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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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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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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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DUMMY


소울 에너지 코어의 사용법은 어렵지 않았다.


[당신은 '행복빌라'의 소유주로, 해당 건물에 대한 개조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설치하시겠습니까?]


"설치한다."


그것은 행복빌라 지하실에 설치되었고, 이곳의 심장 역할을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우효옷-! 뜨거운 물이 나온다! 게임기도 할 수 있어!"


용달필을 신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스나 전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해가 진 뒤엔 불을 켜지 마라. 괜히 눈에 띄니까. 그리고 물탱크에 물도 얼마 안 남았으니 온수 샤워는 보고 후 3분 내로."


본래 행복빌라엔 그런 기능이 없었지만, '집문서' 아이템으로 인해 모든 에너지는 내 마음대로 중앙 통제를 할 수 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이런 멸망 상황에서 에너지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저 녀석은 알까.


[충전량 - 100%]


지금은 에너지를 사용해 보며 충전량이 줄어드는 속도를 보는 단계다.


생각보다 빨리 줄어든다고 느껴지면 온수도 게임도 압수다.


하는 김에 집을 개조하는 옵션도 살펴봤다. 보유한 코인이 5,000개가 넘었으니, 슬슬 여유가 있지 않나 하기도 했고.


[마나 배리어 - 1,000코인]

[코어의 에너지를 소비해 방어역장을 펼칩니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소모 에너지가 커집니다.]


[마나 터렛 - 1,000코인]

[코어의 에너지를 소비해 마력탄을 발사합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이 두 개였다.


"흠..."


하지만 역시 아직은 킵해 두자.


당장 오늘 밤, 자코에게서 시체 기사를 죽일 화력을 조달해야 하니까.


코인이 얼마나 들지 모른다.


---


결국 찾아온 밤 12시.


[멸망에서 '7일'을 생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아직도 일주일 차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수두룩한 상황. 당장 여태까지 마주쳤던 변이 좀비들은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지만...


'시체 기사나, 리치-데스몬드는 훨씬 강하겠지.'


내가 감당하기 힘든 존재들이 떡하니 도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데, 그뿐만이 아닌 게 문제다.


혹여 생존자의 예상치 못한 기습이나, 대처를 잘못해 일반 좀비에게 물리는 것만으로... 나 또한 이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송장들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더 압도적인 무력이 있어야 한다.


[사용자 '신중한' 님의 실적 측정 중...]


랭킹 발표인가.


아직도 내가 이 구역의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상당히 시간이 지난 지금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강할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지만...


[사용자 '신중한' 님의 '봉천동' 구역 랭킹은 1위입니다!]


여전히 그쪽은 괜찮은 듯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하나 더 일어났다.


[Tip: 정식 랭킹 발표는 1~10위까지의 상위권 목록이 발표됩니다.]


[1위: 신중한 - 725점.]

[2위: 정수찬 - 170점.]

[3위: 박세현 - 150점.]

.

.

.


다름 아닌 랭킹 공개. 이런 세상에서 주목받는 일은 좋지 않다. 물론 내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문제가 있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일.


일단 나는 TV 뉴스나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이름이나 얼굴이 팔린 전적이 있다. 모두가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않겠지만, 방심할 순 없는 거다.


'그렇지. 보상.'


이게 제일 중요하다.


[축하합니다! 랭킹 1위에 따른 보상이 지급됩니다.]


[지급 목록: 3,000코인]


받게 된 것은 3,000코인. 첫날의 특별 랭킹 보상보다 무려 3배나 후하다.


좋아, 정했다.


"영차! 영차!"


마침 쟈코도 벽을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거래의 시작이다.


---


"엇차! 다시 뵙는군요, 중한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요?"


벽을 뚫고 나온 쟈코가 밝게 인사했다. 이번 거래는 성공적으로 마치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은 그였다.


"그래. 오랜만이군."


하지만 중한 역시 만만찮은 상대. 둘은 눈을 마주치자마자 서로 작정했음을 느꼈다.


'한 번은 당하기 쉽다.'


중한은 이전에 쟈코를 골탕 먹였던 방법을 떠올렸다. 거래를 트는 단계, 앞으로 있을 거래들. 그리고 첫날부터 랭킹 1위라는 자신의 유망성을 무기로 썼다.


'두 번째는 준비를 하고 오기 마련이지. 아주 단단히 마음을 먹었을 거다. 이번엔 절대 눈탱이 맞지 않겠노라고.'


초장부터 당한 걸 또 당한다면 상인 자격이 없다.


'저 인간... 보통이 아니니까, 방심하면 안 돼.'


쟈코 또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스스로를 날카롭게 갈아놓은 상황.


그 속에서 중한이 던진 한 수는 화제 돌리기였다.


"그나저나, 너. 다른 녀석들과도 거래를 하나?"


"예? 서, 설마요. 전속 계약은 절대적입니다요."


"흐음..."


쟈코는 아차 싶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반응이었다. 이전에도 정보를 함부로 말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중한은 정말 아무 대화나 던진 것. 너무 날카로워진 상대에겐 아무 말이나 던져도 과대해석을 한다. 스스로 무너지는 법.


중한은 자신의 성격대로, 이런저런 정보를 캐기 시작했다. 이러한 주간 랭킹 발표에 따른 보상과, 상단의 거래 형식까지.


심지어는 이 '멸망'에 대한 것까지 물어봤지만...


"그건 불가합니다요. 말할 수도 없거니와, 어떻게든 알려드리려 한다면 전 폭발해서 고기 조각이 될 겁니다요..."


그런 모양이었다.


다음은, 당장 중한의 지역에 도래한 침략자에 관한 것.


"리치-데스몬드에 대한 정보는 코인이 필요합니다만... 괜찮으신지요?"


헌데 무료가 아니었다.


"얼마인데?"


"0차 습격자에 대한 정보는 1,000코인부터 5,000코인까지 있는데, 비쌀수록 세세합니다요."


언젠가 죽여야 할 적에 대한 정보는 신중하게 토벌하기 위해 필수지만, 가격이 너무했다.


"거 말만 해주는 건데, 너무 비싸네."


"이건 해드리고 싶어도 못 해드립니다요! 저희도 맹약에 묶여 있는 존재인지라,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쟈코가 속으로 씨익 웃었다.


'이 양반 진짜 말 많네. 하지만 오늘은 안 당해줄 거지롱!'


이번엔 쉽게 당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중한의 패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뭐... 그런가. 그럼 가봐."


"예, 예!?"


그는 말 그대로 그냥 드러누워버렸다. 정보만 쏙 물어보고, 중요한 건 돈을 내야 한다니까 축객령을.


"이번엔 살 거 없어. 침략자에 대한 정보는 완전한 걸로 알고 싶었는데, 돈도 부족하고... 별수 없지."


"그, 그치만... 아! 이전에 물어보셨던 글록 17 권총을 살 돈은 있지 않으십니까!? 이번에도 1등이신 걸로 아는데..."


상단에선 누가 랭커인지 다 안다는 것을 첫날에 들켰으니, 이번엔 숨길 게 없었다. 단지 중한이 오늘은 구매할 게 없다 하니 마음이 급해질 뿐.


"이미 권총이 있는데 뭘 또 사. 낭비야.


하지만 쟈코는 상인으로서 가진 영업 능력에 자부심이 있었다. 사고 싶은 게 없다면, 만들어주리라.


"그, 그치만! 강력한 몬스터들에게 화력이 부족한 일은 없으신지요? 총기류는 대부분 취급합니다요!"


"권총들도 할인 없으면 2,000코인 언저리인 마당에 뭔... 돈이나 모아야지."


"그렇다면 이 샷건은 어떠신지요. '레밍턴 M870'입니다. 심플한 설계 덕에 단가는 낮습니다만, 일발 화력은 권총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게 출중합죠! 3,500코인에 모시겠습니다."


쟈코는 랭킹 발표에 대해 알고 있다. 중한이 가진 예산의 최소 라인인 3,000코인 대의 무기를 제시한 것.


하지만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말이 있다. 중한의 생각은 딱 이랬다.


'그걸 내가 모르겠냐.'


그래도, 여기선 한 번 꺾어서 희망을 주기로 했다.


"...단가가 어떻게 책정되는데?"


"지구 분들과는 조금 다른 기준을 씁니다. 일단 살상력이 먼저지요. 허나 해당 성계에서의 희소성이나 제작 난이도도 따져서 단가를 냅니다."


"샷건. 샷건 좋지. 좀비 녀석들에게 이만한 게 없을 거야."


"역시 그렇지요?"


하지만 중한이 노리는 것은 이게 아니었다. 샷건의 12게이지, 슬러그탄 등은 변이 좀비에게도 먹힐 터.


하지만 중한이 노리는 건 그보다 위였다.


'시체기사.'


그만한 녀석을 잡으려면 못해도 유탄발사기가 필요하다.


"밀코 M32는 얼마지?"


"어... 그건 1만 코인은 갖고 계셔야 할 겁니다."


리볼버식 6연발 유탄발사기, 밀코 M32. 현역 시절 다뤄봤던 화기라 말해봤지만 역시 비쌌다.


"에이씨. 돈 모아야겠네. 다음에 보지."


"혹시 유탄발사기가 필요하시면! 예산 이내에서 찾아드릴 수 있습니다!"


"4,000코인 이내로."


"우선 M79 유탄발사기는 2,000코인에 모실 수 있겠군요."


구관이 명관이라지만, 중한이 원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신뢰도는 높지만... 범용성이 너무 떨어져.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혹시 원하시는 모델은..."


"K-201은 얼마지?"


"잠시만요, 저희 상단 추천상품에 없는 물건인지라..."


쟈코가 카탈로그를 열심히 뒤지더니, 이내 탄성을 질렀다.


"어!? 이거... 1,000코인입니다!"


아무리 상인이라도, 모든 상품들을 외우고 있진 않은 법.


"K-2 소총에 결합해서 사용하는 물건이거든. 그쪽은 얼마지?"


쟈코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끼워팔기!'


심지어 악성 재고를 묶어서 파는 것도 아닌, 함께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라 제값을 받는 거다. 상인 입장에서야 좋을 수밖에.


"그건... 아! 생각보다 수요가 있군요. K-2 소총은 어디 보자... 3,500코인입니다요!"


K-2 소총은 생각보다 연식도 있지만, 그 구조의 간단함이나 국군 제식 소총이라 희소성도 적어 이만한 가격이 책정되었다.


이는 나름 중한이 의도한 바이기도 했고.


'발전형인 K2C1도 좋지만...'


그놈은 아이러니하게도, K-201을 부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둘 다 살 테니, 300코인만 깎아라."


쟈코는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전에 총알을 만드는 스킬을 가졌던 걸 보면 5.56mm 탄은 못 팔겠지만... 유탄은 또 다르지. 4,200코인으로 총을 사고, 유탄을 또 끼워판다. 이건 소모품인데도 가격이 높지롱.'


저번의 눈탱이에 비하면 이 정도야! 금방 표정이 풀린 고양이 상인이 흔쾌히 발톱으로 OK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좋습니다! 두 개 합쳐서 4,200코인. 거래합죠!"


"추가 탄창이나 멜빵끈, 총기 수입 도구. 그리고 소음기는..."


쟈코는 소름이 돋았다. 잡스러운 것들은 좀 코인을 주고 살 것이지!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차원 상인 기준으로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닌지라, 그냥 챙겨주기로 했다. 생존에 관련되거나, 무기 본체만 비싼 가격이 매겨졌을 뿐 부속품은 저가에 속했다.


"가, 같이 드립죠."


"탄창은 두 개 더 챙겨줘."


"이익! 이번만입니다!"


"바로 결제하지."


곧장 코인을 받고 물건을 넘긴 상황. 멍청한 고양이는 중한이 K2 소총을 분해 결합해보고, 또 K201을 결합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 있자니 뭔가 초조해지는 마음. 쟈코의 마음에 불안함의 씨앗이 도사렸다.


"좋아. 이제 가라."


"예, 예? 유탄은 안 사십니까?"


"그것도 스킬로 만들 수 있거든. 필요 없어."


안타깝게도 불안함은 빗나가지 않았다.


'속았다!?'


생각해보니, 중한은 그저 말해준 예산 이내로 찾으라 말했을 뿐, 그만큼 코인을 갖고 있다 하진 않았다. 유탄을 사겠다는 말 또한 없었고.


그냥 여태 모은 코인에, 주간 랭킹 1등 보상으로 받았을 3,000코인을 합치면 그쯤 될 거라 어림짐작했을 뿐.


전적으로 쟈코 스스로의 오판이었다.


"햐아아악!!!"


또다시 속았다, 심지어 자기가 멍청해서! 고양이는 저도 모르게 털을 삐죽 세우며 비명을 질렀다.


"다음은 샷건. 더블배럴로. 이건 정가로 사주마."


"햐악... 햐악... 3,000코인입니다요."


"소드오프하면?"


Sawed-off. 총열과 개머리판을 깎아내 소형화하는 것을 뜻했다.


"2,700...입니다요."


"흥정 없이 사지."


그는 개평이라도 쥐어준다는 듯, 마지막 하나는 가격대로 샀다.


'그래야 맘이 덜 상해.'


오래오래 써먹으려는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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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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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매일 연재됩니다. 24.07.30 100 0 -
20 멸망 14일차, 00시. 세 번째 거래. 24.08.16 52 6 14쪽
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7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1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10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2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1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5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1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5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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