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608
추천수 :
151
글자수 :
113,691

작성
24.08.01 08:00
조회
158
추천
10
글자
12쪽

멸망 3일차, 습격받다.

DUMMY

멸망 3일차.


중한은 이전처럼 주변의 좀비를 먼저 슬링샷 라이플로 치웠다. 한쪽 언덕길에 기름칠을 해놔도, 이 좁은 동네에 약 10만 마리의 좀비가 퍼져있다보니 어느샌가 또 모여든다.


그렇게 또, 자원수급을 나갔다. 변이좀비 등의 특이사항은 없었다.


'아직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이른가.'


채 절반이 안되는 생존률. 좀비와 시체기사들을 보면 평화로이 살던 일반인 중, 활동을 개시한 이들은 적을 것이다.


"읏차."


백팩은 각종 생필품과 식량으로 가득 차있었다. 무게가 상당했지만, 원체 체력이 좋다보니 문제없다.


일은 또다시 집 근처에서 벌어졌다.


'...누군가 있다.'


코너만 돌면 이제 집 앞인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후우."


기가 찬다. 분명 좀비의 기척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거친 숨. 그리고 태양빛으로 인한 그림자. 긴장한 모양인지 떨고있다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기습일 확률이 높겠지.'


어쩐다? 쏴버릴까?


소음기를 장착했다곤 해도, 총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마 인근 100미터 내의 생존자라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


이는 총기를 소유했음을 드러내는 것.


'...아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써야 한다. 최대한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눈에 띄지 않는 행색을 하고 다니니 특정당할 일은 없을 터.


척.


정면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거기, 다 압니다. 나오십쇼. 아무 대답도 없으면 적대적 상황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최후통첩까지.


그러면서 그림자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살핀다. 잠깐 움찔거리는게 느껴지고...


속닥속닥.


자기네끼리 무언가 말을 주고받는다.


'하나가 아니군.'


그럼에도 내 대응이 바뀌진 않는다.


"에이 씨-!"


타닷!


일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달려나오는 모습.


'성인남자 두 명. 무장은 둔기인가.'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


퓨퓽-!


"끅!?"


털썩.


가슴에 두 방. 머리까지 쏠 필요도 없다.


"어, 어!?"


남은 한 놈은 뒤따라 달려들려다, 총에 맞은 동료를 보곤 얼을 탔다.


뻑-!!


풀썩.


그 틈에 곧장 달려들어, 권총 손잡이로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 기습하려면, 생각할 할 틈도 주지 말아야지."


---


"헉-!"


눈이 번뜩 뜨인다.


"사, 산건가...?"


나, 용달필. 집주인의 명령으로 501호 남자를 잡기하기 위해 대기중이었다만...


'초, 총을 쐈어...'


함께 대기중이던 이웃 남자가 죽고, 얼을 타다 대가리를 맞고 쓰러졌었다.


"정신이 드나?"


"헉!"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나를 기절시킨 501호 남자겠지...!


젠장! 그러고 보니 몸도 묶여있잖아!?


철컥.


"고개들지말고 대답해라. 알겠나?"


곧장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대는 남자. 용달필은 조용히 끄덕였다.


"너, 얼굴이 익숙하더군. 이 빌라에 사는 녀석이지?"


"헤헤. 마, 맞습니다 형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여지껏 수많은 인간관계를 쌓아왔던 용달필. 그는 아부를 떠는 법을 알고 있었다.


실없이 웃고, 형님이란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낮추어 보이는 것. 이를 통해 마음의 틈을 만들려했으나...


뻑!


"어억!?"


"실실 쪼개지마라."


일순 눈 앞에 별이 보이는 듯한 충격.


"예, 예. 형님. 죄송합니다."


뻑!


"어억!?"


"지금부터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면, 곧장 좀비밥으로 주마."


중한에겐 일절 통하지 않았다.


'아! 젠장...세상이 이 꼴이 났어도 그렇지. 쉽지 않은 인간이네 이거.'


주륵.


얼굴에 흐르는 피를 느끼며 용달필이 머리를 바쁘게 굴렸지만, 곧 내릴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차, 차라리... 시키는 대로 넙죽 엎드려야 한다. 이건.'


눈 앞의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살기. 그리고 방금 전의 습격에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으니...


'나를 죽이는 데는 아무 망설임도 없을 거야!'


그는 곧 공포심에 굴복했다.


---


"마, 맞습니다...저 201호 남자구요. 일부러 공격한거 아니에요. 다 집주인이 시켰어요. 크, 클래스요? 운전사인데요..."


201호의 남자, 용달필을 심문했다.


내가 죽였던 건 202호. 참고로 둘 다 집주인의 오더로 날 생포하려 했다는데...


"왜지?"


"그게...집주인의 클래스는 말 그대로 집주인인데요. 저희한테 '집세'를 설정했어요."


"그래서?"


"못내니까, 빚이 되어선 시키는 대로 하게된다 이겁니다...절대로! 저희가 약탈을 하겠다 이런 셈으로 한 건 아니구요...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못 죽입니다."


그런 스킬도 있는 건가.


그나저나 의외다. 벌써 각성자가 이만큼 흔해졌다니.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못 죽인다더니, 어떻게 상태창을 얻었지?"


"그, 그게...난리통에 집에 오다 차로 치어버려서..."


뭐. 그런 우연스러운 각성도 있겠군.


'그럼, 집주인은 어떻게?'


집주인. 그는 70대의 노인이다.


뭐 어쨌든.


확실한 건, 그가 내게 모종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


불안요소는 치워버릴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묶여있으면 어떻지? 나를 잡아다 그 노인네에게 갖다줘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드나?"


일단 이 스킬이란게 어떻게 발동하는지, 좀 더 알아보고.


---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집주인, 70대의 노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자주 마주치긴 했어도.


한 가지 기억나는 건, 성질이 더럽고 괴팍했다는 것. 수시로 문을 두드려 잔소리를 하기도 했고...또 내가 죽인 이웃. 문신돼지 녀석처럼 양아치 티를 내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자주 시비를 걸었다.


물론 그 잔소리는 나를 피해가지 않았다.


"뭘 계속 사모으는거야? 응? 어떻게 매일 같이 택배가 와. 저번에 보니까 무슨 칼이나 도끼도 있던데...혹시 정신병자 아녀?"


"저번에 택배 온 거 뜯어봤는디. 웬 씨레이션이여? 여튼 나 하나 줘. 맛 좀 보게."


잔소리 뿐 아니라, 뻔뻔함까지 갖췄었지. 그땐 한창 사람 상대하는게 귀찮아서 대충 넘겼었지.


눈을 떴다.


그가 사는 호수가 적힌 현관문이 보인다.


쿵쿵쿵.


"어르신. 접니다. 501호."


아무 대꾸도 돌아오지 않는다. 허나 내부에서 느껴지는 어렴풋한 인기척은 숨길 수 없지.


나는 곧장 챙겨온 빠루를 들어, 도어락과 문 사이를 쑤셔 박았다.


콰득! 콰득!


"자, 잠깐! 잠깐! 있어! 있다고! 나갈텐께, 하지말어!"


헐레벌떡 문을 연 노인.


"201호에게 다 들었습니다. 202호는 죽였구요."


곧장 내 의사를 밝힌다.


"뭐, 뭔 소리여? 갑자기..."


눈을 피하며 시치미를 뗀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고.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실대로 부십쇼. 한 번은 넘어가줄테니. 아시다시피 세상이 요지경입니다. 혹여 제 신변에 위협이 되는 건 없애두려고 하거든요. 제가 어르신을 해치는 일이 없으면 합니다. "


나라고 위협이 되는 사람을 마구 죽여대진 않는다.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전장에서 나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현지인들이 있는 반면, 우호적인 이들도 있었다. 당시 자살공격 등의 위협 때문에, 다가오는 민간인만 보면 발작을 일으키며 총구를 들이대는 전우가 있었는데...


'...결국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버렸지.'


그는 귀국 후, 정신병동에 수감됐다.


나라고 그렇게 되고 싶진 않다.


물론 202호의 경우는, 아무리 억울하다해도 별 수 없다. 전투에 돌입하고 말았으니까. 어떤식으로든 실질적인 위협단계에 접어들면 내 안위를 위해서 죽인다.


1순위가 내 신체적인 안위, 2순위가 내 정신건강. 그리고 3순위가 억울한 피해자의 발생을 막는 것.


나는 그렇게 정해두고 있다.


하여튼.


. 내가 시켰어. 네 말대로 세상이 요지경이잖아. 전에 칼이나 도끼같은 걸 사모았던게 떠올라서 그랬어! 세상이 이렇게 되길 기다렸다가, 난동을 부릴까봐! 난 그냥 이 빌라 사람들하고 평화롭게 상부상조하려고..."


집주인은 대충 이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칼이나 도끼같은건 공구목적인데요. 캠핑같은거 할 때 쓰는..."


진심이다. 누가 사람을 해칠 목적으로 사겠나. 물론 호신용이라는 목적이 배제된 건 아니었지만. 세상이 이런 식으로 망할진 아무도 몰랐을테니까.


참고로 용달필의 설명대로는, 이 인간에게 '빚'을 지게 된 것은 능력 때문. 교묘한 질문을 섞어서...고작 '예'라는 말만 나와도 자동으로 계약이 체결된단다.


"그, 그러니까...501호 청년. 자네가 그저 취미로 모은 것이란 건 알겠어. 위험하지 않다는 걸...그럼 우리 빌라에서 다 같이 살아남기 위해 협조해줄건가? 응...?"


그저 무표정으로 듣고있자니, 점점 어조가 낮아지는 모습.


띠링!


['신중함' 특성이 이변을 감지합니다.]


[스킬에 의한 부당계약을 제안받고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그래. 이런식인가.


"어르신."


"으, 응?"


"능력을 얻으려면 뭐라도 죽여야 할 텐데. 나이드신 몸으로 어떻게 하신건지만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어쩌긴...내가 왕년엔 힘이 장사였어. 첫날에 집 근처에서 산보나 하다 쫓아오는 걸 그냥 콱..."


이 말은 거짓말이다.


왜냐면 이 문을 열 때부터, 시취를 맡았거든.


그리고 용달필과 202호가 집주인에게 '빚'을 진 것도 오늘 아침.


"들어갑니다."


"아 왜 이래! 어이! 들어오지 말라니까!"


몸으로 막아보지만, 나를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집안으로 들어선 내가 보게 된 것은.


"사모님이시네요."


"..."


집주인의 안사람. 그녀의 시체였다.


"놈들한테 물리고 좀비가 됐어. 달려들길래 어쩔 수 없이..."


뭐 그렇겠지.


집주인은 죽은 눈빛으로 묻지도 않은 변명을 했다. 그냥 확인할 뿐이었는데, 누구에게 변명을 하는걸까?


아무리 좀비가 되었다지만, 제 손으로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를 죽인 집주인. 그가 어떤 기분일진 나도 모른다.


나는 날 때부터 평생 혼자였으니까.


"... 위생적으로 위험하니까 치워두는 게 나을겁니다."


씁쓸한 기분으로 발을 돌렸다.


저런 꼴을 보고서도, 딱히 뭔가 더 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 의지는 충분해 보이는데...'


용달필과 202호는 빚을 이용해 조종했지만, 나는 그 둘을 이용해 위해를 가하려 했다. 아마 여태 모은 물자가 목적이었겠지.


"또 허튼 짓은 하지마세요. 저는 갑니다."


그렇게 집을 나서려는데.


"으어어어어!"


난데없이 장도리를 들고 내게 달려드는 집주인. 곧장 손목을 붙잡고 발목을 후려 넘겼다.


쿠당탕!


"쿠악!!"


"...이게 무슨 짓입니까?"


"크흐으...그냥, 전부터 다 마음에 안들었어. 늙고 잔소리만 해대는 아내도... 날 깔보는 세입자 놈들도. 거지 같은 놈들...!"


그의 장도리는 내게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못했지만,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마 아내의 피겠지.


과연.


생존용품이나 칼, 도끼같은 것을 사던 나. 그런 녀석이 세상이 망한다면 날뛸지도 모른다...


그건 동족혐오였나.


'어쩌면...'


좀비가 된 아내를 죽인게 아니라, 아내를 죽여서 좀비가 된게 아니었을까?


"이이이익!"


그리 말하곤, 몸을 비틀어가며 빠져나가려고 한다. 힘과 기술로 제압하고 있었지만 노인네답지 않게 힘이 세다.


'그래. 이 인간도 각성자였지.'


어떻게든 몸을 비튼 그가 내 손목을 물기까지 하려 하자, 그냥 놓아줬다.


"이야아아아아!"


장도리를 휘두르지만.


푸샥-!


벨트에 걸어놨던 나이프를 꺼내는 동시에, 목을 그었다.


"커...커억."


[플레이어 '신철주'를 처치했습니다.]

[해당 플레이어가 보유한 5코인을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털썩.


힘없이 쓰러지는 노인. 뒷맛이 좋진 않다.


그런데...


[4성 이상 클래스를 처치함에 따라 고유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고유 아이템?


[행복빌라 집문서(C)]

[건물주 '신철주'가 소유했던 행복빌라의 집문서. 해당 건물의 소유권을 발휘할 수 있다.]


뭐야 이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4.08.18 22 0 -
공지 매일 연재됩니다. 24.07.30 100 0 -
20 멸망 14일차, 00시. 세 번째 거래. 24.08.16 52 6 14쪽
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8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1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2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3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2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6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2 9 13쪽
»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9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7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