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592
추천수 :
151
글자수 :
113,691

작성
24.08.09 06:00
조회
101
추천
6
글자
12쪽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DUMMY

"나갈 수가 없어..."


"우, 우린 어떻게 되는거지?"


신중한이 깡패무리를 몰살한 후. L백화점의 생존자 무리는 탈출을 시도했지만 무리였다. 보이지 않는 막으로 출입구가 막힌 탓이었다.


"... 그건 아마 저 사람에게 달려있을 거예요."


만신창이인 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그는 중한을 보며 무언가의 전율을 느끼고 있는 참이었다.


'강하다. 나도 저런 힘이 있다면...'


누나의 앞에서 무력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을 텐데.


그는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 학교의 문제아였다.


"야, 니 고아라며?"


"크큭. 누나 예쁘던데. 몸이라도 팔아서 키워주냐? 나도 연락처 좀..."


남고라는 배경과 나이대. 짐승과도 다름없는 주변 학우들은 괜한 시비를 걸기 마련이었고, 그는 누나에 대한 모욕을 참지 않았었다.


퍽! 퍼억! 퍽퍽!


"자, 잘못했어! 두 번 다신 그러지 않을게..."


그는 생리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인간도 결국 동물. 위협하지 않으면 살살 넘보기 마련이다. 결국엔 어떤 형태로든 힘이 있어야, 지키고픈 걸 지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중한의 강함은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보였다.


'나도 힘을 가져야 해.'


소년, 박진호는 그리 다짐했다.


"저 사람...우릴 해치진 않겠지?"


"그건 모르겠지만... 깡패들만 건드리고 우린 가만둔 걸 보니, 괜찮지 않을까요?"


다른 무력한 이들 또한, 중한의 등을 바라보며 희망을 가졌다.


---


훙-!


녀석의 전봇대같은 팔이 날아오는걸, 땅을 구르며 피한다.


쾅!


직후 이어지는 짓밟기는 재빠르게 일어나 물러서며 피하고.


타탕-!


직후 권총으로 더블탭. 녀석의 양쪽 안구에 적중.


'안구는 어떤 생물에게나 약점. 게다가 관통당하면 뇌가 손상된다.'


허나.


"키에에에에엑-!"


녀석은 분노하며 포효할 뿐이었다. 권총탄으로 눈을 쏴도 무사하다면, 더 이상 같은 공격은 의미없다.


게다가...


훙-! 후웅-!


"키엑! 크르륵!"


녀석은 그 기다란 팔다리를 휘두르며 여전히 나를 추적했다. 안구가 찌부러진 증거로,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음에도.


'...시력으로 감지하는게 아닌건가?'


뭐, 조금 충격적이지만 별수 없다. 결국 녀석을 공략해야하는 건 같으니까.


철컥!


파이프샷건을 꺼내, 배럴과 결합했다.


샷건은 거대한 곰도 구르게 하고, 그로기에 빠트릴 위력이다. 웬디고의 덩치는 거의 코끼리 급이지만.


녀석은 조금 전, 깡패들의 스킬에도 조금씩 데미지를 입는 모습을 보였다. 샷건이 그보다 약할 리는 없겠지.


"키에에에엑!"


쿵! 쿵!


달려드는 웬디고의 중심을 향해 총을 겨누고, 배럴을 당겼다.


뻥!


"크륵!?"


놈이 크게 휘청거린다. 확실히 데미지가 있는 모양.


'하지만 이걸론 부족해.'


남은 배럴은 4개.


이걸로 승부를 굳혀야 한다.


"키에에엑!"


"일단..."


펄쩍-!


녀석이 패턴을 바꿔, 몸을 던지듯 점프해 날아온다. 거대한 손을 벌려 잡으려는 모양.


휘익-


크게 구른다. 직선적인 돌진엔 사선으로 빠지며 회피하는게 정석.


화아악-!


놈의 손이 휩쓰는 범위를 피했고, 곧장 탄력을 이용해 몸을 일으켜 세워 샷건을 겨눴다.


"강화사격."


키잉-!


스킬명을 말하자, 파이프 샷건에 빛이 감돈다. 쓰러진 녀석의 머리를 향해 조준. 배럴을 당긴다.


콰앙-!


확실하게 커진 격발음, 그리고 반동. 온몸이 한순간 삐꺽일 정도였다.


'과연 위력은...'


효과가 있었다. 웬디고 녀석의 얼굴이 반절 날아간 것.


허나...


"크르르륵! 크라라라락!!"


결국, 또 다시 녀석을 죽이는 데에 이르진 못했다.


'보통 머리를 부수면 됐는데...어째서지.'


녀석 또한 바깥을 점령한 좀비들처럼, 불사형 몬스터. 즉 언데드다. 같은 약점을 공유할 줄 알았는데...뭔가 다르다.


[웬디고에게 누적된 피해량이 일정 수치를 넘어, 생명핵이 드러납니다!]


[웬디고가 분노하며 최후의 발악을 시도합니다.]


과연, 그런가.


분노하며 몸을 일으켜세운 녀석의 가슴 한가운데. 거긴 마치 심장처럼 벌건 빛을 내며 약동하는 구체가 있었다. 대략 인간의 머리쯤 될까 싶은 크기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녀석의 최후의 발악.


[웬디고가 스킬, '공포의 허상'을 발동합니다.]


키-아-아-아-악-!


엄청난 박력을 지닌 외침. 마치 음파에 몸이 떠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언데드 계열인 웬디고가, 정예 몬스터로써 가진 스킬. 흑마법의 편린이라 볼 수 있다.


그에 이어지는 것은 환각. 그 대상에게 있어 가장 괴로운 시절의 기억, 또는 두려움의 대상을 보여준다.


"... 다, 담당관님. 저 어떡함까. 내, 내장이 흘러나왔슴다."


"두고 가지 마라, 신중사야...응?"


작전에 투입됐던 때, 그중에서도 전우들을 잃었던 장면들이 계속해서 비춰진다.


"..."


중한은 그에 타격이 있는지 아닌지, 그저 평소와 같은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같잖은 짓.'


PTSD에 시달린 지 오래다. 이제 와서 이런 것이 통할 리가.


[높은 정신력 스탯으로 인해, 상태이상에 저항합니다!]


주변을 둘러본다.


"흐, 아아아아악-!!!"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머리를 감싸쥐고 절규하는 여자. 오줌을 지리며 땅바닥을 기는 한 중년. 다른 이들의 상태는 신중한과 판이하게 달랐다.


"거러러러럭..."


거품을 물고 쓰러진 노인까지 있었으니까.


처-벅.


웬디고는 그러한 공포의 장을 비집고, 교활하고 천천히 배후로 다가오며 아가리를 벌렸다.


쩌-억!


중한의 머리를 집어삼키려는 찰나.


"아직 잔탄은 많다."


뻥!


뒤돌아 곧장 놈의 생명핵을 향해 샷건을 격발했고.


"키이이이익!"


녀석은 한쪽 팔을 들어 생명핵을 가려 막았다.


[스킬 '공포의 외침'이 종료됩니다.]


덕분에 스킬은 끊기게 되었고, 웬디고는 당황하며 거리를 벌렸다.


."


그 사이 중한은 상황을 살필 수 있었는데, 좋은 일과 나쁜 일. 두 가지 일이 생겼다.


하나는 봉천귀신파를 상대하며 만신창이가 된 팔이, 근접상황에서 샷건을 막으며 떨어져 나간 것.


남은 하나는, 파이프 샷건의 총신이 망가진 것이다.


터덩!


급조무기의 한계다. 미련없이 내던져준다.


"허억...허억! 어...!? 저, 저사람. 총이 망가졌어...!"


'공포의 외침'이 끊겨,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소리쳤다.


"뭐...!? 그, 그럼 어떡해!"


"저런 괴물한테 어떻게 이기라고!"


저런 거대한 괴물에겐 이길 수 없다고. 진즉 봉천귀신파에게 시달렸던 그들에겐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없었다.


"죽을거야...우리도."


"꼼짝없이 갇혔어."


모두가 부정적인 상황.


허나 이곳, 7층 내부에서 그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이가 딱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신중한. 또 하나는 박진호였다.


'...저 사람은 왠지 해낼 것 같아.'


그는 누나가 깡패 놈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는 환상을 보고, 아직 공황상태에서 채 빠져나오지도 못했었다.


울컥.


소년은 순간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세상이 망한 그 날 이후, 내가 할 줄 알았던게 뭐가 있지?


"정신차려...나!!"


뻑!


스스로의 얼굴을 때리며 겨우 숨을 진정시켰다.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게 없을까.


콰앙!


중한은 재차 뛰어든 웬디고의 맹공을 피하고 있었다. 한 쪽 팔이 없어 균형이 부족하니 퍽 쉬워진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는 여태 지친 기색도 없었다. 앞으로 몇 시간이고 이렇게 함께 날뛸 자신이 있는 수준.


누군가는 중한이 대항할 유일한 무기를 잃었다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그에겐 지금이 적기였다.


'치열한 전장, 초연탄우(硝煙彈雨) 속에서 여지껏 날 죽지않게 한 것은...양질의 장비나 화력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은 그에게 수단에 불과했다.


'낡아빠진 정신론.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


세상만물에는 공략 못할 것이 없다는 것 또한 그의 지론이었다.


그렇게 회피를 반복하던 때, 다시 한번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가 왔다.


쿠웅-!


한 쪽 팔의 부재, 불균형한 상태로 날뛰던 웬디고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


퍼걱-! 퍽-!


중한은 곧장 땅바닥에 널부러진 도끼를 주워 놈의 어깨를 마구 내려쳐 상처를 냈고, 그 안에 폭탄을 쑤셔 넣었다.


타다닷-!


그 뒤, 빠르게 이탈.


웬디고가 겨우 중심을 회복하며 일어났을 땐...


퍼벅-!


살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비산하는 피.


"그-어어어-!"


괴물은 나머지 한 쪽 팔마저 잃게 됐다.


쿠웅-!


그 충격에 다시 한번 넘어지고 마는 거체.


"바, 방금 뭐한거야...?"


"한 쪽 팔이 또 날아갔어."


"어쩌면 우리..."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때쯤, 생존자들의 분위기도 반전되기 시작했다.


"히, 힘내라!"


"와아! 이겨라!!"


봉천귀신파. 그리고 웬디고. 강자들에게 무력하게 유린당하기만 하던 그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생긴 것이었다.


'젠장. 이런 건 하나도 도움이 안 돼. 무능한 사람들.'


소년, 박진호는 그리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눈을 굴렸고, 이내 시야에 어떤 물건이 들어왔다.


'빠루?'


웬디고와 신중한. 그리고 빠루를 번갈아 보던 소년이 그것을 집어들곤, 홀로 괴물에게 맞서는 남자를 향해 내던졌다.


"이, 이걸 쓰세요...!"


탱그렁.


앳된 소년의 외침. 그리고 쇠가 나동그라지는 소리에 돌아본 중한은, 곧 그것을 집어 들었다.


"...딱이군."


탁,탁탁-!


그는 다시 한 번 넘어진 웬디고를 향해 질주했다.


콰직-!


그리고, 가슴 중앙에 꽂혀있는 생명핵과 신체가 이어지는 부분에 꽂아넣곤.


"스읍-후우-!"


덜컥! 덜컥!


지렛대의 원리로 생명핵을 뽑아내려 했다.


"크어어어! 크르륵!"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던 웬디고가 발악을 하며 중한을 떨쳐내려 하지만, 팔이 없었다.


드드득-드드득-!


딱! 딱!


그래서, 만신창이가 된 머리를 어떻게든 꺾어가며 그를 물려했고.


"강화사격."


타아앙-!!


"키익!"


신중한은 권총에 스킬을 얹어 저지력을 발휘했다. 잠시 머리가 물러난 사이.


'충분히 깊게 박혔군.'


중한은 빠루를 양손으로 잡고, 뒤로 돌아 뛰어내렸다.


콰드드드득-!


전신의 체중을 실은 빠루질.


푸지지직-!


결국 생명핵이 뜯겨져나간다.


"끄-...꺼어어어어-!!!"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물들며 스러져가는 웬디고.


파스스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중한은 땅바닥에 떨어진 사람 머리 크기의 생명핵을 주우며, 이내 출력되는 시스템 메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돌발 퀘스트-정예 몬스터 출현]

[목표 : L백화점 7층의 '웬디고' 처치 1/1]

[보상 : C급 이상의 랜덤 아이템, 1,000코인]


[퀘스트를 완료하여, 보상이 지급됩니다]


---


"후..."


숨을 몰아쉰다.


됐다. 이름이 뭐지?"


"어, 어어. 저, 박진호요."


중한은 눈을 감았다.


'본의 아니게 도와준 셈이 됐군.'


소년의 모습을 본다.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인데, 깡패들에게 반항하고...괴물과의 싸움에서 사소하게나마 도움을 줬다.


'쓸만한 기개다.'


동료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그에게는 용달필도 그저 같은 건물에 살고, 위협이 되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는 이웃일 뿐. 동료라는 생각까진 없었다.


"사, 살았다-!!"


"문! 문이 열렸는지 봐!!"


사람들은 괴물이 죽자마자, 너도 나도 출입구로 몰려갔다. 누군가가 걸리고 넘어져 밟혀 다치는 일이 생겨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


소년, 박진호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무너진 세상에서, 약한 자는 유린당하기 마련이란걸.


뚜벅.


말없이 뒤돌아, 출입구로 향하는 중한을 보며.


'나도 강해져야해.'


소년의 눈에 불씨가 심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4.08.18 21 0 -
공지 매일 연재됩니다. 24.07.30 99 0 -
20 멸망 14일차, 00시. 세 번째 거래. 24.08.16 51 6 14쪽
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0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7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6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2 7 13쪽
»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1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2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1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2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5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1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7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5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