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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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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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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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DUMMY

시체기사는 분노에 차 함성을 지르고, 주변을 향해 대검을 마구 휘둘러댔다.


하지만 그도 잠시. 내 위치를 특정하진 못했고.


결국 평소의 루트대로 순찰이나 도는 모습이다.


아아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


나 참. 여태껏 경고해주는데도, 이 시간대에 밖에 있는 인간이 있는 모습이다.


신중하지 못하다.


'...내가 놈을 죽이면.'


많은 코인과 경험치를 얻어 앞설 수 있겠지.


또, 오늘 얻은 '영핵' 처럼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테고.


용도는 알 수 없지만.


---

[망혼의 영핵(D)]

[본래 격이 낮은 영혼들이나, 많은 원한과 숫자가 압축되어 영핵이 되었습니다.]

---


정체불명의 검은색 덩어리. 이건 7일 차에 쟈코에게 물어볼 예정이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 자려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음..."


방금 들린 비명. 어땠더라.


다 큰 남자의 목소리였나? 아니면 노인? 여자나 어린애였나?


잘 모르겠다.


"이런."


...너무 무감각해졌나.


여긴 파병지가 아니라, 내가 나고 자란 나라인데도.


근데 별 수 있나.


이미 닳고 닳은걸.


그저 실감날 때마다 상기할 뿐이다.


너무 익숙해지지 말자고.


---


어김없이 찾아온 5일차 아침.


오늘은 여태까지와 조금 달랐다.


눈을 뜨자마자 시야를 가리고 있는 이 시스템 메세지 탓이다.


---

[돌발 퀘스트 발생]

[서울 21-A지역에 정예 몬스터가 출현했습니다. 당신을 가로막는 경쟁자들을 처치하거나, 협력하여 처치하십시오. 단, 보상은 정예 몬스터를 처치한 한 명만이 얻게 될 것입니다.]


[목표 : L백화점 7층의 '웬디고' 처치]

[보상 : C급 이상의 랜덤 아이템, 1,000코인]


[이 메세지는 서울 21-A지역의 모든 생존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위치는 L백화점입니다]

---


"흠."


정예 몬스터라. 과연 얼마나 강하려나. 미지수다. 전혀 모르는 상대에 덤비는 것은 내 신조에 맞지 않다.


허나 그렇다고 신경을 끄겠다는 것은 아니다.


'역시 눈독을 들이는 인간들이 있으려나?'


당장 어제 일만 해도 그렇다. 10명이 넘는 무리가 마트의 물자를 노리고 왔으니까. 고작 3일 만에 그런 행동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특히 1,000코인과 C급 이상의 아이템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당장 쟈코에게 구했던 M1911A1 권총도 D급 판정이다. 이게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니.


아마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이 무엇인지 아는 자라면, 참여할 터다.


바로 나 스스로가 강해지는 것.


봉천동의 인구만 20만명이 넘는다. 어제처럼 강단있는 사람들이 분명 또 있을테지.


나는 곧장 용달필을 찾아갔다.


"예, 그 메시지요? 저도 봤습죠. 근데 형님 제가 도움이 될런지..."


"장난하냐? 널 데리고 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맡길 역할이 있기 때문에 부른 것이었다.


나는 녀석에게 슬링샷 라이플을 들려주고, 밤새 만든 금속다트를 커다란 통에 꽉 채워담아 넘겼다.


참고로, 폭발물생성이나 탄환생성은 틈틈이 휴식할 때마다 사용하고 있다. 많이 쓰면 쓸수록 스킬 레벨이 올라간다. 게다가 레벨업 외에도 마력 스탯이 성장하는 것 같았고.


'아마 다른 것들도...전투나 육체 단련을 하다보면 올라갈지도.'


그래서 컨디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트레이닝을 하고있기도 했다.


"이거로 주변 청소나 해."


일단 녀석도 레벨을 올리는 편이 낫다. 운송수단, 기동력. 본인의 전투력이 폐급이라도 쓸 구석은 충분히 많으니까.


"허헉. 예 알겠습니다. 이, 이게 뭐지이...?"


얼을 타는 용달필에게 대충 조작법을 알려주고 집을 나섰다.


커다란 백팩 속에는 500ml 용량의 물과 블럭형태의 특전식량 조금. 그리고 파이프샷건의 몸체를. 양 옆의 물병주머니엔 파이프 폭탄을 꽂고, 떨어지지 않도록 잘 결속했다.


권총탄창은 가방이 아니라, 꺼내기 쉽게 허리띠에 파우치를 달았다.


참고로 화염병은 챙기지 않았다.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나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폭탄도 불가피하지 않은 이상은 자제할 셈이다.


고카페인을 함유한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출발.


'L백화점이라...'


신림역 방향이 아닌 당곡역 방향으로 30분쯤 걸리는 거리다. 물론 현 상황을 생각하자면 두 배 이상 걸릴 수도. 왕복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결국 시간 분배가 중요하단 것이다. 혹여라도 시간이 끌리다 시체기사의 출현시간이 된다면 말짱 꽝이니까.


쩍-!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5코인을 획득합니다.]


그러니까, 속도가 생명이다. 조금 속도를 내볼까. 레벨이 오르며 신체능력이 좀 더 좋아진 느낌이기도하고.


쩍-! 쩌억-!


달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좀비들을 처리하며 나아간다.


변이좀비와 마주쳤다면 성가실 수도 있었지만, 운좋게 그러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권총탄은 온존할 수 있었으니 만족스러운 결과다.


"...음?"


그렇게 도착한 L백화점은 셔터가 내려져있었다. 아마 내부에 갇혀있던 인원이 했거나, 나보다 먼저 진입한 인간의 짓이겠지.


이거 처음부터 난관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할까? 아니. 아니다.'


나는 백화점 건물을 크게 돌며 외부를 살폈다.


'좋아. 주변에 좀비는 없고.'


내가 멈춰선 곳은 통유리가 있는 곳. 괜히 이리저리 루트를 꼴 필요없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콱-! 콰악-!


깨버리고 들어가면 된다.


그렇게 한동안 손도끼로 유리를 두들겼고.


챙그렁-!


결국 깨트리고야 말았다.


"음."


그렇게 첫 발을 디디자.


띠링!


[퀘스트가 진행중인 지역입니다.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설명을 읽다 습격받으면 곤란하니까.


음. 없는 것 같은데.


그러던 중 시야에 화장실이 들어왔다. 좋아. 좀 더 신중을 기해볼까.


끼익-철컥.


내부의 안전을 확인한 뒤, 변기칸에 가서 앉았다.


"듣겠다."


그러자, 다음 시스템 메세지가 출력됐다.


[돌발 퀘스트-정예 몬스터 출현]

[서울 21-A지역의 L백화점 꼭대기층에 정예 몬스터 '웬디고'가 출현했습니다. 가장 먼저 처치하는 이에겐 막대한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허나 이는 마지막 숨통을 거둔 자에게만 지급되니, 주의바랍니다.]


[정예 몬스터 '웬디고'의 레벨은 15입니다.]


웬디고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 사슴머리에 이족보행, 썩은 몸을 가진 괴물이었을거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상상속 산물이다.


'15레벨이면...'


20레벨인 시체기사보다 낮다. 당장 12레벨이었던 '기괴한 살더미'에게도 현대 화기가 통했으니, 할만하다 봐야겠지.


그때였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있는 화장실 쪽으로 오고있는.


'좀비? 아니,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이곳은 '퀘스트'를 진행하는 곳이니까.


결과 그 판단이 맞았다.


"후, 한 대 피우고 가자. 웬디고? 아는 거 있냐?"


"글쎄요...제가 머리 쓰는 건 젬병이라."


들어온 것은 두 명. 담배를 피는 듯 했다. 웬디고를 언급하는 것을 보아 퀘스트를 진행하러 온 것도 확실했고.


'경쟁자로군.'


자. 어떡할까. 나는 굳이 죄없는 사람을 무차별로 죽이진 않는다. 내게 위협을 준다면 모를까.


일단 대화를 계속 듣고있기로 했다.


"그나저나 형님은 참. 내가 씨벌 조직생활 짬이 몇 년인데. 항상 고기방패로 쓰려는 것 같다니까. 안 그러냐?"


"좀 너무해 보이긴 합니다. 저보다 연차도 낮은데 좋은 클래스 좀 얻은 놈들은 대우받고... 후."


...조직폭력배인가?


하긴. 이런 세상 속에선 살아남기 유리하다. 폭력을 업으로 삼으려는 무뢰배들이지만, 이런 세상에선 그런 자들이 유리하니까.


심지어 그런 녀석들이 무리까지 짓는다.


'범죄자 무리가 진입했군.'


일단 마음속에서 이놈들의 호감도를 낮췄다.


"너, 근데 오늘 작전 들었냐?"


"예? 저는 요즘 아예 밑바닥 말단 취급이라."


"나도 그래. 씨벌, 동기 창욱이놈한테 들었어 나도. 너 좀비말고 사람 여럿 죽일 자신있냐?"


"뭐길래 그러심까."


"하여튼 지금 잠시 쉬었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서 백화점 생존자들 그거. 거진 백명은 된다대? 몇 놈 본보기로 죽이고, 고기방패로 세운다음...웬디고였나? 그놈이 사람들 잡아먹는 동안 우리가 뒤통수 쳐서 잡는다더라."


"저희보다 머릿수가 많으면 어떡합니까?"


"많으면 뭐. 싸울 줄 아는 자식들이 얼마나 있겠냐. 일단 거기서 힘 좀 쓴다는 놈들 몇 담가버리고, 남은 계집애랑 틀딱. 애새끼들 쥐고 흔들면 되는거야."


"푸핫.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슴다."


...이놈들 말고 다른 세력도 있나보군.


기존 백화점에 붙어있던 생존자 세력. 첫 날에 갇힌 채로 탈출하지 못한 건가?


'게다가 이 작전...'


더럽다.


그리고 놈들의 반응을 듣고, 참작의 여지도 사라졌다.


"뭐. 사람 죽이는 거야 이제 껌이죠. 우리야 뭐... 물건 뺏으려고 사람 죽이고, 쓸만한 여자들은 아예 잡아오는 수준인데. 이제와서 백 명씩 괴물먹이로 줘도 눈 깜빡도 안하죠 형님."


"큭큭. 그치? 뭐 하여간. 살기는 좀 좆같아지긴 했는데, 불편한거 빼면 사실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아. 우리같은 새끼들은 말야."


화장실 칸막이의 문틈 사이로, 상대의 무장을 미리 가늠한다.


'못박아놓은 야구배트. 그리고 소방도끼인가.'


화장실 안은 좁다. 그리고 난 더 작은 칸막이 안에 있는 상황. 싸움이 벌어진다면 불리하겠지.


"어? 근데 이 칸, 왜 잠겨있지?"


심지어 나를 먼저 눈치챘다.


?"


나는 묵묵부답한 채로 권총을 들었다.


불리하다면, 접전이 벌어지는 것부터 막으면 그만이다.


"야, 도끼로 문 까버려."


"예, 형님."


콰직!


한 방 한 방, 뭉텅 떨어져 나가는 문짝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현 상황이 전시상황이라면, 저놈들은 그 틈을 타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들이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


물론 나도 지금은 군인이 아니고, 그저 개인에 불과하다. 녀석들이 불의라고 낙인을 찍고 처벌 할 권리는 없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냥 내 기분이 나빠서 죽는거다."


퓽-!


문짝이 반쯤 떨어져 나간 틈으로, 권총을 발사했다.


"커헉-!"


"이런 씹-"


콰앙!


이미 너덜한 문짝을 발로 걷어차, 총에 맞은 놈을 넘어트렸고.


퓽!퓽!


그대로 확인사살했다.


[플레이어 '김병창'을 처치했습니다.]

[해당 플레이어가 보유한 115코인을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이런 젠장-"


그대로 등을 돌리는 녀석.


쭈욱-쿠당탕!


잡아당기며 균형을 무너트린다.


"컥!"


곧장 놈의 등에 올라탄 다음.


푸욱-


옆구리에 단검을 쑤셔박았다.


"허, 허억-"


온몸을 긴장시키며, 창백한 표정으로 제 옆구리를 보는 녀석.


"조용."


"사, 살려. 살려주십쇼."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답해라."


멸망의 상황에서, 다른 생존자들은 곧 경쟁자다.


즉. 다른 민간인집단을 도와줄 의리는 없다. 타인이 소비할 물자가 줄어들면, 그건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물자가 되니까.


그렇다고 해서...이런 범죄조직을 놔둬야 하는가?


단순히 이득만을 따지자면, 리스크를 질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왤까.'


악의에 의해, 그저 무력하게 유린되는 이들을 모두 구할 순 없다.


허나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시하는 건...


'내 영혼이 거부하는 일.'


그래.


나는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할 뿐이다.


딱 경고까지만 해주는 거다. 그마저도 내게 호의적이지 않다면 끝이다.


그리고 사실...


'두 세력이 싸워 소모된다면, 내게 좋은 찬스가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계산도 가능하다.


"몇 명이서 왔냐?"


"스, 스무명..."


이런 자식들이 마음대로 활개치게 두진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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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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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멸망 14일차, 00시. 세 번째 거래. 24.08.16 52 6 14쪽
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8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2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3 8 12쪽
»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2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6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2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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