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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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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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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릴레이 보드 제작(2)

DUMMY

해가 떨어지고 난 뒤에도 20세기 테크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드르륵-!

춘식은 채 가시지 않은 더위에 눈살을 찌푸리며 전선을 어루 만졌다.

"야, 도현아. 이거 성공 하면 진짜 200 주는 거 맞지?"

그는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도현의 제안에 야근을 자처한 상태였다.

"당연하죠."

기한 안에 물량을 맞추기만 하면요-

도현은 뒷말을 굳이 입 밖으로 뱉지는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작업에 몰입한 지금, 굳이 산통을 깰 필요는 없었으니까.

"A 파트 작업 물량 끝났습니다!"

시퀀스 팀 직원 하나가 고함 치듯 말했다.

얼마나 집중 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구슬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는데.

"고생 하셨습니다. 빨리 끝내셨네요?"

"A 파트야 뭐, 간단한 작업이니까요."

"그럼 B파트에 붙어 주세요. 검수는 제가 맡겠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시퀀스 팀 김민혁이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현 역시 고개를 숙여 고생했다는, 또 조금만 더 고생해 달라는 의사를 표했다.

'충분히 가능 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보며 생각 했다.

할 수 있다.

목표는 하루 10대 제작이었지만, 지금은 그 물량을 초과한 11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D파트 지원 필요 합니다!"

"제가 지원 가겠습니다."

공태인 과장의 외침에 도현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D 파트는 [릴레이 보드 제작]의 최종 조립 단계. 성능 오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만큼 숙련된 작업자가 필요 했다.

'이것만 쳐 내면 오늘 작업량은 끝인가.'

A부터 D까지.

도현은 릴레이 보드 제작을 총 4단계로 세분화 했다.


A파트는 전선 끝에 Y자 압착 커넥터를 체결하고, 어드레스 태그를 붙이는 작업.

B파트는 릴레이 보드에 릴레이와 CP를 체결하는 작업.

C파트는 15CM 전선 체결.

D파트는 35CM 전선 및 2미터 50CM 전선 체결.


분업을 진행하자, 복잡한 숙련도를 요구하는 작업이 단순 반복 노동으로 탈바꿈 했다.

'분업을 하고 나서 생산량이 2-3 배로 늘었어.'

괜히 분업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는 소리가 나온 게 아닌 것이다.


"퇴근까지 한 시간 남았다."

"후우... 절대 안 될 것 같았는데..."

"이 과장이 복덩이야."


불신에서 확신으로.

시퀀스 팀원들은 200만원이 눈 앞에 아른거리자, 작업에 속도를 냈다.


"김 대리, 너 이번에 인센 타면 뭐 할꺼야?"

"조만간 딸내미 입학 식이라서요."

"딸 내미 옷이라도 사주게?"

"아뇨. 모아 놓은 돈에 보태서 차 좀 바꾸려고요. 우리 애 기 죽으면 안되잖아요."

"푸핫! 죽어도 니 기가 죽지, 웬 딸내미 타령?"


사람들은 200만원으로 뭘 할지에 대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말인 즉 작업에 여유가 있다는 뜻.

'좋은 현상이야.'

만용이 아닌, 어디까지나 여유에 그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었다.

작업자의 적당한 여유는 불량률 감소에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엔지니어의 눈(LV.2)의 숙련도가 증가 합니다.]

[시퀀스(LV.2)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품질 확인(LV.2)의 숙련도가 증가 합니다.]


한편, 도현 역시 계속해서 들려 오는 알림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일 올리기 어려운 스킬들인데..'


주력인 프로그래밍과 다르게.

나머지 세 스킬은 숙련도를 올리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엔지니어의 눈은 그렇다 쳐도, 시퀀스와 품질 확인은 주력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


'이 기세면 조만간 새로운 스킬을 얻을지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엔지니어의 주사위에 이은 새로운 신 스킬은 뭘까. 그건 또 어떻게 인생을 바꿔 줄까. 인센티브를 받으면 그걸로 뭐하지. 현서 옷을 바꿔줄까. 아니야 조금 더 아껴서 이사를 가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렇게 혼자 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공태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 과장! 작업 끝났어!"

"일찍 끝났네요."

"다 이 과장 덕분이지. 완성품들은 저 쪽에 모아 놨어."


모든 게 잘 풀리는 것 같아 보였지만, 아직 최종 관문이 남아 있었다.


'... 결국 품질이 중요하니까.'


원청에서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

여기서 말하는 퀄리티란 성능 뿐만이 아니었다.

전선의 각도.

피복 노출 부위의 일정함.

릴레이 보드의 수평도까지.

국제 전기 표준 회의(IEC)에서 정의하는 규정부터 눈에 보이는 외관까지 합격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초품이니까 더 신경 써야 해.'

초품.

쉽게 말하면 처음 납품하는 제품을 뜻했는데.

마감 퀄리티가 더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었다.

검사관들이 더욱 깐깐하게 검사할 게 분명 했으니까.

추가 납품 제안을 받으려면 단순히 잘하는 걸 넘어, 완벽 해야 한다.

다행히, 도현에겐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완성된 릴레이 보드]

- LV : 2

- 완성률 : 100%.

- 품질 : 84%.

- 품질 개선 항목 : 3.

- 품질 이상 : 0

바로 품질 확인 스킬!

'84%면 나쁘지 않네.'

꽤 괜찮은 수치였다. 첫 날에 만든 릴레이 보드의 완성률이 60%대 였다는 걸 감안하면 양품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


하지만 도현의 기준에서는 뭔가 2%부족한 느낌이었는데.

때마침 기다리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개선 항목을 보시겠습니까?]

도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 13번 릴레이 전원 인가 접점 토크 미달.(쇼트 발생 확률 증가)]

[2. 전선 각도 이상.]

[3. 17번, 19번 릴레이 어드레스 코드 미부착.]

그러자 곧 품질 개선 사항들이 일목요연하게 나타 났는데.

옆에 있던 직원 하나가 물었다.

"그렇게 뚫어 져라 보면, 뭐가 보여?"

며칠 전에 다툼이 있었던 하원식 과장이었다.

도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안 보이죠. 그냥 작업 과정을 지켜 보면서 느꼈던 미비 사항들을 떠올리는 중입니다."

시스템이 대놓고 알려준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에이, 말도 안 돼."

하원식은 그것마저도 말이 안된다고 느끼는지 손을 저었다.

도현은 조용히 드라이버를 건네며 말했다.

"하원식 과장 님. 아까 보니까 전선 체결을 조금 급하게 하시던데.."

"무슨 소리야? 완전 꼼꼼하게 했구만! 아주 그냥 토크도 확실하게 줘서 빠가 나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는데."

"13번 릴레이 전원 접점 확인해 보세요."

"하 참.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원식은 투덜거리면서도 드라이버를 받아 들었다.

며칠 전 사건 이후로 도현을 조금 겁내고 있는 그였다.

드르륵-

그렇게 13번 릴레이의 접점을 하나 씩 돌려 보던 하원식은.

"아, 아니 이게 왜 풀려 있지."

곧 당황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정확히 도현이 말한 부분의 접점 나사가 덜 조여져 있었던 것이다.




미래 차 T엔진.

명광호 부장은 언제나처럼 사업 부장과의 면담을 가졌고, 언제나처럼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나서야 사업 부장 실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


"미친 새끼.. 여기서 부서 지출을 어떻게 더 줄이라는 거야."


매일 색다르고 창의적인 갈굼을 선사하는 사업 부장이었지만, 그 골자는 크게 두 가지였다.


생산량 좀 잘 뽑아라-

돈 좀 그만 써라-


두 문제 모두 다, 뚜렷한 대책이 없는 문제들이었다.


예방 보전(장비가 잘 돌아 가도록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 비용을 빵빵하게 넣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업자들을 마음대로 쥐어 짜낼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입 사원이 부장 보다 높은 회사라니. 꼬라지 자~알 돌아 간다."

명광호는 오늘 오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혀를 끌끌 찼다.

- 반 바지 입고 출근 하면 안됩니다.

신입 사원.

그것도 출근 시간에 딱 맞춰서 출근한 직원에게 복장에 대해 딱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돌아온 반응이 꽤나 터무니 없었다.

- 저희 대의원이 입어도 된다고 했는데요?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들은 말이었다.

해당 신입사원이 근무 중인 부처의 반장에게 이야기를 해서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열불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저런 놈들을 데리고 어떻게 생산량을 뽑으라는 거야."

분한 마음에 손이 부들부들 거렸지만, 다르게 말하면 명 부장이 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아주 왕족 납셨지."

밖에선 귀족 노조니 뭐니 하며 욕을 했지만, 명 부장은 노조원들을 다르게 칭했다.

성골 노조.

왕의 적통은 못 되도, 방계 정도는 되는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하 차장."

"네 부장 님."

"G3, G4(과장 차장)급 인사들 지금 당장 집합 시켜."

"네 알겠습니다."

책임 매니저 급만 집합 시킨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G1,G2(사원, 대리) 급은 사무직이어도 노동 조합원이었기 때문!

'괜히 건들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그렇게 성사된 긴급 회의.

"생산량은 어때?"

"T 크랑크, 금일 438대 생산 완료 했습니다."

"T 블록, 금일 368대 생산 완료 했습니다."

"T 완성 조립, 금일 108대 생산 완료 했습니다."


크랑크, 블록, 헤드, 조립.

엔진을 구성 하는 각 부의 생산을 담당하는 과장들이 보고했다.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

'요즘은 꽤 쓸만 하네.'

목표 생산량은 모두 채웠다. 혹시 모를 라인 정지를 대비한 여유 재고 역시 충분 했고.

명광호는 속으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지만, 겉으론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한 채로 물었다.

"총무."

"넵! 부장 님!"

"금번 달 특이 사항 있나?"

"그게....."

부서의 예산을 담당하는 총무 과장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사후 보전으로 돈이 좀 많이 나갔습니다."

"사후 보전? 얼마나 많이 나갔길레? "

"이번 주에만 800...."

순간 명광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솔 밸브, 릴레이, 센서 같은 간단한 조치만 하면 되는 사후 보전 치고는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왔던 것이다.

"각 공정의 솔 밸브 교체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솔 밸브.

그 단어 하나에 명광호 부장의 미간에 깊은 골이 생겼다.

"또 솔 밸브야?"

"네. 아무래도 여름이고, 또 부하를 많이 받는 액츄에이터다 보니까.."

"..... 잠시만. 그거 릴레이 보드 추가 작업 하기로 하지 않았나?"

명광호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릴레이 보드.

값비싼 솔 밸브 대신 릴레이를 먼저 나가게 만드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금주 목요일 오전에 작업 예정입니다."

"제길... 빨리 빨리 해주면 어디 덧나나? 거기 시공사가 어디야?"

"20세기 테크 입니다."

"..... 20세기?"

순간 명광호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거긴 얼마 전에...'

명광호의 뇌리에 스쳐가는 한 장면.

- 20세기 테크 이도현 대리 입니다.

20세기 테크는 T엔진에서 변칙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놈이 대리로 근무 중인 곳이었다.

"이거, 누구 선에서 업체 선정 한거야?"

총무 과장이 속삭이 듯 말했다.

"그게.. 사업 부장님 선에서 오더가 떨어진 걸로 압니다."

"허, 재밌네."

간만에 흥미가 돋았다.

20세기.

Y엔진 전속 수리 업체라서 타고 있는 라인이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사업 부장 쪽이었다니.

'생각보다 거물이잖아?'

명광호는 서둘러 회의를 마무리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일단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 한다."

"넵!"

"아, 그리고. 내일 오전 몇 시 작업이야?"

"릴레이 보드 작업 말씀 하시는 거라면, 5시 입니다."

새벽 5시.

작업 하기엔 지나치게 이른 시간이었지만, 6시 50분에 정상 시업을 하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 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알겠어. 해산해."

"옙!"

명광호는 혼자 남은 회의실에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어, 김 부장.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냈지. 근데 갑자기 웬일이야?"

기술지원본부에 근무 중인 동기, 김창식 부장이었다.

"부탁이 있어서 전화 했지."

"하긴, 니가 안부 물으려고 전화 했을리는 없지."

"에이, 왜 그래? 우리 사이에."

"그래서 왜 전화 했는데? 나 내일 저녁에 김포 올라 가 봐야 돼."

"다름이 아니고..."

명광호는 천천히 상황을 설명 했다.

김 부장은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내일 새벽에 업체에서 릴레이 보드 작업을 하는데, 결함을 잡아 달라고?"

"응. 너 정도 레벨이면 실수 하나 잡아 내는 건 일도 아니잖아. 어지간한 작업자는 탈탈 털면 먼지 하나 정돈 나올 거 아니냐고."

"그거야 그렇지만... 야, 설마 누구 약점 잡을 일 있냐?"

정곡을 찔린 명광호.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사실 대로 털어 놓았다. 빙빙 돌려서 부탁 했다가는 김 부장 성격에 거절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 사업 부장 라인에서 떨어진 작업 오더야."

"허. 너 미쳤어? 어딜 약점 잡을 사람이 없어서 사업 부장 약점을..."

"요즘 엔진 변속기 쪽 분위기 살벌하다. 환경 규제니 전기 차니 해서 부장급 모가지 간당간당한 거 너도 알잖아."


사업 부장 오더로 선정한 업체의 실수를 잡아 내는 것.

그건 일종의 보험이었다.

격변하는 사내 알력 다툼에서, 동아줄 하나를 만들어 놓으려는 심산인 것이다.


"하다 하다 이런 부탁은 처음 받아보네."

"부탁이다 친구야. 어차피 넌 기지부 쪽이라서 승진 걱정도 없잖아."

기술지원본부는 비교적 사내 정치에서 자유로운 집단이었다. 순수한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곳.

김 부장은 그곳에서 재야의 실력자로 인정 받는 인물이었다.

"나한테 피해 오는 일만 없게 해."

"고맙다! 아니, 사랑해 김 부장!"

전화를 끊은 명광호는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이게 웬 떡이야.'

사업부장 라인에서 떨어진 작업 오더다. 초품으로 테스트 하기로 한 100대 분량 작업은 막을 수 없겠지만, 추가 발주 정도는 충분히 관여할 수 있었다. 훗날 사업 부장과의 협상에서 꺼낼 카드가 하나 생기는 셈.

'그 놈 콧대도 좀 눌러 놓고.'

건방지게 원청의 변칙 작업을 잡아낸 놈의 콧대도 눌러 놓을 수도 있고.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음 날 아침.

기지부 김 부장은 명광호와의 약속을 지켰다.

새벽 5시에 T엔진에 방문한 것이다.

다만, 모든 약속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전속 계약, 진행 해."

김 부장이 모두가 지켜 보는 앞에서 말했다.

".....응? 뭐라고?"

"재료 선정부터 활선 노출 길이, 회로 구성까지. 흠 잡을 거 하나도 없어. 만점 짜리 작업이야."

"기, 김 부장. 갑자기 왜 그래? 이건 약속하고 다르잖아."


명광호가 당황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일그러진 표정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보였는데.


"너야 말로 약속하고 다르잖아."

김 부장은 되려 화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무슨 소리야. 약속하고 다르다니."

"너가 분명 '어지간한 작업자'라고 했잖아. 이게 어딜 봐서 어지간한 작업자가 만든 릴레이 보드야?"

김 부장이 손을 뻗어서 릴레이 보드를 가르켰다.

"이거 납품 단가가 얼마야?"

"200만원.."

"친구야. 그냥 닥치고 전속 계약해."

"... 뭐, 뭐라고?"

"200에 이 정도 퀄리티 납품 받는 거면 너한테도 절대 손해가 아니라고. 이 멍청한 친구야."

김 부장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이런 걸 한 달 만에 백개나 만들었다고? 허, 진짜 묘기도 이런 묘기가 따로 없다."

"....."

"20세기 테크라... 앞으로 자주 마주칠 지도 모르겠네."

그건 20세기 테크에 새로운 활로가 열렸음을 의미하는 한 마디였다.




김원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저, 정말이야? T엔진이랑 전속 계약을 맺었다고?"

"네. 기지부 부장까지 보는 앞에서 확답 했습니다."

"허.. 허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한 안에 수량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는데, 전속 계약까지 따내다니.

김원식이 온 몸을 부르르 떠는 사이, 전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깊은 고뇌에 빠졌다.

'도대체 뭐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 하기도 싫었다.

PLC, NC에 이어서 시퀀스까지.

믿을 수 업는 능력을 보여 준 도현 때문이었다.

'못하는 게 뭐야?'

전현우는 문득 오늘 아침 도현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릴레이 보드 설치 작업을 하기 위해 T엔진으로 떠나기 전 나눈 대화였다.

- 진짜로 할 수 있겠어?

그는 할 수 있냐고 물었고.

- 할 수 있습니다.

도현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 전속 계약, 진행 하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문득 윤창호와 나눈 대화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 이도현. 그 친구 괴물입니다. 사장님이 기를 쓰고 숨기려고 하고 있지만.. 언젠간 주머니를 뚫고 나올 겁니다.

낭중지추.

기지부 부장과 T엔진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도현의 작품이 공개 됐을 때. 전현우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뚫었다."

미래 차 간부들 사이에서 도현의 이름이 퍼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날카로운 송곳이 기어코 주머니를 뚫고 나온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작품 태그는 수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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