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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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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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9. 별 미친 놈을 다 봤나.

DUMMY

Y엔진 보전 과장 신동환.

그는 이른 아침부터 울려오는 휴대전화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가공 과장 하진수.]

이 시간 대에 그가 전화를 걸어 올 이유는 뻔하디 뻔했기 때문.


"아, 가공 과장 님. 좋은 아침 입니다."

"난 별로 좋은 아침이 아닌데."

"아... 130번 장비 툴 브로큰 알람 때문에 그렇습니까?"


툴 브로큰 알람.

최근 보전 과장의 골머리를 싸안게 만들고 있는 단어 였다.


"알면 좀 해결을 해 봐. 나도 가공 그룹 장이 자꾸 지랄 해서 미치겠어."

"아...."

"Y엔진 이번에 UPH(시간 당 생산량) 늘어난 거 알지? 130번 장비 앞에만 지금 소재가 꽉 밀려있어. 세 대 당 한 번 꼴로 툴이 부러져서! 딴 건 다 괜찮은데 18번 홀만 들어가면... 하아."


똑같은 장비를 3대 이상 돌리는 병렬 운용 장비라면 한 대가 퍼져도 충분히 생산량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2대인 장비라면?

한 대가 퍼지면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

밀려 오는 소재를 감당하지 못해 UPH 저하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바로 지금, Y엔진 130번 장비처럼.


"그룹장이 차라리 장비를 세우는 게 어떠냐고 물어 보더라. 안 그래도 바쁜데 툴 가느라고 시간 까먹는다고."

"......"

"근데 병렬 장비를 한 대만 운용하면 또 부장 님이 입을 떼시네. 빨리 조치 안하고 뭐하냐고... 제길, 툴 하나에 얼마씩 하는지는 알고 하는 소린지 원. 보전 과장 힘든 거 나도 아는데, 좀 어떻게 해봐."

"저희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답이 안 보입니다. 과장 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공기부(공작기계부서.) 대리도 잠깐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는 거."


공기부는 자기부(자동화기술부), 기지부(기술지원부), 미래위아와 더불어 최고의 기술 집단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곳의 대리급이 고개를 저었다면 고치기가 상당히 껄끄럽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부서 내부에서 조치하는 것을 포기 하고, 위에 말한 상위 부서에 연락을 하거나.


"YM이나 학테크에서 연락 없어? 그쪽에 쓸만한 친구 몇 명 있다며."


아니면 기술 있는 협력 업체에 기술 자문을 구하거나.


"송기오랑 최원태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아마 다음주에나 방문 가능할 거 같답니다."

"왜?"

"명목상으론 출장 때문에 그렇다는데, 이유가 뻔하죠. 페이가 부족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찐또배기 기술자들은 원청에서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지간한 레벨에서는 손도 대지 못하는 고장도 어떻게든 고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


"하... 이 새끼들이 빠져 가지고. 확 계약 파기 해버릴까 보다!"


보전 과장 역시 이번만큼은 가공 과장의 말에 공감이 갔다.

'제일 급할 때 느긋하고 지랄이야!'

엄연히 따지면 똑똑하게 몸값을 올리고 있는 셈이었지만, 지금은 원수처럼 느껴질 따름.


"일단 페이 높여서 최대한 빠르게 연락 돌려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다른 쪽에도 연락 돌려 봐."

"다른 쪽이라면..."

"왜 있잖아. 20세기나 대성이나 엠씨맥이나. 아, 20세기는 최근에 쓸만한 놈 몇명 스카웃 했다며? 거기 연락해보지 그래?"


신동환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20세기는 얼마 전에 안전사고가 난 곳인데.."

"지금 우리가 찬 물 더운 물 가릴 때야? 일단 싹 연락 돌려 봐! 페이도 부서 비용 한도 내에서 최대한 올리고! 부서 비용 아끼려다가 장비 퍼지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인 거 알지?"


안다.

부서 예산 절감에서 오는 부서 평가 가점보다, 고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까이는 점수가 더 크다는 것 쯤은.

별 소용이 없을 걸 알면서도 타 업체에 연락을 돌린 건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였다.


띠링-!


그런데.

입찰 공고를 올린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20세기 테크?"


하필이면 제일 껄끄러운, 20세기 테크에서.


"진짜 가능한 겁니까?"

"가능합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최근에 미래 위아 출신 전문가를 스카웃 했다는 건 들었지만, 그 사람 하나로 뭐가 달라질까 싶었던 것.


"그럼 지금 당장 방문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럼에도 부른 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뒤.

20세기 테크에 윤 부장이라는 인간이 찾아 왔다.

청바지에 흰 티 차림으로.


"다이얼 게이지는...?"

"없습니다."

"그럼 노트북은..."

"필요 하면 보전 측에 협조 요청하죠."


부들부들-

신동환의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청 주제에...'

감히 원청 과장에게 저런 말투라니.

'혹시나...' 하는 마음은 곧 '걸리기만 해봐라.'로 바뀌었다.


런 아웃이나 백 래쉬 같은 측정기 같은.

원인 모를 부하를 찾기 전 진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측정 장비조차 들고 오지 않은 것이다.


G04 F2.


터벅 터벅 걸음을 옮긴 윤 부장이 한 거라곤 고작 코드 두 개를 추가한 것 뿐이었는데.

신 과장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어디서 건방을 떨어? 이런 기본적인 코드로 뭘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장비를 돌린 지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으레 들려야 할 알람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밀려 있던 소재가 다 빠지는 그 순간까지도.


신 과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어, 어떻게 한 겁니까?"

"방금 보셨지 않습니까."

"고작 코드 두 줄로 해결 했다고요?"

"툴 스패어 있습니까?"

"네?"

"18번 냉각수 홀 가공하는 툴, 스패어 있냐고요. 지금 의심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냥 아다리로 돌아간 거 아닌지."

"......"

정곡을 찔린 신동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툴 스패어는 아직 충분했다.

그렇게 추가한 코드를 지우고 장비를 돌리니.

삑 삑 삑-!

기다렸다는 듯이 알람이 걸렸다.

장비 뚜껑을 따보니 툴 하나가 부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18번 냉각수 홀 가공 툴이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이 정도면 충분히 확인 하셨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

"자, 잠시만요. 방금 추가 하신 코드, 윤 부장 님이 직접 짜신 겁니까?"

윤창호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 거 아닙니다."

"그럼... 그 자기부에서 이직 했다는 전 이사가 한 겁니까? 아니면 도대체 누가.."

신동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다급했다.

일주일 넘게 골머리를 싸안게 만들었던 고장을 단박에 해결 했다. 누군진 몰라도 진또배기 실력자가 분명 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내야만 했다.


'그래야 송기오랑 최원태한테 안 휘둘리지.'


한편, 잠시 고민하던 윤창호.


'사장님은 말 하지 말라고 했지만... 뭐. 상관 없겠지.'

김원식은 기를 쓰고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굳이 숨길 생각 까지는 없었다.

낭중지추라.

날카로운 송곳은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니까. 여기서 숨긴다고 해도 그의 이름이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 했다.


"이도현 과장이 한 겁니다."

"...... 뭐라고요?"


순간 신동환은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고 말았다.


'그 안전사고?'


이도현은 불과 몇달 전에 그가 기를 쓰고 덮으려 했던 안전사고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야외 골프장.

탕-!

김원식의 드라이버가 화려한 궤적을 그렸다.

"예상보다 사원들의 반발이 적어 다행입니다."

나이스샷-

전현우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잠시 구질을 확인하던 김원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 회의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반발이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완벽한 스트레이트 샷이었다.

"윤창호 부장이 그러더라. 이 대리, 지금 당장 프로젝트에 투입해도 되겠다고."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1년... 아니 6개월은 있어야 보조 정도 수준이겠지요."

전현우는 1년이라고 말 하려다가 정정했다.

지금 성장세로 보면 못해도 6개월, 어쩌면 그 안에 프로젝트의 보조를 맡을 수준까지는 가능할 거 같았기 때문.

"아, 그리고 오전에 연락 왔습니다."

"어디서?"

"Y엔진에서요. 이 대리.. 아니 과장이 말한 대로 코드 두 줄을 넣었더니 툴 파손 문제가 해결 되었다고 합니다."

"18번, T엔진 크랑크 진분 문제는?"

"그것도 연락 왔습니다. 워크 레스트 쪽 마포스 게이지쪽 볼트가 풀려 있었나 봅니다. 이 대리가 말했던 대로입니다."

"...... 이 정도면 전 이사 보다 잘하는 거 아니야?"

"......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전현우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인 건, 도현의 실력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Z엔진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가 될지도...'


보조 역할 정도로만 생각 했는데.

성장세를 보니 메인 프로그래밍 역할을 맡겨도 충분할 거 같았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Z엔진 리툴링과는 관계 없이 이 과장은 데리고 가야 할 인재라는 겁니다."

".....그래?"

"저라면 억 단위를 베팅 해서라도 이 과장을 잡아 놓을 거 같습니다. YM에서 송기오 과장을 붙들고 있는 것 처럼요."

"억이라.."

김원식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기업에서도 연차가 쌓여야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한낱 직원한테 준다니.


- 코드 두 줄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기술 회의 때 도현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자, 문득 1억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깡은..'


기술 회의 당시. 장내에 있던 50명의 사람들은 모두 도현의 언변에 홀리듯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말투 때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 덜 까칠한 전 이사 정도려나?'

김원식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도현 역시 전현우와 윤창호 과라는 것이었다. 천재들 특유의 자기 확신에서 그 사실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고민 해보지. Z엔진 리툴링도 보류된 마당에."

"고민이 길어질수록 기회는 멀어진다는 것만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았어. 보채기는. 누가 보면 이 과장이 자네 아들인 줄 알겠어?"

빈 말이 아니었다.

툴툴 거리는 말투를 쓰긴 했지만, 전현우의 어투에서는 도현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제가 이 과장을 왜 좋아합니까? 그냥 쓸만한 동료를 만나서 좋은 겁니다."

"알았어 알았어. 라운딩 끝나고 대포나 한 잔 하러 가자. 내가 살 게."

"흠... 알겠습니다."

이번만큼은 별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전현우였다.

Z엔진 리툴링 보류부터 임 차장 건까지. 숨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소주 한 잔이 간절했다.




띵동 띵동-

이명우는 아침부터 울려오는 초인 종 소리에 두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누구세요?"

"LK 하우시스에서 나왔습니다. 샤시 견적 문의 주셨더라고요."

"..... 잘못 찾아오신 거 같습니다. 저희는 그런 연락을 한 적이.."


그때.

도현이 방문을 열고 걸어 나오며 말했다.


"제가 불렀어요 아버지."

"응? 니가?"

"네. 아파트 입주한 이후로 샤시 한 번도 안 갈았잖아요. 이제 갈 때 된거 같아서요."

"아...."


명우는 머쓱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들어 가십시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LK 하우시스 직원들에게 시원한 생과일 주스 한 잔씩을 대접한 이명우.

그는 아들 곁으로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 LK 하우시스면 견적이 꽤나 많이 나올텐데.."


이명우는 그 답지 않게 불안 하다는 듯 중얼 거렸다.

가정 샤시 계의 양대 산맥 브랜드인 KGG와 LK하우시스.

둘 중에서도 마감이 좋은 대신 값이 비싸다고 소문이 난 LK 하우시스라면, 못해도 900 이상의 견적이 나올 게 분명 했기 때문이다.


"한 번 하면 못해도 10년은 쓸 건데. 좋은 걸로 하는 게 낫죠."

".... 아니 내 말은.."

"비용은 걱정 마세요. 이번에 회사에서.."

"또 인센티브냐? 아니 뭔 놈의 회사가 잊을만 하면 인센티브를 뿌려?"


이명우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현금 천 만원을 뽑아 왔을 때도 인센티브.

백화점에서도 인센티브.

이렇게 인센티브를 뿌려 대다가는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저 이번에 팀장으로 승진 했어요."

".... 뭐라고? 그때 병문안 온 그 차장은 어떡하고?"


임광혁을 떠올린 명우가 말했다.

위트 있고 매너 있는 모습을 꽤나 마음에 들어 했었는데.


"그냥.. 그렇게 됐어요."


도현은 임광혁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기 보다는, 그냥 얼버무리는 길을 택했다.

욕 먹고. 실적을 빼앗기고.

구질구질 했던 과거까지 아버지에게 알리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래."


그런데.

꼬치꼬치 캐물을 줄 알았던 이명우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마치 아들의 씁쓸한 미소 하나만으로 그간의 사연을 모두 짐작한 듯이.

"......"

도현이 되려 당황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명우가 천천히 입을 뗐다.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진 모르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어."

"......네?"

"네 성격에 나쁜 짓을 해서 돈을 벌지는 않았을 테니, 분명 피나는 노력을 했던 거겠지."

"......."

"고생 했다."

때론 열 마디 말 보다 짧은 한 마디가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의 도현이 딱 그랬다.


고생 했다-


그 짧막한 한 마디에 도현은 왈칵 눈물이 터질 뻔 한 걸 참아 낼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떠나고 난 뒤 2년 동안 했던 고생들이, 그 한마디로 모두 보상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몸은 좀 챙기면서 살아. 나야 떠나면 끝이지만, 현서는 아니잖아."

"..... 알겠습니다."

도현은 이명우의 한 마디에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나이를 먹어도. 아빠는 아빠였다.




틱틱-


임광혁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머리 끝까지 치솟은 화를 참아내기 위해서였다.


"참새 X만한 새끼가 감히.."


도현이 했던 한 마디가 뇌리에서 잊히지가 않았다.


- 상사에 대한 예의도 인사 고과에 포함되는 거 아시죠?


그가 김춘식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 준 것이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아래로 보던 도현에게 그말을 들었다는 게,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는 게 미친 듯이 분했다.


"후우... 정신 차리자."


그렇게 한참이나 분을 삭히던 임광혁.

그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20세기에서의 생활은 끝났지만. 제 2의 인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상반기 특별 채용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가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신 과장과 나누었던 밀약 때문이다.

도현의 입을 다물게 하는 대가로, 상반기 채용에서 남몰래 가산점을 받기로 한 것.

"신 과장 정도 파워면 충분히 믿을만 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비웃을 만한 일이었다.


대기업 인사 채용에 고작 과장 급의 입김이 닿을 확률은 제로에 수렴 했기 때문.


광혁 역시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바였다. 신 과장이 일반적인 과장이었다면 말이다.


"인사 실장 쪽에 연이 있다지? 큰 삼촌이 노조 간부직을 역임하고 있고."


실장.

그것도 인사 실장 쪽 라인에, 친척이 노조 간부다. 거기에 미래 차 특유의 노사 관계를 감안하면 충분히 확률이 있었다.

"제발..."

아니, 그래야만 했다.

이제 돌아갈 곳이 없는 신세였기 때문.

회사에서 그런 쪽을 팔고도 출근할 만큼의 강철 멘탈이 아니었다.


띠리링-!

그때,

불안한 마음에 줄담배를 피우던 광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Y엔진 신동환 과장.]

신 과장이 걸어 온 전화.

광혁은 전광석화 같은 손길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 과장 님, 잘 지내셨습니까?"

"당신이라면 잘 지낼 수 있겠어요?"

"..... 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상반기 공채 결과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잔뜩 기대하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이래서 못 배운 새끼들 말을 못 믿는 다니까."

신 과장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도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던 것이다.

"아,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단도리 잘 칠 수 있다고. 자기 말 한마디면 지옥 불에라도 뛰어들 수 있다면서요?"

".....네?"

"이도현 이름 석자가 왜 내 귀에 들리냔 말이야!"

"......"

순간 광혁은 깨달았다.

잘못 됐다.

무언가 단단히 틀어졌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사, 상반기 특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라고?"

"이번 특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거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돌아갈 곳이란 게 비단 20세기 테크 뿐만이 아니라, 업계 전체라는 걸 직감했기에.

"내가 언제요?"

그래서 신동환의 한 마디가 더더욱 사형 선고처럼 느껴졌다.

"이도현 대리 안전사고, 기억 안.... 나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기억 나죠. 근데 그게 왜요?"

명백한 꼬리 자르기 전법.

순간 임광혁은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신 과장 님. 저 이렇게 혼자 못 죽습니다."

"...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어요?"

"내가 지옥에 떨어져도, 당신 하나 만큼은 끌고 갈거야."

신 과장은 재빠르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별 미친 놈을 다 봤나."

아무래도 집 앞에 소금이라도 뿌려야 할 것 같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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