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601
추천수 :
151
글자수 :
113,691

작성
24.08.03 12:00
조회
125
추천
8
글자
12쪽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DUMMY

"사, 사람들이네요 형님."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


용달필은 생존자 집단에 모종의 반가움을 느꼈지만, 중한은 아니었다.


'잠재적인 경쟁자일 뿐이지.'


숫자는 대략 열 명 언저리.


'일곱, 여덟...정확힌 11명이군.'


모두 성인 남성으로, 나름 잘 무장했다.


"여기 잘 숨어있어라. 내가 동태를 살피고 올 테니."


그리 말한 중한이 빠른 속도로 그들의 지척에 다가가 몸을 숨겼다.


'무, 무서워 죽겠는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달필은 혼자 남은게 무서웠지만, 적어도 손절당하지 않으려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슬아슬하게 벽 하나를 두고 숨은 중한은 생존자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저놈, 생긴 대로 느려터졌어. 걷는 것보다야 빠르지만... 달리기만 해도 따돌릴 수 있다니께. 그리고 주차장의 저 차는 내 것이제. 내가 차에 올라탈테니께, 한두 명만 저 살덩이의 시선을 끌어줘. 나머지는 저기 쇼핑카트에 식량들을 죄다 담아부러. 그리고 추레라 짐칸이 경사면이거든? 열어놓을텐게 카트째로 확 실어버리고 출발하면 댜."


"마트 안에 좀비가 있으면 어떡합니까?"


"저놈 생긴 걸 봐. 아마 주변 좀비는 제가 다 집어삼킨 것 같은데. 안에 좀비가 있어도 적지 않을까? 일단 여럿이 진입해서 안전확보를 한 뒤에 물자를 싣자고."


대충 그런 작전을 세운 모양.


'유능하군.'


차량은 5톤 트럭. 저 남자의 말대로 저 살덩이 괴물을 꾀어내고, 물자를 카트째로 싣는데 성공한다면 엄청난 쾌거다. 그 양은 내가 평소 비축해두던 3개월치 분량 이상일 터.


내가 먹고 싶은 정도다. 하지만 그건 날강도나 다름없는 짓.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은 남겨둬도 괜찮겠지. 나는 물자조달을 맡은 이들이 마트 안으로 우회하여 침입하는 것을 보며 용달필에게 돌아갔다.


"5톤 트럭. 몰 자신 있나?"


"예에. 제가 안 그래도 근방에서 아는 형님들 인맥 통해 용달일을 좀 했습죠."


"그래. 그럼 대기한다."


중한은 저들의 작전을 달필에게 공유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가 먹을 것이라고.


꿀꺽.


생명의 위기를 넘어,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온 그는 침을 삼켰다.


"이리 와라! 괴물 자식!"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들의 작전은 시작됐다.


교란조를 맡은 것은 두 명. 굳이 특별한 것을 할 필요도 없이, 괴물의 근처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만으로 이목을 끌 수 있었다.


"꾸르륵!@&#꾸르르륵!*#"


시체뭉텅이는 여기저기 삐져나온 팔다리들로 기어가듯 남자들을 쫓기 시작했다.


"힉...징그러."


"호들갑 떨지마라."


기겁하는 달필에게 쓴소리를 하는 중한.


털털털-!


그리고 키를 가진 남자가 트럭에 시동을 미리 걸었고, 짐칸을 개방해 경사면을 내렸다.


10분쯤 지났을까.


드르륵-! 드르르륵-!


요란스럽게 카트를 끌고나오는 남성들. 여기저기 피가 튀긴 걸 보니, 내부의 좀비를 처리한 모양이었다.


'...11명 전원 기본적인 전투력이 있다.'


거기다 빠르기까지. 5분간 마트에 남은 소수의 좀비를 해치우고, 남은 5분간 필요한 물자를 카트에 쓸어담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팀워크다.


봉천동의 인구는 약 20만명. 저만한 집단이 며칠 만에 형성되다니. 대한민국 성인남성의 대부분이 군필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대응능력이 좋다.


'성공하겠군.'


결국 남자들은 제각각 8대의 카트를 트럭에 싣는 데에 성공했다.


"아쉽군."


"이야...저 아재들, 대단하네요."


뭐, 다른 기회도 있다. 그저 한 번에 많은 수를 확보하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


일단 행동력있는 생존자 집단이 근방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만으로 수확이라면 수확이니까.


'그게 잠재적인 적대세력이건, 아니건 간에 말이지...'


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했나.


"김씨! 이거 한 번 더 갔다 와도 될 것 같은디?"


"너무 욕심부리는거 아녀?"


"이제 좀비도 다 치웠는데 뭘. 트럭 짐칸 자리도 많이 남는데 아깝게시리..."


"일단 유인하는 사람들 의견도 좀 물어보고..."


"우린 괜찮여! 한탕 할 때 확 땡겨야지 않겄어!?"


작전시간은 더 길어질듯 했다.


'흠.'


좋은 판단일진 모르겠다. 과연 10레벨씩이나 되는 저 괴물이, 아무런 능력도 가지지 않았을까? 고작해야 시체를 구형으로 뭉쳐놓은게 전부일까?


그렇게 다시 5분.


드르륵-! 드르르륵-!


다시 카트째로 물자를 싣고 나오는 그들.


'이거로, 작전 시작 30분째군.'


이변은 그때부터 일어났다.


"끼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엑-!"


['기괴한 살더미'가 '부름'을 시전합니다!]


뭉쳐진 시체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두두두두두-!


주변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혀, 형님. 이거 진짜 좆된거 같은데요. 튀, 튀면 안될까요? 튀면..."


확!


나는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당겨 인근 빌라로 끌어들였다.


멀리 도망칠 틈은 없었다. 곧장 우리의 후방에서도 발소리가 들렸으니까.


쩍-!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5코인을 획득합니다.]


빌라 계단에 있던 좀비를 해치우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흠..."


방금의 비명으로 모인 좀비의 숫자만 기백은 되어보였다.


남자들은 짐칸에 카트를 싣는데까진 성공했지만...


"씨발!!!"


저 괴물, 기괴한 살더미랬나. 녀석이 트럭의 앞을 막아서서 꽉 붙들고있어 출발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와아아악!!"


누덕누덕 이어진 시체들이 일직선으로 늘어나더니, 마치 촉수같은 모양새로 창문을 깼다. 결국 끌려나오는 운전자.


"도망가!! 차 버리고!!"


"젠장...! 이미 다 모여들었다고!"


그러는 동안 이미 남은 이들은 포위당한 상황.


"망했군."


그들의 운명은 결론이 났다.


으아아아아악-!


저항했으나, 결국 좀비의 머릿수에 밀려버리는 모습. 곧 그들은 시체들의 행렬에 함께하게 되었다.


'전원 각성자 같던데...또 변이좀비들이 생겨나겠군.'


그렇게 몇 분간 더 지켜본 결과.


"놈들이...물러나네요?"


좀비들은 다시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다. 방금 생겨난 변이좀비들도 마찬가지.


이런 가설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저 시체덩어리 녀석...'


이 놈이 큰 덩치로 미끼역할을 했다가, 적당한 상황에 근처의 좀비들을 불러모은다.


그런 전략인건가?


띠링!

---

[기괴한 살더미][LV.10][불사형]

[다른 좀비를 흡수해 덩치를 불리는 변이좀비 입니다. 특유의 덩치로 이목을 끌다가, 시간이 지나면 좀비들을 불러내 공격합니다.]

---


"그, 그렇네요."


"이동한다."


굳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망설임없는 판단과 속도다.


"어, 어디로요?"


"따라와라."


내 가방속엔, 아침마다 항상 충전시켜두는 태양광 배터리가 있다. 그리고 첫 날 무기를 만들었던 철물점은 바로 근처.


'내가 전에 챙긴건 소형 용접기다.'


그곳엔 아직 용접기가 남아있다.


후다닥-


"혀, 형님 좀만 천천히..."


"방금 전의 괴성으로, 좀비들은 이미 몰려갔다."


철물점까지 3분쯤 걸리는 위치였으나, 우리를 가로막는 녀석들은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난 곧장 철물점 안의 재료를 갖고 용접을 시작했다.


치지직-


"뭐하시는 겁니까, 형님?"


만들 것은 간단하다. 절단기와 그라인더로 대충 개머리판 형태를 만들고, 그위에 파이프를 붙인 것.


파이프의 뒤쪽 끝엔 공이 역할을 대신할 못을 박아놨다.


"...딱 맞는군."


마지막으로, 총몸체 안에 끼울 수 있는 크기의 파이프를 여러개 준비했다.


[아이템 '파이프 샷건'을 제작했습니다.]


[파이프 샷건(E)]

[개머리판과 파이프로 만든 샷건. 무척 단순하지만 충분히 탄을 쏠 수 있다.]

[위력++]


이거로 완성이다. 게다가 위력보정까지 있으니 완벽하다.


그리고...


"탄환생성, 12게이지."


파앗-


산탄총 탄환을 만든다.


"혀, 형님? 이거로 그...총알을 쏠 수 있는 겁니까?"


"산탄총은 샷쉘이 들어갈 파이프와 공이만 있으면 쏠 수 있다. 어려울 것 없어."


눈깜짝할 새에 샷건을 만든 것을 본 용달필이 경악했다.


"도대체 형님은...뭐하던 분이십니까?"


이에 중한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다."


그저 회한이 담긴 눈으로.


"사람 죽이는 일이 대수는 아니니까."


그리 말할 뿐.


"헙."


달필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좋은건지...나쁜건지.'


이런 세상 속에서, 악랄하긴 해도 강한 인간의 밑에 있게된 것이.


다른 건 몰라도, 비위는 잘 맞추기로 했다. 팽당하면 죽을테니까. 이미 노예 계약을 해버린 이상 운명 공동체인 것이다.


"가자."


산탄총을 얻은 중한은 망설임 없이 발길을 옮겼다.


"히익...더 커졌는데요."


"보면 안다."


나는 '신중함' 특성 덕에 관찰을 통해 몬스터나 인간의 정보를 상태창화 할 수 있다.


'녀석의 레벨이 증가했다.'


현재 놈의 레벨은 12.


아직 놈이 눈치채지 못하는 거리에서 살펴보니, 몸체를 이루는 시체더미 속에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방금 전 녀석에게 도전했던 남자들이었다.


'인간을 해쳐서 레벨업을 할 수도 있는 건가.'


그나마 놈에게 흡수당해 변이좀비가 늘어나지 않는게 다행이다.


"작전은 잘 기억하겠지."


"예...그렇고 말구요."


사실 복잡한 건 없었다. 신중한이 괴물과 싸고, 달필이 미리 시동을 걸어둔다.


녀석이 또 비명을 질러 좀비를 부른다면 실패. 곧장 차량에 탑승해 도망간다.


"놈이 아까처럼 트럭을 붙잡으면..."


"그럴 틈은 없을거다."


그렇게 장담한 중한이 망설임 없이 엄폐물에서 나섰다.


'아, 진짜! 나도 모르겠다!'


달필도 지금은 그저 저 등을 믿고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후우..."


중한이 괴물 앞에 섰다.


놈은 시간을 끌다 군대를 부르는, 일종의 탱커.


그렇다면 방법은...


'순식간에 화력을 퍼부어 죽인다.'


방금 전, 선발대가 했던 싸움을 떠올린다. 녀석이 '부름'을 시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분.


물론 그렇게 정해져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허나 지금은, 그리 가정하고 싸운다.


여차하면 도망가면 되니까.


치익-


화염병에 불을 붙인다.


퍼엉-!


"끼기기기긱-!?"


전고 3m가 넘어가는 거체에 불이 붙는다. 그럼에도 꾸물꾸물 다가오는 녀석.


허나 굳이 거리를 벌리진 않는다.


어차피 내가 사용할 것은 샷건. 근거리에서도 능히 위력을 발휘하니까.


"후우."


철컥!


직후 중한은 재빨리 파이프 샷건을 들고, 미리 12게이지 탄을 끼워둔 파이프로 장전했다.


이걸 당겨서 공이에 강하게 부딪히면, 격발이다.


뻥-!


격렬한 반동을 능숙하게 잡아내며, 상대를 응시한다.


"키긱-!끼기긱#&(%"


철퍽-철푸덕-!


화염병에 타고, 샷건에 맞은 부분이 떨어져 나간다.


효과가 있다.


대충 시체를 기워 만든 비주얼처럼, 아마 제대로 결속되어 있지 않은 모양.


터덩-!


발사한 파이프는 가감없이 버린다. 장전해서 허리춤에 묶어놨던 파이프를 뽑아 장전.


'최대 5번...'


그것이 '탄환생성'으로 만든 한계였다.


망설임 없이 전부 쏘아낸다.


펑-! 터덩-철컥! 퍼엉-!


발사한 파이프를 버리고, 거의 동시에 재장전. 그리고 다시 격발. 어찌나 빠른지 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펑-! 펑-!


그렇게 다섯발을 전부 쏘아낸 뒤.


"끼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엑-!"


시쳇더미가 울부짖었다.


['기괴한 살더미'가 '부름'을 시전합니다!]


제기랄, 역시 따로 시간이 정해져 있진 않았던 건가. 위협을 느끼니 곧장 스킬을 시전한다.


게다가, 샷건에 맞은 부분이 많이 쓸려나가 덩치가 작아지긴 했지만...동시에 겉에 붙은 불도 떨어져나갔다.


"끼엑-! 끼엑-!"


기괴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녀석.


부르르릉-!


이에 용달필이 곧장 차를 몰아 근처로 왔다.


"형님-!! 타십쇼! 후퇴를...!"


"아니, 아직이다."


좀비들이 몰려오기 전까지 시간이 있다.


스윽-


"어, 어!?"


용달필에게 파이프 샷건과 가방을 맡겨놓고, 손도끼와 나이프를 들었다.


"잘 들고있다가, 내가 달라는거 있음 바로 줘."


녀석의 몸집은 절반쯤으로 줄어든 상태.


솔직히 마지막으로 해볼만했다.


"끼에에에엑-!"


"..."


덕지덕지 붙은 시체들을 촉수처럼 내밀며 다가오는 녀석과, 죽음의 무도를 추기 위해.


타다닷-!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4.08.18 22 0 -
공지 매일 연재됩니다. 24.07.30 100 0 -
20 멸망 14일차, 00시. 세 번째 거래. 24.08.16 52 6 14쪽
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7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1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3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1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6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1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6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