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괴물 엔지니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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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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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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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4. 종자가 다르지 않습니까, 이 부장은.

DUMMY

Cheer up baby-!

Cheer up baby-!

좀 더 힘을 내!


울산 시가지에 위치한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

도현은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머금은 채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11명으로 구성 된 여자 아이돌의 신곡이 흥겹다.

여유.

그간 도현의 인생에 없었던 게 도현의 온몸에 흘러 넘치고 있었다.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임 차장의 콜을 기다리며 안절부절 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에서 겪을 모진 고초를 미리 떠올리며 고통스러워 하고, 또 딸 아이를 생각하며 억지로 출근길에 몸을 싣는 그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 사실 하나 만으로 도현은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언제 오시지."


지금 시간은 평일 오전.

여유를 찾았다지만, 회사를 내팽겨치고 카페에서 농땡이를 부릴 만큼은 아니었다.

도현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도현 부장 님, 맞으십니까?"


그때.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도현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캐쥬얼 정장 차림에 깔끔하게 넘긴 머리. 말끔한 인상에 서글서글한 영업용 미소를 머금은 그는.

"이세용 세무사님?"

바로 세무사였다.

그것도 꽤 능력 있다고 소문이 난, 김원식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 프리랜서.

"반갑습니다. 이도현입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생각보다 더 젊으시네요."

짧은 시간에 도현을 위아래로 스캔한 이세용이 살짝 놀랐다는 듯 말했다.

- 꽤 거물이야. 앞으로는 더 클 가능성이 높고.

김원식의 말을 듣고 대략 40-50대의 아저씨가 나올 거라고 예상 했는데.

눈 앞의 남자는 이제 막 서른 줄에 접어든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딱히 돈 냄새는 안 나는데.'

다년 간의 프리랜서 생활로 인해 생긴 습관이었다.

고객의 인상 착의나 행동거지를 보고 그의 자산 수준을 가늠하는 건.

눈 앞의 남자는... 딱 한 단어로 표현이 가능했다.

평범.

덥수룩한 머리에 후줄근한 복장.

키가 180정도로 큰 편이라는 것만 빼면 당장 시내에 10분만 서 있어도 비슷하게 생긴 남자를 열 명도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본격적인 상담을 진행하기 전에.. 먼저 보내 주신 엑셀 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이세용은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사전에 상담자가 보낸 파일은 모두 훑고 오는 게 프로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럴 수가 없었다.

다행히 상담자는 평범한 인상 만큼이나 너그러운 심성으로 이해해 주었다.

"괜찮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딸깍-

이세용은 서둘러 노트북을 열었다. 메일 함. 김원식 사장이 보내온 한 통의 메일을 연 순간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게 중소 기업에서 가능한 수준인가?'

어지간한 대기업 부장 급도 쌈 싸 먹는 고연봉이었기 때문이다.

"...... 정말 이 연봉을 월급으로 받고 계셨단 말입니까?"

"하하, 네."

"아니 어떻게.. 아니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이세용은 그 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이 정도 연봉을 처음 본건 아니었다. 아니, 이 정도는 되어야 개인 세무사에게 상담을 맡기는 의미가 있다. 다만, 평범 그 자체인 도현이 이 정도 수준의 고액 연봉자라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일단 개인 세율 구간으로는, 거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계십니다."

"아, 네."

"법인으로 전향 하시면... 대략 30% 정도의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실 수 있으실 겁니다. 판관비, R&D 명목으로 비용 처리를 하시면 그 혜택 폭은 더 커지실 거고요."

법인 설립.

도현이 세무사를 찾게 된 결정적인 목적이었다.

법인세는 낮고, 소득세는 높은 대한민국의 특성 상 월급쟁이로 남아 있는 건 눈 뜨고 나라에 돈을 갖다 바치는 것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타닥타닥-

노트북을 두들기는 이세용의 얼굴이 점점 상기 되기 시작 했다.

'이거.. 잘하면 와이프 백 하나 사줄 수 있겠는데?'

한편, 도현은 이 상황이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법인을 차리게 된다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쥐뿔도 없던 직장인이었는데.

세무사를 끼고 앉아 있으니 뭐라도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회사로 돌아 온 도현은, 거의 영웅 취급을 받았다.


"이 부장!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

"와, 내가 살이 다 떨리더라니까."

"어떻게 본사 부장 앞에서 그렇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할 수가 있지? 나 같으면 벌벌 떨었을텐데."


김춘식이 그 말과 함께 다리를 달달 떨었다. 그의 너스레에 장내에 모인 이들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이제 싸장 님이라고 불러야 함니까?"


그때.

작업실 한 켠에서 박스를 깔고 누워 있던 뽀꿀람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냈다.

춘식이 그런 뽀꿀람의 등짝을 찰지게 쳤다.


"야 임마! 너 내가 작업실에서 등 깔고 자지 말라 했지!"

"아얏! 아픔다!"

"누가 노가다 출신 아니랄까 지 잠자리는 기가 막히게 만드네. 니가 비버냐? 청둥오리야?"

"김 과장이 내 선임도 아니고, 왜 간섭임까!"


도현은 투닥 거리는 두 사람을 중재하며 말했다.


"사장은 무슨 사장이요. 낯간지럽습니다."

"법인 차린 거면 싸장 아님까?'

"말이 법인이지, 하는 일은 똑같습니다. 월급을 받는 방식이 배당 형식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씀다."

춘식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야, 뽀꿀람. 너 진짜 알아 들은 거 맞아? 어설프게 아는 척 하는 거 보다는 그냥 나처럼 입 닫고 있는 게 나아."

"개인 과세표준보다 법인세율이 낮으니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세테크 하겠단 거 아님까?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써먹는 방법임다"

사람들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그,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저 뉴델리 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임다. 비록 중퇴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임다."

춘식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런데 왜 한국에서 노가다를.."

뽀꿀람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너무 캐묻지 마십셔."

"....."

"남자라면 누구나 말 못할 사연 하나 쯤은 있지 안씀까?"

뽀꿀람 알라메드.

그는 사연이 많은 남자였다.

"자, 이럴게 아니고 요 앞에 CU 가서 레스비나 한 잔 들지? 이 부장이 한 건 했으니까, 내가 쏜다!"

가만히 듣고 있던 공태인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레스비.

춘식이 어이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보통 이럴 때는 고깃집 가서 술이라도 한 잔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야근 한다고 바빠 죽겠는데, 술은 무슨! 각자 집에 가서 처 자식이나 챙깁시다."

그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술 먹으면 다음 날 머리나 아프지."

"공 차장이 은근히 가정적이란 말이야. 생긴 건 나이트 죽돌이처럼 생겼는데."

뽀꿀람은 스르륵 작업실로 사라졌다.

공태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쟤 어디가? 퇴근 안 해?"

"오늘 작업실에서 자고 간답니다. 비도 오고 해서.."

"허, 참. 아주 그냥 지 집이지?"

곧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왁지지껄한 웃음과 함께 이동했다. 자기 주장한 강한 전기쟁이들이었지만, 그 중심은 누가 뭐래도 도현이었다. 도현은 아직까지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형님, 정말 잘 생각 하셨습니다."


아직 열기가 다 가시지 않은 저녁.

김원식과 전현우 두 사람은 야외 포장 마차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제길.... 결국 네 말 대로 되는 구나."

"낭중지추라고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저희가 품기에는 이 부장의 그릇이 너무 커요. 고용주 보다는 차라리 파트너가 낫습니다."


전현우는 똑똑히 봤다.

도현을 바라보는 미래 차 간부들의 눈에 어린 탐욕을.

특히 엔진 실장 변웅석의 경우엔, 당장이라도 침을 질질 흘릴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그래. 니 말이 맞다."


김원식은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 말했다.


"테스트 하라고 보냈더니 초절전 회로 입찰을 따올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어."

"T엔진에서 말입니까?"

"그래. 그때 까지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안전 감사를 하라고 보냈더니, 엔진 사업부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올 줄 누구 알았겠냐?"

뒤흔들었다.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딱 적절한 표현이었다.

생산과라면 누구나 치를 떠는 안전 감사팀의 독사를, 면전에서 철저하게 박살내 버린 것이다. 그것도 까마득한 하청 업체의 부장이.

"하계 휴무 작업으로 우리 20세기가 선정된 거, 들었지?"

"네."

하계 휴무 작업.

그건 생산이 돌아가지 않는 여름 휴가 때, 지금껏 밀린 작업들을 하는 것을 뜻했다. [유압 오일 교체]

[칩 청소]

[판넬 에어컨 필터 청소] 등등.

간단한 작업이면서, 꽤 낭낭한 보수를 챙길 수 있는 작업들이었다.

당연하게도 하청들은 치열한 경쟁 끝에 하계 휴무 작업을 낙찰 받는데, 20세기는 손도 안 쓰고 코를 풀게 된 격이었다.

"지금 수리 하고 있는 펌프 30대, 납품 방식으로 돌린 다는 소식 들었지?"

"... 들었습니다."

"엔진 쪽 라인에서 연락 받은 건데, 앞으로 더 늘어날 거란다. 변 실장이 자기 힘 닿는데 까지 밀어 줄 거라고 은근히 푸시 하고 있나 봐."

"..... 이것도 이 부장 작품입니까?"

"그 친구 아니면 누구겠어."

김원식은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순수익의 50%를 자기한테 달라고 하더라."

".... 50%면 싸게 치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사장 님이 뭘 한 게 있다고.."

"야! 그래도 내가 물어다 준 기회가 몇 번인데.."

"이제는 그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펌프 납품, 하계 휴무 작업... 둘 다 이 부장이 직접 쇼부를 봤지 않습니까?"

"휴... 그래서 고민이다.."

김원식의 이마의 사이에 생긴 골이 깊어졌다.

이번 안전 감사 사건으로 도현의 입지가 더욱 높아졌다. 높은 비율의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언제 떠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차라리 풀어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은 전현우가, 계란 말이를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입을 열었다.


"풀어 준다라?"

"질척거리지 말자는 뜻입니다."

"흠흠.. 누가 들으면 내가 이 부장 전 여자친구라도 되는 줄 오해 하겠구만."

"하하. 전 여친 만큼 질척거리긴 하셨죠."


김원식의 성격을 잘 아는 전현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 부장, 강하게 나가면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오는 스타일입니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는 않는?"

"네. 오히려 상대방이 예의 바르게 나오면 예의가 발라지는 스타일인 거 같습니다."

"하긴, 이 부장이 아쉬울 게 뭐가 있겠어? 이미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고. 앞으로 몇 년만 더 일하면 노후까지 탄탄대로인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원식의 그런 도현의 성격을 매우 높게 사고 있었다.

강강약약.

말이 쉽지, 원청 부장 급을 상대로 그렇게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부장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걸 염두하고, 계획을 세우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슬프네. 엔지니어 한 명에게 이렇게 휘둘린다는 게."

"종자가 다르지 않습니까, 이 부장은."

도현을 떠올리는 전현우의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이번 생에 그 놈한테 복수하는 건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류하성.

사사건건 부딪혔던 그 놈에 대한 복수를, 도현이 대신해 준 것이다.

안 그래도 깊었던 도현에 대한 신뢰가 더더욱 깊어진 전현우였다.




도현은 눈 앞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Z엔진 크랑크 플랜지 G/R 공정 CNC.]

[프로그램 종류 : 화낙]

[소프트웨어 레벨 : 6.]

[프로그램 성능 : 확인 불가능.]

[현재 에러 : 확인 불가능.(OFFLINE)]


무려 6레벨의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장비들도 어렵긴 했지만, 연삭 장비(그라인더)의 경우엔 유독 그 난이도가 높았다.

4레벨에 불과한 프로그래밍 스킬로는 건드는 것조차 불가능 했는데.


"엔지니어의 눈이 아니었으면..."


엔지니어의 눈.

2레벨에 얻은 그 사기적인 스킬이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


[60분 동안 열람 가능한 회로의 레벨이 +5 증가합니다.]


운수대통, 66.

2.75%의 확률로 66 주사위가 나오면, 한 시간 동안 프로그래밍(LV.4)의 레벨이 5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주었던 것이다.


"일단 적어 놓긴 했는데..."


'열람' 가능한 회로의 레벨이 올라 가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실력까지 함께 올려 주지는 않았다.


도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평소에는 엄두도 못 냈던 프로그램의 개선 사항을 적어 놓는 것 정도.


[1. G920 로케팅 매크로 내부 연산 시퀀스 최적화.]

[2. #12056(#1번 테이퍼 보정량) 결과 출력 데이터 형태 변환 이상.]

.

.

.

[(중요)17. #500번 대 로컬 변수 참조 오류.]


화낙.

일본 및 동남 아시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CNC 메이커다.

지멘스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저 편의적인 UI와 동아시아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장비 열변형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아... 매뉴얼도 다 일본어네.'


안 그래도 레벨이 높은 프로그램인데, 메이커까지 생소한 상황.

심지어 슬쩍 찾아본 [Fanuc31i 결합 매뉴얼]은 모조리 일본어로 되어 있었다. 일일이 구글 변역기를 돌려가며 해당 내용을 찾아 봤지만, 일의 능률이 너무 떨어졌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을 하고 있는 꼴.

[프로그래밍(LV.4)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그럼에도 이 짓거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 했다.

숙련도.

저 레벨 프로그램들을 분석 했을 때 뜨는[미미하게]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힘든 만큼 숙련도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한동안 개선 사항을 째려 보던 도현은, 이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 했다.

전현우.

화낙에 일가견이 있는 그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네, 이사 님. 죄송한데 잠시 통화 가능 하겠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Z엔진 플랜지 가공 프로그램에 25500번 블록에 말입니다."

"아아, 500번대가 아니라, 1000번대로 지정 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아,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도현은 곧바로 일본어 매뉴얼을 폈다.

[#500~ : LOCAL MACRO.]

[#1021~ : SYSTEM MACRO.]

정처 없이 헤메던 전과는 달리, 도현의 손놀림에는 거침이 없었는데.

전현우의 조언을 통해 원하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여기서 로컬 변수를 써서 참조가 안 됐던 거구나."

#500번대 변수는 해당 프로그램 안에서만 레퍼런스가 가능했다. 그런 변수를 타 프로그램에서 연산 값에 집어 넣으니 연산 에러가 났던 것이다.

#526=#507+#508 ; ZP AXIS FIRST Grinding position.

로컬 변수로 구성되어 있던 포지션 값을.

#1152=#1157+#1158 ; ZP AXIS FIRST Grinding position.

시스템 변수 값으로 수정했다. 마포스 측정기(플렌지의 직경을 측정하는 기구)의 데이터 저장 값을 #508번에서 #1158로 옮기는 과정까지 마치자.

[중요 개선 사항을 완료 했습니다!]

[프로그래밍(LV.4)의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한동안 본 적 없었던 [폭발적으로]라는 형용사가 보였다.

씨익-

입가에 떠오르는 만족스러운 미소.

"역시 한동안은 20세기에 더 있어야 겠어."

도현이 더 높은 연봉을 약속 받을 수 있음에도 20세기에 남아 있는 이유였다.

화낙은 전현우.

지멘스는 윤창호.

시퀀스는 송기오.

각 분야별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실력자가 20세기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한 실력자들이.

"쩔을 받는 느낌이네."

쩔.

한 단어로 표현하면 그랬다.

지금 레벨로는 범접도 할 수 없는 사냥터에서 고레벨 유저들에게 쩔을 받는 느낌.

전현우를 비롯한 고랩 유저들이 피를 다 깎아 놓으면, 도현은 막타만 치면 된다. 물론 경험치는 도현이 독식한다.

딸깍-

남들이 열심히 두 발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 때, 람보르기니를 타고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기분이었다.




이현서(만 4세).

연화 유치원의 꽃잎 반에 재직 중인 현서는 유치원 선생들 사이에서 '조용한 아이'로 통했다.

딱히 손이 많이 가지도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

어찌 보면 케어 하기 편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회성 결여.

사회성이 떨어져서 친구들과 못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저번 학부모 참관 수업 때도.."

꽃잎 반 담당 이화연 선생은 작년에 있었던 참관 수업을 떠올리며 입술을 앙 물었다.

부모는 아무도 오지 않고, 할아버지 혼자만 참관을 했던 것이다.

도현은 마침 그 날 타지역 출장이 있어서 못 갔던 거였지만, 이화연이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김 쌤. 혹시 현서네 집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글쎄요? 딱히 문제랄 건 없는데... 아, 현서네 어머니가 잠시 일이 있어서 해외에 나가 있다고 했어요."

"그래요? 혹시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미래 차 3차 밴드 다니실걸요?"

".....아."

3차 밴드.

그 단어가 이하연의 뇌리에 깊숙히 박혔다.

미래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울산에서, 미래 차 3차 밴드에 다닌다는 건, 형편이 좋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직업이 그 사람의 인격은 아니야."

다행히 이하연은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만, 아버지의 경제력과 직업이 딸 아이의 정서 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해외에 나가 있는 아내. 아내 대신 육아를 맡고 있는 할아버지(할머니도 아니고). 미래 차 3차 밴드에 다닌 다는 것. 모든 정보가 어우러지며 얼개를 짜올렸다.

".... 아무래도 따로 연락을 드려야 할 거 같네."

[우리 아이가 달라 졌어요.] [금쪽 같은 내 새끼]등등.

육아 프로그램으로 단련된 이화연의 직감이 적색등을 켰다.


이하연은 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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