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씹어먹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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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7.28 23:37
최근연재일 :
2024.08.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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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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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5일차, 집단충돌.

DUMMY

중한은 붙잡아둔 녀석에게서 많은 정보를 빼냈다.


머릿수는 20명이 조금 넘는 정도. 모두 각성을 마친 상태. 레벨은 상이하나 가장 높은 것은 5레벨 두 명.


그리고 휴식시간과 배치, 주요 인물 등.


'집단의 결속은 몰라도, 통제는 느슨하군.'


1시간 동안 알아서 흩어진 채로 자율휴식. 어설픈 짓거리다. 이런 식으로 기습을 당하면 어쩔셈인가?


덕분에 다른 조직원들과의 추가 전투는 없었다.


"헉...헉...다 말했으니 살려."


푸욱-!


[플레이어 '박지승'을 처치했습니다.]

[해당 플레이어가 보유한 85코인을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당연히 살려두는 일은 없었다.


'음.'


죽은 녀석은 선글라스를 갖고 있었는데, 내가 잠깐 쓰기로 했다. 전투엔 방해요소에 불과하지만 얼굴을 가리는 데는 좋으니까. 언제 어디서든 신상을 가리는 건 불리할 게 없다.


그 후로 위층으로 향했고, 마주친 좀비들과 산발적인 전투를 했다.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5코인을 획득합니다.]


변이좀비는 없었으니, 중한을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6층까지 뚫어내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바리케이드인가.'


매대나 잡동사니, 가구 등을 쓰러트려 만든 형태다. 나야 작정하면 넘을 수 있지만...좀비에겐 효율적이겠군.


그 증거로, 좀비였던 시체 몇 구가 바리케이드 근처에 널브러져 있었다.


뚜벅.


트랩이 없는 것을 확인하며 한발짝 다가서자.


"사, 사람이다!"


"멈춰!"


감시하던 인력들이 곧장 멈춰 세운다.


이쪽도 적의는 없다. 곧장 양손을 들며 눈을 재빨리 굴렸다.


'원거리 무기는 없다.'


곧장 공격당할 일은 없어 보였으니, 용건을 말했다.


"경고하러 왔습니다."


"뭐? 갑자기 무슨."


"오늘, 퀘스트가 발생한 걸 보셨겠죠. 당신들을 방패로 내세우려는 세력이 여기 들어왔습니다."


"잠깐! 잠깐! 다들 비켜주세요! 제가 듣겠습니다!"


"구, 구청장님!"


응? 구청장?


바리케이드 내부에서 소란이 일더니, 벽 위로 웬 중년인이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나 관악구청장 천경준이요. 무슨 일입니까?"


관악구청장? 그쯤 되는 사람이 이런 곳에 갇혀있었나. 뭐, 사실상 행정 시스템이 무너진 이상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나는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처리하고 온 똘마니에게 들은 자세한 정보를 통해 실질적인 위기감을 심어주기도 했고.


"이거 곤란하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그쪽은?"


"...그냥 지나가던 생존자입니다만. 정예 몬스터를 퇴치하러 와서요, 혹시 들여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굳이 허락을 받으려는 이유. 그들은 6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들의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는 곳은 7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포함하고 있었다.


즉, 웬디고가 있는 마지막 층으로 향하려면 이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흠...그건 안되겠는데요?"


이런.


그래,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선의가 꼭 선의로 돌아오진 않는 법이다.


"어째섭니까?"


"그게 말이지요."


그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7층으로 향하는 길이 막혔다.


입장이 불가한 건 아니다. 퀘스트를 위해 따로 격리된 느낌.


입장을 원하면 길이 열리고, 입장을 원하는 인원들은 들어가면 된다.


허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만약 공략 실패 시 웬디고가 해방되어 밖을 돌아다니게 된다나.


"우린 그냥 놔둘 셈입니다. 굳이 그걸 들쑤셔서 좋을게 뭐 있다고."


"그쪽 말마따나, 오늘 아침의 일 떄문에 이곳을 노리는 이들이 생겼을텐데...그쪽도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습니까? 혹시 모르지요. 문을 열어줬더니, 다른 사람들이 우루루 튀어나와선 습격을 할지..."


하. 기가 찼다. 뭐, 딱히 인정받으려고 미리 알려준 것은 아니다. 그저 양심에 따랐을 뿐.


녀석들은 전원 상태창을 얻은 놈들입니다. 만만히 보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습니다."


"스무명 언저리라며? 우린 백 명이요. 여자나 노인, 어린애도 껴있긴해도. 그치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응? 촌스러운 선글라스 양반."


"푸하하하! 역시 구청장님. 이런 상황에서도 유머센스가-"


나는 더 듣지않고 층계를 내려갔다.


"후."


복잡해졌다. 잠시 머리속을 정리해보자.


우선 7층, 웬디고로 향하는 길은 기존 백화점 생존자 세력이 막았고.


후진입한 조직폭력배들. 녀석들이 이를 뚫고 노약자들을 방패삼아 웬디고를 공략하려 한다.


'...우선.'


이들의 예정된 분쟁엔 관심없다. 나는 내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


구청장이랬나?


바리케이드 안쪽을 봤을 때, 골프채나 야구배트. 목검이나 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남성들이 다수 보였다. 그들은 이미 하나의 세력이다.


세력간의 다툼에 끼는 건 내 일이 아니다.


물론 그 이후.


조직폭력배 녀석들이 노약자들을 방패삼으려 할 때.


그때는 내 양심에 따라 움직이겠다.


'...두 세력이 부딪히기 전에, 나 혼자 침투한다면?'


그런 바리케이드를 무력화시킬 수단은 많다. 애초에 넘어버리고 7층에 입장해도 되는거고.


하지만 그러면 이후가 문제다.


배후에 두 세력이 남는 것. 그들이 웬디고를 공략하고 병기를 소진한 내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당연히, 호의적이라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은 적어도 때를 기다린다.


그리 생각한 중한은 L백화점 어딘가에 숨어들었다.


---


관악구청장 천경준.


그는 지극히 권위적이고 구시대적인 인물이었다.


백화점에서 사치품을 고르며 시간을 보내던, 멸망 첫날에도 그랬다.


"젠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모두 괴물이 됐어요. 우린 갇힌 겁니다!"


"어떡해...! 흑흑..."


"집에 가야하는데..."


"진정하세요, 여러분! 나 관악구청장 천경준이요! 모두 모여서 의논해봅시다!"


물론, 극한의 상황에 나서서 사람들을 모아 상황을 수습한 건 잘한 일이었다.


"지하 2층과 7층의 음식점들 안에 식재가 있을텐데..."


"지하는 주차장을 통해 좀비가 유입되서 위험해."


"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말씀을 꺼내신 분께서 조를 짜서 다녀오시는게?"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군림했다.


"예,예? 그치만-"


"젊은 사람들이 왜 그래? 딱 보니 체격들도 건장하구만."


"맞아요. 남자분들이 힘 좀 내주세요. 멋지다, 총각!"


L백화점이라는 폐쇄된 사회 속. 신중한처럼 밖을 나돌아다니며 행정력이란게 유명무실해졌음을 체감하지 못하는 그들은, 오지도 않을 군대 따위를 생각하며 그를 따랐다.


왜냐면 리더십을 가진 이가 달리 없었으니까.


어느정도 사회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그의 후광에, 젊은 이들은 이 상황을 헤치고 밖에 나갈 수 없어서.


사회적 약자들은 그저 누군가가 상황을 주도하고 있으니, 가만히 따르면 반이라도 가자.


그런 생각들이었다.


결국 그들은 수일치 식량을 확보하고, 바리케이드를 쌓고 무장했다.


'좋아. 역시 나야! 나 안죽었다!'


잠깐 그런 생각에도 취한 천경준.


"노인과 어린이, 여성분들은 잡일을 맡아주시구요. 싸움은 남자들이 하겠습니다."


"..."


극한의 상황에, 무어라 불만을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 결국 어떻게든 공동체를 유지해나갔다.


"조금만 더 고생하지요! 자자! 우리 고생하는 남자분들 응원도 좀 해주시고~"


물론 그는 뒤에서 삿대질이나 하며 시키는 쪽이었다.


"아니, 구청장이고 뭐고. 너무한거 아닙니까? 자꾸 뒤에서 이것저것 시키기만하고..."


"뭐? 야 이 새끼야. 구청장님이 네 친구야? 너 어디 사는 몇 살이야?"


"허허. 너무 화낼 것 없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이 공동체가 싫다면 떠나시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젊은 청년."


누군가가 항의를 하면, 그의 후광에 편승하려는 이들이 기를 눌렀다. 그리고 천경준이 직접 떠나길 종용하기까지.


결국 그를 거스르는 자는 없었다.


"구청장님. 여기 도끼입니다. 캠핑특집 매대에 있더군요."


"험험..."


쩍!


"아이고! 젊은 친구들 못지 않으십니다. 완전 팔팔하신데요?"


"내 골프 좀 쳐봤지."


심지어 그는 바리케이드에 몰려든 좀비의 경험치를 대부분 독식하기까지 했다.


그의 신하를 자처한 이들의 주도였다.


'나도 뤼니지 정도는 해봤단 말이지.'


게임처럼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최근 노화에 의한 신체능력 저하를 절실히 느끼던 그에겐 눈이 돌아갈 만한 일이었다.


결국 자경단원은 대부분 1레벨에 머물렀다.


천경준은 신중한이 경고를 한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조직폭력배요? 하! 범죄와의 전쟁 시절하곤 비교도 안 됩니다. 떨거지들이요, 떨거지들! 좀비들을 막던 것처럼 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요 5일간 해온 대로, 그의 말에 따랐고.


결국 안일함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


"어떻게, 잘 살피고 왔냐?"


"예, 형님."


봉천귀신파의 두목. 장순조는 '염탐꾼' 클래스를 가진 부하에게 설명을 들었다.


"엉. 노친네랑 애새끼. 여자들이 대부분이고. 남자는 20~30명? 거 쉽네. 바리케이드야 뚫어버리면 되는 거고."


그가 행동대장인 변창욱에게 고갯짓을 하는 것으로, 이들의 출진이 결정됐다.


"드가자! 새끼들아!"


"""예! 형님!"""


"그나저나 지승이랑 병창이 새끼는 왜 안 와? 화장실 간다더니, 씨발 튄 거 아냐?"


"그 새끼들은 놔둬! 일 끝나고 기어나오면 막내들 일이나 시키고, 여자들 분배에서 제외시키자고."


소방도끼나 빠루. 둔기 등으로 무장한 그들이 계속해서 위층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달한 6층.


저벅!저벅!저벅!


거침없이 발소리를 내자, 바리케이드 내부의 인원들이 눈치를 챘고.


"누, 누구냐!"


그리 되물었지만 원하는 대답은 오지 않았다.


"기름뿌려."


촤륵! 촤르륵!


장순조의 명령에 한 부하가 말통 안의 기름을 끼얹었다. 불쾌한 경유 냄새가 퍼졌고.


"뭐, 뭐하는거야!"


"문 열고 나와. 안 그러면 불 질러버린다."


달칵!


그가 품속의 지포라이터를 꺼내보이며 겁박했다.


"어떡해...진짜 왔나봐."


"불? 불 지르겠다는데?"


"야 이 개새끼들아...!!"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천경준 휘하의 생존자들은 술렁였고.


"어이 잠깐! 나 관악구청장 천경준이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그가 앞으로 나섰다.


"...?"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장순조.


"그래서 어쩌라는건지?"


"공권력이 무섭지도 않아!? 너 밖으로 나가면 그냥 좆되는거야. 알어?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까지도 받어!"


"이런. 상황파악이 안 돼? 제발로 기어나오게 해드리지."


"구청장님께 그게 무슨 말투...!"


툭-


화르륵-!


장순조는 지포라이터를 던져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였고.


"꺄아아아아악!"


"소, 소화기! 소화기 가져와!"


"미친 새끼들!"


바리케이드 내부의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야. 저 새끼들 난리났다. 이쪽 무너트려."


그 틈에 봉천귀신파 일원들은 일제히 한 쪽 바리케이드에 달려들었고.


콰직! 쾅! 우르르-


좀비들에게서 생존자들을 지켜주던 바리케이드는, 약 스무명의 각성자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와해되고 말았다.


"죽여."


"""와아아아아!"""


기세를 멈출 새도 없이 돌입하는 그들.


"마, 막아! 싸우란말야! 어!?"


"씹...!"


양측의 기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야 그렇다.


여지껏 폭력을 통해 살아오던 봉천귀신파. 그들은 살인이나 폭력에 있어 거리낌이 없는 사이코패스나 다름없다.


그리고 평화로이 살던 일반인들. 그들은 L백화점 안에 틀어박혔고, 그 안에서도 바리케이드를 쳤다.


결정적으로 무리를 이끌 자격이 없는 천경준이 그들의 리더였다.


퍽! 푸각!


"억! 어억!"


쩌억-


"하, 하지마! 하지말라고!"


"사, 살려주세요! 제발...! 엉엉..."


일방적인 학살극, 아수라장.


그 이상의 표현은 필요없었고.


"..."


이 모든 걸 숨어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결국 이렇게 되는군.'


신중한은 다음 상황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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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멸망 11일~13일차. 넥스트 레벨. 24.08.15 71 5 13쪽
18 멸망 10일차, 엔지니어 영입. 24.08.14 87 6 12쪽
17 멸망 8~10일차, 히든 퀘스트. 24.08.13 90 6 12쪽
16 멸망 7일차, 시체기사를 죽이다. 24.08.12 91 8 13쪽
15 멸망 6일차, 화력 확보. 24.08.11 97 7 13쪽
14 멸망 5일차, 결산. 24.08.10 103 7 13쪽
13 멸망 5일차. 웬디고를 처치하다. 24.08.09 102 6 12쪽
12 멸망 5일차, 몰살. 24.08.08 111 8 13쪽
11 멸망 5일차, 웬디고. 24.08.07 109 7 13쪽
» 멸망 5일차, 집단충돌. 24.08.06 123 8 12쪽
9 멸망 5일차, 돌발 퀘스트. 24.08.05 121 7 12쪽
8 멸망 4일차 밤, 시체기사를 가늠하다. 24.08.04 123 7 12쪽
7 멸망 4일차, 괴물과 싸우다. 24.08.03 125 8 12쪽
6 멸망 4일차, 기괴한 살더미와 마주하다. 24.08.02 151 9 13쪽
5 멸망 3일차, 습격받다. 24.08.01 158 10 12쪽
4 멸망 2일차, 탐색. 24.07.31 168 9 13쪽
3 멸망 1일차 밤, 거래. 24.07.30 193 9 12쪽
2 멸망 1일차, 외부활동 +3 24.07.29 220 8 12쪽
1 멸망이 내 이웃이 되었다. 24.07.29 305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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