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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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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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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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라고라니

DUMMY

 오후의 태양이 달구는 서쪽 평원. 달달 떨리던 가을 바람은 자취를 감춘 듯하다.

 가득히 짐 실은 달구지 서른 대가 달달거리고 가는 바람에 바퀴를 멈춘, 어느 귀부인의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참이군. 모두 속도를 늦춰라.”


 마구간과 망루가 잘 갖춰진 석조 건물. 많은 인원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까지 갖췄다. 

 경비병 열댓 명이 재깍 나왔다.


 “잠시 멈춰 주십시오.”


 검문을 하는 지휘자.


 “본관은 013 경비대장, 리오 병사장입니다.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호영의 상기사 훈장과 백작 브로치를 보고 바로 경례하는 지휘자.


 “테이머 영지.”

 “통행증은 있으십니까?”


 왠지 자기도 모르게 ‘그런 건 없다’라고 말할 뻔한 호영.


 “국왕의 통행증이 없으면 이만큼 많은 무장병력을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릴리안이 국왕의 변방백 임명장과 통행증을 건네주었다.


 ‘변방백령 테이머 영지의 영주 겸 상기사 조렌 테이머와 그의 일행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고, 통행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것을 각지의 책임자들에게 명한다. 만약 지상이나 해상에서 이 여행자들을 해칠 만큼 용감한 자가 있다면, 그 자로 하여금 카인의 국왕과 전쟁을 할 만큼 자신이 용감한지 생각해 보게 할지어다.’


 통행증에는 여왕 데이지의 친필로 적힌 무시무시한 글귀가 적혀 있다.


 “아우포킬립스 시가 이제 테이머 영지가 되었군요. 잘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민 섞인 눈길로 일행을 바라보는 경비병들.


 “변방백께서는 기사 직위도 가지고 계시고, 가신 분들 또한 군인이기에 통행료가 면제입니다. 또한 본 역참의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머무르시겠습니까?”

 “고맙소만 괜찮소. 워낙 인원이 많은지라. 한두 시간쯤 쉬었다 갈 텐데, 그동안 말들만 좀 부탁드리겠소.”


 짐말과 사람 모두 편히 쉬도록 명한 호영.


 “그런데 가도 부근에 마물이 나온다는 게 정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몇 참 떨어진 마을에서 트롤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혹시나 가도를 지나는 상단이 습격당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근심스러운 표정의 지휘자.

 그도 그럴듯이 이 역참의 경비 병력만으로는 마물을 당해내기 어려웠으니까.


 “인근에서 급보가 있으면 알려주게.”


 술통 하나를 대충 깔고 앉은 호영에게


 “주인님. 피곤하지 않으시어요?”


 메이드 피치가 다가와 어깨를 주물렀다. 아니, 주무르려 했다.


 “아우 간지럽다. 됐고, 너도 어디 가서 좀 쉬어라 피치.”

 “···너무하셔.”


 단칼에 밀어낸 호영의 등 뒤로 속삭이고는 입을 삐죽이는 피치.


 ‘예전이랑 좀 달라지신 거 같기도 하고. 부활 후유증이라고 들었는데 그것 때문이려나. 그나저나 이렇게 내내 걸어다녀야 할줄은 몰랐는데. 발 아파.’


 나귀 한 마리라도 사서 태워주실줄 알았건만


 『안 돼! 그럴 돈 없···아니, 내 식솔이라고 해서 특별히 챙겨줄 순 없어. 병사들도 다 걸어가잖아. 그래도 너한테 짐 들라고는 안 할 테니 좀만 참아.』


 단호하게 거절하는 미운 주인님.


 ‘그래도 참아내겠어요.’


 그래도 빈 저택에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것보단, 힘든 여정이나마 내내 옆에서 모실 수 있는 게 좋았다.


 ‘지금은 이렇게 두발로 쫄쫄 따라다니기만 하지만···언젠가는 마차에서 주인님 옆자리에 앉고 말겠어요.’


 피치가 무시무시한 꿈을 꾸는 것도 모른채 호영은 먼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열로 아른거리는 공기 때문인지, 수풀들이 어쩐지 바람없이도 흔들리는 듯하다.

 그 사이 병사들은 모닥불에 삼삼오오 모여 휴식중.


 “가···가도에 마물이라니. 어째서?! 포드워 가도는 네 천사님들의 축복을 받아 마물들이 얼씬 못 하는 거 아니었나요?”


 소년 티를 겨우 벗은 초급병사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거 불 좀 빌립시다.”


 담배 파이프를 들고 끼어든 여인이 있었으니 군종 사제로 임명된 루비아.

 병사들이 부싯깃을 꺼내주지만, 그녀는 파이프를 모닥불 속에 집어넣는다.


 “후욱. 거기 응애 병사님. 가도에 왜 마물이 나타나는지 궁금해? 이 누님이 알려주지. 한마디로 천사들이 직무유기한 거야.”


 신성모독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보여주듯 하늘로 연기를 뿜는 루비아.


 “축복을 내려줬으면 끝까지 신경을 써 줘야지. 달랑 버프 한번 내린 뒤로 아무것도 안 했으니 직무유기지.”


 병사들은 기겁.


 “다들 왜 식겁하고 그래. 벼락 맞을까봐 그래? 괜찮아 안 죽어 안 죽어. 죽으면 이 누나가 부활시켜줄게.”

 “···사제 님이 벼락 맞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 당신들이 나 부활시켜주면 되지. 근처 신전에 데려가 주면 고맙겠군. 아 혹시나 벼락 맞고 까맣게 타서 재가 되더라도, 상자에 잘 담아서 와야 해. 잿가루라도 남긴 편이 그나마 확률이 높거든.”

 “예?”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병사들.

 모닥불을 독차지한 루비아는 다리를 죽 폈다. 다행히 벼락은 떨어지지 않았다.


 “벼락이라···정말 천사님들이 일을 제대로 했으면 이 불량 사제가 아니라 마물들에게 벼락을 꽂으셨겠지.”


 한숨처럼 뿜은 담배 연기는 넘실넘실 흘러 호영에게까지 닿았다.


 “한 모금 하시겠어 영주님?”


 파이프를 권하는 군종 사제.

 영주는 힘차게 빨아들였다. 


 ‘동생들이 알면 질색하겠구만. 상관없으려나. 이건 원래 내 몸도 아니니···. 클리어하면 원래 몸으로 돌아갈 테니.’


 가장이 된 뒤로 처음 피우는 담배.


 “맛이 썩 괜찮지? 탈리아산이야.”

 “좋네요.”


 이세계의 잎담배는 독하면서도 끈적거리지는 않는 향을 피워냈다.


 “영주님은 어떻게 생각해?”

 “가도에 마물이 나타나는 이유 말입니까?”


 사실 호영으로서는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이 세계에 빙의되어 온 첫날 상태창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 그.


 ‘알 수 없는 이유로 현세와 게임 세계가 연결되었고 그 때문에 게임속 세계가 일그러졌다··· 고 했지. 나는 그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선택된 존재 어쩌고 했고.’


 하지만 게임 캐릭터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 가로등에 있는 마력석도 1년마다 마력 채워줘야 하는데, 벌써 500년도 넘게 지난 축복이 견고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야. 안 그래?”


 명색이 성직자인데 신실은 커녕 불신에 가깝다고 호영은 생각했다.


 “그렇죠. AS, 아니 유지보수를 확실히 해줘야지.”

 “그래 바로 그거야. 시원시원해서 좋구만 영주님. 그런데 말야, 양친께서는 안 따라오시는 건가?”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당해 돌아가신 부모님.


 “이런. 죄송하군. 마물에게 당하신 건가?”


 루비아는 조렌 테이머의 부모를 얘기했지만(실제로도 그들은 마물에게 죽었다), 호영은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예. 마물에게 당하셨죠.”


 전과 4범에다 뺑소니까지 한 가해자. 그런 놈은 인간이 아니라 마물이라 부르기 충분했다. 언젠가 꼭 잡고 마리라.


 “우린 공통점이 있는 셈이군.”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명은 부모님을 잃은 일로 담배를 끊었고 다른 한 명은 피우게 된 것.


 “그래, 잘 해봅시다.”


 호영은 파이프를 돌려주며 씩 웃었다.


***


 “모두 정지.”


 선두에 선 호영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왜 그러십니까?”


 릴리안의 물음에도 대답 않고 주변을 살피는 호영.


 「서브 퀘스트 하달! 마물 <만드라고라니>를 처치하십시오. 퀘스트 달성에 필요한 처치수 : 30마리 이상」


 난데없이 퀘스트를 던져 준 상태창. 하지만 마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니.


 ‘만드라고라니라. 서쪽 평원 스테이지에서 자주 봤었지. 잡몹 주제에 존나 귀찮은 놈들.’


 만드라고라처럼 비명을 지르는 노루 마물. 만드라고라니의 비명 소리를 들은 아군은 짧은 시간 동안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대폭 감소하는 디버프를 받는다. 체력과 공격력은 변변치 않지만, 죽더라도 비명을 지르고 죽는 성가신 놈들.


 “모두 들어라. 마물 만드라고라니가 주변에 있다.” 


 서쪽 출신 병사들은 모두 끔찍한 표정을 지었지만, 만드라고라니를 들어본 적 없는 짐꾼들은 고개를 갸우뚱.


 “너네 아니? 만드라고라니가 무슨 마물인고라니?”


 호영은 지체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모두 전투 준비! 우선 1소대는 창을 들고 짐마차를 빙 둘러 서서 지킨다.”

 “존명!”


 병사들은 곧바로 명을 따랐다. 앞서 호영의 구슬리기로 교화도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투에 관한 한 조렌 테이머의 말은 철썩같이 신봉했기에.


 “짐꾼들과 피치. 솜을 꺼내서 물에 적셔. 그리고 그걸 병사들 귀에 끼워줘. 지금 바로!”

 “알겠심더! 마, 퍼뜩 움직이라.”


 짐꾼 반장 카데길도 군말없이 따라주었다.


 ‘귀마개라도 있으면 좋으려만, 없으면 꿩 대신 닭이지.’


 포병으로 복무했던 경험을 살려서 내린 지시.


 “2소대와 3소대는 나를 따른다. 넓게 산개해서 수색 대형을 갖추도록.”


 전(前) 보라 깃발 중대, 현 테이머 영지 상비군이 첫 번째 전투에 임하는 영광의 순간.

 호영의 부릅 뜬 눈에 흔들리는 수풀이 어지럽혔다.


 ‘바람은 안 부는데?’


 분명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인데 흔들리는 풀들.


 “마우날! 저쪽 수풀에 투석!”

 “알겠수!”


 반족 바우날이 투석구를 빙빙 돌려 던졌다.


 - 끼야아아아아아악!


 풀섶 사이로 기이하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저기 수풀쪽을 봐!”


 뽑혀 올리지도 않았는데 번쩍 일어서는 풀들.


 “저···저게 뭐야?!”


 풀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만드라고라니의 머리에 달려 있던 작은 나무였던 것이다.


 “세상에.”


 수풀이라고 생각했던 지형의 절반은 만드라고라니의 뿔.

 숨어있던 놈들은 이제 숨을 필요없다는 듯 일제히 일어난다.


 “기병, 돌격!”


 조렌의 영혼이 도와준 덕분인지 우렁차게 함성을 지른 호영.

 그는 늦게서야 깨달았다.


 ‘어? 그러고보니 나 칼질 해본 적 있나?’


[8화 - 만드라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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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갈림길 24.08.26 4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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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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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1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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