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마법사인 내가 너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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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進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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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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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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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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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남쪽령(7)

DUMMY

“저쪽에 마족이 있다! 마족을 쏴라!”


몰려들었던 몬스터의 군세는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온전히 마족 하나만이 그 자리에 보였다. 아흐라만은 이를 보며 병사들에게 명했다.


성벽 위의 궁수들은 하나같이 마족을 향해 화살을 쏘아냈다. 화살의 비가 마족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전까지와 다를 것이 없다면 놈은 화살을 튕겨냈을 것이다.


그런데.


“화살! 화살이 통한다! 놈에게 화살이 통한다!”


화살을 쏘던 누군가, 성벽 위의 병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이에 더더욱 많은 화살이 쉼 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대상인 마족은 고슴도치가 되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마족이 저렇게 나약했던 존재인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이 몇 년간 봐왔던 마족은 저리 나약하지 않았다. 화살비가 내리고 마술을 쏟아부어도 그 몸뚱이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그게 이들에게 각인된 마족이란 존재였다.


“마족이 쓰러졌다! 아흐라만경 어떻게 합니까?”


마족이 쓰러진 지금, 아흐라만과 가장 가까이 있던 병사가 그에게 물었다. 마족이 쓰러졌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일까. 아흐라만의 얼굴엔 이전엔 보지 못했던 미소가 만개해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기쁜, 아니 즐거운 것일까. 병사는 의문이 들었지만 거듭 아흐라만에게 물었다.


“아흐라만경! 마족이 쓰러졌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아? 아아. 그렇지. 마족이 쓰러졌다면 필시 그 목을 베야겠지요.”


“예? 목을 벤단 말입니까?”


“그래요. 목을 베야죠.”


병사가 생각하기에 오늘 아흐라만의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마족의 생명력은 강인하니 저대로 놔둔다면 도망간다.


마족이 죽으면 두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이유로 마족의 살생을 꺼리던 그였다. 마족에게 화살이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직후 그는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흐라만은 저 마족이 도망가게 내버려두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병사를 당황케 했다.


“예? 목을 벤단 말입니까? 마족의 목을요?”


“그래요. 목을 베어야죠.”


“하지만 마족을 죽이면 안 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지금 저 마족의 상태를 보세요.”


못해도 수십 발의 화살이 그 몸뚱이에 박혔다. 마족은 무릎을 꿇은 채 그 입에서 검붉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것이 도망갈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마족이라고 한들, 저런 상태라면 필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병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득이 되는 말에.


병사는 결심을 내렸다. 언제까지고 저 마족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기에. 병사는 아흐라만의 지시대로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아흐라만경의 지시다!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마족을 참살하겠다!”


역시나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그에게 다시금 물어오기까지 했다. 이에 그는 자신과 함께할 병사들에게 이유를 말했다.


이유를 말해주니 그들은 수긍하는 눈치였다.


이내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리고 마족을 참살하기 위한 몇몇 인원들이 뛰쳐나갔다. 무수한 몬스터들의 시체를 밟으며 마족을 향해 다가간다.


“저기다! 저기에 마족이 있다!”


마족은 그야말로 명줄이 끊기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입에선 검붉은 피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끠이이에엑···.”


마족의 짐승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흐라만경이 말했듯이 이런 상태라면 어차피 도망도 갈 수 없다. 그 숨통을 끊어주는 것이 오히려 자비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앞장섰던 병사 중 한 명이 마족의 옆에 섰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을 들어 올렸고.


그대로 내려치는 순간이었다.


“멈춰!”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곳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다름 아닌 가빈이 이리로 황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서걱- 소리가 들려왔다.


***


“으아아아!”


거대한 신의 주먹이 바로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의 공격은 빗나간 것이다. 이제 내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빠르게 신의 얼굴을 향해 나아갔다.


이윽고 주먹이 닿을 정도로 근접했다. 이에 푸른빛의 일렁이는 불꽃으로 휘감긴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크나큰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진 주먹은.


이내 신의 죽빵을 갈기기에 이르렀다.


퍽- 공중에 떠 있었던 탓에 제어할 수 없을 만큼의 힘에 밀려났다. 전쟁의 신은 그 거대한 몸뚱이를 휘청였고, 나는 처음의 위치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크아아악!』”


내 주먹이 아팠던 것일까. 신은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휘청이던 전쟁의 신 미트라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런 신의 앞에 착지한 나는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의외로 신이란 작자들은 옹졸하기 그지없는 경우를 많이 봤다. 대표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이 그러했다. 그 웃음소리가 호탕했으나 긴장을 풀기엔 무리가 있었다.


손으로 맞은 부위를 감싸 쥐고 있던 전쟁의 신, 분명 그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과연 그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분노하며 마구잡이로 공격을 해올까.


아니면 저주랍시고 악담을 퍼부을까. 어떤 반응을 보여도 당황하지는 않겠다.


“『크하하하하하!』”


“앵? 화낼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그대에게 화를 낸다니. 난 그리 속 좁은 신이 아닐세! 속이 좁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저 바다 건너 신들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운명의 신」 정도는 되어야지 않겠는가! 크하하하하!』”


운명의 신이 어떤 성격이고 평소 행실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중에 보더라도 거슬릴 만한 행동은 하지 말자.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어쨌든 전쟁의 신 미트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크하하하! 어찌 됐든 힘의 마법사여! 그대의 주먹은 가히 세상을 반으로 쪼갤 수 있을 만큼 강력하군! 내 세상에 태어나 이리도 강력한 주먹은 처음 맛본다네!』”


전투광이라 그런지 내 주먹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강한 존재와 유대를 쌓는 것만큼 그에게 의미 있는 일은 없겠지. 이전의 삶에서도 저런 타입의 인간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는 인간이었지만 가히 만인적이라 불릴 만한 명장이었다. 그와 함께였더라면 저 전쟁의 신이 더욱더 좋아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십니까?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입니다.”


“『머지않은 날에 그대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는구만!』”


“머지않은 날이요?”


“『크하하하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걸세!』”


신이라서 그런지 뭔가 미래에 관해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말하는 미래가 어떤 미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말하는 것을 봐선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 내 말을 들어줬으니 이젠 약속을 지켜야겠지! 내가 기거하는 땅에서 내보내 주겠네!』”


“정말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크하하하!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는 말게나. 그저 이름이면 충분하다네. 그대는 오늘부로 나의 친구가 되었음이니.』”


신과 친구가 됐다. 이전의 그 어떤 삶에서도 신과 친구가 되어보진 못했다. 정말이지 질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신 미트라는 어딘가를 가리켰다.


“『내가 가리킨 이 방향으로 곧장 나아가게. 그런다면 자네가 본래 있던 곳으로 갈 수 있을 걸세.』”


“정말 감사합니다. 나의 친구, 미트라.”


“『아닐세. 나야말로 고맙다네. 잠시나마 내 상대를 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네. 언젠가 그대와 함께할 그 시간을 기다리겠네. 나의 친구, 가빈.』”


그 말을 끝으로 신이 가리킨 곳을 향해 걸어 나갔다.


***


얼마쯤 걸었을까.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껴있던 안개는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도시를 내려다봤던 언덕 위에 있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 보이는 곳은 시끌벅적했다. 무수한 몬스터의 군세가 보였다. 진짜로 마족과 그 휘하의 몬스터들이 쳐들어온 것일까.


“그런데 마족은 안 보이는데?”


펼쳐진 전투의 현장에 마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런데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저 모습은 필시 마렐 성주였다. 그는 홀로 몬스터 무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뭔가 위험해 보였다. 이에 빠르게 움직였다. 저렇게 내버려두면 당할지도 모른다.


“뭐 하는 거야?”


빠르게 달렸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가운데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성벽 위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더니 마렐 성주가 있는 곳으로 화살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뭐 하는 거야!”


다급히 그쪽으로 소리쳤으나 저들에겐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저들이 쏘아낸 화살비에 마렐 성주는 차마 저항조차 못하고 그대로 고슴도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저들이 왜 멀쩡히 보이는 마렐 성주를 향해 화살을 쐈을까. 그 이유를 찾아보려 해도 좀처럼 알 수 없었다.


이내 성문이 열렸다. 성문으로 검을 든 몇 명의 병사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화살비를 맞고 죽어가는 마렐 성주의 앞에 자리했다.


그리고.


그들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 중 하나가 마렐 성주의 옆으로 섰고.


이내 검을 들어 올렸다.


“안돼!”


나는 빠르게 달렸다. 저 검을 내려치기 전에 저곳에 당도해야만 한다.


━━━━━━━━━━━


《민첩성 증가!》


《더 빠르게 달립니다!》


━━━━━━━━━━━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그렇게 저들에게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즈음, 나는 소리쳤다.


“멈춰!”


내 목소리가 닿은 걸까.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몇몇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내려쳐진 검을 막을 순 없었다.


서걱-


뎅겅, 마렐 성주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그들은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더더욱 빠르게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에게 가까워졌을 때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미 목이 잘린 마렐 성주의 몸뚱이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의 목에서 시뻘건 피가 쉼없이 뿜어졌다. 붉은 피가 바닥을 뻘겋게 적셔나가고 있었다.


“아니! 가빈공! 지금까지 어디에 계시다 이리 나타나신 겁니까?”


“당신들. 지금 당신들이 누굴 죽였는지 알아?”


그들은 모르는 눈치였다.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이에 나는 이미 죽어버린 마렐 성주를 가리켰다. 이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다시금 마렐 성주에게로 향했다.


“으아아아아!”


아무래도 그들의 눈엔 뭐가 씌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반응을 보일 순 없다. 그들 중 일부는 놀라 그대로 자빠지고 말았다.


그들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죽은 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아, 아니 분명 이 자는 마족이었는데···.”


그들이 이렇게까지 잔혹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엔 마렐 성주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족으로 보인 것이다. 그들이 마렐 성주를 그렇게 본 이유는.


어쩌면.


내 시선은 자연스레 성벽의 가장 위쪽, 한 남자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자리엔 아흐라만이 보였고 그 입가엔 미소가 만개해 있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그가 아니라면 마렐 성주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일엔 분명히 아흐라만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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