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괴물 엔지니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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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작품등록일 :
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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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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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유능하다고 했지 않습니까.

DUMMY

"당신 누굽니까?"

이재형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누구 마음대로 인정 합니까.

난데 없이 등장한 남자가 한 다는 말이,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20세기 테크 이도현 부장입니다."

"부장이라, 마침 잘 왔네요. 지금 당신네 직원들이 실수 해서 라인이 아예 멈춰버렸어요. 이거 어떻게 책임 질 겁니까?"

이재형 부장이 컨베이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소재를 가리키며 추궁하듯 말했다.

마치 니가 오면 뭐가 바뀌는데? 라고 말하는 듯 했는데.

도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 직원들 실수인지 아닌지, 확인 했습니까?"

"허, 참. 그걸 꼭 눈으로 봐야 아나? 스핀들 장력 측정 결과 이상 없고, 센서 교체 해도 결과는 똑같았어. 아니, 그걸 떠나서 잘 돌아가는 장비가 20세기 작업 직후에 퍼져 버렸는데, 따로 설명이 필요한가?"

"원래는 필요 없었는데, 이제 필요할 거 같습니다."

"뭐라고?"

"모자란 사람들이라고 한 거, 사과를 받아야겠거든요."

도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왜 모자란 사람들 데리고 와서 이 사단을 만들어?

이재형이 20세기 직원들을 향해 한 말을 똑똑히 들었던 것이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상대는 대의원이다.

4만 노조원들을 등에 업고 있는, 어찌 보면 부장 급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

술에 물 탄 듯 유도리 있게 넘어가는 게 현명한 행동이다.

김원식을 생각해서라도, 향후 미래 차와의 관계를 생각 해서라도.

"저희 직원들이 그쪽 조합원들보다 몇 배는 더 유능한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대의원의 신경을 긁는 말을 입 밖으로 뱉은 이유는.

"도, 도현아!"

잔뜩 움츠러든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20세기 직원들 때문이었다.

하청이라서.

하청이기 때문에.

당신들의 말 한 마디에 생계가 달라질 수도 있는 갈대 같은 인생이라서.

항상 하청이 문제여야만 했다.

팀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21세기 판 주종 관계에 익숙해 졌기 때문이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어.'

도현은 더 이상 당하고 살 생각이 없었다.

시스템 창.

그게 있는 한, 나와 내 사람들을 챙길 여력은 충분했으니까.

"뭐, 뭐라고? 당신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

"책임 질 수 있으니까 나선 겁니다. 증명할 수 있으니까 말을 꺼낸 거고요."

그 말에 이재형의 두 눈에 같잖다는 기색이 어렸다.

흡사 하청 부장급 주제에 뭘 책임질 수 있냐고 묻는 듯 했는데.

"이 부장. 후회하게 될 겁니다."

"누가 후회하게 될지는 패를 까 봐야 알겠지요."

뿌드득-

이재형의 이가 거칠게 갈려 나갔다.




"김 과장 님. 지멘스 PLC 연결해 주세요."

"아, 알겠어."

"뽀꿀람. 툴 5개 들고 와서 수동으로 클램프 언클램프 반복하면서 클램프 전류치 체크해. 툴 별로 변동 사항 있는지 확인하고."

"알게씀니다."


도현이 능숙한 솜씨로 팀원들을 전두지휘 했다. 그에 보답하듯 20세기 직원들 역시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역할을 이행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진섭 부장이 다가왔다.


"이 부장 님. 지금이라도 좋게 넘어 가는 게 어떻습니까?"


소진섭의 두 눈은 쉴새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재형의 말대로 20세기 측의 실책일 가능성이 지배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릴레이 보드가 잘못 됐든, 아니면 결선을 잘못 했든..'


툴 별 전류치 체크에 PLC까지 연결하려는 걸 보니, 처음부터 검증을 다시 시작하려는 게 분명했다.

1시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는 상황.

거기에 릴레이 보드 철거 시간까지 더하면 5시간이 넘는다. 누구의 말이 맞던 간에 사업부장을 넘어 공장장 라인까지 보고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괜찮습니다."


도현은 한 마디로 소진섭의 불안을 일축했다.


[완성된 릴레이 보드]

- LV : 2

- 완성률 : 100%.

- 품질 : 97%.

- 품질 개선 항목 : 0.

- 품질 이상 : 0.


품질 확인(LV.3)으로 확인한 릴레이 보드에도 문제가 없었고. TB(Terminal box)를 열어 확인한 배선 작업에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20세기 측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는 뜻.


'분명 다른 원인이 있을거야.'


품질 확인 스킬로 확인했는데, 이상 없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시스템 창이 말해주는 현상을 현실에서 증명하는 것.

그게 지금부터 도현이 해야 할 일이었다.


[V엔진 헤드 V/G 프레스 장비.]

[프로그램 종류 : PLC.]

[메이커 : 지멘스.]

[프로그램 레벨 : 4]

[성능 : 77%.]

[성능 개선 목록 : 27.]

[현재 에러 : 1.]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도현은 문제가 되는 장비의 에러 내용을 확인 했다.

[현재 에러 : 스핀들 클램프 전류치 이상.]

전류치 이상.

여기까지는 이재형 대의원이 말했던 것과 다른 게 없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었는데.


'천천히 하자.'


급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20세기 측에서 잘못한 건 없다는 건 확실한 상황이니.

후우-

도현은 조용히 심호흡을 내뱉은 뒤 스킬을 켰다.

집중, 엔지니어의 주사위.

[6시간 동안 모든 일의 능률이 100% 증가합니다.]

[60분 동안 모든 일의 능률이 50% 증가합니다.]

순간 소란스러운 사위에 침묵이 내려 앉은 듯한 착각이 들었고.

몇 번이나 겪어 본, 노트북과 나 둘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Program upload complete!]

때마침 지멘스 plc 파일 다운로드가 완료 되었고.

딸깍!

도현은 망설임 없이 프로그램을 뒤지기 시작 했다.




"저 사람이 안전 감사 팀장을 박살 낸 사람이라고?"


이재형 대의원.

그가 불안함이 역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뒤늦게 이도현 부장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식을 접한 탓이었다.

'류하성이는... 안전 쪽에서 최고로 치는 놈들 중 하난데.'

류하성의 실력은 이재형 역시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더 불안 했다.

그 류하성을 박살낼 정도의 실력자가, 혹시나 그들이 보지 못한 고장을 잡아낼까 싶어서였다.

"김 파트장. 저거 20세기 측 잘못인 거 확실하지?"

"확실합니다."

"그러지 말고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해 봐. 혹시 모르잖아."

기계 파트장, 김학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형님. 제가 이 장비 시공 때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만진 사람입니다. 오퍼레이터로 5년, 보전에서 13년. 적어도 이쪽 라인은 빠꼼인 거 알지 않습니까?"

"그, 그건 맞지."

"장력 측정기 값 213 나왔고, 뎁스(깊이) 측정 결과 97.23mm 나왔습니다. 적어도 클램핑 동작을 관장하는 콘 스프링 쪽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콘 스프링.

스트로크에 관계 없이, 정해진 하중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스프링을 뜻했다.

스핀들 내부에는 그 콘 스프링이 144개 들어 있다.

그 144개의 스프링이 자아내는 밀어내는 힘(장력)이 스핀들에 끼워진 툴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이다.

"기계 쪽은 문제 없다는 거네."

"확실하다니까 그러네. 지금 이런 현상 같은 경우에는, 둘 중 하나 밖에 없어요. 센서 쪽 문제거나, 아니면 콘스프링 벌려 주는 언클램프 유압 라인 문제거나."


콘 스프링으로 장력을 형성해 클램프 동작을 진행 한다면, 반대로 툴을 빼 내기 위해서는 콘 스프링이 형성하는 장력을 없애야만 한다.


그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유압.


유압을 투입하는 순간, 언클램핑 장치가 벌어지며 툴을 단단히 잡고 있던 콘 스프링들을 밀어 낸다.

툴에 가해지고 있는 장력이 사라지며 툴을 빼낼 수가 있는 것이다.


"센서는 교체 했으니 문제가 없다. 그러니..."

"네. 언클램프 SOL 문제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20세기가 건든 것도 바로 그 쪽이고요."


김학의 논리적인 설명에, 이재형의 눈빛에 어려있던 불안감이 서서히 잦아 들어 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99%입니다. 20세기 측 잘못일 확률 말입니다."

왼쪽 귓가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의 근심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 장경호 그룹장."

장경호 보전 그룹장.

전기 작업의 베테랑인 그가 입을 연 것이다.

"언제 온 겁니까?"

"하도 시끄럽길레 와 봤습니다."

장경호가 은근한 눈빛으로 물었다.

"비생특 때문입니까?"

".... 쉿, 그 얘긴 나중에 하지요."

"항상 고생 많습니다. 우리 보전 반 형님들이 조만간 술이나 한 잔 먹자고 하시네요."

"흠흠. 술이 메인인가? 밥이나 한 끼 먹으면서 술은 곁들이는 거지 뭐."

말이 술 한잔이지, 2차 3차로 어디를 갈 지는 뻔했다.

음흉한 미소를 머금은 대의원과 일동들.

이재형은 한결 편해진 눈빛으로 장내를 바라 보았다.

"소 부장 표정이 가관이구만."

"나름 엔진 쪽 짬밥만 20년이니, 직감적으로 아는 거겠죠. 이거 100% 20세기 잘못이라는 걸."

소진섭은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 대고 있었다.

세 사람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통쾌한 미소를 머금었다.

"잘 됐어. 최근 들어 사측의 압박이 심해져서 한 번 엎으려고 했는데.."

조기 퇴근, 근무 시간 미준수를 들먹이며 퇴근 시간 전에 회사 정문에서 대기 중인 인원들에게 경징계를 내린 게 엊그제였기 때문이었다.

"일타이피네."

꿩 먹고 알 먹고.

사측의 군기도 잡고, 퇴직자들 퇴직금도 낭낭하게 챙겨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 했다.


"......찾았다."


도현의 한 마디가 그들의 고막을 울리기 전까지는.




정경호.

김학.

이재형.

그들을 포함해, 족히 스무 명이 넘는 인파들이 몰렸다. 좌중의 시선은 모두 한 곳을 바라 보고 있었다.

"FB 120번?"

바로 도현의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지멘스 PLC 프로그램.

도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Online 버튼을 눌렀다. 실시간으로 장비의 data를 디스플레이 할 수 있는 기능이 켜지자, 무채색이던 회로의 일부분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FB 120번은 스핀들의 전류치 데이터를 수신하는 펑션 블록입니다."

"그래서요? 그거랑 지금 상황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장경호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지멘스라면 그도 일가견이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상관이 없을 수가 없죠."

도현은 FB 120번의 INPUT 라인의 [START] 항목을 가리켰다.

"아시다시피 여기 START 라인에 인풋 신호가 들어 오면, 스핀들의 전류치를 송.수신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떠 있는 알람도 이 FB에서 출력하는 신호인데, 어떻게 상관이 없다는 겁니까?"

"..... 계속해 봐요."

장경호는 입을 다물었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 보기 위해 찔러본 것인데, 돌아온 대답에서 제법 내공이 느껴진 탓이었다.

"IW78. 스핀들 전류치를 직접적으로 받아 오는 INPUT 데이터입니다. 스타트 신호가 들어 오면, 이 데이터 방에 있는 신호의 연산 결과를 비교해서, 허용치 안에 들어 오는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거지요."

도현은 그 말을 하며 한 곳을 가리켰다.

Clamp Current max : 17.2

Clamp Current min. : 14.8

클램프 전류치가 17.2에서 14.8 사이에 들어 와야 OK 사인이 뜨게 하는 로직이었다.

"아니,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이재형이 답답하다는 듯 짜증을 부렸다. 오퍼레이터 출신인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인데.

".... 무슨 내용이야?"

"몰라. 프로그램을 열어본 적이 있어야 알지."

"하긴, 오퍼레이터가 그걸 해야 할 이유는 없지."

몇몇 작업들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진섭은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이게 현실이지.'

원래는 오퍼레이터들도 기본적인 NC PLC는 다룰 줄 알아야 했던 것이다.

스펙 수정, 툴 데이터 맞추기 등등.

원래 오퍼레이터들이 해야 할 작업들을, 생기(생산 기술)나 하청 업체에서 해주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과거처럼 오퍼레이팅, 스펙 수정, 툴 셋팅, 메인테네스가 모두 가능한 기술자들은 씨가 말라 버린게 현 미래 자동차의 현실.

도현이 입을 열었다.

"뽀꿀람. 전류치 테스트 결과지 들고 와주세요."

"넵, 알게씀다."

도현은 전류치 테스트 결과지를 높게 들었다.

모두가 볼 수 있게끔.


#1 TOOL : 17.5

#2 TOOL : 17.8

.

.

#17 TOOL : 18.3


"보시다시피, 실제 전류치는 PLC 내부에 설정된 상한치인 17.2를 웃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장경호가 반색하듯 입을 열었다.

".... 마침 얘기 잘 꺼냈네요. 원래 16.3- 16.5 사이던 전류치가, 릴레이 보드를 시공하고 나서 17.5 이상으로 올라간 거 아닙니까? OC(OVER CURRENT)알람이 뜬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고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전공자인 그들 생각에도 장경호의 말에 일리가 있게 느껴진 탓이었다.

절레절레-

오직 한 사람.

도현만이 미미한 미소를 띈 채로 고개를 저었다.


"만약 누가 인위적으로 OC 알람의 상한치를 낮춰 놓은 거라면요?"

"...... 뭐라고요?"

"17.2로 설정 되어 있는 전류 상한치가, 원래는 18.2였다는 뜻입니다."

장경호는 말도 안된다는 듯, 고함 치듯 입을 열었다.

"이봐요, 이 부장! 억지를 부려도 적당히 부려야 할 것 아닙니까!"

"억지가 아닙니다."

도현은 그 말과 함께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VS20-120_V/G 서입]

그러자 새로운 PLC 파일 하나가 화면에 떠올랐는데.

파일을 알아 본 정경호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 3년 전 백업 파일을 왜.."

도현이 똑같은 공정의, 3년 전 백업 파일을 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보시면 압니다."

도현은 망설임 없이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FILE OPEN.

reference generator.

cross search.

fb120.

곧이어 노트북 화면에 떠오른 건, 전과 똑같은 FB 120번 기능 블록이었는데.

".......!"

순간 정경호의 두 둥공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 했다.

Clamp Current max : 18.2

Clamp Current min. : 15.8

도현의 말처럼, OC 알람의 전류치 상하한치가 정확히 1암페어 만큼 높게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럴리가 없는데."

"원하시면 다른 백업 파일을 크로스 체크 해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도현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해 보라는 듯이.

그 여유가 장경호의 심기를 건드렸다.

뿌득-

"..... 성호야, 창고에서 데이터 백업 본 가져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하나도 빠짐 없이."

"넵!"

"김학 파트장. 장력 체크기 다시 가져와. 이 장비 유압 도면도 다시 가져오고."

처음부터 다시 체크해 보자는 뜻이었다.

"자, 잠시만요."

소진섭 부장이 급하게 중재에 나섰다.

"아니, 일단 장비를 돌리는 게 우선이지 않습니까? 지금 벌써 3시간 30분째에요."

어느새 라인 정지 시간이 3시간을 넘어섰던 것이다.

엔진변속기 공장이라 망정이지, 완성차 의장 라인이었으면 공장장까지 직접 나섰을 수도 있는 엄청난 LOSS였는데.

도현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입을 열었다.

"정 급하시면, 짧고 간단하게 체크 할 방법이 있습니다."

"짧고 간단하게요?"

"네. 5분이면 됩니다."

정경호, 김학.

두 사람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5분.

자신들은 10년 치의 데이터 백업 본 뒤지고, 1200페이지가 넘는 유압 도면 살펴 보고 있는데, 고작 5분만에 체크가 가능하다고?

"문제 되는 솔 밸브만 원복 해보면 됩니다."

"......!"

그 말에 두 사람의 표정에 앗차 하는 기색이 어렸다.

IW78이니 FB120번이니 하는 단어들에 현혹된 탓에, 자신들도 모르게 어려운 길을 자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끄덕-

소진섭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도현.

그가 뽀꿀람에게 말했다.

"스핀들 언클램프, Y1054 릴레이만 원복합시다."

"알게씀다!"

뽀꿀람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드라이버를 챙겼다.

직감한 것이다.

항상 그를 놀라게 했던 도현이, 이번에도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한다는 사실을.

드르륵-

뽀꿀람의 손이 춤을 추듯 움직였고.

I/O카드 → 릴레이 보드 → 솔 밸브 코일로 이어지던 케이블 라인이 I/O카드 → 솔 밸브 코일로 간소화되었다.

문제가 되는 코일만 릴레이 보드 작업을 하기 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삐이이이이-!

뚝-

미친 듯이 울려 대던 적색 경보등이 꺼졌다.

꿀꺽-

장내에 모인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을 꿀꺽 삼켰고.

"장력 측정기 가져 와요."

도현은 스핀들 쪽으로 유유하게 걸음을 옮겼다.

곧 스핀들에 꼽힌 장력 측정기에 뜬 숫자는.

182kgf/cm2

장력 허용치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건 V엔진 측에서 전류치 상한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채로 장비를 가공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고.


"저희 직원들이, 그쪽 조합원들보다 훨씬 유능하다고 했지 않습니까."


도현의 말이 맞다는 결정적인 증거이기도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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