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마법사인 내가 너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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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進院)
작품등록일 :
20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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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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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던전

DUMMY

막 전직을 한 시점부터 상황은 빈틈없이 이어졌다. 그 상황이 종결된 지금,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들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알아야 어떤 상황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눈앞으로 보이는 상태창의 내용을 천천히 곱씹었다. 최소한 뭐가 뭔지는 알아야지 않겠는가.


나는 일단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직업명은 마법사. 속성은 힘. 그래서 건틀릿만 주어진 건가?”


마법사이면서 주먹을 쓴다니, 뭔가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주먹에 푸른빛의 불꽃을 두르고 싸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그 아래, 스킬이라 적힌 칸에 보이는 것들.


《Power Overwhelming》


이를 번역하자면 「압도적인 힘」.


“처음의 그 질문 때문에 이런 능력이 주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루한 삶이 될 것 같지는 않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홀로그램도 아닌데 눈앞으로 글씨가 써 내려져 갔다. 처음엔 이게 진짜인지 의아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언젠가 해봤던 적이 있었기에.


의외로 빠르게 순응하며 대답했던 것 같다.


━━━━━━━━━━━


《당신의 지루한 삶을 끝내기 위해 「이세계」로 갈 수 있다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지금 생각해도 참 기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돌아갔다. 내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안면이 함몰된 상태로 고꾸라져 있는 유니콘이 보였다.


다시 봐도 실감 나지 않았다. 이 광경이 오롯이 내 주먹으로 이뤄낸 것이라니. 왠지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보다 압도적인 힘이라면 혹시?”


다시금 주먹을 꽉 쥐어본다. 어김없이 푸른빛의 불꽃이 주먹을 감싼다. 그대로 주먹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콰콰쾅- 굉음을 내며 바닥이 갈라지고 바위가 솟아오른다.


“이게 뭐야?”


그런 광경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게 진짜로 압도적인 힘이 맞기는 한 걸까. 스스로의 능력에 의심이 가려고 한다.


“아직 쪼렙이라 그런가?”


그런 이유라면 우선은 레벨 업이 필요할 것 같다. 왜 갑자기 이런 세계로 불려 왔고, 뜬금없는 전직을 하게 된 건지는 차차 알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이 숲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려는 찰나였다. 눈앞으로 빠르게 뭔가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게 대체 뭘까. 곧장 시선을 내리깔았다. 보인 것은 다름 아닌.


“부츠?”


부츠 한 켤레였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새로운 장비가 지급된다고 했었다. 그게 설마 부츠였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보기에 평범한 부츠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발목 위로는 가죽이었지만, 그 아래로는 금속으로 보이는 재질의 뭔가로 감싸져 있었다.


“잠깐만, 이제 보니까 복장도 집에서 입고 있던 거랑 다르네?”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복장까지 바뀌어 버린 걸까.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뭔가 사제복, 그래. 신부님들이 입는 옷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불편한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딱히 상관은 없겠지. 나는 기존에 착용했던 신발을 벗어두고 새로 받은 부츠로 갈아신었다.


“건틀릿도 그렇고 부츠도 그렇고 하나같이 딱 들어맞네.”


불편하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부츠도 갈아신었겠다. 우선은 이 숲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다.


“왔던 길···. 아니. 길이 사라졌네.”


처음 지나왔던 그 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무와 수풀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길을 찾아볼 수밖에 없겠다.


숲을 빠져나가서 어디로든 걸으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시점-


“확실히 이곳으로 도망간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왕. 그 「바이콘」은 확실히 이 길을 따라 도망쳤습니다.”


그 해악의 존재를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생명을 죽이고 그 살점을 뜯어먹는 해악의 짐승이 이 근처에 있다. 더 이상 그것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게 둬서는 안 된다.


놈을 놓치고 벌써 몇 개월이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그간에 그 해악의 짐승은 수백이 넘는 인간과 엘프를 죽인 괴물이 되고 말았다.


그 희생자 중엔 베테랑의 모험가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내 손으로 직접 놈을 끝장내야만 한다.


“그 족적(足跡)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바이콘은 근처의 「세계수」로 향한 모양입니다.”


“세계수라···. 「에우렐」은 사악한 존재의 접근을 허용치 않을 것인데?”


“하지만 놈의 족적이 그곳을 향해 있습니다.”


내가 아는 세계수는 사악한 존재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하지만 그 족적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땅으로 꺼졌거나 하늘로 치솟은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그곳으로 직접 가봐야만 할 것 같다.


우리는 신속하게 발을 움직였다.


“대왕! 대왕! 급보입니다!”


바이콘의 족적을 따라 세계수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던 도중이다. 먼저 앞서갔던 정찰병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다. 예상대로 놈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인가! 놈이 정말로 세계수가 있는 곳에 있던가? 그런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무엇이 말인가? 설마 또 피해자가 생긴 것인가?”


정찰병은 상당히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뭘 보고 왔기에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찰병은 한참을 허둥대다 내 물음에 겨우 답하기에 이르렀다.


“아닙니다. 그게, 바이콘이 죽었습니다.”


“뭣이? 바이콘이 죽어?”


좀처럼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정찰병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결국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밖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에 우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밤이 찾아왔다고 생각해도 될 만큼 어둑어둑한 길을 지났다. 길의 끄트머리에서 보인 광경은 차마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세상에···.”


바닥은 갈라져 있었다. 그 아래 잠들어있었을 돌무더기는, 누군가가 강제로 끄집어 올린 것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정말로 바이콘이 죽은 채 바닥에 고꾸라져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베테랑의 모험가들조차 저 해악의 짐승을 이기지 못했다. 왕국의 정예라 불리는 나의 병사들조차 저 짐승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저 해악의 짐승을 처치한 것인가.


“도대체 누가···.”


***


“거참 크기는 더럽게 크네.”


길을 따로 찾을 수 없어서 거대한 나무의 둘레를 따라 걸었다. 30분쯤 걸었음에도 풍경이 변하지를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걸까.


딱히 힘들지는 않았기에, 이따금 달려도 보고 그 자리에 멈춰서 길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나 길은커녕 복사를 해놓은 것 같은 풍경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

《Quest》


《던전을 토벌하시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보상 : 대량의 경험치, 새로운 마법.》


《Yes》 or 《No》


━━━━━━━━━━━


“어? 이건 또 뭐야? 던전?”


다음 행보로 정해놓은 것은 딱히 없었다. 그저 가능하다면 레벨 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지금 보기 좋게 던전을 토벌하라는 퀘스트가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Yes로 향하는 손가락을 잠시 멈췄다. 이쯤에서 나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지금 나를 들이밀려는 그 던전에 얼마나 강한 몬스터들이 있는지 모르잖아.”


무턱대고 Yes를 눌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애당초 내가 그 괴물 같은 유니콘을 쓰러트리긴 했지만, 유니콘이 이세계에서 가지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지금의 나는 자신만만해할 위치가 아니다. 나는 그저 이세계로 온 직후, 괴물 같은 금수 하나를 운 좋게 쓰러트렸을 뿐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마법이 걸려있는 퀘스트를 아무렇게나 흘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일이다. 이 숲을 빠져나간다면 던전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던전을 토벌하면 새로운 마법을 배울 수 있다.


이는 내 생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내 손가락은 쉽사리 No를 누르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결국 운에 맡기기로 했다.


“어·느·것·을·고·를·까·요·알·아·맞·춰·봅·시·다·딩·동·댕·동···, 아앗! 이런 젠장!”


실수로 Yes를 누르고 말았다. 그러나 후회되진 않았다.


━━━━━━━━━━━


《Quest》


《던전을 토벌하시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던전으로 가는 포탈이 열립니다.》


━━━━━━━━━━━


“새로운 마법이 뭔지도 궁금하니까.”


실수라고는 하지만 이미 진행된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눈앞의 글씨가 사라지고, 내 앞으론 정말로 포탈이 열렸다. 실제로 본 포탈의 모습은 정말로 신기했다.


모 게임에서나 봤었던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타원형의 포탈이었다. 타원 안으로 보이는 던전은 그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어둠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의 어둠이다. 단, 한걸음 차이로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선뜻 발을 들이기엔 망설여지는 그런 어둠.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겠다.


“뭐가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나는 던전으로 조심스레 발을 들였다.


【스으으으으-】


두텁고 진한 안개가 서린 벽을 지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막상 던전으로 들어와 보니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은은한 빛이 곳곳에서 발하고 있었다.


“포탈 바깥에선 왜 그렇게 보인 거지? 뭐, 상관없나. 그보다는.”


사소한 의문은 치워두고 곧장 주변을 살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일단은 조용히 움직여보기로 했다. 길은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일직선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올곧은 길이었다.


“왜 이리 조용한 거야?”


몬스터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위화감에 꿍얼거림은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조용히 걸어 나가며, 몇 번을 더 꿍얼댔을 즈음이었다. 던전을 밝히던 은은한 빛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어둠은 자연스레 눈을 가릴 정도로 만연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멈춰 선 이유,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줄곧 조용했던 던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가까운 곳에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호였다. 이에 벽으로 바짝 붙어 섰다. 벽에 바짝 붙어 최대한 조용히 걸어 나갔다.


“얼마나 가까운 거지?”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어둠은 더더욱 짙어졌다. 몬스터로 추정되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그렇게 최대한 숨을 죽이며 50걸음 정도를 걸었을 즈음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은 짙어졌다. 일직선이라 생각했던 던전의 길목은 꺾여 있었다. 모퉁이, 꺾이는 길목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불그스름한 느낌의 빛깔을 보아하니 이는 횃불이 틀림없었다. 나는 어둠을 등지고서 모퉁이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모퉁이, 그 너머로 보인 것은.


“코볼트?”


분명하다. 지금 내 두 눈으로 보이는 저 괴물들은 틀림없는 코볼트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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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엘프의 왕국 24.08.01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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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무대뽀 24.07.24 41 0 12쪽
» 3화 던전 24.07.24 55 0 12쪽
2 2화 전투 24.07.24 69 0 14쪽
1 프롤로그 + 1화 이세계 24.07.24 11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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