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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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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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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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DUMMY

멸망 11일 차 아침.


두둑-! 두둑-!


이른 시간부터 일어나 몸을 풀었다.


그 후, 간단한 레토르트 음식으로 칼로리를 섭취했다.


"흠..."


집안에 거치해 둔 물건들을 한 번씩 살펴본다.


---

[수수께끼의 알(B)]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자라고 있는 알입니다. 부화 시, 처음 마주친 대상을 부모로 인식합니다.]

[부화까지 25일.]

---


"...25일이라. 줄일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중얼거리자,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됐다.


[아이템 '수수께끼의 알'은 강력한 에너지를 흡수해 부화 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흠.


강력한 에너지라. 당장 떠오르는 건 소울 에너지 코어 정도. 하지만 당장 이 행복빌라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그것을 이 녀석에게 줄 수는 없다.


에너지 코어의 재료로 사용된 생명핵이나 영핵을 떠올린다. 아마 그 둘도 상당한 에너지 덩어리였겠지.


여태까지의 경험상, 강한 괴물을 죽이면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있겠군.


다음에 비슷한 걸 얻으면 이 '수수께끼의 알'에 줘 봐야겠다.


두 번째로는 '기사의 투구'다.


철컥-끼익!


'시스템'으로 인해 행복빌라의 집주인으로 설정된 나는, 어느 문이든 열 수 있다. 곧장 용달필의 집문을 열었다.


"드르렁-! 커어어..."


"일어나라."


펄럭-!


한창 코를 골고 있던 녀석을 이불째로 뒤집었다.


쿠당탕-


"커억!? 혀, 형님!?"


"옥상으로 와라."


비몽사몽한 상태로 끌려온 녀석. 나는 곧장 놈의 머리에 기사의 투구를 씌웠다.


"?"


"이 꽉 물어."


떵-!


"허억-!?"


다짜고짜 몽둥이를 휘두르자 기겁하는 용달필.


"어때. 아프진 않나?"


"가,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형님! 제가 뭘 잘못했다고!"


텅-! 터엉-!


간절하게 읍소하는 녀석.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두 대, 세 대 연달아 내리쳤다.


"앞으로 잘할게요! 제발!"


"아프냐고 물었는데 자꾸 헛소리야.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어...!?"


그제야 놈은 제 머리에 씌워진 투구를 더듬더니 펄쩍 뛰었다.


"안 아프네!?"


몽둥이를 휘두를 때, 투구의 겉면에 닿기 직전 무언가 보이지 않는 기운에 의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템 설명에 써 있었던 '방호력++'가 의미하는 것이 이거였나?


철판으로 이루어진 투구는 확실히 튼튼할 터였다. 그러나 충격은 전해질 수 있다.


방탄모가 총탄이나 파편을 막아도, 그 충격으로 뇌진탕이 생기는 경우가 많거든.


'근데 이건...'


아예 충격까지 차단하는 듯했다.


철컥-!


다음은 한계점을 확인해 볼 차례였다. 나는 권총을 꺼내들었다.


파다닥-!


그러자 용달필은 바퀴벌레처럼 네 발로 뛰어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 이건 아닙니다 형님! 무섭단 말이에요!"


나는 그런 녀석을 샐쭉한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알았다는 대답을 들려주고 내려보냈다.


내가 여태껏 봐온 용달필은 딱 봐도 폐급 뺀질이 스타일이다. 이런 식으로 한 번씩 기강을 잡아줘야 느슨해지지 않는단 말이지.


이어지는 실험은 투구를 장대에 걸쳐둔 채로 진행됐다.


퓽-!


총성과 함께, 장대에 걸린 투구가 흔들렸다.


'이 정도면...'


방호력을 넘어선 공격인 모양이다. 그러나 장대에서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충분히 인체가 버틸 수 있는 정도. 게다가 회수해보니, 철판이 패이거나 찌그러지지도 않았다.


권총탄 정도의 충격은 거의 완벽히 막아내는 수준. 게다가 그게 얼굴 전체에 적용된다니.


'이게 고작 D급 아이템?'


너무 이목을 끌 것 같은 생김새를 제외한다면, 엄청난 성능이었다.


나는 결국 고민 끝에, 이걸 내 무장으로 선택했다.


생존주의자로서 눈에 띄는 것은 필요했지만, 머리를 보호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으니까.


그 후 나는 옥상에 서서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폈다.


거기다...


'...활동하는 생존자들이 부쩍 늘었다.'


슬슬 집에 비축해둔 먹거리도 부족해졌을 테고, 처한 상황을 받아들일 시기다.


나는 그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봉천동 일대는 자취촌으로도 유명하니, 홀로 활동하는 이들도 많았다.


일상생활에서 구할 수 있는 장비로 무장한 이들이 약 7할.


'아직 뉴비라 할 수 있겠군.'


초반부터 좀비와 싸워 온 인간들은 뭔가 이질적인 무기를 갖고 있기도 했다.


중세 시대에나 쓸 법한 모양새의 둔기라던가. 칼 또는 방어구 같은.


그런 이들이 3할이다.


그중에서도...


"꺄아악-! 이, 이러지 마세요!"


"...죽기 싫으면 가방 내려놔!"


셋 중 하나는 약탈을 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니까, 밖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1할은 약탈자란 거다.


'...뉴비 수준의 인간들이 7할인 걸 감안하면.'


이들도 충분히 이 세상에 적응하고, 무장을 갖췄을 땐 어떨까.


약탈자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못해도 전체의 3할, 아니 그 이상이 되겠지.


원래 스스로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남이 가진 걸 뺏는 게 더 쉬운 법이다. 거기서 오는 유혹은 말할 것도 없고.


'약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이들도... 그런 이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고 변질되겠지.'


지금 이 세상이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밖으로 나가면 좀비가 있고, 놈들을 죽이면 강해진다. 얻은 코인으로 무장하면 자신감이 더해질 테고... 약탈자가 되기 쉽다.'


그럼 약탈당하지 않으려면?


나도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결국 생존을 위해 한 가지 방향의 행동 양상이 강제된다.


"하아."


별수 없지.


그나마 나는 절대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여, 여긴 내 구역이야! 안 꺼져?"


"모르겠다 씨발, 죽어!"


적어도 조그마한 편의점 하나를 두고 아귀다툼을 하는 수준은 아니니까.


그리고 빠르게 총기를 얻어 온갖 변이 좀비들을 사냥하고, 결국 돌발 퀘스트까지 클리어했으니. 온갖 보상을 독점한 상황.


이 페이스를 유지해야 해.


뒤처지면 죽는다.


"...음? 곽정필 씨?"


"아. 일찍도 일어나셨구만."


"뭐하고 계십니까?"


그는 내가 평소 철물점에서 빼오던 철조망을 담벼락에 치고 있었다.


"약탈자들이 보이길래. 도둑 좀 쫓아내려고 작업 좀 하고 있수다. 그리고 변종들 있잖수? 그런 괴물들이 집 담벼락이라도 허물려 하면 위험할 것 같으니까. 전기 좀 흐르게 하려고."


그래. 이거지.


농가에서도 멧돼지를 쫓아내기 위해 전기 담벼락을 쓰니까.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딱-!


나는 주변을 배회하는 좀비에게 돌을 던졌다.


"그어어어..."


녀석은 아니나다를까, 무작정 나를 향해왔고.


지지지직-!


"거거거거걱!"


전기 울타리에 감전당하곤 쓰러졌다.


"오. 코인이 들어오는구만."


"좋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곽정필을 스카우트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따님은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차차 나아지고 있수다."


"문제 생기면 말해주십시오."


"허허. 그거 참 고맙네. 아! 그리고 여기서는 포탑을 설치하면 곧장 에너지 코어에 연결되더군."


그 말은 곧, 곽정필의 마력량과 관계없이 포탑을 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기 울타리에 안정적인 포탑까지.


조금이지만, 이 평범한 빌라가 요새화된 것이다.


'좋아, 그럼...'


마음 놓고 시체 기사를 토벌하러 다녀도 되겠군.


---


부우웅-


나는 채비를 마치고, 용달필의 차를 이용해 이동했다. 보라매동과 청룡동, 은천동의 시체 기사를 제거했으니, 신림동에 인접한 방향은 볼 일이 없다.


다음은 서울대입구역 방향이다.


텅, 터덩!


용달필은 꽤 깡이 강해진 것인지, 잡스러운 좀비 몇 마리는 아무렇지 않게 쳐버리며 나아갔다. 허나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으니.


"어어, 형님. 저 새끼들!"


이제는 약탈자가 되어버린 생존자들도 문제였다.


주로 창이나 장대 같은 장병기로 무장한 이들이었다.


'그래. 냉병기로 대인전은 저게 맞지.'


리치에서 나오는 저지력이 있으니까. 심지어 이렇게 팀을 이룬다면 말할 것도 없다. 좀비든 인간이든 잘 처리하겠지.


총이 있더라도, 나처럼 총알을 수급하지 못하면 의미 없으니까.


그나마 총기를 이용하기 편한 건 경찰관들이려나. 리볼버도 탄약도 갖고 있을 테니.


"막아! 막아!"


그들은 창문을 깨려 하거나, 도로에 스파이크 트랩을 깔아 진로를 막으려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에이 썅 모르겠다!"


막무가내로 밀어버리는 용달필.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스파이크 트랩은 어떻게 한 거지?


"휴. 코인을 들여서 내구력 강화를 한 보람이 있네."


처음 시체 기사를 토벌할 때, 나이트메어를 처치하곤 5레벨을 달성하고 '차량 개조' 스킬을 얻었다더니.


이렇게 덕을 본 거였다.


그 이후로도, 위협은 계속됐다.


쿵-!쿵-!쿵-!


예를 들면, 압도적인 하체로 우리를 쫓아오던 변이 좀비 '러너'. 놈들은 셋이나 조를 짜서 우릴 쫓아왔고.


"계속 밟아. 내가 처리한다."


"헉... 알겠슴다!"


이목이 끌렸다면, 오히려 한 번쯤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넘볼 수 없는 강자라는 걸.


퉁-콰쾅-!


[러너를 처치했습니다.]

[70코인을 획득합니다.]

[러너를 처치했습니다.]

.

.

.


유탄 한 발에 변이 좀비 세 놈을 처치하니, 슬금슬금 기어나오려던 약탈자들은 더 보이지 않았다.


"휴..."


"긴장 풀지 마라."


"예입. 알겠슴다 형님!"


그렇게 도착한 곳은 봉천동의 최북단, 구암중학교 인근이었다.


끼익-


우리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차를 세우고 진을 치기 시작했다.


왜냐고?


우선, 여긴 경사진 언덕 위에 지어진 학교다. 담장이 높아 침입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정문으로 들어오려 해도 아래에서부터 올라와야 한다.


고지대인 건 물론이요,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라면 누가 침입해도 대응할 시간이 많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대기하는 동안 아무런 이변은 없었다.


시체 기사를 상대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다. 그저 고지대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다, 소모전을 펼치고 강력한 한 방을 꽂는다. 공략법에 변화는 없었다.


[나이트메어를 처치했습니다.]

[500코인을 획득합니다.]

[시체 기사를 처치했습니다.]

[1,000코인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15레벨을 달성했고.


[15레벨을 달성함에 따라 클래스 스킬 '웨폰 스토리지'를 획득합니다.]


[웨폰 스토리지(LV.1)]

[아공간에 무기와 탄약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재빠르게 손에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


쓸 만한 스킬도 얻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쓸 곳이 많다.


무기를 숨기는 것으로 얻는 위장 효과, 그리고 기습. 도수 운반하는 무게를 줄이며 발생하는 기동력까지.


좋아. 이대로만 간다.


---


이틀이 지났다.


멸망 13일 차 밤.


[퀘스트 목표: 시체 기사 처치 8/9]


용달필과 나는 하루에 두 탕을 뛰었다.


왜냐고? 시체 기사를 죽이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졌으니까.


게다가 차량만 있다면, 봉천동은 그리 넓은 곳이 아니다. 하루 안에 두 곳을 도는 것쯤이야. 피로도를 고려해도 강행군이 아닌 수준.


거기다 아이템을 두 개는 더 얻었다.


[기사의 심장(D+)]

[기사로서 쌓은 긍지와 힘이 응집된 결정체입니다. 어두운 힘에 의해 타락했지만, 많은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영핵이나 생명핵같은, 에너지 응집체인 기사의 심장을 두 개나. 하나는 수수께끼의 알에 줄 예정이고.


'...나머지는 에너지 코어로 합성해볼까.'


당장 시체 기사와 각종 변이 좀비, 약탈자들을 처치하며 모인 코인이 약 2만에 달한다.


오늘 밤 찾아올 터인 쟈코에게 새로운 장비와 아이템을 사도 충분히 남겠지.


그러면 행복빌라의 개조에도 써볼 예정이다.


그리고...


지익-지익-


나는 화이트보드에 다시 계획을 적고 있다.


[행운동에 위치한 서울대입구역에는 시체 기사들의 '기사단장'이 출몰한다.]


여지껏 봉천동의 중앙에 위치한 서울대입구역은 놔둔 채, 외곽을 돌며 시체 기사들을 처치해왔다. 왜냐면 저 '기사단장'의 존재 때문.


그 뿐이 아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관악구청'엔 리치-데스몬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


휘하의 기사들이 몰살당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왠지 모르게 그곳에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봉천동의 최종 보스.


이것이 내가 봉천동 일대를 돌며 알아낸 최중요 정보들이다.


'기사단장 이후엔 이 녀석이다.'


나는 리치-데스몬드의 이름 옆에 해골마크를 그려넣었다. 놈을 처치하겠다는 의지표명이다.


이젠 그를 위한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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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7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6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1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2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1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5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1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5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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