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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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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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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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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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안전제일주의.

DUMMY

미래 자동차는 독자적인 엔진 생산기술을 가진, 몇 안되는 자동차 회사였다.

1000 CC 4기통 엔진을 시작으로 5000CC 8기통 엔진까지. 총 200만 대의 엔진을 생산하는 굴지의 대기업.

"본사 측에서 감사를 나올 거라고?"

그런 미래 차의 엔진 변속기 생산을 총괄하는 부서가 있었다.

엔진 변속기 사업부.

수장인 사업부장을 필두로 두 명의 실장이 존재 했는데.

그 중 엔진 사업부 실장 변웅석은 비서가 내민 보고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네. 분위기를 보니, 작정하고 탈탈 털어 버릴 것 같습니다."

"제길.. 딱 봐도 인원 감축 때문이구만."

미래 그룹은 칠성 그룹 다음 가는 대기업이었지만, 정기 구조조정의 칼날은 피해갈 수 없었다.

"다른 부서 쪽은 분위기 어때?"

"상용 쪽은 이미 한 번 탈탈 털렸고, 승용 차 쪽은 딱히 긴장감은 없어 보입니다."

"제길... 제일 돈 안되는 쪽 부터 쳐내겠다는 거네."

자체 개발 엔진.

어찌 보면 지금의 미래 차를 있게 한 1등 공신이었지만, 이제는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렸다.

갖가지 환경 규제.

거기에 전기 차 산업까지 급성장을 하며 내연기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퍽-!

변웅석은 분한 마음에 괜히 죄 없는 쓰레기 통을 발로 찼다.

25년 전, 그가 미래 차에 처음 입사 할 때까지만 해도, 엔진 변속기 부서는 미래 차의 떠오르는 핵심 캐시카우였다.

그래서 몸을 갈아 넣어 실장 자리 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모가지를 쳐낼 준비를 하다니.

"예상 지적 사항 리스트 업 했어?"

하지만 그가 분노 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빠르게 흥분을 가라 앉혔다.

"네. 메일로 보내 드렸지만, 간단하게 보고 드리자면.."

안전.

회계.

생산량.

늘 그렇듯 본사의 감사 항목은 정해져 있었다.

"또 쥐 잡듯이 잡아 내겠구만."

"... 철저하게 준비 하라고 이르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특히 안전 쪽은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안전이었다.

인명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정부와 여러 지자체에서 압박이 들어 오기 때문.

"..... 하."

감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변웅석의 표정은 어두웠다.

본사 측 엘리트들이 얼마나 악독하고 좀스러운 방법으로 실적을 깎아 내리는 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발 조용히 지나 가야 할 텐데.."




작업 중간 쉬는 시간.

신 교수가 소리를 질렀다.

"자, 다들 새참 먹고 하입시다."

그의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이 끓여져 있었는데.

"이야, 신 교수님 새참 만드는 솜씨는 진짜 탁월 하다니까."

"50년 동안 라면만 끓이셨다잖아."

"전기 쪽 경력 보다 라면 경력이 더 기시네."

시퀀스 팀원들은 누구랄 것 없이 달려 들었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냄새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신교수가 끓인 라면은 달라도 뭔가 달랐다. 갓 뽑아낸 듯 쫄깃쫄깃한 면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국물까지. 이제는 신 교수의 새참 없이는 작업이 진행이 안될 정도였다.

"춘씩 씨. 내꺼도 좀 떠다 줘요."

"응? 니껀 니가 떠다 먹어."

"보씨다씨피.. 전 손까락이 아파써요."

작업의 신,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뽀꿀람이 오른 손을 들어 보였다. 데이 밴드로 칭칭 감아져 있는 새끼 손가락. 춘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 참. 또 전선 까대기 하다가 베인거야?"

"네."

"아휴, 그러니까 술 좀 작작 처 먹으라니까."

"헹헹."

"가만 보면 회사에 놀러 오는 거 같아. 너 자꾸 일 잘한다고 깝치면, 이 부장한테 이르는 수가 있다?"

그 말에 뽀꿀람은 죽상이 되었다.

"이 부장님 무써워요."

이 부장.

그는 천하에 무서울 게 없는 뽀꿀람이 유일하게 두려워 하는 사람이었다.

실력.

그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실력자가 바로 이 부장이었기 때문이다.

"제 이름이 왜 나옵니까?"

그때.

난데 없이 들려 온 목소리에 춘식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이고, 이 부장. 이제 온 거야?"

이도현.

이제는 부장인 된 그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장이 되었지만 도현의 일과는 달라진 게 없었다.

프로그래밍.

시퀀스.

품질 확인.

세 스킬의 숙련도를 올린다. 회사 일은 위 세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돈 때문에 일을 할 단계는 지났으니까.'

내가 돈을 쫓는 게 아니라, 돈이 나를 따라온다. 시스템 창의 스킬들의 레벨을 올리다 보니 깨달은 사실이었다.

- 전 그냥 제 자리에 만족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도현은 부장 자리를 거절했다.

이미 돈이라면 충분히 벌고 있었고, 릴레이 보드에 언제까지나 메여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물량 더 못 뽑아도 되니까, 그냥 맡아만 줘.

그럼에도 부장 자리를 승낙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김원식. 그가 사정하듯 메달렸던 것이다.

'.... 김원식 사장은 꽤 유용한 사람이야.'

능력치가 올라갈 수록, 업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전처럼 일만 잘해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미래 차에 인맥이 있는 김원식.

그는 그런 의미에서 꽤나 유용한 사람이었다. 훗날을 생각하면 더더욱. 언제든지 그만 둬도 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는 하에 부장 직을 맡게 된 이유였다.

'일단 지금은 생산에 집중하자.'

도현의 시선이 시스템 창을 향했다.


[다함께 차차차.]

- LV : 2

- 일정 이상의 신뢰도를 가진 동료를 [기계 군단]에 편입 시킬 수 있습니다.

- 기계 군단 편입 효과.

º 군단원의 업무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º 군단원의 업무 능력이 30% 증가합니다.

º 군단원의 업무 중 체력 소모가 30% 감소합니다.

- 현재 기계 군단 : 20/40.

- 편입 가능 인원.

없음.

* 군단 효과는 사용자와 함께 있을 때만 적용 됩니다.

* 신뢰도가 50이상인 사람만 기계 군단에 편입이 가능합니다.

* 한 공간에 군단원 10명 이상 존재 시 능력치 +5%

* 한 공간에 군단원 20명 이상 존재 시 능력치 +10%

* 십인장(十人將) 지정할 수 있습니다(신뢰도 80 이상)

* 십인장(十人將) 존재 시, 사용자가 없어도 능력치 증가 50% 적용.


1레벨이었던 스킬이 2레벨로 올랐다.

그리고 달라진 점이라면, 능력치 증가율이 10% 올라갔다는 점과.

* 십인장(十人將) 지정할 수 있습니다(신뢰도 80이상)

* 십인장(十人將) 존재 시, 사용자가 없어도 능력치 증가 50% 적용.

[십인장]이라 불리는 중간 관리자를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덕분에 훨씬 자유로워졌어.'


다함께 차차차의 능력을 적용 하려면 전기 작업장에 묶여 있어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록 50%에 불과 하지만 능력치 상승이 그대로 보존 되는 것이다.


덕분에 도현은 틈틈이 NC와 PLC 프로그램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이 부장."

그때.

조용히 배선 작업에 집중하고 있던 도현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김 과장 님."

춘식이었다.

모두가 그를 외면할 때 유일하게 곁에 있어준 고마운 사람.

"이번에 물량 추가 생산 하기로 한 거. 결정 했어?"

도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춘식에겐 자신의 생각을 마음 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물량을 늘리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물량을 늘리는 거 보단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지?"

"..... 네."

도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이유는 시간 대비 떨어 지는 돈이 적어서였지만, 굳이 그 이야기까지 해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 물량이 딱 적당해.'

마음 같아서는 도현도 생산량을 늘리고 싶었다. 생산량이 늘어 나는 만큼, 그에게 떨어지는 인센티브 비율도 올라가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성비.

도현이 쉽사리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였다. 물량을 올리면 수익의 양은 증가 하겠지만, 수익률은 떨어진다. 도현은 그 시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프로그래밍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시퀀스(LV.2)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그때였다.

춘식과 대화를 나누며 시퀀스 배선을 하고 있는데,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람이 떴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다시 대화에 집중 했겠지만.

[시퀀스(LV.2)레벨이 올라갑니다.]

[(LV2▶LV3)]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올랐다.

꿈쩍도 하지 않던 시퀀스 스킬의 레벨이.

[시퀀스]

- LV.3

- 전기 배선 속도가 75%증가 합니다.

- 시퀀스 회로 구성 능력이 상승합니다.

- 배선 최적화가 가능해 집니다.


[배선 최적화.]

- 회로의 배선 과정을 최적화 합니다.

- 배선 과정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 합니다.


달리진 능력치를 확인한 도현의 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배선 최적화.

새로운 부가 스킬이 개방된 것이다.

[릴레이 보드 (LV.2)에 배선 최적화를 사용 하시겠습니까?]

도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 색깔이."

릴레이 보드를 구성하는 노란색 전선이 각각 다른 색으로 보이기 시작 했다.

빨간색, 초록색, 회색.

마치 뭐가 더 어려운 난이도의 배선 인지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아!"

순간 도현의 머리 속에 번개가 쳤다.

만약 저 색깔이 배선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우리가 제일 중요한 것만 맡아서 하면 되잖아?"

모든 배선 과정을 20세기에서 맡을 필요가 없었다. 릴레이 보드의 핵심이 되는 알짜 배기만 맡고, 나머진 하청 업체에 맡기면 그만이었다.


@


YM 테크 사장실.

사장인 김동현은 휴대전화를 부여 잡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 정말입니까?"

"아이고, 그래 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죠."

"아닙니다. 15%요? 아, 아닙니다. 충분히 만족합니다."


한참이나 저자세로 대화를 이어 나가던 김동현.

그는 통화가 끊어지자 마자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다.

"이 건방진 놈이 감히 우릴 하청 업체 취급해!"

통화 상대, 20세기 테크 김원식 사장의 용건은 간단했다.

릴레이 보드, 배선 업무를 함께 해볼 생각이 있는지.

문제는 말이 동업이지, 그 조건이 사실상 원청-하청 관계나 다름 없다는 점이었다.

"제길!"

평소 20세기를 밑으로 보고 있었기에 분노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릴레이 보드를 만들기 위해 미리 창고에 쌓아 놓은 전선이 산더미 였다. 게다가 기 생산한 150대의 릴레이 보드는 또 어떤가. 굴욕적이었지만 20세기의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송기오 팀장!"

그의 분노는 오롯이 송기오 과장에게로 향했다.

자신 있게 납품을 따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지금 너 때문에 이게 무슨 망신이야!"

평소의 온화했던 김동현은 더이상 없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하이에나만 그곳에 있을 뿐.

"자재비만 몇 억이 깨졌어. 적어도 3년은 생산할 생각으로. 근데 뭐? 초품 50대 빼고 다 나가리? 참 어이가 없어 가지고."

"......"

"Y엔진 부장이 그러더라. YM이 이렇게 형편 없는지 몰랐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이 한 순간에 무너졌어, 알아?"

여타 사장들처럼, 김동현은 현장에 대해 잘 몰랐다. 그랬기에 타인의 말만 듣고 송기오의 실력을 재평가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동현은 시퀀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었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 20세기하고 차이가 심하게 나던데요.

- 분발 하셔야겠어요.

- 이대로 가다간... 20세기한테 먹히겠는데?

김동현은 그저 원청의 과장 급 인사들이 했던 말들을 되새기며 분노할 뿐이었는데.

"......"

조용히 듣고 있던 송기오가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야! 나 지금 말하고 있는 거 안 보여?"

그가 조심스럽게 품 속에서 꺼낸 것은.

"저, 그만 두겠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품고 다니는 그것.

사직서였다.


@


[20세기 미래 테크.]

미래 차 공장 근방에 위치한 7층 건물 앞을 서성이는 남자가 있었다.

"씨X... 내가 여기를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임광혁.

도현에게 쪽을 판 뒤로 무급 휴직을 낸 그가 다시 회사로 돌아온 것이다.

불끈-

그는 휴직 기간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뭐? 미래 차 입사가 힘들 것 같다고?

지난 1년 동안 만난 여자친구, 한혜진.

그녀는 그의 미래 차 입사 사실이 불투명 해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메몰차게 안색을 바꿨다.

- 오빠. 우리 헤어지자.

비굴하게 무릎까지 꿇어 봤지만.

- 나도 이제 결혼해야 할 나이잖아. 서른 중반에,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중소기업 과장이라는 타이틀이 전부인 오빠에게 시집을 갈 수는 없어.

그녀는 매몰차게 떠나 버렸다. 지금까지 보여 줬던 모습이 연기라는 걸 증명하듯.

-씨X... 씨X아아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한동안 주독에 빠져 살던 임광혁.

하지만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임광혁 님,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부족합니다.]

미래 차에 입사할 생각으로 친구들에게 술을 사고. 한혜진에게 명품 백을 갖다 바칠 때 그었던 신용카드 납부일이 다가온 것이다.

[전북은행 입니다. 당월 대출금 납부일입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할부로 산 BMW 5시리즈의 할부금 역시 부담으로 다가 왔다.

한 달 월급을 전부 카드 값, 할부금으로 쓰던 그가 무급 휴직을 유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게 그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게 된 이유였다.

"그래. 몇 달만 더 버티고 뜨자."

그는 자신의 값어치가 20세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카드 할부를 갚을 때 까지만.

딱 그 때까지만 일할 생각 이었다.

끼이익-

그렇게 방문한 20세기 테크 사무실.

다행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출장을 나가서 그런 거 같았는데.

익숙한 쇠 냄새를 맡으며 복직 신고를 하러 가던 그는 걸음을 우뚝 멈춰 세우고 말았다.

"이도현..... 부장이라고?"

사무실 한 켠에 위치한 명판을 발견한 것이다.

이도현 부장.

비적비적-

임광혁은 두 눈을 비볐다. 혹시 자신이 잘못 보고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퀀스 생산 부]

[부장 이도현]

명패에 새겨진 두 단어는 바뀌지 않았다.

마치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 말이다.

"임광혁 과장."

멍한 표정으로 못 박힌 듯 서 있던 그때.

임광혁은 귓가를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흠칫 떨었다.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삐걱대는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이도현..."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도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다렸지 않습니까."




"임 과장 님. 그것 밖에 못 합니까?"

이제는 시퀀스 팀의 마스코트가 된 뽀꿀람.

그가 오랜만에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아, 아니. 나는 애초에 시퀀스 전공이 아니라고.."

임광혁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항변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복직 신고를 마쳤더니, 인사 팀에서 연락이 왔다.

프로그래밍 부서에서 자동화 시퀀스 생산부로 발령이 났다고. 임광혁은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도현이 부장으로 있는 부서였기 때문이다.

'씨X... 이 새끼는 왜 날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거냐고!'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복직하는 순간 도현과 마주칠 각오는 한 상태였으니까. 어차피 카드 빚만 갚고 나갈 생각이었으니 얼굴에 철판을 깔았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이씹쎄기.."

"뭐라고? 이봐요 뽀꿀람! 어딜 사람 면전에 대고.."

"이씹 쎄기 인싸 팀에서 왜 당신을 씨퀀스 팀으로 발령을 보냈는지 모르겠씁니다. 너무 형편 없습니다."

뽀꿀람.

휴직 전에는 본 적도 없었던 인도 계 외국인이 난데 없이 자신을 갈구기 시작한 것이다.

임광혁도 한 성깔 하는지라, 참다 참다 맞 받아 쳐봤지만.

"아니 당신은 잘해 봤자 얼마나 잘한다고 지적질인데?"

"전썬의 곡률은 보통, 케이블 직경의 6 ~ 8배 정도 임니다."

".....뭐?"

"임 과장 처럼 배선 하면, 원청에서 빠꾸 먹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름니까?"

"......."

뽀꿀람의 실력이 그보다 월등하다는 게 문제였다.

기술.

이 한 단어로 서열을 정리하는 업계였기에, 뽀꿀람의 폭풍 잔소리를 온전히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 잘하고 있네. 뽀꿀람.'

한편.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도현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임광혁의 분해 하는 표정을 보니 웃음이 절로 흘러 나왔던 것이다.

'꼴 좋네.'

사실 임광혁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

휴직을 내고 홀연히 사라졌기에, 알아서 퇴직을 하겠거니 했던 것이다.

"임 과장 님. 똑바로 써쎄요."

뽀꿀람의 한 마디에 임광혁이 몸이 흠칫 굳었다. 고양이 앞의 쥐새끼 같은 모습.

지켜 보던 도현은 지난 날에 당했던 울분이 모두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복수.

이 단어가 청량하게 다가오는 건 그만큼 임광혁에게 쌓인 게 많았다는 반증이겠지.

"A파트 작업 완료 했습니다!"

"B파트 지원 부탁 드립니다."

"오늘도 8시 전에 퇴근 가능하겠네."

"작업 공정이 줄어드니까 훨씬 편한 느낌이야."

그때.

사람들이 대화가 도현의 귓가에 울렸다.

'하청을 맡기니까 훨씬 낫네.'

배선 최적화 스킬을 얻은 이후, 도현은 기존 작업 공정을 2개로 줄였다.

빨간색.

제일 어려운 난이도를 뜻하는 배선 공정을 제외하고, 모두 하청 업체에 맡겨 버린 것이다.

'꿩 먹고 알 먹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기존에 350대였던 생산량이 700대로 늘었다.

물론 하청을 끼고 작업을 했기에 수익률은 낮아졌지만, 절대적인 수익은 증가했다. 업무 강도는 비슷한데, 버는 돈은 더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빨간색이 숙련도를 훨씬 많이 줘.'

방식을 바꾸자 숙련도 증가 알림 역시 훨씬 자주 들려 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에서도 레벨이 높은 몹을 잡으면 경험치를 훨씬 많이 줬으니까.

[품질 확인(LV.2)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품질 확인(LV.2)의 레벨이 증가합니다.]

[LV.2▶LV.3]

그때였다.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도현은 화들짝 놀라 소리치고 말았다.

"됐다!"

꿈쩍도 하지 않던 품질 확인의 레벨이 올랐던 것이다.

[메인 스킬들의 최소 레벨이 3에 도달 했습니다.]

[직업 레벨이 3에 도달합니다!]

[새로운 스킬이 개방 됩니다!]

엔지니어의 주사위를 얻었을 때 봤던 텍스트가 스쳐 지나가고.

[안전제일주의]

- LV : -

- 안전 사고를 발생 시키는 요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엔지니어의 눈(LV.3)보다 레벨이 낮은 설비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전제일주의.

새로운 스킬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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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릴레이 보드 제작(2) +16 24.08.30 25,479 527 17쪽
21 21. 릴레이 보드 제작(1) +19 24.08.29 26,196 529 19쪽
20 20. 밥 그릇. +16 24.08.28 26,977 537 19쪽
19 19. 별 미친 놈을 다 봤나. +16 24.08.27 27,337 515 18쪽
18 18. 누군가의 빌런(2) +22 24.08.26 26,810 529 18쪽
17 17. 누군가의 빌런(1) +14 24.08.25 27,022 493 18쪽
16 16. 주사위. +19 24.08.24 27,764 494 20쪽
15 15. 이자까지 쳐서. +40 24.08.23 28,149 512 17쪽
14 14. 이 대리 얼굴을 어떻게 보라는 겁니까. +22 24.08.22 28,115 542 14쪽
13 13. 성공의 비결. +29 24.08.22 28,855 519 18쪽
12 12. 개판이네요, 솔직히. +22 24.08.21 29,908 53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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