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괴물 엔지니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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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작품등록일 :
2024.07.25 15:07
최근연재일 :
2024.09.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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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공동현관 출입 카드.

DUMMY

인적이 닿지 않아 먼지만 수북히 쌓여가던 20세기 창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 도현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촤라락-!

창고의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 버리는 것이었다.

"...일당 보다 병원비가 더 나오겠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폐가 같았는데.

창문을 열고, 간단히 환기를 하는 것 만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이제야 좀 일할 맛이 나는 느낌이랄까.

[군단원 20명 이상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능력치 보너스 +10%]

"웬지 오늘 따라 컨디션이 좋은데?"

"으따- 오늘 같은 기분이면 2공수는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네."

팀원들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본 도현은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신 교수님! 양품 물량은 이 쪽으로 빼 주십시오!"

"오케이."

"파레트 적재할 때는 최대한 수평 맞춰 주셔야 합니다."

"알겠네."

드르륵-

지게차 운전석에 탄 신 교수가 능숙하게 핸들을 꺾었다.

그가 옮기고 있는 것은, 양품으로 분류 된 솔 밸브 박스들.

"이거 2WAY 5PORT 밸브 맞죠?"

"어. 2.8 Bar 짜리니까, 상세하게 기록하고."

신교수가 양품 박스를 옮기면, 다른 동료가 와서 마킹 스티커를 붙였다.

수량.

품번.

상세 사양 등등.

처음 보는 사람도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분류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와.... 그래도 벌써 이만큼이나 쌓았네."

시퀀스 팀 김민혁 대리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양품 적재 작업.

신 교수를 필두로 한 '저수지의 개들' 크루가 하고 있는 작업이었다.

도현이 분류한 양품을 창고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Excel 파일에 그 수량과 사양을 기록한다.

빨간 색으로 줄을 그어 놓은 A1부터 A10 구역 까지는 솔 밸브를 보관하고.

초록 색으로 줄을 그어 놓은 B1부터 B10 구역 까지는 릴레이와 센서 류를 보관한다.

이렇게 세팅을 해 놓으면 엑셀 파일 내에서 Ctrl+F 한 번으로 원하는 부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다 돈이 얼마야."

"아서라. 골동품이라서 얼마 하지도 않을 거 같은데?"

"단종 되서 지금은 구하지도 못하는 것들이야. 급할 때는 솔 밸브 하나에 30만원을 주고서라도 사갈 걸?"

원가 3만원 짜리 솔 밸브를 30만원에 사간다-

얼핏 듣기에 말이 안되는 거 같았지만, 실제로 왕왕 있는 일이었다.

당장 라인이 멈췄을 때의 로스가 수천 만원 단위었기에, 3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라도 사는 게 이득인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종된 부품들이 필요한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게 문제지만...."

물론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에 한해서였지만.

"Z엔진 리툴링만 시작 되면 뭐, 부르는 게 값이겠지."

Z엔진이 다시 재가동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황금 탑.

지금 쌓고 있는 박스 더미들이 황금탑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SMY 24V 솔 밸브 전용 코일 도착 해씀니다!"

한편.

공장 한 편에서는 또 다른 작업이 한창 진행 되고 있었다.

수리품 작업 팀.

도현이 수리품으로 분류한 부품들을 뽀꿀람과 송기오를 비롯한 실력자들이 새단장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300원 짜리 코일 하나로 3만원 짜리 솔 밸브를 살리다니.."


공태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가 하고 있는 작업은, 솔 밸브의 기판을 뜯어서 코일 부분만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

원래는 폐기 처분 해야 할 솔 밸브를, 단가 300원 짜리 코일 교체를 통해 양품으로 변모 시키는 것이다.


"내경 50MM짜리, 불소 패킹 도착 했습니다."

"압력은?"

"140kgf/cm2 까지 쓸 수 있는 놈입니다. 박형 스위치 양로드 전용으로 구해 왔습니다."


고무 패킹의 사양을 확인한 송기오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잘 했어."

까탈스러웠던 그의 태도는, 어느새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해진 상태였다. 이도현, 그의 압도적인 능력 앞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이상하게 이 부장 앞에 있으면 일이 잘되는 거 같아.'

물론 거기에는 [다함께 차차차]의 군단 효과가 한 몫을 했지만, 송기오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역시나네."

실린더의 로드 분해를 마친 송기오는 등줄기를 엄습하는 전율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후진 측 실린더 패킹 불량으로 인한 누수.]

도현이 메모를 해 놓은 것처럼, 불소 패킹이 마모되어 잔류 오일이 흘러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백발백중.

용한 무당도 한 두 번은 실수를 한다던데.

도현이 수리품에 붙여 놓은 메모에 적힌 내용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120만원 짜리 실린더를 살렸네."

박형 스위칭 양로드 실린더.

양 쪽으로 유압을 동시에 공급하기에 피드 조절이 용이하고, 스위칭 타입이라 따로 센서와 브라켓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120만원.

3천원 짜리 패킹 교체 하나로 120만원 짜리 유압 실린더를 살린 것이다.


실린더 패킹 교체.

솔 밸브 코일 교체.

서보 모터 엔코더 센서 재 취부 등등.


적게는 3만원에서, 비싼 경우에는 2천 만원을 넘어 가는 부품들이 그들의 손에서 되살아 나고 있었다.


"이 부장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꿨겠지."

원래 부품의 불량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내부를 모두 까뒤집어 봐야 한다.

적게는 30분에서, 길게는 4시간 이상 걸리는 작업.

김원식이 부품들을 모두 버리려고 한 것도 바로 부품 비용보다 인건비가 더 나올게 뻔했기 때문인데.

"PLC 부터 품질 체크까지.. 못하는 게 도대체 뭐야?"

도현의 존재가 유독 빛나는 순간이었다.




한 달 뒤.

도현이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 어째 창고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김원식은 한 달 전과는 180도 바뀐 창고 입구를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환하게 불이 켜진 창고 내부.

먼지 때문에 탁해진 비닐로 아무렇게나 덮여 있던 창고는 온데간데 없었다.

선반만 좀 낡았다 뿐이지, 당장 현장에서 사용 중인 창고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셨습니까, 사장 님."

그때.

저 멀리서 도현이 천천히 다가왔다.

김원식은 떨리는 손을 들어 창고 내부를 가리켰다.

"서, 설마... 모든 부품을 다 분류한 거야? 한 달 만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다고 했지 않습니까."

"....... 허."

김원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긴, 저게 당연한 반응이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었다.

자그마치 10억 어치다.

그것도 신품으로 10억 치가 아니고, 중고 품으로 헐 값에 얻어온 가격이 10억.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인데, 그걸 고작 스무 명에서 모두 분류 했다니.

"간단하게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도현은 멍한 표정의 김원식을 이끌고 창고 제일 안 쪽으로 이동 했다.

"먼저, 창고 내부를 A부터 H구역까지 나눴습니다. A-1은 공압용 DC 솔 밸브, A-2는 공압용 AC 솔밸브.. B-1은 근접 센서.. 이런 식으로요."

도현의 말대로였다.

빨주노초파남보검.

창고 내부는 총 8개의 색으로 구분 되어 있었는데.

각 구역마다 위치한 선반에 같은 종류의 부품들이 차곡 차곡 쌓여 있었다.

척-

도현은 김원식에게 파일 철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뭔가?"

"자재들의 사양과 보관 위치가 담긴 데이터 시트입니다. 지금은 엑셀 파일로 간단하게 만들어 놨지만, 나중에 클라우딩 서버를 만들면 인터넷에서도 언제든지 접속 할 수 있도록 세팅이 가능합니다."

".... 버, 벌써 문서 작업까지 마쳤다고?"

김원식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달.

그 짧은 시간에 분류와 문서 작업까지 모두 마쳐 놓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 그리고 이건 말씀 드렸던 수리품 수리 비용 내역입니다."

김원식이 놀라거나 말거나.

도현은 준비한 또 하나의 서류 철을 내밀었다.

주로 50%에서 70%사이의 품질을 자랑하던 부품들을 수리하는데 쓰인 비용처리 문서였다.

"수리품이라면... 헉!"

그 내역을 확인한 김원식은 또 한번 입을 떡 벌리 수 밖에 없었다.

[총 지출 :

1. SMY 24V DC 코일 : 240EA.(72,000원)

2. SMY 110V AC 코일 : 300EA.(180,000원)

.

.

.

77. 화낙 4000Mi 용 엔코더 센서.(780,000원)

TOTAL : 37,025,212원]

그곳엔 무려 77개의 품종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설마 이 많은 걸... 다 수리 했다는 건가?"

김원식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네. 전체 양품의 30% 가량이 수리품입니다."

47%.

모든 분류 작업을 끝내고 난 뒤, 계산해 본 양품의 비율이었다.

나머지 30%는 손도 댈 수 없는 불량품이었고, 23%는 조금만 손을 보면 재활용할 수 있는 수리품이었는데.

'마음 같아선 모두 수리해서 양품으로 만들고 싶지만..'

그러기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품목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릴레이.

한 개에 만원도 안 하는 릴레이를 고치겠답시고 30분을 소요하는 건 수치 타산이 안 맞지 않은가?

그렇게 싸고 대체 품목이 많은 수리품들은 전량 폐기하고, 스핀들처럼 비싼 부품들은 기를 쓰고 살려냈다.

그렇게 맞춰낸 양품 비율이 62%.

기존에 약속했던 50%를 아득히 뛰어 넘은 수치였다.

'엔지니어의 주사위가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도현의 시선이 창고 구석에 위치한 거대 스핀들에 닿았다.

[4000 Mi 고정도 스핀들 모터.]

- LV : 7

- 완성률 : 100%.

- 품질 : 알 수 없음.

- 품질 개선 항목 : 알 수 없음.

- 품질 이상 : 알 수 없음.

무려 7레벨의 고성능 고정도 모터!

품질 확인 레벨이 3인 도현은 그 상세 내역을 볼 수 없었는데.

문제는 이런 부품들이 꽤나 많다는 점이었다.

행운의 주사위, 66.

모든 스킬의 레벨을 일시적으7로 5단계 올려 주는 [엔지니어의 주사위]가 아니었다면, 이만한 결과는 절대 내지 못했겠지.

"..... 허, 허허."

김원식은 실성한 듯 헛웃음을 흘렸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

"양품 테스트, 진행 해봐도 되겠나?"

뚝-

김원식이 만면에 걸린 웃음을 싹 거두고 물었다.

전에 본적 없던 진지한 태도.

그에 대한 도현의 대답은.


"물론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확신에 차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최원태 이사는 인도 첸나이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싱가폴을 경유해서 간다고 했지?"

곽춘배.

그가 최원태에게 물었다.

가장 아끼는 부하 직원의 장기 출장 소식에 직접 배웅을 해주러 인천까지 함께 온 것이다.

"네. 아마 내일 저녁 쯤은 되어야 도착할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 싱가폴까지 4시간.

그곳에서 8시간을 잔류한 뒤, 또 다시 8시간을 비행 해야 도착하는 곳이 인도의 첸나이 공항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첸나이 공항에서 4시간을 더 전철로 이동해야 비로소 원하는 공장이 위치한 스리페람부두르(Sriperumbudur)지역에 도착할 수 있는데.

"고생이 많아."

곽춘배는 그런 최원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닙니다."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한데.. 최 이사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무거워. 다른 업체에서도 냄새를 맡은 거 같아."

"...... 그렇습니까?"

최원태의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독점 입찰을 꿈꾸고 있었는데, 경쟁자가 생겼다는 소식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어딥니까, 냄새를 맡았다는 업체라는 게."

"누가 찌라시를 흘렸는 지는 모르겠는데, 꽤나 광범위하게 퍼진 거 같아. 그 중에 위협적인 놈들을 뽑으라면.. YM이랑 20세기 정도겠네."

그 말에 최원태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송기오가 빠진 YM은 딱히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그렇다는 건.."

"20세기만 조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송기오, 전현우.. 거기에 이도현 부장이라는 인간 까지 있으니까요."

이도현.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최원태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초절전 회로를 인터셉트 해간 놈이 그 놈이었을 줄이야.'

1년 전, 당연히 입찰 받을 줄 알았던 초절전 회로를 빼앗아간 남자.

그와 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도현 부장이 동일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문제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그럼에도 최원태의 입가에 어린 자신만만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감.

10년 전부터 업계 최고를 언급할 때는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도현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그의 눈에는 이제 막 두각을 드러낸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20세기 쪽에는 이미 똥을 뿌려 놨으니...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싸움이지 않겠습니까?"

최원태는 한 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똥을 뿌렸다-

그들이 20세기에 한 짓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문장이 없었다.

"중고품과 폐품을 섞어서 헐값에 팔아 넘기자고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흐흐. 나를 너무 믿었던 거지. 병X같이."

곽춘배.

한때 호형호제하던 동생의 앞길에 똥을 뿌렸음에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무한 경쟁.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떻게서든 남을 짓밟고 올라가야 하는 게 이 바닥의 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모르겠죠? 10억을 넘게 주고 매입한 부품들 중 절반 이상이 불량품이라는 걸?"

"실전에서 끼워 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가 없지."

"20세기, 조만간 역풍 한 번 제대로 맞겠네요."

Z엔진 리툴링은 공개 테스트를 통해 업체를 선별할 확률이 높았다. 업체가 직접 장비를 돌려보고, 가장 LOSS를 적게 내는 쪽에 가산 점을 주는 방식.

그때 20세기는 엄청난 곤욕을 겪게 될 게 분명 했다.

"불량품을 장비에 끼워 넣으면..."

"완전 나가리죠. 아다리가 맞아서 단독 장비에 쇼트라도 나면, 무조건 저희가 이깁니다."

"흐흐.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




양품 확인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수 만개에 다다르는 부품들을 모두 확인하지는 못 했고.

품종 별로 5% 정도의 표본을 뽑아 테스트를 진행 했는데.

"..... 허.. 허허!"

"불량율이 제로라니.."

불량율 0%.

완벽한 합격점이었다.

도현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김원식에게 말했다.

"인도 쪽 DCT 생산 공장, 제가 가겠습니다."

"......뭐, 뭐라고?"

김원식은 무척이나 놀란 기색이었다.

안 그래도 인도 쪽 출장을 부탁하려 했는데,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대신 조건은..."

조건.

도현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려고 하자, 김원식이 먼저 선수를 쳤다.

"60%. 해당 부품의 평균 거래가격에서 디스카운트 해오는 만큼 자네 법인 쪽에 거래 대금으로 넣어 주겠네."

"..... 아, 알겠습니다."

후한 걸 넘어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도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번엔 김원식이 도현에게 의아한 듯 질문을 던졌다.

"근데... 저기 저 불량품들은 왜 세척을 맡긴 건가?"

[불량품.]

혹여나 다른 부품과 섞일까, 붉은 색 박스에 담아 놓은 불량품들의 외형은 무척이나 깨끗 했는데.

"거의 천 만원 가까이 들었던데.."

도현의 지시로 외주 업체에서 세척을 했기 때문이다.

"인도 쪽 공장에... 학 테크도 오겠죠?"

도현은 김원식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되려 다른 질문을 했다. 김원식의 고개가 45도로 꺾였다.

"... 아마 그렇겠지? 지금 쯤이면 학 테크도 소식을 들었을 테니까.. 근데 그건 왜?"

"그럼, 제가 인도에 도착하는 일정에 맞춰서 불량품들도 수하물로 붙여 주세요."

"....... 불량품들을?"

"네. 스리페람부두르(Sriperumbudur), 그 쯤이 좋겠네요."

스리페람부두르.

코마츠 사(社)와 구블 사(社)의 부품들이 쌓여 있다는 지역의 이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금 : 250,000,000]

도현의 급여 계좌로 2억 5천만원이 입금 되었다.




울산 신정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꺄아아아-!"

"야, 그거 반칙이잖아!"

작달만한 체구의 아이들이 마구 괴성을 지르며 뛰어 다니고 있었다.

"으헉!"

워낙 신나게 뛰어 노는 통에 한 아이가 바닥에 넘어지기도 했지만.

툭툭-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먼지를 털고 일어 났다.

인조 잔디.

이제 입주 3년 차인 고급 아파트였기에,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 인조 잔디로 시공을 했던 것이다.

"으헤헤헤-! 이번엔 현서 너가 술레다!"

"으이이익... 내가 다 잡아 버릴거다.."

"다들 숨자!"

이현서.

올해로 여섯 살이 된 현서 역시 그들 무리 사이에 끼어서 놀고 있었다.

경찰과 도둑.

경찰이 도둑을 모두 감옥에 수감 시키면 끝이 나는 게임이었다. 이번엔 현서가 경찰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진수야! 이제 집에 가자!"

"장재민! 저녁 먹으러 가야지!"

그때였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놀이를 시작 하려는데, 어른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이었다.

"엄마아아아!"

현서랑 놀던 아이들은 오도도 걸음을 옮겨 각자의 부모에게 폭 안겼다.

축-

그런 친구들을 바라보는 현서의 어깨가 축 쳐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얘, 넌 몇 동에 사니? 엄마가 안 데리러 와?"

학부모 하나가 그런 현서에게 말을 걸었다.

현서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학부모가 입을 열었다.

"옆에 진달래 아파트 사는 애일 걸. 좀 있다가 할아버지가 데리러 오실 거야."

"아, 그래?"

학부모는 이해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들을 자신의 뒤로 숨겼다. 마치 현서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격리하려는 듯이.

"......"

별 의미 없는 행동일 수도 있었지만, 현서에겐 그 행동이 크게 다가 왔다. 어린아이였지만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 어른이 나와 친구들을 분리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현서야!"

그때였다.

저 멀리서 한 남자가 현서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빠아아!"

도현이었다.

오도도도- 찹-!

한 걸음에 도현에게 뛰어 가 안긴 현서.

"공주, 잘 놀고 있었어?"

"응! 오늘은 친구들이랑 경찰과 도둑 했오!"

"아이고 잘 했어요."

도현이 간단하게 목례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현서 아빠 되는 사람입니다."

"아, 네."

학부모는 도현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지 못하고 대답했다.

휴대폰.

도현의 휴대 폰에 키링처럼 걸려 있는 보안 카드에 시선을 빼앗긴 것이다.

'진달래 아파트 산다고 안 했어?'

옥동 아이파크 2차.

울산 내 최고의 집값을 자랑하는 아파트의 공동현관 출입 카드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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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플렉스 좀 했어요. +21 24.09.04 30,069 619 16쪽
26 26. 완벽한 패배. +19 24.09.03 30,458 637 22쪽
25 25. YM 송기오. +20 24.09.02 31,166 613 16쪽
24 24. 다함께 차차차.(일부 수정) +29 24.09.01 32,069 627 19쪽
23 23. 리더의 자질. +44 24.08.31 32,147 658 19쪽
22 22. 릴레이 보드 제작(2) +17 24.08.30 32,223 624 17쪽
21 21. 릴레이 보드 제작(1) +22 24.08.29 33,038 628 19쪽
20 20. 밥 그릇. +17 24.08.28 34,013 644 19쪽
19 19. 별 미친 놈을 다 봤나. +19 24.08.27 34,478 62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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