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82
추천수 :
101
글자수 :
180,739

작성
24.09.05 11:01
조회
24
추천
0
글자
11쪽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DUMMY

대장간은 온갖 작업으로 분주하다.


“영지에 자원이 풍부하다 카길래 주변에 광산이 많다는 말로 알아들었지. 안 글나?”


숯가마에 넣을 나무를 쪼개며 버네벌이 중얼거렸다.


“니들은 어찌 생각하노? 갑자기 나무며 물이 솟아난다고 짐작이나 했겠나?”


그에게는 특이한 조수들이 있었으니.


- 곱곱. 고옵. (보통 안 함다. 그런 생각.)

- 그렘? 그레에렘. (아니, 애초에 생각이란 걸 안 하잖아 니들 고블린은.)

- 고옵? 곱곱! (이 쬐깐한 놈이? 꺼내주마 네놈 생각 주머니!)

“야야, 됐다 마. 마물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했다. 고만 싸우고 일해라 고마. 근데 마물이랑 사람이랑 말이 통하는 게 참 별나네. 허 참.”


마물을 일꾼으로 쓰자는 말에 마뜩찮던 버네벌이지만 호영의 설득(교화)에 넘어간 것.

그런데 마물들은 생각외로 대장간에 잘 적응했다.


“어이, 고불린이. 숯 꺼내 오이라(오너라).”

- 곱곱! (알겠슴다!)


고블린은 인간보다 힘은 달릴지언정 열기와 연기에 잘 버텨 궂은 일을 시키기에 제격.


“구렘린이, 퍼뜩 흙 뿌리라. 아까 맨치로 단디(아까처럼 똑바로).”


그렘린은 몸집이 작은 대신 손재주가 야무져 섬세한 작업을 시키기에 알맞았다.


- 그렘그렘! (그래요 그래요!)


시뻘겋게 달아오른 숯에 흡착토를 고르게 뿌리는 그렘린.


“어디 함 보재이. 음. 괘않네(괜찮네).”


흡착토를 덮어 식힌 목재의 표면에 하얀 재가 달라 붙었다.

백탄은 모래를 덮지 않고 식히는 흑탄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다. 더 높은 화력을 더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며 연료 효율이 좋고, 잘 으스러지지 않으며 재사용이 가능한 점 등.


“참 신기한 흙이고마. 내 이렇게 좋은 백탄은 처음 본대이.”


흡착토를 써서 만든 백탄은 평범한 모래를 뿌린 것과 비교해 품질이 월등했다. 발화석 없이도 단다니움을 녹이기에 충분했으니.


“딴단하고 허연 게 숯이 아니라 꼭 딴다니움 같고마.”


테이머 영지의 숲엔 질 좋은 나무도 많았다.


“그라고보이(그러고보니) 딴다니움 슬슬 모자란데 언제 갖고 오는기고?”

- 라아니! (왔습니다!)


단다니움을 잔뜩 싣고 온 만드라고라니 8호. 만드라고라니들은 영지 곳곳에서 짐꾼으로 활약중.


“오야. 고생했다. 무거웠을긴데.”


버네벌은 단다니움 주괴를 집어들며 중얼거렸다.


“갈리아에 돌아가서 드와프들한테 말해주면 믿긌나? 웬 인간이 팔 벌리면서 뭐라 쫑알거리더니 단다니움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카면.”


그것도 원석 상태가 아니라 가공된 주괴 형태로.


“버네벌 런틴 저 미친개이가 또 헛소리 씨부린다 카겠지. 내 같아도 안 믿을기다. 근데 우짜겠노, 내 눈깔로 똑띠 봤는데. 아, 그라모 성직자한테 확인해달라하모 되겠네. 내 말이 참인지 가짠지 한번 가려보자 하몬 벌떼처럼 달려들겠제? ”


고향에 돌아가서 역대급 내기를 걸기로 마음먹은 버네벌.


“성직자라 카니 생각나는 긴데, 조레이가 계시를 받았니 마니 하던 건 뭐 우찌된기고? 금마 성직자로 전직한 기가?”

- 라니? 라아니라니. 라아-니. (글쎄요, 그건 모르겠지만 도둠 나무 잎은 맛있을 거 같네요.)


카인 왕국 인간들이 하리아드 천사를 섬기듯 드워프는 그들을 빚어낸 갈리아드 천사를 섬긴다. 다소 특이한 성정을 지닌 버네벌도 마찬가지.


“인간들은 또 왜 그리 질질 짤아샇는지(줄줄 눈물을 흘리는지).”


다만, 카인에선 신전이 곧 학교이자 병원이기에 왕국민의 신앙심은 깊숙히 뿌리내린 것과 달리 드워프들은 신학은 물론 신앙에 별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버네벌은 어제의 그 ‘계시’ 이벤트에 대해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것.


“모리겠다. 인간들 일은 인간들이 알아서 하게 냅두자 고마. 내 할일도 많은데. 일단 방패부터 만들어보자.”


드워프답게 깔끔하게 결론내고 단다니움 주조에 들어간 버네벌.


“시쿱 와달라 캐라(해라).”


마법병 시쿱은 통에 가득 마력수를 담아왔다.


“담금질 해보재이.”

“잠시 기다려 보시지 말입니다.”


시쿱은 마력수를 매개체로 냉기 주문을 영창.


“붓는데이.”


녹아내린 단다니움에 냉각수를 붓자 단숨에 굳는다. 일순 몰아친 한기에도 대장간의 열기가 얼기라도 한 듯 일꾼들의 땀이 식는다.


“호오, 시쿱이 자네 마법 좀 쓴데이?”

“칭찬 감사하지 말임다. 그런데 제 마법보단 마력수 공이 큽니다. 이런 특상급 마력수는 처음 다뤄보는데 굉장하지 말입니다.”


마력수의 품질에 감탄한 시쿱.

그렇게 단다니움 방패들이 순조롭게 완성돼갔다.


“내는 잠시 영주한테 다녀온디. 느그들은 농땡이 피우지 말고 일 똑띠 하그래이.”

- 곱곱! (걱정 마십쇼)

- 그렘그렘! (그럼요!)


제법 믿음직스러워진 마물들.


‘점마들이 인간 중에 뺀질이인 놈보단 낫네.’


버네벌은 자연스럽게 만드라고라니 8호에 올라탔다.


“고라이 팔둥이, 가는 길에 내 좀 태아도(태워 줘).”

- 라니! (네!)


그를 태운 8호가 호영의 냄새를 찾아 돌아다니던 중 영지민들이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입니다 버네벌 씨. 저번엔 수도를 고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야. 단디 써라.”


병기 개발 외의 잡일은 손대지 않는다고 선언했건만.


“안녕하세요. 나중에 안 바쁘실 때 부디 저희 집 화덕 좀 손봐 주실 수 없을까요?”

“뭐라꼬? 내가 느그 집 시다바린줄 아나. 작업반 놔두고 왜 내를 시키노. 슈랙힘인지 시래긴지 하는 그놈아 보고 하라 캐라.”

“죄송해요. 작업반 그 치들은 툴툴대기만 하지 이런 일에 젬병이라.”


자꾸 귀찮게 하는 이들이 많았다.


“버네벌 씨 반만큼만 손이 야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기사. 칼도 제대로 못 휘두르는 놈팽이가 망치라고 잘 들겠나. 그래도 지금은 안 된다. 방패랑 갑옷 만드느라 바쁘다 카이.”

“얼른 화덕이 고쳐져야 아벨 공국산 소시지를 대접해드릴 텐데. 그렇게 맥주랑 잘 어울린다더라고요.”

“뭐라꼬. 아벨 공국 쏘세지?”


아벨 공국. 카인 왕국과 형제국 격인 나라. 험준한 산맥 가운데 펼쳐진 넓은 목초지에서 나오는 축산물이 특산물이다.


“레인파 시에서 운 좋게 행상을 마주쳐서 잔뜩 쟁여놨는데···굽지를 못 하니···.”

“···난주(나중에) 대장간에 함 들리라.”


정말이지 너무나 귀찮았다. 


“에잉. 칠칠치 못한 놈들 투성이고. 이놈아고 저놈아고 할 거 없이 자꾸 불러샇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댄 적은 없었기에.


“뭐···그래도 지들 영주한테 잘 배웠는지 으른 공경은 할 줄 안다마는. 젊은 드와프들보단 썩 낫네. 그나저나 아벨 쏘세지라 캤제. 먹어본 지 한 50년 됐나? 화이트 드라곤 레어 근처에서 돌 파내다 들켜서 입국금지 먹은 게 아마 그쯤이지 싶은데.”


마지막으로 다른 집 식탁에 초대받은 기억은 그보다 오래 됐다.


“인자 다 왔으니 내려도.”


주택가에서 한참 떨어진 곳. 터트리움 보관소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안녕하심까 고문님.”


버네벌을 발견한 호영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꾸벅 숙인다.


“함 만들어봤는데 봐봐라.”


오다 주운 것처럼 내미는 단다니움 방패.


“오, 어디 한번 볼까요.”


호영은 사람 몸통만한 돌덩이를 힘껏 내리쳐 본다.


- 콰직.


돌덩이가 부스러져 잔돌이 되었다.


“이야. 직이네.”


방패는 흠집 하나 없이 멀쩡.


“직이제? 강도는 뭐 말할 것도 엄꼬 경도가 대끼리(최고)다. 흡착톤가 하는 그 흙 덕분에 물건 하나 만들었구마.”

“경도가 뭐죠?”

“조레이 자네도 칼질만 했는갑네. 갱도에서 먼지 먹은 놈이면 갓난애도 아는 걸 모른다는 거 보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핀잔을 주는 버네벌.


“그러니 버네벌 씨 같은 전문가를 모신 거 아니겠슴까.”


그럼에도 서글서글하게 웃는 호영.


‘아가 참 착하대이. 근데 슈랙힘인가 금마한테는 한 사바리 혼쭐을 냈다는 거 보면 마냥 호구는 아닌데···모나게 씨부리는 내한테는 둥글게 다 받아주노. 내도 여서 오래 지낼라모 이 지랄맞은 주디(주둥이)를 좀 고쳐야겄다.’


그 웃음을 보며 버네벌은 미안한 마음을 품었다. 


「패시브 스킬 [감화]로 인해 버네벌 런틴의 최소 교화도가 상승합니다.」


“영주가 됐으모 어? 이런 것도 알아둬야 않겠나. 자 보거래이. 이 망치 보이나?”


영주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만큼 보답하기로 마음먹은 그.


“내 망치도 딴다니움제데이. 하급에다 쇠랑 섞어 놓은 합금이지마논. 순도 100짜리 딴다니움 망치는 늙다리 아니모 드와프도 구경하기 힘들데이.”

“뭐, 튼튼하면 그만이죠. 제 갑옷이나 투구도 합금인데 잘만 쓰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망치가요?”

“말이 샜네. 이 망치랑 내 이빨 중에 뭐가 더 속이 단단할꼬?”

“음···거야 망치겠죠?”

“그제? 그럼 이 망치로 내 이빨을 내리쳐뿌모 어찌 되겠노? 이빨 다 빠개지겠제?”


상드워프스러운 비유에 흠칫했지만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모 망치가 이빨보다 강도가 강한 거레이. 방금 니가 내리친 돌땡이도 방패보다 강도가 약해서 뿌아진기라. 여까진 이해 가제?”


버네벌은 망치를 자신의 얼굴 높이로 들어올렸다.


“그란데 어떤 광물이 강도가 높다 해서 경도까지 높으란 법은 없거든.”

“버네벌씨! 지금 뭐하시는?!”


앞니로 망치를 긁는 그를 보고 경악하는 호영.


“어···어?!”


망치의 표면에 흠집이 새로 생겼다.


“자국 보이제? 내 이빨 속이 망치보다 약해도, 표면은 더 딱딱해서 흠집을 낼 수 있는기라. 한마디로 이빨 경도가 망치 경도보다 높은기라.”

“오, 신기한데요?”

“니도 함 해봐라. 뭐든 직접 실험해봐야 좋은 기다. 헬멧에다 해보모 되겄네.”


호영은 자신의 투구를 벗어 앞니로 살짝 긁어봤지만 스크래치가 나진 않았다. 되려 이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


“어···인간들 뼈다구만 약한줄 알았드만 이빨도 시원찮네.”

“드워프가 유달리 튼튼한 게 아닐까요.”

“아무튼 이해됐나 무슨 말인지?”

“그러니까 강도는 몸체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나타내고, 경도는 껍데기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나타낸다는 거죠?”

“그래. 맞데이. 인자 알긌제? 내 망치나 니 투구나 딴다니움으로 만들었어도 품질이나 합금 때메 경도가 낮은기라.”


떨어진 방패를 들어올리는 버네벌.


“근데 요거는 경도도 강도 못지 않게 딴딴하단기라. 드라곤 비늘보다 더 단단할 수도 있을기야 아마.”

“크. 대단하십니다. 드래곤 스케일이라니 역시 스케일이 크군요. 마물들이 이빨 들이대면 바로 스케일링 되겠네. 이대로 갑옷도 만들어 봅시다.”


호영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가신 교화도 중폭 상승! 버네벌 런틴은 자신의 진가와 성과를 알아봐준 영주에게 크게 감사합니다.」


「업적 [방업 1 단계] 달성!

방패 개발로 병사들의 방어력이 크게 올랐습니다.

달성 보상으로 EP 5을 획득했습니다.」


「업적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달성!

흡착토와 마력수를 활용해 단다니움의 품질을 상급에서 최상급 이상으로 끌어올린 수호자님, 정말 대단합니다!

달성 보상으로 EP 10을 획득했습니다. 누적 EP : 345.」


[32화 -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움트는 희망, 움패는 절망 24.09.11 12 0 13쪽
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4 0 13쪽
33 마력토 24.09.06 23 0 13쪽
»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1 24.09.05 25 0 11쪽
31 작은 기적 24.09.04 24 0 12쪽
30 보직 변경 24.09.03 18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0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8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5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6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7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4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1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8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1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1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7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2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1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7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