 터무니없는 헛소리처럼 느껴진다.


“세계수라면 분명 본 적이 있어요.”


“귀공이 봤다는 세계수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면 공께서도 느꼈을 것이오. 그건 일개 인간이 씨앗을 심어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란 것을 말이오.”


확실히 그 나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느끼기엔 무리가 있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뭔가를 만들어낸다. 확실히 무리라고 느껴진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디서 당도했는지 모를 마족들을 찾아 그 씨를 말리는 것이오. 나무를 심어 그 사악한 족속들을 막는다? 그야말로 헛소리에 불과하오.”


“흐음.”


두 사람.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두 그럴싸한 이야기다. 당장 누군가의 편을 들고 말고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영 애매한 입장에 서게 된 것 같다.


아흐라만은 성주 마렐의 이야기를 믿지 말라 말했다. 반면에 성주 마렐 역시도 아흐라만의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치부하고 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는 오롯이 내 선택에 달렸다. 또는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는다는 방법도 있다. 그저 때가 되면 홀연히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만한 일인가는 의문이 조금 든다. 나는 이미 이 일에 어느 정도 휘말린 상태다. 그런 상태로 이곳에서 조용히 있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게 가능하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내 말을 믿어주시오. 아흐라만의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소.”


“그래요. 어떤 식으로든 당신들을 돕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아주 조금이면 됩니다.”


“고맙소. 부디 공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겠소.”


그렇게 말을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마렐 성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에 그 말을 그대로 그에게 내뱉었다.


“아흐라만은 스스로 외부에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알고 계셨다면 왜 그를 진작에 쫓아내지 않은 겁니까?”


뒤돌아 나가던 성주 마렐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당시 내게 그만한 발언권은 없었소. 왜냐하면 비슷한 시기에 외부에서 온 것은 나도 마찬가지기 때문이요.”


더더욱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


마치 미궁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


의심만이 남았을 뿐인 그날의 대화가 끝났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무겁고 찌뿌둥하던 몸뚱이는 어느 정도 회복된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바깥으로 나왔다.


도시의 풍경은 영락없는 항구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바다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상가에는 해산물이 많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까 여기 와서는 계속 굶었네.”


며칠을 거의 잠만 잤던 탓인지 뭔가를 먹은 기억은 없다. 상대만 달랐을 뿐 뭔가와 계속 싸우기만 했다. 그 싸움이 딱히 힘든 것은 아니었다. 전부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내가 가진 마법의 이름을 생각하자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의 이름이 다른 것도 아니고 압도적인 힘이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필히 이름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주머니에 든 건 없고. 배는 고프고.”


바로 눈앞에 뭔가 이것저것 뿌려서 직화에 구워지는 생선이 보인다. 생선구이를 좋아했기에 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입가에 침이 고여 흘러내리기 직전이다. 배에서는 마침 꼬르륵 소리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돌아섰다.


그런데.


“가빈, 공? 맞습니까? 제 기억이 옳다면 분명히 맞겠지요. 이곳에서 뭘 하시는 겁니까?”


길을 지나던 참인 모양이다. 그곳에는 마술사 아흐라만이 서 있었다.


“그냥 적적해서 나와봤습니다. 그런데 배가 고파서 고민하던 참이었어요.”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내 시선이 닿아있던 곳으로 움직였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동전처럼 보이는 은화 몇 개를 꺼내 들었다.


“주인장. 이 생선과 함께 먹을만한 것을 주시지요.”


그렇게 꺼내 들었던 은화를 건넨 뒤 다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얘기를 하지 그러셨습니까. 무일푼일 줄은 몰랐습니다.”


“네, 뭐 어쩌다 보니 수중에 가진 것이 없었네요.”


“일단은 제가 사드리겠지만 나중에 마렐 성주께 말씀하세요. 수중에 가진 것이 없다고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잠시 후, 맛있게 구워진 생선구이와 함께 나온 여러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뭔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정신없이 먹방을 찍고 있던 그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흐라만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다 드셨습니까?”


“아, 네. 어쩌다 보니 정신없이 먹었네요. 정말 고마워요.”


“그럼 저와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자는 건가. 그가 밥을 사줬기 때문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 뭘 보여주고 싶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따라가 보는 것이 좋겠다.


아흐라만은 그 말을 하고서는 조용히 앞장섰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그는 상가와 민가가 밀집된 도시의 중앙을 벗어났다.


그렇게 도시의 외곽, 바다가 보이는 어느 언덕에서 그의 걸음이 멈췄다. 나는 그와 나란히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섰다.


바다는 넓었다.


“엄청 넓군요. 바다는 처음 봅니다.”


물론 이세계로 와서 처음 보는 것이다. 바다는 어렸던 시절에도 많이 가봤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가지 않게 됐을 뿐이다.


“그래요. 세상은 넓습니다. 세상보다 더 넓은 것이 바로 이 바다죠. 몇 년 전, 저는 이 바다를 홀로 건너왔습니다.”


“남쪽의 대륙이라고 하셨죠? 그 남쪽의 대륙은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내 물음에 그는 조용히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바다 너머, 저 멀리 어딘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어딘가.


그럼에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했다.


“저게 뭐야?”


그곳은 어두웠다. 아니, 새까맸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까. 주변과 다르게 유독 새까맣게 칠해진 곳이 보였다. 어둠이 드리운 것일까. 그저 새까맣게 물든 것일까.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가 가리킨 곳을 보며 든 생각은.


『불길함』 『불안함』


그리고.


『위협』이었다.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흐라만은 말했다. 자신이 살던 남쪽 대륙은 멸망해 버렸다. 라고.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저 광경은 멸망으로 인한 것이다.


도대체 마족이란 존재가 세상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어떻기에 이렇게까지 망쳐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의문이었다.


“보셨습니까? 악에 침식당한 말로를.”


“당혹스럽네요.”


“우리, 그러니까 남쪽 대륙의 모든 이들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저 끊임없이 몰려오는 마족을 모조리 처치하면 언젠가 악이 물러날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 생각이 저런 광경을 만들어냈군요.”


“그래요. 이미 답을 알았을 때는 늦은 뒤였죠.”


답을 알았다는 것은 노력했다는 뜻이다. 저 답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하지만 정답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고 이미 상황은 뒤집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아흐라만이 살아가던 남쪽 대륙은 멸망했다. 아흐라만은 애처로운 듯 남쪽을 바라보며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저는 두렵습니다. 중앙대륙마저 저 남쪽 대륙처럼 악에 잠식당하면 어쩌나 하는. 그런 두려움이 있습니다.”


문득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남쪽 대륙엔 「용사」라던가 「마법사」 같은 이들이 없었습니까?”


“용사? 용사란 직업은 잘 모르겠군요. 마법사라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강대한 존재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탓인지 그 수가 적어 세상에 알려진 마법사는 단 두 명이 전부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세계에 용사란 개념은 아무래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들이 있었다면 필시 남쪽 대륙은 멸망하지 않았겠지.


“그렇군요. 정말 유감입니다.”


“우리 남쪽 대륙에 그런 강자들은 존재하지 않았죠. 이 중앙대륙엔 신들조차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에게 그런 축복받은 존재들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말을 하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분노와 증오로 일그러져 갔다. 그 분노와 증오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난 알 수 없었다.


“신들에 의해 만들어졌음에도 우린 그 신들이 돌봐주지 않았습니다. 그 탓에 우린 멸망했고 악에 물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격앙된 목소리.


한껏 상기된 얼굴.


거칠어진 숨결.


그가 내뿜는 분노와 증오는 아주 두터웠다.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한껏 열변을 토하던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 눈빛엔 한껏 정제된 분노와 증오가 새겨져 있었다.


“저는 이 중앙대륙이 저 남쪽 대륙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건 진심이에요.”


진심, 사람의 속은 그만큼 알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음에도 그저 의구심이 들 뿐이었다.


『과연 이게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준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께서 고민이 많으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우선은 내려가시죠. 내려가서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아직은 결단을 내리기엔 이른 것 같다. 마렐 성주의 속마음도 들어봐야 공평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와도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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