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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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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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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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DUMMY

카르르르륵-!


내가 쳐 둔 바리케이드로 변이 좀비들이 쇄도한다.


가장 선두를 달리는 것은, 하반신만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러너'다.


'소총은 과하다.'


난 권총을 뽑아 들었다. 소음기도 장착되어 있으니 괜한 이목을 끌지 않을 수 있다.


퓨퓩-!


['러너'를 처치했습니다.]

[70코인을 획득합니다.]


가슴에 한 발, 저지력을 발휘하고 머리에 한 발로 마무리. 순식간에 한 놈을 넘긴다.


"...총!?"


옆에 선 중년 남자가 놀라며 말했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지.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K-2도 있는데.


혹여 이쪽 생존자들의 눈에 띌까 봐 모포를 덮어놨지만.


챙강-화르륵-!


이어서 화염병을 투척.


"크라라라락-!"


후열에서 느릿느릿 뛰어오는 덩치들을 불태운다.


거대한 팔을 가진 '스매셔'나 비대한 몸집, 인간의 머리 두세 개는 들어갈 정도로 입을 쩍 벌린 '스왈로'들의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졌고.


퓽-! 퓨퓩-!


['스매셔'를 처치했습니다.]

[50코인을 획득합니다.]

['스왈로'를 처치했습니다.]

[80코인을 획득합니다.]


그런 녀석들은 내게 표적일 뿐이었다.


"저, 저기 벽을 타는 놈들도 있어!"


나도 안다. 정확히 세 놈. 거미처럼 팔다리가 솟아난 '크롤러' 하나에 엉망진창으로 살점을 뭉친 듯한 '플레시'가 둘.


'남은 탄도 세 발.'


퓨퓨퓩-!


[크롤러를 처치했습니다.]

[50코인을 획득합니다.]


전탄 명중. 허나 문제가 생겼다.


후두두두둑-!


엉성하게 살점을 뭉친 것처럼 생긴 '플레시'는 머리 부분이 터지자 무너져 내렸고, 흩어진 살점들에 제각기 촉수 같은 것이 돋아나 달리기 시작했단 것이다.


"쯧."


못할 건 없다. 더 가까이 오기 전에 폭발물로 처리할 수 있으니까. 허나 내가 원치 않는 이목이 더 끌릴 뿐이다.


그때였다.


"아오, 씨! 저건 또 뭐야. 괴물 새끼들. 포탑 설치!"


옆에서 멀뚱히 몸을 사리던 중년이, 징그럽게 다가오는 살점들을 보곤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뒤집어 쏟아냈다.


터덕-턱-!


가방 속에서 떨어진 것은 각종 잡동사니. 쇳조각이나 쓸모없는 가전 등이었다.


차르르륵-!


허나 그것들이 제각기 모이며 가슴께쯤 높이되는 포탑을 만들었고.


퉁-퉁-퉁-퉁-!


그것은 반투명한 푸른색의 탄을 쏘아 대기 시작했다.


'90~100rpm.'


초당 1.5발 꼴의 연사력.


'위력이나 정확성은...'


퍽-! 푸샥-!


잘 쳐줘서 권총탄쯤 될까? 정확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살점들이 기어오는 속도는 시속 8km쯤. 빠른 경보 정도였는데, 수십 개로 나눠진 개체들을 각각 정확히 노려 쐈으니까.


'무엇보다...'


자동 포탑이란 점이 사기다.


난 그냥 몸으로 때워야 하잖아. 사실 스탯으로 좀 더 괜찮아진 신체능력을 빼곤, 현역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 신체능력도 아직 인간의 범주에 속하는 정도고.


"휴우..."


정리되어 가는 살점들을 보며, 한숨을 흘리는 중년.


'...전투에 있어선 아직이군.'


이렇게 방심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쿠아아아아악-!"


빼빼마른 몸에 기다란 팔. 칼날 같은 손톱을 가진 '스토커'가 별안간 펄쩍 튀어오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어!?"


쩌억-!


끔찍한 소리와 함께 피가 비산한다.


물론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스토커'를 처치했습니다!]

[150코인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내가 허리춤에 매어놨던 손도끼를 재빠르게 던졌으니까.


'...이걸로 13레벨인가.'


털썩.


"헉...허억...이런 젠장. 깜짝이야."


"괜찮습니까?"


나는 힘이 풀려 쓰러진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아. 고맙수다. 골로 갈 뻔했군."


그는 내 손을 잡고 일어나며,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여전히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보였다.


"좋은 능력을 갖고 계시더군요."


"염병. 그쪽이 더 대단하더구만. 권총 잘 쏘는게 어렵다던데."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야 이상하게 마주쳤지만, 함께 싸운 뒤엔 묘한 친밀감이 생기기 마련.


이름은 곽정필. 4성 클래스 '엔지니어'인데다, 방금 싸움으로 레벨이 6에 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자동 포탑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어봤다.


기계 부품과 잡동사니가 일정량 필요하고, 탄을 쏠 때마다 마력을 소모한다나. 10분 쏘면 오래 쓰는 거라는 듯하다.


내구성은 성인 남성이 망치로 세게 치면 망가질 정도.


그럼에도 장점이 확실한 스킬이다.


참고로 자동차 정비공 출신에, 전기산업기사 자격증까지 있다나. 안 해본 일이 없단다.


'그렇다 해도, 4성 엔지니어라니...'


왜 특수부대원인 나는 3성인 건지.


당장 건물주부터 엔지니어까지 4성이라니. 대체 등급 산정 기준이 뭘까?


그저 1성 운전기사인 용달필의 신세가 내 안심이 될 뿐이다.


"...9살 난 딸내미가 있수다. 이혼하고 홀로 키우고 있는데, 세상이 이 꼴이 되니 앓아눕았수. 열도 나고 배탈도 매일 달고 있지."


마지막으로 개인사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래서 좀 민감했수다. 애가 스트레스에 약해서. 또 밖에서 뭔 일이 난다 싶으면 아파할까 봐."


뭐 그런 사정이란다.


'하.'


솔직히 강행하면 뭐 어쩔 건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9살짜리라.'


마음에 걸리긴 한다.


심지어.


"콜록! 콜록...아빠! 괜찮아? 무슨 일이야?"


"딸! 나오지 말라니까! 왜 나왔어! 위험하게, 응!?"


"나 혼자 있으면 무서워 아빠. 콜록!"


염병할.


이런 모습을 보고도 강행하긴 어렵다.


"이리 와! 수린아. 얼른 들어가자. 위험하단 말이야."


"응..."


아빠 품에 안긴 아이의 상태는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열이 올라 얼굴은 빨갰고, 안긴 그대로 축 늘어질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으니.


펄럭-


나는 모포로 숨겨둔 K-2를 들었다.


"...갑시다. 엄호할 테니까요."


"허 참. 그런 것도 있었수?...새삼 내가 무모했단 게 느껴지는구만. 아깐 미안했네."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아빠를 해칠 정도로 무뢰한은 아닙니다."


곽정필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


"으응... 아빠."


"그래, 딸. 아빠 옆에 있어."


곽정필의 집은 내가 진을 친 곳의 바로 옆이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군요."


"...먹을 것도 거의 다 떨어졌고, 약은 이틀 전에 다 썼지. 밖에 나가서 뭐라도 구해야 하는데... 아까 보다시피, 딸이 혼자 있질 못해서."


그는 딸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주려는 듯, 수건을 들고 집안을 돌아다녔다.


"염병."


하지만 물이 다 떨어진 모양이다.


"...일단 이걸 쓰시죠."


그래서 내가 챙겨온 500ml 생수 중 하나를 건넸다.


"하, 젠장. 고맙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살만하네요. 진짜 울 것 같네."


이런 멸망 상황에선, 작은 병도 이렇게나 위험하다.


당장 일상 중 흔히 볼 수 있는 장염에 걸린다면?


설사로 인한 탈수. 소화불량 및 구토로 인한 영양분 결핍.


이 두 가지 증상이 벌이는 환장의 콜라보로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애 하나랑 중년 하나.'


지금 비축 중인 물자의 배급량을 조절한다면...


못해도 세 달은 버틸 수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물자는 계속 조달할 테고.


'자동포탑... 4성 엔지니어.'


아무 생산력이 없는 애가 딸린 걸 감안해도, 영입할 만하다. 전투엔 초짜이긴 해도 강단은 있으니.


"혹시, 저희 쪽으로 오지 않겠습니까?"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생존주의자로서 미리 비축해둔 물자들. 그리고 마트에서 조달한 분량까지.


무엇보다 약품도 있다.


기본적인 진통제부터 위장관 운동 조절제, 해열제 같은 필수적인 것들.


'...평소에 사재기해 놨거든.'


제안을 들은 곽정필은 고민했다.


"...너무 좋은 조건 아니요? 솔직히 내 딸내미는 그쪽 입장에선 짐덩이일 텐데."


"그만큼 열심히 일해 주시면 되죠. 우리는 괴물들에게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물자 조달도 함께 해주셔야 하고요. 또, 엔지니어로서의 역량도 십분 발휘해 주시면 됩니다."


한동안 침묵을 흘리던 곽정필이 결심을 내리기까지 약 10분이 걸렸다.


"애 엄마랑 살던 데라 떠나기 싫어할 것 같긴 한데..."


그가 아픈 딸을 보며 눈을 감았다.


"애부터 살리고 봐야지."


"...좋습니다. 우선 빨리 이동하시죠. 해지기 전에."


이제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 석양이 질 때쯤부터 시체 기사가 출몰한다.


시간은 오후 세 시.


아픈 아이를 업은 남자를 호위하며 내 거처까지 가려면, 서둘러서 나쁠 건 없었다.


"필요한 것만 챙겨서 바로 뜹시다."


---


"오셨습니까, 형님!... 엥? 이 사람은 또 뭡니까?"


"...곽정필이요. 나이는 마흔여섯."


"어어... 용달필이고 서른한 살입니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곽정필의 어린 딸, 수린이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안 좋아졌기에 얼른 빈방을 배정하고 간단한 음식과 약을 먹였다.


"...잠들었군요."


"후... 고맙습니다. 중한 씨. 덕분에 딸을 살렸습니다."


"저 스물아홉입니다."


"아뇨, 아뇨. 은인께 감사 인사하며 반말하는 건 영 아닌 것 같아서."


용달필은 몰래 그런 광경을 지켜보며 이빨을 딱딱 부딪혔다.


'신중한 저 인간, 저 와꾸로 나보다 어리다는게 말이 돼? 살벌하게 생겨가지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곽정필 이 인간, 상당히 유능하다!


그는 딸을 재운 뒤, 행복빌라의 시설을 쫙 둘러봤다.


"수도 배관 상태가 안 좋습니다. 공구 위치가?"


"보일러도 손 봐놨습니다."


"에너지 코어... 이런 것도 각성한 뒤로 다룰 수 있게 됐는데. 에너지 소모 효율이 증가했다는군."


크, 큰일이다!


여지껏 셔틀 정도의 역할만 해온 용달필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자신의 입지가 실시간으로 좁아지는 게 느껴졌다.


"저, 저어... 형님?"


"왜."


"제가 뭐 도와줄 것 없습니까?"


중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달필을 흘겨봤다.


'이 새끼. 왜 이래?'


눈치가 나쁜 편은 아니라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 폐급 취급 안 당하려면 열심히 해야지.'


중한에겐 좋은 일이었다.


"차 준비해. 청룡동 가게."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시체 기사를 치우기로 했다.


상대의 전투력 수준과 공략법을 알게 된 이상, 시간을 더 지체하긴 아까우니까.


---


[나이트메어를 처치했습니다.]

[500코인을 획득합니다.]

[시체 기사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퀘스트 목표: 시체 기사 처치 3/9]


이변은 없었다. 먼저 고지에 설치해 둔 장애물과 지형을 이용해 낙마시킨 뒤, 놈을 꾀어내 공세에 나설 때 강력한 한 방을 먹인다.


세 번째쯤 되니, 마치 작업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정예 몬스터 '시체기사'가 아이템 '기사의 투구'를 드랍했습니다.]


심지어 아이템까지.


부우웅-


"오, 개깐지나네요 형님. 그거."


"운전에 집중이나 해라."


나름 20레벨짜리 몬스터가 드랍한 물건이니, 기대하며 살펴봤다.


[기사의 투구(D+)]

[풀페이스에, 바이저가 달린 배서닛. 뛰어난 방호력을 자랑하며, 마력을 사용해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방어력++]


씁.


이거 집에 가서 얼마나 좋은지 확인해봐야겠다.


물론 얼마나 체감이 되는지도 알아야 하니, 희생양이 필요하겠지.


용달필을 시키면 될 거다.


"...형님? 왜 그런 눈으로 절 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시체 기사는 여섯.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죽여 나갈 셈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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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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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매일 연재됩니다. 24.07.30 100 0 -
20 멸망 14일차, 00시. 세 번째 거래. 24.08.16 52 6 14쪽
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8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1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3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1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6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1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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