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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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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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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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DUMMY

멸망 7일 차 아침.


"헉, 그렇게 예뻐요? 스카우트 좀 해오시지... 동생도 깡다구 있다니까요. 도움이 됐을 텐데 말이죠. 저 같은 쫄보보다는—"


딱!


"끄악!"


"실없는 소리 마라."


용달필이 머리를 부여잡고 원숭이 같은 얼굴을 찡그렸다.


녀석은 L백화점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으며, 박혜주 남매를 스카우트해 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정확히는 여자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겠지.


성비가 맞춰져 있다면 모를까, 남자들 집단에 예쁜 여자 하나 덩그러니 놓이면 불화의 씨앗밖에 안 된다.


물론 깡 좋은 그녀의 동생이 잘 지키려 하겠지만.


'...쓸모가 생길 때까지는, 함께할 수 없다.'


그들은 상태 창조차 얻지 못했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모습에 어떻게든 살아갈 의지를 보아 기대를 하긴 했지만.


나는 딱히 남의 성장을 도울 생각이 없다.


만약 그들이 강해진다면,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이 동네는 나름 좁은 편이니까.


못 만나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별수 없는 일이고.


"일이나 계속해. 그래, 거기. 꽉 잡고 있어라."


"끄응—"


참고로 우리는 밖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봉천역 인근의 어떤 상가 건물 내부에 철조망이나 각종 장애물을 치는 작업이었다.


"...이쯤이면 됐다. 차로 돌아가자."


"예압."


달필은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콜라와 맛있는 음식을 허락해 줬으니까.


중한은 평소엔 맛없는 음식만 배급해 주고, 음료수는 잘 주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대기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생겼다.


"저... 형님?"


"왜."


"슬슬 저녁 시간대가 되는 것 같은데요. 늦기 전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해질 때까지 있을 예정이다만."


"예에!?"


용달필에게 비밀로 한 채 작업을 진행한 이유가 있다.


무서운 일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면, 작업을 제대로 안 하거든.


그러니 이제 녀석에게 내 계획을 말한다.


"시, 시체기사요 형님?"


눈에 띄게 커지는 동공.


근데 뭐 어쩌라고.


"행복빌라에서 살려면 내 말을 들어야지."


"그, 그렇지요..."


"명령 내릴까?"


"아닙니다! 제, 제 의지로 하겠습니다. 계속 강제로 한다면 형님께 못 미더운 인간이 될 테니까요. 헤헤."


그러건 말건 여전히 못 미덥긴 한데.


뭐, 의욕을 내보겠다는 건 다행이다.


"네가 맡을 역할은 간단하다."


내가 시체기사를 꾀어낸다.


그리고 녀석은 타이밍에 맞춰서 5톤 트럭을 가속. 시체기사의 측면을 들이받는다.


'시체기사 녀석, 함정에 날아가긴 했지.'


풀 액셀을 밟은 5톤 트럭으로 측면에서 충돌한다면, 이전에 함정을 이용한 공격보다 더한 충격을 줄 수 있을 터.


낙마시켜 기동성을 뺏은 뒤, 내가 놈을 유인해 1대 1 대결을 한다.

그것이 작전의 전부다.


그간 녀석을 관찰해오며 얻은 결론이다. 지금 시점이면 해볼 만하다.


놈의 이동 동선. 단신의 전투력. 말에서 내렸을 때의 기동력이나 방호력 등.


거기에 지고 싶어도 지기 힘들도록 판을 깔아놓고, 끌어들인다.


시체기사는 이 구역 안에선 그 누구보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졌고, 그에 따라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며 생명을 앗아간다.


오만한 기사는 우리가 꼬리를 치는 대로 쫓아와 죽이려 들겠지.


"히이익—해가 지잖아..."


"난 내 자리로 간다. 알지? 첫 총성이 울리면 액셀 풀로 밟아라."


"혀, 형님..."


이빨을 따닥거리며 불안감을 내비치는 용달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차에서 내렸다.


저벅-저벅.


내가 위치할 곳은 여기서 몇 분 떨어진 곳이다.


왜냐고? 5톤 트럭이 시속 90km에 도달하려면 30초는 필요하다.


속력은 곧 충격량으로 이어질 테니까.


[Tip: 해가 지면, 흑마법의 영향이 강해집니다. 이에 따라 모든 언데드가 강화됩니다.]


[리치-데스몬드 휘하의 시체기사 9기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가 지고, 영락없이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된다.


인근의 좀비들은 정리했고, 혹여 모를 생존자들과는 마주칠 일이 없다.


이젠 저녁 시간대 근처만 와도 활동을 안 하거든. 시체기사들에게 썰려나간 인간들이 꽤 있어서.


변수는 없겠지.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상태. 저 멀리 칠흑의 기사가 죽음의 말을 타고 모습을 보였고.


철컥—


'...오랜만의 K2. 감회가 새롭군.'


나는 그를 정조준했다.


타앙—!


하지만 이전에 봤던 시커먼 오라가 방어막을 형성해 튕겨냈고.


휙—


미련 없이 뒤돌아, 온몸의 힘을 폭발시켜 달린다.


"크오오오오—!"


고작 한 방 맞은 것만으로 녀석은 미친 듯 쫓아올 테니까.


물론, 고작 그것만으론 목숨이 위험하다. 놈은 오토바이를 탄 인간들도 쫓아가 죽일 정도의 기동력이 있으니.


"강화사격."


달리기 시작한 지 3초. 금방 따라잡힌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를 돌았다.


어떻게?


퉁—!


K-201. 유탄발사기로.


콰—광!


무려 스킬로 강화한 유탄이다. 효과가 있으면 좋으련만.


"염병."


화악—!


폭연을 뚫고 계속해서 달려오는 녀석.


다시 5초.


녀석은 내 뒤를 잡았다.


쓰학—!


휘둘러지는 대검을,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며 피한다. 풍압을 느끼며 방향을 트는 것으로 동선 낭비는 최소화.


착—!


동시에 놈이 탄 말에 스위치 작동형 폭탄을 부착했고.


쾅!


기폭과 동시에 몸을 굴렀다.


'미, 미친...'


용달필은 저 멀리서 그 과정들을 전부 보고 있었고.


'저게 인간 맞아? 무슨 깡다구냐고.'


그저 경악할 따름이었다.


부아아아앙—!


신중한이 목숨을 건 미친 곡예를 펼치며 시간을 끄는 동안, 5톤 트럭은 열심히 가속하고 있었고...


"에이 씨, 모르겠다! 나도 간다—!!"


이내 5톤 트럭과 시체기사는, 전직 특전사의 철저한 계산하에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게 된다.


콰아앙—!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나이트메어'를 처치했습니다.]

[500코인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스킬, '차량 개조'를 획득합니다.]


무려 15레벨에 달하는 시체기사의 말을 처치한 것.


물론, 이는 중한이 도망치며 꾸준히 데미지를 누적한 덕이었다. 시체기사 또한 연이은 방어막 사용으로 인해 미처 대응을 할 수 없었으니.


게다가 갑작스러운 측면 충돌은 말의 신체 구조상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해, 해냈다!"


덕분에 용달필은 한 번에 5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고.


"혀, 형님은?"


말에서 내린 시체기사와 추격전을 벌이며, 작업을 쳐놓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

타다다닥—!


놈을 실내로 끌어들인 나는, 우선 거리를 벌리는 데 집중했다.


녀석은 말을 타지 않고도 경이로운 속력을 자랑했다. 적어도 단거리 육상선수의 두 배가량. 금속 갑옷을 입은 육중한 형태와는 딴판이다.


'괜찮다.'


준비는 만전. 충분히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한 대로만 잘하면 말이다.


자, 와라. 아가리를 벌리고 기다릴 테니. 이곳은 이미 내 둥지나 다름없다.


쿵! 쿵! 쿵!


녀석의 발소리가 들린다.


여태 괴물들을 상대해 본 바, 놈들은 그저 목표물을 향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무지성한 녀석들을 상대로는 인계철선과 수류탄을 이용한 부비트랩이 정말 효율적일 텐데.


아직 스킬 레벨이 낮아 만들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쉽다.


'오는구나.'


발소리는 헤매는 일이 없었다. 내 생명을 감지하고 움직이는 것인지, 똑바로 2층 계단을 향해 오는 녀석.


나 또한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으니, 고민할 것도 없다.

철컥!


이 정도 거리라면 조준할 것도 없다. 조정간은 연발. 지향 사격을 준비한다.


"크오오오..."


낮게 으르렁거리는 녀석이 어느덧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지.


녀석의 앞을 가로막은 건 철조망이다.


물론 실내에서 설치하기는 어려운 물건이다. 철조망은 기둥이 될 만한 게 있어야 하니까.


그 탓에 이런 복도는 어렵다. 시멘트 바닥에 지주를 박을 순 없으니.


허나 요점은 걸림돌이 되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계단의 난간을 통과시키고, 창문을 열어 철조망을 밖으로 내민다. 벽에 붙어 있는 배수관이나 가스관 등에 엮은 뒤, 창문을 억지로 닫고 잠가버리면 어거지로나마 설치할 수 있다.


촤악!


검을 휘두르는 녀석. 하지만 불규칙하게 여러 겹으로 얼기설기 얽혀 있는 철조망이 힘이 실리는 걸 방해한다. 심지어 갑옷 이곳저곳에 얽히기까지.


자. 일단 분석이다. 시체기사는 이 녀석 하나뿐이 아닐 테니까, 데이터를 잔뜩 뽑아둬야 한다.


저 녀석의 정확한 구조는 모르겠다.


며칠 전에 시험해봤을 때, 분명 거대한 폭발에 휘말려 공중을 날았다. 커다란 몸집과 금속 갑옷의 질량을 생각하면, 뼈가 부러져야 마땅하다.


'그럼 적어도 움직임에 이상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진 않으니까.


속이 텅 빈 갑옷일지, 아니면 갑옷을 입은 시체일지. 그러니 화염에 의한 근육의 이상 반응이 있는지로 확인해보자.


치익—


미리 준비해둔 화염병의 성냥에 불을 붙이고, 투척.


챙강—화르륵!


놈의 전신에 불이 붙는다.


자. 아무리 갑옷을 껴입어도 불은 막지 못할 거다.


"...!"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녀석의 몸을 덮고 있던 검은 오라가 일순 크게 발산하더니, 몸에 붙은 불을 몰아내 버렸기 때문이다.


여태껏 보여줬던 방어막 능력. 저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군.


게다가...


콰르르릉!


좁은 벽과 여러 겹의 철조망이 놈을 방해하니, 오히려 그 기운을 크게 발산해 강력한 참격을 선보였다.


벽에는 난폭한 자국이 남고, 난간과 함께 앞쪽의 철조망이 함께 날아가 버린다.


'신체 강화 내지 강력한 물리력 발휘. 그리고 방어막.'


그게 저 검은 오라의 역할일 터. 아마 저렇게 한 번만 더 휘두르면 철조망이 전부 철거될 거다. 그렇게 둘 순 없지.


타다다다다당!


녀석을 향해 총알을 쏟아붓는다. 분명 아까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했다만, 어느 정도 저지력은 되어주었다. 총알 세례에 조금씩 밀려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녀석.


'시스템은 합리적이다.'


나는 탄환이나 폭발물을 만들 때, 마력을 소모한다. 그걸 소모하고 나면 더 이상의 사용이 불가하다.


그렇다면 녀석은 어떨까? 저 이상한 검은 오라가 나와 마찬가지로 스킬이라면, 똑같이 마력을 사용할 거다.


소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마치고 바로 준비해둔 파이프 폭탄에 불을 붙였다.


치이이익!


녀석의 얼굴에 냅다 던져버리고, 뒤돌아 복도를 열심히 뛰었다.


콰—광!


상당한 폭음과 압력이 몸을 강타한다. 스킬로 강화된 폭탄의 위력. 하지만 처치 알림이 나오지 않는다.


"쿠오오오오오오!"


분노한 듯한 괴성. 엄청난 기세로 계단을 올라와, 기운을 내뿜는다. 곧장 돌진하려는 낌새를 보이지만...


퉁!


K-201이 불을 뿜는다. 아까 전 사용했던 일반적인 유탄이 아니라, HEDP다.


7cm 철판까지도 관통하는 이중 목적 고폭탄이지.


콰과광—!


'아직.'


폭발의 압력이 몸을 덮친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게, 질기디질긴 녀석이다.


척.


금속으로 이루어진 발을 디디는 소리. 폭발의 충격으로 벽에 처박힌 녀석이 몸을 빼내며 포효한다. 침착하게, 다시 약실을 열고 유탄을 장전.


"크—아—아—아—!"


화악!


불길한 검은빛의 기운이 녀석의 대검을 덮는다. 동시에 발을 단단히 디디고 뛰어오려는 시체기사.


복도의 길이는 30m가 안 된다. 녀석이라면 3초 내에 도달할 거리.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 충분히 잘 봤다."


침착하게,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스킬 '강화 사격(LV.1)'을 발동합니다!]


한 번 더 이중 목적 고폭탄이다.


퉁—!

콰과광—!


"크읏..."


여태 웬만큼 격발음이나 폭발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도, 상당한 후폭풍. 강화된 유탄은 후폭풍도 강했다.


역시 실내에서의 사용은 위험했나.


이어플러그 따위는 이 충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띠링!


[시체기사를 처치했습니다!]

[1,000 코인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그래도 보람이 없진 않은 게, 결국 녀석을 쓰러트렸다.


충분한 연구를 위해 꽤 아슬아슬하게까지 끌어들이고도 완승을 이룬 것.


나는 전투 도중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저 검은빛의 기운. 방어용이든 공격용이든 둘 중 하나로밖에 쓸 수 없다.'


그리하여, 녀석이 공세에 나설 때를 이용해 역습에 나선 것.


놈은 무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히든 퀘스트를 부여합니다.]


...아무래도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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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8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1 6 12쪽
»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2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2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3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2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6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2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9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7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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