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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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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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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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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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1일차, 외부활동

DUMMY

철물점 외에도, 이곳저곳을 돌았다. 현 상황에 대해 머릿속으로 설계한 것이 많다.


'당장 식량도 3개월, 길게 봐야 5개월치다.'


내 빌라가 그리 넓진 않거든. 생존 물품들과 식량을 사모았어도, 둘 공간이 적다. 그래서 비축해 둔 건 불과 저 정도.


철물점을 필두로 한 잡다한 물자도 필요하지만, 결국 식량도 필요했으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편의점과 마트 등지였다.


"크르륵-"


물론 그곳엔 좀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겐 원거리 무기가 있단 말이지.


'유효 사거리는 20~30m 이내로 생각하고...'


방해요소가 없고, 몸을 숨기기 적당한 위치에서 저격한다.


팡!


퍼억-


"명중."


"크라락-!"


근데 좀비는 죽지 않았다. 보아하니 쇠구슬이 머리에 박히긴 했는데, 뇌까지 데미지를 주기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


"쩝. 별수 없지."


이건 계산범위에 들어있다. 애초에 이 녀석은 무기의 실험 대상에 가까웠으니. 나는 곧장 다음 탄환을 꺼내 장전했다. 형태는 손가락보다 굵은 통짜 금속다트다.


탄환생성 스킬은 1레벨 시점에선 화약을 쓰는 탄두까진 무리지만, 쇠구슬이나 금속다트까진 가능했다.


타다닷!


화가 난 듯 달려오는 좀비의 머리를 겨누고, 다시 사격.


퍽-!


"크륵...!"


털썩.


잠시 비틀대다 쓰러지는 녀석.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5코인을 획득합니다.]


아슬아슬하게 합격인 위력이었다.


'위력보정 덕이군. 이거면 여유롭겠어.'


이후로는 안전하게 하나씩 처리. 또 필요한 걸 털고 나오길 반복.


합쳐서 열 마리쯤 잡았을까?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어느덧 3레벨에 달했다.


"크게 변한 건 없군."


스탯이나 스킬레벨도 여전했다. 아무래도 큰 변화를 느끼려면 레벨을 더 높여야겠지.


"슬슬 가볼까."


마트와 편의점 등을 털고, 마지막으로 생활용품점 '다있어'까지. 가방을 꽉 채웠다.


"그어어어어으으으..."


저 멀리선, 몇 시간 전부터 이어진 참사로 생겨난 좀비들이 점점 온 동네로 흩어지는 중이었다.


더 이상 느긋하게 물자 조달을 할 순 없는 노릇.


욕심부리는 일 없이, 재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터벅, 터벅.


빠른 걸음으로 집 앞에 도착했을 때쯤.


"...음?"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크러어억! 크륵!"


우선 뚱뚱한 체형과 문신. 아까 전 죽였던 3인방이 좀비로 변해있었고...


"크리란! 크라악!"


그중 한 녀석이, 눈에 띄게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뭐야.'


키가 족히 3m까지 자라났고, 뚱뚱하던 살집은 더 커졌다. 몸에 그려놓은 용이 웬 코모도 왕도마뱀이 될 정도.


이건 예상 밖이다.


하필 집 근처에서만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어서, 어찌 무시할 수도 없고.


---

[변이좀비-팻맨(LV.5)] [불사형]

[생전 각성자였던 자가 죽고, 좀비가 되며 변이를 일으켰다. 그로 인해 생전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가진다.]

---


젠장.


상태창을 각성한 이가 죽게되면, 더 강한 좀비로 살아나는 듯했다.


'거, 너무 빡세구만. 일반적인 좀비만 해도 모이면 성가신데...'


잠시 길을 돌아가 상황을 살폈다.


"그어억...그억..."


터벅. 터벅.


봉천역에서 생겨난 좀비웨이브는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있었고, 도보로 불과 20분거리인 내 거주지에도 점점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길어봤자 5분.'


그 이상 지체된다면, 온 동네로 퍼지고 있는 좀비들에게 둘러싸일 것이다.


지익-


계산을 마치자마자 가방을 열었다.


음식점 근처에서 주운 공병을 꺼내, 조달해온 휘발유와 식용유, 비누를 으깨넣었다.


몸체엔 성냥을 테이프로 붙이고, 입구에 티슈를 꽂고 밀봉하며 마무리.


'2분쯤 걸렸군.'


재료를 꺼내는데 1분, 만드는데 1분이다.


[아이템 '화염병'을 제작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템화되었고.


[화염병(F)]

[간단하지만 확실한 위력을 지닌 화염병.]

[범위+, 지속력+]


남은 건, 3분 안에 놈들을 처리하는 것.


화륵!


성냥에 불을 붙이고 모습을 드러낸다.


"크럭? 크러러럭!"


날 보자마자 흥분해 달려드는 3인방.


쨍그랑!-화르르륵-!


화염병은 곧장 가운데의 '팻맨'에게 투척한다.


"크러어어어어억!?"


"잘 타는군."


몸에 지방이 많아서 그런가? 화염병에서 터져나온 불은 3m에 가까운 놈의 거체를 점점 집어삼켰다.


화르륵-타닥. 탁.


살이 타는 냄새. 마치 전장에 돌아온 느낌이다.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을, 고개를 흔들어 떨쳐낸다.


"크라라락-!크락-!"


녀석은 화염에 의해 근육이 수축해, 땅을 뒹굴고 있었다.


'단순 공격용도 말고도, 움직임을 제한하는 데에도 좋겠어...'


앞으로도 이런 강력한 개체를 만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말이다.


"그롹! 그롹!"


"카아악!"


타다다다닥!


나머지 두 녀석도 내게 달려들지만...


푸슉-퍽!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5코인을 획득합니다.]


한놈은 슬링샷 라이플로 처리.


'다 좋은데, 한 발 한 발 장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다.'


남은 한 놈은 직접 처리할 수밖에 없다.


"어려울 건 없지."


퍼억-!


"카악!?"


체중을 실은 밀어차기로 넘어트린다.


그리고...


푸각!


손도끼로 머리를 쪼갰다.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5코인을 획득합니다.]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됐다.


"크럭-크러억!!"


뚱뚱한 녀석은 여전히 불길에 휩싸인 채 땅에서 구르고 있었고, 놔두면 죽을 듯싶었으니 돌아갔다.


철컥.


현관문을 잠근 직후.


['팻맨'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50코인을 획득합니다.]


녀석을 처치했다는 메세지들이 표기됐다. 그게 끝이 아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역시 보통 놈은 아니었는지, 단박에 레벨도 증가헀고.


[구역 내 최초로 변이좀비를 사냥했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500코인을 획득합니다.]


이어서 업적 달성까지.


"후우..."


턱.


창 밖으로 노을이 지는 것을 보며 의자에 앉았다.


"많이도 몰려왔군."


귀환 직후, 은천동에서도 구석에 속하는 내 거주지 근처엔 좀비떼가 몰려왔다.


'거진 신림에 붙어있으니, 봉천동에서도 끝자락인데...'


아마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일테지.


딱-


보드마카의 뚜껑을 따고, 거실의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지익- 지익-


오늘 하루 동안 알게 된 것을 메모한다.


[상태창의 존재, 비현실적인 상황.]


[통신이 끊겼다. 군경은 커녕, 국가기관의 통제 조차도 없다.]


[서울 21-A지역의 0차 침공자는 '리치-데스몬드'...?]

└[이 '리치'라는 존재에서 비롯된 것인지, 좀비들이 득시글 댄다.]

└[이들은 머리에 대한 공격에 약하고, 다른 부위에 외상엔 둔감하다. 또, 소리와 시각에도 반응함.]


[사람이 많이 죽었다.]


[옆집의 위험분자는 제거했지만, 앞으로 마주치게 될 미지의 위협을 더 조심해야겠지.]


탁-


그 외 다른 중요한 것들을 정리했을 때쯤, 보드마카를 내려놨다.


"...일단 이 정도로 해둘까."


창밖을 보니, 어두워진 하늘이 보였다. 어느덧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Tip: 해가 지면, 흑마법의 영향이 강해집니다. 이에 따라 모든 언데드가 강화됩니다.]


[리치-데스몬드 휘하의 시체기사 9기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세상에 도래한 멸망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이게 다가 아니었나..."


시체기사라니, 좀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


[해가 진 시간에는 외출을 삼가하십시오. 시체기사는 산 자의 기척을 쫓습니다.]


그런가.


당장 시체기사에 대적할 확신이 없다면, 활동시간을 한정해야겠군.


그때 마침, 오토바이를 탄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젊어보이는군.'


끽해야 20초반일까. 같은 취미로 뭉친 또래들인 듯 했다.


라이더용 보호장비와 헬멧. 그리고 한손으로 운전하면서도 휘두를만한 작은 둔기까지.


저들의 가방은 각종 물자로 가득 차 있겠지.


좋은 구성이다.


부와아아아아앙-!


요란하게 튜닝한 엔진음이, 조용해진 도시에 울려퍼진다.


재빠른 속도와 능숙한 운전실력으로 좀비들을 따돌리는 그들.


허나, 그들의 목숨은 이미 경각에 달해있었다.


기사를 태운 유령마가 소리 없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으니까.


척 보기에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그들의 속도는 오토바이보다 빨랐다.


"끝이군."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멀리 도망가지도 못하고, 시체기사의 커다란 검에 참혹한 살육의 장이 펼쳐진다.


놈의 정보가 표기된 것도 그때쯤이었다.


---

[시체기사] [LV.20][불사형]

[리치에 의해 되살아난 기사입니다. 흑마법에 의해 강화되어 생전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

일련의 상황을 눈에 담고, 다시 화이트보드로 향했다.


지익-지익-


[살아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짐을 새겼다.


---


이후로는, 커튼 사이로 쌍안경을 내밀고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해가 진 시간에는 외출을 삼가하십시오. 시체기사들은 산 자의 기척을 쫓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혹여 집 안에 있어도 찾아올지 누가 아는가. 녀석들이 산 자의 기척을 어떻게 쫓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


[멸망에서 '1일'을 생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어느덧 시간은 열두 시.


[멸망 1일차 특별 랭킹 집계를 시작합니다.]


랭킹이라니?


[랭킹 측정 기준은 '기간내 코인 획득량' 입니다.]


그런가.


과연 내 랭킹은 몇 위일지. 일단 지역 내에서만 집계하는 것 같다.


내가 오늘 잡은 것만 치면 좀비가 8마리. 첫날에 이 정도면 과연 어느 정도일까?


대부분의 사람이야 패닉에 빠져 좀비를 죽일 생각은 못 했겠지만, 자동차로 들이받거나 다급해진 경찰 인력이 발포했을 수도 있는 법.


이런 변수들을 생각하자면 나보다 많은 좀비를 처리한 이가 있을 수도.


[서울 21-A 지역의 랭킹을 공개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1위-신중한]

[2위-박재홍]

[3위-이동영]

.

.

.

[축하합니다! 랭킹 1위에 따른 보상이 지급됩니다.]


내가 1등이었거든.


'점수 공개는 없나...'


2,3등과 얼마나 격차가 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잡은 좀비의 숫자로 계산하면, 2등과 3등도 첫날부터 열 마리는 죽였다는 것.


좀비들은 바로 전까지만 해도 같은 동네에 살아가던 인간들인데, 그렇게 막 죽여댄다니?


'사람 머리라고, 좀비들하고 다르게 취급한단 보장도 없지.'


역시 조심해야한다.


[지급목록: 코인x1,000]


1등상은 코인인 모양.


[1일차 서울 21-A지역의 생존율은 42.5%입니다.]


...이 지역을 나누는 기준은 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지역의 사람이 절반이 넘게 죽었다.


일단 큰 분류가 서울이니, 동 단위를 최소로 잡는다 해도...하루 만에 최소 10만명 이상 죽은 것이다.


'참혹하군.'


이건 전시상황보다 더한 사망률이다.


그저 숫자통계로 차갑게 알려줄 뿐이지만, 얼마나 참혹하고 무력하게 죽어 나갔을지. 전장에 있었던 나는 체감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래서 코인이란거, 어디에 쓰는 건데."


업적 보상에, 랭킹 보상까지 합치면 벌써 2,000개가 넘는다. 분명 사용처가 있을 텐데.


머리속이 복잡하게 빙빙 돌아가던 그때.


"영차...!영차...!"


난데없이 집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날카로워지는 감각.


'집안에 나 말고는 없는데, 침입자인가?'


손도끼는 이미 손에 들려있다. 실내에서도 대비를 풀지 않고 있으니까.


"으그긋!"


다시 한번 들려오는 목소리에 위치를 특정한다. 이건 거실의 벽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괴물 고양이인가?'


빛나는 구멍이 뚫린 벽에선 웬 뚱뚱한 체형의 고양이가 버둥대며 집안에 침입하고 있었다.


휘익!


곧장 달려들며 손도끼를 휘두른다. 그와 거의 동시에 완전히 빠져나온 고양이.


"냐항!?"


녀석이 파닥거리며 아슬하게 회피한다. 기세를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내려치려는 찰나.


"오,오해입니다요!"


녀석의 입에서 인간의 언어가 나왔다.


이 녀석,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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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8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1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2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2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3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2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6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2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9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1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7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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