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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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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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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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멸망 5일차, 결산.

DUMMY

"헛!"


관악구청장 천경준은 눈을 떴다.


'까, 깡패 자식들...'


그는 봉천귀신파에 대한 공포심에 몸을 떨었다.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할지. 자신의 지위가 쓸모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 으응?"


근데 뭔가 이상했다. 자신을 잡아간다더니, 몸이 자유로웠기 때문.


"저,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시작은 어떤 여자의 목소리였다.


"저 아직 젊어요! 뭐든지 할 테니까..."


"아니! 날 집으로 데려가 주시오! 명품과 현물을 주겠소!"


"나, 난 기술자였습니다. 도움이 될 거예요."


자기 말을 따르던 사람들이, 누군가를 향해 읍소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일으켜, 소란을 구경하러 갔다.


"허, 헉...!"


천경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문전박대했던 사내였으니.


"이게 무슨 일이야? 그 깡패놈들은..."


"저 사람이 다 죽였어요. 위층의 괴물도요."


교복을 입은 한 소년이 천경준의 앞에 나서서 설명했다.


"저 사람. 엄청나게 강한가 봐요."


그의 누나, 박혜주와 함께.


자초지종을 들은 천경준은 다시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상황은 끝났고, 저 남자는 사람들을 이끌 생각이 없어보였다.


'다시...다시 사람들의 위에 설 수 있어!'


그런 얄팍한 생각이었다.


"여러분! 나 관악구청장 천경준이 깨어났으니, 이제 걱정마시오! 다시 저를 도와 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툭!


"어이쿠!"


일장연설을 준비하며 사람들을 향해가던 천경준은, 인파에 밀려 엉덩방아를 찧고야 말았다.


모두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 그렇지! 자네들은 어떤가? 저 자에게 가지 않고 남았다는 건..."


박혜주와 박진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해보지만.


"아뇨. 저런 식으로는 안 받아줄 거예요, 저 사람. 제가 직접 강해질 겁니다. 그렇게 누나도 지키고... 멋지게 되려구요."


소년은 이미 제 길을 정한 상태였고.


"그, 구청장님. 저희...남은 식량도 하루치잖아요? 더 구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할 텐데...솔직히 여기 사람들론 오래 못 갈 것 같아서요."


그의 누나는 현실을 직시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허어..."


망연자실한 천경준.


"어, 어! 가지마세요!"


"씨발! 멋대로 구했으면 책임을 지란 말아!"


"거기서!"


그때, 신중한은 사람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6층부터 1층까지.


층계를 내려갈 때마다, 그를 쫓아가려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었다. 괴물이 득시글한 바깥에 점점 가까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선 미지의 영역이나 마찬가지. 당연한 수순이었다.


"... 후. 이래서 많은 사람과 엮이는 건 귀찮단 말이지."


그렇게 1층, 자신이 뚫은 개구멍 근처에 도달했을 때.


"저...저기요!"


"형님!!"


두 남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데려갑니다."


중한은 여전히 단호했으나.


"아뇨! 그게 아니라...감사 인사를 하려구요. 저도, 제 동생도 구해주셨으니까요. 지금 당장 제가 보답할 게 없으니... 마음이라도 표현해야죠."


자식과 다름없는 동생을 구해줬음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현하는 누이를 보곤.


꾸벅.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저, 저...형님!"


"...?"


"지금은 저, 좆밥이지만...금방 세질 테니까요! 그때 되면 혹시 동료로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요!?"


다음은 그녀의 동생이었다.


'...빠루를 던져줬던 녀석이군.'


나름 기개가 있다 생각했던 참이었다.


중한은 수락할 생각은 없었으나, 아예 거절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니.


머리를 부숴야 죽는다."


"상태창을 얻은 녀석이 죽으면, 변이좀비라는 괴물이 된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확인사살을 해."


"길은 항상 골목으로, 후방의 안전을 확보한 채로 다녀라."


"밤이 되면 시체기사가 돌아다닌다. 거처부터 확보해."


살아남아 강해지라는 의미의 조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감사합니다, 형님!"


얼마나 알아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은 허리를 접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중한도, 남매도 떠난 L백화점.


"저, 관악구청장 천경준만 믿으십시오...여러분!"


"..."


그곳엔 의욕도 의지도 없는 이들만이 남았고.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구청장님...!"


"그래요! 떠난 놈들도, 영 재수 없었습니다. 역시 구청장님이..."


그들은 그들의 허수아비 리더를, 더 이상 따르지 않음에도 입에 발린 말을 해댔다.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들의 겁쟁이 공동체가 얼마나 갈진 모르겠으나, 그 수명이 길지 않으리란 것은 명확했다.


그들은 스스로 돕지 않는 자들이었으니까.


---


차원상인 쟈코는 행성-616으로 상행을 나가기 전, 눈을 감고 마음을 다졌다.


'이번 계약자는...괴짜지만 오래갈 것 같습니다요.'


그가 투입된 지역, 서울 21-A 지역엔 사실 싹부터 다른 이들이 많았다.


보통은 신중한이나 용달필처럼 자신의 업에 따른 클래스를 부여받는게 보통.


이 경우 등급은 별의 갯수로 1~3성에 해당하게 된다.


반면, 운명의 선택을 받은 특수직업들이 있다. 이 경우는 4~6성.


'강제계약' 같은 불합리한 스킬을 구사하는, 행복빌라의 전 집주인이 그러했다.


봉천동의 인구는 20만명이 넘었고, 이러한 특수직업을 부여받은 이들은 몇 명이고 더 있었다.


쟈코의 동기들은 첫날, 중한을 이렇게 평가했다.


"전직 군인이었다니까, 첫날에도 잘 대처했겠지 냥. 근데 알잖냥? 결국 특수직업들 성능 못 따라가는거."


"음. 확실히 그렇다. 결국 행성 전체로 보면, 저 정도 활약은 개나소나 하는 것. 길게 보면 결국 범부로 전락할 뿐이다."


반면, 쟈코의 생각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그는 반쯤 도박하는 심정으로 중한과 '전속계약'을 했다.


"벌써 전속계약을 하다니? 미쳤다냥. 아쉬울게 뭐라고."


"그 인간이 죽을 때까지 못 바꿀 텐데?"


차원상인들은, '전속계약'에 있어선 한 명까지만 계약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Tip: 운이 좋게 차원상인을 만나면 코인을 이용해 물건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어슬렁거리다 만나는 인간과 거래를 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독을 들이던 이에게 '전속계약'을 시작하는게 대부분.


그런 점에서 쟈코는 반골기질이 있었다. 모두가 똑같이 가는 길은 괜스레 꺼려지는 것이다.


'코인을 얼마나 모아놨을지, 기대됩니다요.'


첫 날, 2,000코인이 넘게 가지고 있던 것을 떠올린다. 지금은 일주일 차. 기세가 죽지 않았다면 상당한 양을 모았을 터.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은 아직 0차 침공, 프롤로그이니까요."


쟈코는 거대한 화면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성좌님들."

.

.

.

[은둔해있던 성좌가 그와 접선하고 싶다며 성화를 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성좌가 그의 행보를 기록합니다.]

[다툼을 좋아하는 성좌가 그에게 예견된 운명을 보며 즐거워합니다.]

[고행을 사랑하는 성좌가 그를 시험하고 싶어합니다.]

[살육에 미친 성좌가 그의 전투법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

.

.

---


남매와 헤어진 뒤, 중한은 집에 돌아왔다.


"오, 오셨슴까 형님!"


설마설마하며 바깥을 살피던 용달필이 한달음에 나와 폴더인사를 했다.


'아 씨. 진짜 존나 질기네.'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멀쩡히 살아 돌아왔다. 용달필은 계속 잡혀 살 예정이었고.


"L백화점은 어떠셨는지...?"


"조폭깡패들이 있었다."


신중한은 대충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관악구청장이나 남매의 이야기보다, 달필의 관심을 끈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봉천귀신파.


용달필이 어중간한 양아치 흉내를 내겠다며, 고등학생 시절부터 일진 무리의 앞잡이 노릇을 할 때 들은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건너건너 들었을 뿐.


허접한 동네 양아치, 반달들은 눈도 못 마주칠 진짜 위험한 인간들이라는 것만 알았다.


'그...런 놈들을 다 죽였다고.'


그래. 차라리 포기하고 이 인간이 만들 흐름에 타는 거다.


한낱 범부에 불과한 자신이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앞서나갈 방법은 이뿐이었다.


"웬디고도 죽였다."


그 말을 하며 중한은 배낭에서 웬 사람 머리만한 알을 들어올려보였고.


"흐에? 뭡니까 이건. 타조알?"


"멍청하긴. 퀘스트 보상이다."


그것이 이번 돌발 퀘스트의 핵심, C랭크 이상의 랜덤 아이템이었다.


---

[수수께끼의 알(B)]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자라고 있는 알입니다. 부화 시, 처음 마주친 대상을 부모로 인식합니다.]

[부화까지 30일.]

---


당장 전력이 될 아이템이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무려 B랭크. 여태 본 아이템 등급 중엔 가장 높았다.


"오...좋은 거 얻었네요. 축하드림다."


그렇게 중한은 짧은 정보공유가 끝나자, 제 방으로 들어갔고.


'어라...근데 이거.'


용달필은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 정체는.


'평소보다 말이 많네, 저 인간.'


별것 아니지만, 쌓이다 보면 큰 변화가 될 요소였다.


---


"탄환생성, 45ACP."


[축하합니다! 반복적인 숙련에 따라 스킬레벨이 증가합니다.]


[탄환생성(LV.2)->탄환생성(LV.3)]


생성, 파이프 폭탄."


[축하합니다! 반복적인 숙련에 따라 스킬레벨이 증가합니다.]


[폭탄생성(LV.1)->폭탄생성(LV.2)]


퀘스트를 마친 다음날, 멸망 6일차.


휴식을 취하며 체내의 마력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그 결과 스킬 레벨을 하나 올릴 수 있었단 말이지.


슬슬 정산할 때다.


"상태창."


---

[이름 : 신중한]

[레벨] : 11

[클래스] : 특수부대원(★★★)

[특성] : 신중

[칭호] : 정의집행

[능력치]

-근력 : D+++

-마력 : E+++

-정신 : B

-체력 : D+++

-민첩 : D+++

[스킬] : 탄환생성(LV.3),폭발물생성(LV.2),사격강화(LV.1),기도비닉(LV.1)

[코인보유량] : 5,765

---


...예상은 했지만.


"많이 올랐군."


특히 코인보유량.


이 정도면 괜찮은 무장을 구할 수 있겠다 싶었고.


새로 얻은 스킬과 칭호도 있으니,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우선 스킬부터.


[기도비닉(LV.1)]

[몸을 숨기는 모든 행위에 추가보정이 가해집니다. 타 생명체가 당신을 인식하기 어려워집니다.]


무조건 있어서 나쁠 것 없는 스킬이었다.


"그럼 칭호는?"


[칭호-정의집행]

[당신은 눈앞의 악을 단죄하고, 억울한 이들을 구해냈습니다. 악행을 쌓은 이들과 전투할 때 모든 스탯에 + 보정이 가해집니다.]

[스스로의 악행이 일정 수치 이상 쌓이면 제거됩니다.]


음.


뭐랄까. 이건 애매하다.


물론 스탯 보정이야 좋다만. 악행이란게 기준이 애매하니까.


당장 내가 편의점을 터는 것으로 굶는 이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이런 가정도 있다.


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밖으로 나온 애아빠가 날 털어먹으려다 역으로 당해 죽는 상황.


어느 쪽이 나쁜 걸까?


이쪽은 일단 잊어두자.


난 정의로운 인간은 아니니까.


"... 이게 끝이 아니지."


탄환생성과 폭발물 생성. 내가 다른 이들보다 앞서나가게 해주는 고마운 두 스킬들.


이 두 녀석의 레벨이 오르며 바뀐 것도 있다.


바로 두 스킬을 동시에 운용해서, '유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건 여태까지와는 다른 화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였다.


"이번에 조달할 무기는 유탄발사기로 해야겠어."


직-지익-


나는 여태까지 분석한 것을 화이트보드에 정리했다.


"그럼 쟈코가 오기까지...앞으로 꽤 남았는데. 뭘 한다."


오늘 밤 12시가 되면 7일차. 차원상인의 방문주기가 돌아온다.


그 때였다.


웅-우웅-


[웬디고의 생명핵이 망혼의 영핵과 공명합니다.]


아직 용도를 알아내지 못한 두 아이템.


나는 그것들을 꺼냈다.


"무슨 일이지?"


['생명핵' 종류의 아이템과 '영핵' 종류의 아이템을 조합하여 '코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코어'는 고효율 에너지 동력원입니다. 주로 규모가 있는 병기나 기지에 사용합니다.]


이런 멸망 상황에 에너지 동력원이라니!


더 이상 옥상에 올라가 태양열 배터리를 펼쳐놓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조합하시겠습니까?]


일단 에너지원은 확보해 둬서 나쁠 것 없지.


"조합하겠다."


[웬디고의 생명핵과 망혼의 영핵 조합 중...]

.

.

.

[축하합니다! 당신은 소울 에너지 코어(C)를 획득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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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0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7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6 7 13쪽
»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1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2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1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2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5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1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7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5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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