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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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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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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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강타

DUMMY

 홉고블린은 혼란스러웠다.

 이웃 부족과 한창 싸움을 벌이는 중에 갑자기 자신의 부족원들이 몽땅 사라진 데다


 - 호옵? 호오옵? (여긴 누구? 나는 어디?)


 자신까지 낯선 곳으로 왔으니.

 그것만이었으면 좋으려만.


 - 호옵···?


 뒤 쪽엔 허공에 크고 시커먼 구멍이 나 비틀려 있었고, 눈앞엔 인간의 도시 관문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머릿속에서 말을 걸어왔다.


 『가도로 가라.』


 끊임없이 울리는 목소리. 밤하늘 사이를 떠다니는 것처럼 높고 맑으며 어두운.

 이 목소리에 이끌려 그는 나아가고 있었다. 


 『방해되는 것들은 치워라.』


 그의 조악한 정신 세계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문자 그대로 골때리듯 퍼지는 목소리에 점점 멍해져갔다.


 『가도로 가라. 수도로 향해라.』


 가도로 가도록 만드는 이 존재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거라곤, 가늘고 아름다운 음색에서 미루어 인간 아니면 엘프의 암컷이라고 짐작할뿐.


 『수도로 향해라.』


 수도 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홉고블린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파도 일면 밀려오는 물소리에 잡소리가 잠기는 것처럼, 그의 의식은 가파르게 잠식되어 갔다. 


 “저지해!”


 고작 허리춤에 오는 인간들이 덤벼들어온다. 마법을 부리는 것도, 몸 주변에서 일렁이는 이상한 기운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즉, 이놈들은 약하다.


 - 호오옵!


 손 한번 휘저으면 나가떨어질뿐.


 “으아아!”


 그럼에도 놈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창을 들이밀며 귀찮게 군다.


 - 홉!


 옆구리를 찔린 홉고블린은 짜증을 내며 창대를 부러뜨렸다. 


 - 호옵···!


 마음 같아선 놈들을 찢어발기고 싶다. 


 『방해는 신경쓰지 마라.』


 머릿속에서 울리는 이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 호오오옵!

 『쫓지 마라. 쫓지 마라. 쫓지 마라.』


 창을 버리고 도망가는 인간을 향해 몸을 돌린 순간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진동한다.


 - 호오으오옵!


 끔찍한 두통에 머리를 감싸쥔 홉고블린.


 『가도로 가도록.』


 흡사 그를 타이르는 것처럼 목소리의 진동이 잦아들었다.


 『가도로 가라. 큰 건물을 찾아라.』


 두리번거리는 홉고블린. 


 - 호옵? 호옵.


 자신의 기준으로 그리 크다고 할만한 건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 호오옵?


 곧 그는 동쪽 구역청을 발견했다. 자기 몸집보다도 큰 건물. 반쯤 박살이 났지만 저길 말하는 것이리라.


 『통과해라.』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


 “저···저건 뭐지?!”


 자신을 둘러싼 인간들이 갑자기 기겁하는 게 아닌가.


 - 호옵?


 일제히 하늘을 쳐다보는 시선에 덩달아 고개를 돌린 홉고블린.


 - 홉···?


 벌거벗다시피한 인간이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하아아아아아아압!”

 - 호오오오오오오옵?!


 콰직.

 머릿가죽이 뜨겁다는 느낌을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홉고블린의 의식은 끊어졌다.


***


 “아우라를 다룰 줄 아는 이들은 내게로 모두 모인다!”


 쥐어짜듯 외친 호영에게 모여든 병사들.


 “갑옷 벗는 것좀 도와줘! 빨리!”

 “조···존명!”


 조렌과 수 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정예들 답게 당황하면서도 명을 따른다.


 “영주님, 대체 무엇을···?!”


 갑옷에 걸친 보라색 망토를 벗겨내며 릴리안이 물었다.


 “설명은 나중에. 시간이 없다!”


 판금 갑옷을 엮은 끈과 벨트를 끄르는 동안에도 홉고블린은 전진중.


 “화포, 가져왔습니다!”


 빡격포의 포신 속에 들어가 웅크리는 영주님. 들어가 있는 포즈가 꼭, 목욕통에 쪼그려 앉은 모습 같았다.


 “뭐? 아직 무게 초과?!”


 부하들로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정강이 방어구와 신발을 벗는 호영.


 “거참 불편하구만. 이제 됐지? 아직이라고?!”


 건틀렛은 물론 흉갑 아래 받쳐 입는 내갑의(內甲衣) 까지 벗어던지고, 마침내 속옷 한 장만 걸치게 된 변방백.


 “모두 빡격포를 단단히 잡는다! 좀 기울여. 좀 더 좀 더. 그렇지. 이 각도로!”


 그럼에도 부끄러운 기색 없이 소리쳤다.


 “모두 아우라를 짜내 포신에 두른다! 명심해! 절대 포신이 흔들리면 안 돼!”


 HUD에 표시된 각도에 맞춰 비스듬히 세운 빡격포 속에서 검을 꼭 끌어안은 호영.


 “마력석 가동! 위력 최대로! 발사아아아아!”


 그리고 그는 솟구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빡격포가 쏘아올린 인간 포탄이 되어.


 “등장 위치가 뭐가 어째, 랜덤? 무덤으로 바꿔주마!”


 높아지는 고도에 맞추듯 치솟는 혈기.

 그 기세를 아우라로 뿜어내 전신에 두른다.


 “하아아아아압!”


 높바람을 부르듯 날아간 호영은 홉고블린의 몸통에 충돌하기 직전, 놈의 정수리에 검을 내리쳤다.


 - 콰직.


 박살난 투구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고, 말랑한 뇌수에 단단한 뼛조각이 박혀 뿜어져 나왔다.


 「보스 처치!」


 그에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울리는 상태창.

 펑펑 터지는 축하 음악 속에서 호영은 들었다.


 - 우직.


 박살난 것은 홉고블린의 머리만이 아니었던 것.


 “으···으윽.”


 수 킬로미터를 날아와 부딪히고 튕겨나간 충격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밀려오는 격통과 메시지가 뒤엉켜 머릿속이 새하얘짐을 느끼며 호영은 정신을 잃었다.


***


 묵직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뜬 호영.


 “깨어나셨다!”


 낯선 천장 대신 자신을 둘러싼 이들의 면면이 들어왔다.


 “휴우. 이 정도면 대충 나았어.”


 땀을 닦으며 날개 십자가를 내려놓는 루비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겁니까!”


 그녀를 밀치듯 비집고 들어오는 릴리안.


 “영주님은 이미 한번 부활했다는 걸 잊으셨습니까?”

 “어어···알지 알지. 그러니까 그게···.”

 “아시면서 어떻게 그런 행동을! 자칫 잘못됐다간 하마터면···.”


 그녀는 말을 잇지 못 하고 몸을 홱 돌려 걸어나갔다.


 “내도 200년 넘게 살면서 도라이라 소리 많이 들었는데, 조레이 자네는 진짜 미친개이(미치광이)다.”

 “칭찬 감삼다.”


 자리가 났다는 듯 불쑥 수염투성이 얼굴을 내미는 버네벌.


 “저···정말 걱정했어요옷.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오.”

 “걱정시켜서 미안.”


 가슴을 쓸어내리는 메이릴.


 - 라니, 라아니?! (날아다닐 수 있다고 저를 버리시진 않을 거죠?!)

 “아니, 아아니. 날아다니는 거 꽤 힘들더라고. 페가수스를 찾아내도 널 버리진 않으마.”


 뿔을 부비적거리는 만드라고라니 8호.


 “주인님! 흐윽. 이만하셔서 정말 다행이지만 앞으론 존체를 보존하셔야죠. 주인님의 몸은 주인님 혼자만의 것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네 것은 아니란다.”


 눈물을 글썽이는 피치.


  “그보다 나를 좀 일으켜주지 그래.”


 부축을 받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 호영.


 “으윽.”

 “아직 무리하시진 말라고. 기껏 맞춰놓은 뼈가 다시 조각날 수도 있어. 아까 말했다시피 ‘대충’ 나을 정도로만 치유했으니.”


 루비아의 말대로 온 몸 구석구석이 욱신거렸다.


 “아까 릴리안이라는 아가씨가 한 말마따나, 대체 무슨 생각이었어? 수천 메테를 날아오르다니. 아무리 댁이 강골이라지만 너무 무모하지 않아?”


 아우라를 몸에 둘렀다지만 충격을 흡수하는 덴 한계가 있는 법.


 “뭐, 좋은 구경 했으니 잔소리는 여기까지. 몸조리 잘하셔.”

 “고맙습니다 루비아.”


 루비아는 담뱃대에 불을 붙였고 


 “아니, 환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제가 어디 있어요? 그러면서 몸조리를 잘 하라니 순 엉터리 사제!”

 “뭐야, 이 핑크 아가씨는 또.” 


 피치의 분홍빛 눈에도 불씨가 튀었다.


 “하녀 아가씨는 저리 가서 조리나 돕지 그래? 몸조리는 영주님이 알아서 하게 냅두고.”

 “뭐예요? 이이···! 치유를 할 거면 완전히 회복시켜야지 주인님을 이 꼴로 만들어 놓구선!”

 “피치, 그쯤 해 둬라. 나 귀는 안 다쳤거든? 근데 지금 막 아파오려고 해.”


 한숨을 쉬며 둘을 떼 놓은 호영.


 “루비아는 농땡이를 부린 게 아니란다.”

 “네에?”

 “저길 보렴.”


 그가 가리킨 것은 들것에 누운 부상병들. 홉고블린들에게 튕겨져 나간 이들이 대부분이다.


 “신성력은 무한정 쓸 수 있는 게 아니랬다. 저들까지 치유시키기 위해서 내 부상을 일부러 완치시키지 않은 거야.”

 “그···그치만.”

 “그보다 저쪽으로 가보자. 뭐가 이리 시끌벅적한지.”


 동쪽 구역청 앞 광장. 


 “수십명 병사들이 홉고블린 하나를 못 당해내서 쩔쩔매고 있고, 홉고블린 놈은 제 굴 안방처럼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단 말이지. 구경하러 온 재정관 나리며 관리들은 난리도 아니었어. 그러다 그때 놈이 딱 멈춰선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잔뜩 모여든 시민들. 


 “영주님이 별안간 하늘에서 날아와서 그놈 뚝배기를 쪼갰다네!”

 “에이, 무슨 말도 안 돼. 무슨 드래곤을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허. 여기 그걸 본 사람들이 한 무더기야! 저기 홉고블린 시체를 한번 보라고. 저 집채만한 놈 대가리를 깨부수려면 어떻게 해야겠나? 저놈보다 높은 곳에서 때릴 수밖에 없지!”


 변방백의 전설적인 활약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아, 그냥 돌아갈···.”

 “저기 영주님이다!”


 발길을 돌리던 호영을 발견한 시민들은 성난 켄타우로스 무리처럼 몰려온다.


 “변방백 만세!”

 “저희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정관 두오노라옹을 필두로 하여 모든 관리들은 무릎을 꿇었다.


 “혜안을 의심하여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영주님의 명을 충실히 따르겠사옵니다.”


 「스테이지 클리어! [스테이지 1 : 가로막는 존재]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등급 : S+

인명 손실 0. 마물 손실 0. 교화한 마물 : 고블린 32마리.

 멋진 전략 전술로 영지를 지켜낸 변방백의 활약이 크게 알려집니다. 30 RP(Renown Point 명성 점수)를 획득하였습니다. 잔여 RP 40.

 등급 보상으로 100 EP를 획득하였습니다. 잔여 EP 300.

 처치 보상으로 300 KP를 획득하였습니다. 누적 KP 400.」


 [26화 - 도약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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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백을 가진 자 24.08.30 25 1 10쪽
»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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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1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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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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